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에에이무우우우 씨이이이이-”
힘없는 목소리로 사나에가 레이무를 애타게 불렀다.
“그래, 그래. 나 여기있어.”
그녀를 부축하는 레이무 역시 힘없이 대답했다. 마미조의 말이 틀리지 않고, 술은 꽤나 지독했다. 물론 그 이후에 시켰던 술의 양이 ‘꽤’ 많았던 것도 한몫했다.
“제에성해여, 또 이렇게 레이무 씨한테 짐만 대고-”
“... 알겠으면 주량을 늘리던지 조금쯤은 자제해서 마시던가 하도록 해.”
“네에에에- 사나에 노력할게요오오~”
레이무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더 맛있었써요~ 엄처엉!”
“어, 확실히 맛은 있었어.”
마미조가 가져온 술은, 확실히 맛있었다. 분명 느껴지는 도수는 꽤 높은 듯 했지만, 포도주처럼 딱히 역한 알코올향이 느껴지지도 않았고 그것을 감싸려고 억지로 낸 듯한 과일향도 없이 거슬림없이 맛있었다. 물론 안주도 맛있었지만.
“흐윽흑, 맛있었다앙. 오늘의 밥은.”
“뭐라는거야...”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며, 사나에의 몸이 흔들렸다. 그에따라 레이무의 몸 역시 흔들렸다. 레이무가 소리쳤다.
“아 좀!”
“흐아아앙, 레이무 씨 무셔-”
‘역시 어떻게든 마미조한테 떠넘겼어야 했어...’
처음엔 레이무도 그럴 생각이었다. 하지만 마미조는 한사코, 자신은 안되고 레이무더러 하쿠레이 신사에서 재우든 모리야 신사로 데려다주든 하라는 것이다. 뭐라 항의하려 하니 마미조는 ‘오늘 술은 내가 냈으이 레이무 낭자는 그정도 부탁은 들어주겠제?’ 라는 말로 레이무를 제압하고 훌렁 떠나버렸다.
“아, 더 이상은 못 가겠어. 더 이상은.”
사나에를 앉히며 레이무가 주저앉았다. 술기운이 도는 상태에서 비슷한 체형의 여자를 끌고 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으응? 우리 다 왔어여?”
천진난만하게 주위를 둘러보며 사나에가 말했다. 물론 집은 아니거니와 마을도 아니고, 산의 한 중간일 뿐이었다. 그런 사나에를 무시하고 레이무는 나무에 등을 기대고 잠시 숨을 돌렸다. 서로 드러난 팔 부분이 닿아 그 감촉이 느껴졌다.
“으흐흥흥, 레이무 씨 따뜻해여-”
“술마셨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레이무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피부로 따뜻한 숨결이 느껴지기에, 눈을 뜨니, 사나에의 얼굴이 그녀의 시야를 덮었다.
“으아아!”
순간 놀란 그녀는 소리를 지르며 기겁했다. 그러나 시선을 떼려하진 않았다.
“레이무 씬 제가 무서운가봐여?”
“에? 그... 아니, 그런건 아니고...”
“근데 왜 방금 놀라신거에여?”
“그, 어, 애, 애초에 그렇게 갑자기 다가오면 누구라도 놀라!”
“역시 레이무 씬 제가 싫으신거구나아...”
그렇게 말하며 사나에는 쪼그려앉으며 얼굴을 파묻어버렸다. 소심하게 조금씩 엉덩이와 다리를 움직이면서 거리를 벌리며.
“아니, 야. 잠깐, 그게 아니...”
“제가아!”
화악. 하고 사나에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레이무의 양 팔을 붙잡았다.
“제가 얼마나 레이무 씨 걱정을 하는지 아세요 모르세요오? 이 팔도... 이 팔도...”
“...팔?”
레이무는 굳게 잡힌 자신의 양 팔을 바라보았다. 민소매에 드러난 어깨와, 팔의 라인.
“레이무 씨가 그렇게 하고 다니시면 딴 남자들이.... 으응... 무슨 생각을 품을지 모르잖아요오...”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니니...”
“아니에여.”
사나에는 한쪽 팔을 잡고있던 손을 놓고 두 팔로 레이무의 오른팔만을 쥐더니.
