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흐응~ 개운해~”
문이 열리고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 속에서, 코치야 사나에가 콧노래를 흥흥 부르며 걸어나왔다.
“레이무 씨도 슬슬 깨울까...”
수간으로 머리를 털면서 사나에가 중얼거렸다.
“으, 좀 찝찝해...”
전날 입었던 옷을 입자니 부담스러웠는지 사나에의 표정이 약간 일그러졌다. 게다가 어제는 실내에서 술을 마셔 땀도 꽤 흘렸었다.
“레이무 씨는 어떤 냄새가 날까... 으으음...”
혹시나 어디 입었던 속옷 같은게 떨어져있지 않을까, 하며 그녀는 주변을 조심스럽게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제 씻지도 않은 레이무의 옷가지가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여기저기 둘러보기를 잠시.
“역시 없다아아아ー.”
하려는 행동 자체가 잘못되었는지는 생각해보지도 않은 듯, 사나에는 실망하며 레이무가 있는 방으로 힘없이 걸어갔다. 레이무는 여전히 세상모르게 자고있는 채였다. 사나에는 레이무에게 가까이 다가가 앉고는 그녀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사나에에게는 씻지도 않은 지금의 레이무의 모습도 이쁘게만 보였다.
‘그래도 좀 신경쓰여.’
그녀는 손가락을 들어, 레이무의 코에 흐르는 기름을 살짝 닦아보았다. 핥아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랬다가는 어쩐지 숙녀로서 넘어선 안될 선을 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만두기로 했다. 그 대신, 다른 손가락으로 레이무의 입술을 살짝 건드려보았다.
“으음...”
“히익!”
입술에 손가락이 닿자마자, 레이무가 입을 벌려 손가락을 삼키려 했기에, 사나에는 화들짝 놀라며 손을 뗐다. 그렇지만 음냐 음냐, 하는 레이무의 잠꼬대를 보자니, 사나에는 장난기가 동했다.
“이렇게 보면 그냥 귀엽기만 한데.”
몸을 최대한 숙여 자는 레이무의 얼굴을 바라보며, 사나에가 생각했다. 제멋대로이기만 한 이 사람도 잘 때는 그냥 소녀와 다를게 없구나, 하며 그녀는 자고있는 레이무의 얼굴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그러던 와중, 뒤척이던 레이무의 손이 사나에의 손 위에 얹어졌다.
"?!"
사나에는 순간 당황했지만, 눈을 뜨지않는 레이무를 보고 그녀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시 레이무의 얼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레이무 씨도 참, 이렇게 무방비로 주무시면ー”
큰 상관이 없다. 애초에 신사에 찾아오는 사람이라곤 마리사나 요괴인 스이카들 뿐이고, 위험하다면ー 유카리 정도였다. 사실, 지금의 상황에서 제일 위험한 사람은 레이무의 눈앞에 있는 사나에였지만.
‘머리 안 감았는데도, 머릿결 좋네...’
어느새 사나에의 손은 레이무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얼굴을 레이무에게 점점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서로의 숨결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 사나에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저, 저지를까...?’
딱 한번. 한 순간.
입술을 맞닿았다 떼기만 하면 된다. 이정도로 레이무 씨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고 생각하며 조금씩 입술을 내밀며 다가갔다. 거리가 가까워지는 만큼, 레이무의 숨결 또한 느껴졌다. 그에따라 사나에의 몸 또한 떨려왔다.
‘핫.’
무언가에 홀린 것인지, 무언가에 머리를 맞은 것인지, 순간 사나에는 제정신을 차리며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나, 그... 레이무 씨가 자는데... 무방비 상태에서...’
남들이 보면 당장에라도 말릴 광경이었다.
조금씩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있는지 깨달은 사나에는, 그만 단념하고 고개를 빼려하는 그 순간. 침에 젖어 촉촉해진 레이무의 입술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순간 사나에는,
이제 나도 모르겠다, 며 속으로 소리질렀다.
그녀가 정신을 차린 순간.
사나에는 레이무와 입술을 맞닿은 자신을 발견했다. 그러고 있기를 잠시. 그녀는 천천히 입술에서 입을 떼었다.
‘생각보다 뭔가 있거나 하고 그러진 않네...’
그녀가 태어나서 처음 겪은, 첫키스의 감상은 솔직히 말해서 조금 실망이었다. 그때문에 좀 더 다른 느낌을 받기 위해 좀 더 오래 그렇게 있고 싶었지만, 그러다가는 레이무가 깨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쉽지만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환히 드러난 레이무의 팔을 쓰다듬어 보면서.
‘땀 때문에 끈적끈적해.’
하지만 방금의 상황으로 오히려 이성이 돌아온 그녀로서는 딱히 변태적인 무언가를 해보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음... 레이무 씨? 일어나세요.”
레이무의 머릿결을 쓸어넘기면서 얼굴을 바라보던 사나에는,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물론 그녀는 일어나지 않고, 변함없이 평화롭게 자고 있었다.
“어쩔 수 없나...”
그냥 이대로 자게 놔두자. 하고 생각하며 사나에는 아직 점심 먹은 그릇을 씻지 않았던 것을 떠올리고는, 혹시나 레이무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일어나며 살금살금 걸어갔다.
‘내일은 제정신으로 레이무 씨랑 같이 있어야지!’
이렇게 다짐하면서, 그녀는 내일 레이무와 있을 여러 가지 일들을 즐겁게 상상하며 주방으로 걸어갔다.
(IP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