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올게요~”
아직 해가 떨어지기도 전에 사나에는 설레는 마음으로 신사를 나서며, 스와코와 카나코에게 인사했다.
“잘 다녀오렴 사나에~”
“자, 잘다녀오렴.”
밝은 표정의 카나코와 달리, 스와코의 표정은 떨떠름했다. 전날 밤 잠도 제대로 못잤는지 눈도 퀭했다.
저멀리 두둥실 날아가는 사나에를 손을 흔들며 배웅한 뒤, 카나코가 스와코의 표정을 보고는 등을 쳤다.
“감기라도 걸렸어? 표정이 왜그래?”
“어, 그, 그게...”
카나코에게 말해야하나. 스와코는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어차피 카나코도 스와코의 보호자고, 자신과 카나코 둘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사이다. 말하는게 낫지 않을까. 그럼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하나. 곰곰이 생각했다. 물속에서 느껴지는, 사나에의 속살, 그리고 마치 땀을 흘리는 듯 물방울이 똑 똑 떨어지는, 새하얀 얼굴...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쾅!
스와코는 재빨리 몸을 돌려 문 앞 기둥에 머리를 냅다 처박았다. 꾸웅- 하고 요괴의 산 전체를 울릴 듯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스, 스와코? 왜그래? 미쳤어?”
한 두 번을 더 박고나서야, 스와코는 이내 머리를 박아대는 짓을 그만두었다.
“으... 우우...”
“응? 스와코? 무슨 일 있어? 사나에가 저번처럼 덮치든?”
욕실 밖에서 나체로 겹쳐있던 장면을 생각하며, 카나코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는 스와코의 어깨를 잡고 흔들며 말했다.
“으으... 으...”
스와코가 잠시 말이 없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머... 머리아파...”
탁, 카나코는 스와코의 어깨를 꼭 잡고있던 손을 놔버렸다.
-
“아야야, 아야.”
“그러니까 왜 갑자기 기둥에 머리를 박아대고 그래.”
까진 머리를 조심스럽게 닦아주며, 카나코는 한심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뿌...”
“뭐가 뿌야.
스와코는 따끔거리는 이마를 만지려다 카나코에게 제지당하고, 손을 든 채로 잠시 고민했다. 이걸 말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사실 확신이 있는건 아니었다. 그냥 자신의 착각이라고 치고 넘길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러기엔 며칠동안 사나에의 행동이 너무나도 이상했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단정짓자니 뭔가 애매하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넘기기에는...
“... 뭐해?“
벌을 서는 듯 가만히 들고있던 손을 내려주며 묻는 카나코의 표정은, 얘가 정말 심각한 것 아닌가 싶은 표정이었다. 스와코는 그 표정을 보고는, 역시 말해야겠지, 하는 생각을 굳게 먹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
“... 카나코.”
“응?”
“그... 좀 바보같이 들릴지도 모르겠는데 말이야...”
역시 말하기 힘든지 스와코는 길게 운을 떼며 말했다. 카나코는 평소 그대로의 표정으로 시큰둥하게 말했다.
“지금도 충분히 바보같아 보이니까 말해.”
“윽... 어쨌든 사나에가 말이야...”
카나코는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그... 날 좋아하는 것 같아서...”
“그야 좋아하지. 그게 뭐가 문젠데?”
“그, 그러니까!”
스와코가 팔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서, 성적으로, 이성적으로, 연애를 한다는 의미로!”
“응? 풉, 큿, 캬하하하하! 스와코 요즘 농담도 잘한다니까! 응, 이건 좀 웃겼어!”
잠시.
“... 정말?”
“정말이라니까! 요즘 나한테 대하는 태도도 그렇고, 또 나랑 목욕하면서 막 막 야릇한 느낌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어쩌죠’ 이렇게 물어봤다니까아!”
“와...”
카나코가 할 말을 잃은 듯, 가만히 턱을 괴고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응.”
몹시 진지한 표정으로, 야사카 카나코가 말했다.
“왜 하필 네 쪽이니? 너보단 확실히 내가 더 매력있을텐데.”
“너도 정상은 아니구나...”
스와코가 이젠 망했어, 하는 표정으로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연신 비벼대고 생각했다.
아, 신에게라도 빌고싶다.
아, 맞다. 우리가 신이지 참.
“방금 그건 농담이고... 그래서 어쩔거야?”
“뭘 어쩌냐니. 지금 당장 사나에한테 가서 키스라도 해?”
“그럴 리가... 내가 말하는건... 그... 이렇게 된 이상 말해야하지 않을까.”
“말하자니... 그거?”
코치야 사나에와 모리야 스와코의 관계. 사나에가 그녀의 먼 후손이라는 이야기였다. 물론, 이런 이야기가 나온만큼 지금까지 사나에에게 이 이야기를 한 적은 없다.
“그걸 말해야... 될까.”
“어쩔수 없잖아. 아무리 너랑 사나에가 엄~청 세대가 다르다고 해도, 같은 핏줄이니까.”
“엄~청 이라는 부분이 참 듣기 싫게 들리는데.”
“어머, 착각이야.”
“진심으로 내가 사나에 때문에 신경이 예민해진게 아니길 바랄게.”
한가롭게 이런 농담도 주고받으며, 두 신은 잠시 고민했다. 카나코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 혹시 네가 오해하는 걸수도 있으니까, 일단 조금 지켜보고 이야기하는게 좋을 것 같아.”
“아우우... 그렇겠지?”
스와코는 울상이 되어 수긍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자신이 정말 바보같은 착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맞다고 애써 생각하려는 것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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