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으... 머리아파... 에취!”
“그러길래 누가 대낮부터 술 마시고 추운 바닥에 누워있으랬니... 에취!”
이른 아침부터 두 소녀의 코맹맹이 소리가 신사 내에 울려퍼졌다. 아무래도 그 추운 날씨에 그런 옷차림으로 있는 것은 역시 무리였던 것 같다.
“그 너구리, 멀쩡하게 있으면 가만 안 둬... 크응. 킁.”
레이무가 숨을 연신 막아대는 콧물을 넘기며 이를 갈았다. 사나에는 그런 와중에도 이불을 가지런히 정돈한 후, 원래 있던 곳에 반듯이 돌려놓았다.
“아, 잘했어. 에, 에취!”
지독하게도 제대로 된 감기에 걸린 듯, 기침과 콧물은 멈출생각을 하지 않는다.
“으, 이젠 진짜 가을옷 꺼내야지... 신주님 맙소사...”
“이러지 말고, 킁. 차라리 영원정에 가서 진찰이라도 받는게, 킁. 어떨까요? 크흥.”
감기기운이 제대로 올랐는지 사나에가 연신 코를 훌쩍거렸다.
“그건 내가 팔 한 짝이 날아가도 안할거야. 쿨쩍.”
손을 절레절레 저으며 질색이라는 듯 말하며 레이무가 말했다. 사나에가 이제서 생각났다는 듯 황급히 일어났다.
“아, 맞다! 훌쩍. 카나코 님이랑 스와코 님 아치임.... 에취!”
“됐어. 벌써 해가 중천인데, 킁. 무슨 아침이야.”
레이무가 주방으로 걸어가면서 사나에를 바라보며 말했다.
“뭐라도 먹고 가. 킁. 오늘은 킁. 스이카도 안들어, 킁. 오는 것 같으니까.”
“그래도 되요?”
“설거지 할 사람이 없어서, 킁. 그래.”
“에헤헤. 그럼 사양않고.”
그렇게 말하며 사나에는 냉큼 일어나더니, 레이무를 따라 주방으로 걸어왔다.
“뭐야.”
“밥 하시는 거 아니에요? 도와드릴게요.”
“... 킁. 손님한테 도움 받을 정도로, 킁. 심한 감기는 아닌데.”
“가만히 앉아있기 불편해서 그래요. 에헤헤.”
“그래... 뭐...”
그렇게 말하며 레이무는 더 이상 사나에를 말리지 않고 부엌으로 향했다.
“흐아아아아아아아암. 피곤하네, 아직.”
“피곤하시면 제가 차려 드릴까요?”
“아냐. 됐어. 크흥.”
레이무는 그렇게 말하며 찬장을 뒤져보기 시작했다. 사나에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고 찬장을 흘끗 바라보았다. 재료들을 하나씩 곱씹어보며 뭘 해 먹을지 골라보는 레이무의 인중은 계속해서 흘러내리는 콧물을 닦아내어, 새빨갛게 되어있었다.
“레이무 씨는 꽤 검소한 편이시네요?”
코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콧물을 손가락으로 슥 닦으며 사나에가 물었다.
“응? 그런 편인가?”
“네에... 조금?”
혼자 사는 집이라 그런지, 레이무의 주방은 확실히 검소했다. 이런저런 재료를 내려놓으며 레이무가 말했다.
“예전에 어떤 천인인가 뭔가가 신사를 박살내놔서 그때 좀 어려워지긴 했지만, 가난하다는 소리 들을 정도는 아닌데. 킁.”
“아, 아뇨! 가난하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는데!”
“아니면 말고.”
둘은 그렇게 말하며 주방을 뒤적거렸지만, 딱히 먹을만한 것은 없었고,
이리저리 찾아낸 끝에 우동 정도로 해결을 하기로 했다.
“흐으으으응~ 따뜻해요오...”
“콧물이 싹 빠지네.”
남은 국물을 호로록 넘기며 레이무가 말했다. 두 사람 모두 막힌 코가 뻥 뚫린 듯 했다. 둘은 속을 채우는 따뜻한 기운을 느끼면서 드러누웠다.
“이대로 자버릴 것 같아요...”
“안 돼ー, 오늘은 들어가.”
“네에ー,”
바닥에 누워 아직도 남은 두통을 애써 참으며, 사나에가 말했다. 바깥으로 보이는 해는 이미 중천을 넘어 서서히 기울고 있었다. 선선한 가을의 바람을 만끽하며, 둘은 식후의 나른함에 빠져들었다. 서로의 눈꺼풀이 무거워지며 잠이 솔솔 오기 시작할 무렵, 레이무가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 먼저 말을 꺼냈다.
“아 맞다, 너 내일도 낮에 또 쫄래쫄래 오지마라.”
“에, 왜요?”
레이무가 드러누운 채로 시선을 돌려 사나에를 한심하게 바라보며,
“바보야. 내일 연회 있잖아.
“아, 그랬죠.”
“아 그랬죠, 가 아니라... 어쨌든 그날 또 줄창 술마셔야 되니까 쓸데없이 힘 안 뺄래. 준비도 해야되고.”
“바쁘세요?”
“아니... 바쁜건 아니지만.”
누운 채로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두 소녀는 마주보고 있었다.
“아니면 제가 도우러 갈까요?”
“어... 아니.”
사나에의 얼굴이 울상으로 변했다.
“아니 그... 어차피 스이카도 있고, 딴데서도 그 토끼 녀석들이나 요우무가 와서 도와주니까, 넌 그냥 오기만 해. 오기만.”
“음, 그래도 되요?”
“언젠 안그랬니.”
천연덕스럽게 레이무가 대답했다.
“그나저나 졸리네...”
몸을 이리저리 꺾고 흔들고는, 졸린 표정으로 레이무는 몸의 힘을 쭉 빼며 말했다.
“으음... 나 잠시 잘테니까 있다 깨워.”
그렇게 말하고는, 레이무는 그릇도 치우지 않고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사나에는 그릇을 들고 일어나며, 그녀를 잠시 흘깃 쳐다보았다.
여전히 하얀 피부, 거기에 대비되는 까만 눈썹, 그리고, 반질반질한 피부.
ー잠깐.
‘아, 안 씻고 잤구나... 우리.’
주방에 그릇을 두고 나온 사나에는 그제서야 자기 얼굴에 낀 기름기와 어쩐지 부스스한 머리카락의 상태를 깨달았다. 감기기운도 잊어볼 겸.
잠까지 잤는데 샤워도 하고 가면 어때, 하는 핀트가 어긋난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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