“레이무, 거기 있어?”
귀엽고 소녀다운 목소리와 함께 드르륵, 하고 문이 열렸다.
주황색의 머리칼과 큰 뿔 두 개를 가진 오니 소녀. 이부키 스이카였다.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방글방글한 그녀답지 않게 약간 어두운 표정을 한 채였다. 하지만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는 하쿠레이 레이무의 표정은 더욱 더 침울해 보였다.
“응, 왔니. 스이카.”
스이카는 들어오라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쪼르르 그녀의 방 안으로 들어와, 그녀의 옆에 앉았다. 뿔이 방해되지 않게 조심스럽게 고개를 가지런히 하면서.
레이무는 그런 스이카를 무신경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유카리가 한 일은 너무 신경쓰지 말고... 곧잘 그러는 녀석이니까...”
“짜증나. 대체 왜 하필 그 애한테 그런거야? 신묘마루도 있고, 너도 있고, 하다못해 매일 나한테도 달라붙는 주제에!”
몹시 실례되는 말을 중간에 끼워넣으며, 레이무가 씹어뱉듯 화를 토해냈다.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문 그녀의 화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최근 딱 한 번, 히나나이 텐시가 그녀의 신사를 박살내버린 그 날 정도일까. 하지만 그때의 화도 지금의 화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 녀석이 하는 거에 너무 일일이 신경쓰면 너만 귀찮아. 그 녀석이 널 괴롭히는걸 좋아하는 건 환상향 모두가 알잖아.”
“그래, 이제 그것도 지쳤어.”
레이무가 힘없이 털어놓았다.
사실이었다. 사실, 그녀는 야쿠모 유카리가 어째서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구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쿠레이의 무녀라고 관심을 가질 수는 있다. 당연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자신의 신경을 긁어대는 것은 대체 어째서란 말인가.
“레이무, 기운 내. 그래도 너랑 친한... 레밀리아나 마리사를 데리고 장난친 적은 없잖아.”
“그래. 친한 동족들을 다 내버려두고 쫄래쫄래 떠난 너는 이해 못하겠지.”
“...!”
폭언이었다. 무신경한 하쿠레이 레이무였지만, 그녀로서도 엄청난 폭언이었다. 그녀는 적어도 누군가의 약점을 가지고 험담을 하거나 이렇게 폭언을 하는 적은 없었다. 그녀도 이내 자기가 실수했다는 것을 표정으로 그대로 드러냈다.
“미, 미안해. 스이카. 이럴... 이런 말 할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아니야... 너도 지금 기분이 안좋을 테니까. 내가 이야기를 잘못 꺼냈어.”
이 오니가 자신을 이렇게까지 배려해주고 있다는 것에, 레이무는 다시 한번 놀랐다.
그래. 이 오니는, 이부키 스이카는, 남을 속이지 않고, 상냥한 녀석이다.
그렇다면 지금 자기 자신의 마음도 잘 알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에, 레이무는 다시 한 번 입술 깨물었다.
“저기, 레이무.”
“... 응?”
“기분이 나쁠지도 모르겠지만... 하나만 물어볼게.”
“...?”
스이카는 잠시 손을 맞잡고 레이무의 얼굴을 바로 보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
“지금, 네가 화난게, 유카리가 또 네 신사에서 제멋대로 행동했기 때문이야, 아니면 사나에에게 그렇게 했기 때문이야?”
“......”
레이무는 순간 놀랄 표정도 짓지 못하고 그대로 얼어붙어서는, 당장 대답하지 못했다. 사실 그때 자신이 왜 화났는지. 자신은 알지 못했다. 생각하지도 않았다. 아니, 그러고 싶지 않았다. 답은 알고 있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녀에게도 쌀쌀맞게 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어쩌겠는가.
모리야 신사에서 처음 만났던 그 순간부터, 그녀는 코치야 사나에에게 처음 관심을 가졌으며, 지금은 그녀를 좋아한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자신은 하쿠레이 무녀의 레이무였다. 누구에게도 평등하게, 누구에게도 차등을 두면 안된다. 그렇게 자신은 배우고 자랐다. 야쿠모 유카리도 그렇게 당부한 적이 있었다.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이부키 스이카는, 조용히 말했다.
“좋아하는구나. 사나에를.”
“... 응.”
레이무의 입에서, 말하고싶지 않았던 본심이 새어나왔다.
“그 녀석을, 좋아했어. 지금도 좋아해. 근데...!”
레이무의 무신경한 표정이 조금씩 무너지더니, 이내 눈가에 눈물이 조금씩 고였다. 당장이라도 흘러내릴 듯, 아슬아슬하게, 그리고 위태위태하게.
“근데 난 누굴 마음대로 좋아할 수도 없어...! 왜? 내가 하쿠레이의 무녀라서? 난 싫어... 이런거...”
레이무는 스이카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울기 시작했다. 참았던, 몇 개월간의 울분이 터져나오듯 쏟아졌다. 평소 감정표현이 확실하던 그녀였기에, 더욱 더 참기 어려웠을 것이다. 스이카는 말없이 그녀를 꼬옥 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행복하고 싶어...! 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즐겁게 웃고, 놀고, 같이 자고... 그렇게 남들처럼 행복하고 싶어...”
그녀의 우는 소리는 더욱 크게 울려퍼졌다. 그러나 이렇게 울어도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니 더 서러웠다. 하지만 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단지, 또 다른 형태의 이변이 닥쳐왔을 뿐. 한순간 몰아치고, 그 후에는 조용해질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슬픔에 잠겨 잊고 있었다.
이변이 끝난 후에는, 언제나 작은 변화가 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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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키핑분량이 다 떨어졌다.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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