“왜냐하면은- 레이무 씨의 피부는 이렇게 부드럽고 하얘서어... 보고만 있어도 엄청... 엄청 보기만 해도 만지고 싶은데에...”
그렇게 말하며 사나에는 자신의 볼을 레이무의 팔에 갖다대 비벼댔다. 레이무는 다시 한 번 놀라, 그녀를 떨쳐놓고 소리질렀다.
“으아아아아! 너 지금 뭐하는거야아!”
“에에... 뭐하고있냐고 물으시면은...”
사나에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제가 레이무 씨의 팔을 핥으려 했다가아... 또 겨드랑이를 만져보려고 했다가아...”
점점 무서운 소리를 태연하게 하면서 사나에가 말했다.
“역시 못할 것 같아서 뺨을 갖다댔어요오. 기분 좋았어여.”
“그, 그래...?”
뭐라 반론할 말도 없는지, 레이무는 그냥 수긍하며 일어섰다.
“가자. 이러다 해 질라.”
“네에에에엥-”
그녀의 말에 사나에는 순한 양처럼 일어섰다.
잠시 후. 신사의 계단이 끝나고 토리이가 보이자 레이무는 사나에를 내려놓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그리고는 토리이에 힘없이 몸을 기댔다. 사나에가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우우우, 여기 어디에여?”
“어디긴, 우리 신사지. 마미조가 자신만만하게 너희 신사에 말해준다길래, 그냥 데려왔어. 이 상태로는 나도 거기까지 찾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고-”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레이무가 머리를 쥐며 말을 끊었다.
“‘우리’신사라니, 엄츠어엉... 꺄아아앙-”
“... 뭔 소리야...”
힘없이 토리이에 기댄 레이무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제 해는 거의 기울고, 붉게 물든 노을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예쁘네요오오...”
사나에도 레이무가 바라보는 것을 보며 말했다. 레이무도 공감했다. 확실히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추워여어어-”
“나도. 근데 움직이긴 싫네.”
“이대로 얼어죽는건 아니겠져?”
“그럴 리가.”
해가 지기 직전의 공기는 점점 차가워져오고 있었다. 해가 조금씩 내려갈수록, 기온도 내려가는 것 같았다.
“저기, 레이무 씨.”
“왜.”
둘은 잠시 말이 없었다. 사나에는 생각했다. 또 한참을 생각했다. 잠시동안 조용히 둘은 노을만을 응시하더니, 사나에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레이무 씨느은... 제가 귀찮거나 하진 않으신거져?”
“응?”
어쩐 일인지 사나에는 머리가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그게... 제가 레이무 씨를 찾아오면으은... 매일 쌀쌀맞게만 말하시고... 그래도 내색은 안하시고 그러시자나여.. 그래도 만약 제가 방해가 대면은...”
“괜찮아.”
“에?”
사나에가 여전히 멍한 눈으로 레이무를 바라보았다.
“괜찮다고... 솔직히 좀 귀찮지만... 상관없어.”
여전히 노을을 바라보는 레이무의 표정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평소와는 약간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귀찮게 구는게 싫지는... 않으니까.”
“으응...”
사나에는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레이무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음...”
몸은 무거웠고, 머리도 다시 아파왔다. 머릿속은 안개에 둘러싸인 듯 모든 생각이 불확실했다.
“그래도오... 고마워요.”
“뭐가?”
노을에서 시선을 떼고 사나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둘의 시선이 마주치고, 사나에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더... 레이무 씨는 제가 싫진 않은거잖아여...”
“잘은 모르겠지만 그렇네.”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여.”
그렇게 말하며 사나에는 눈을 감았다. 레이무는 쓴웃음을 지으며 사나에를 톡 건드렸다.
“넹?”
“자, 무릎. 바닥은 평평하잖아.”
“그래도 되요오?”
“마음 바뀌기전에, 3, 2...”
기쁜 표정으로 사나에는 말없이 레이무의 쭉 편 다리위에 누웠다.
“에헤헤, 편해요오...”
“누구 무릎인데.”
그렇게 둘은 잠시 가만히 있었다. 저녁공기는 싸늘했지만 춥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서로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거리였지만, 냄새라곤 술 냄새 뿐이었다.
“아, 아아아. 맞다.”
“또 왜.”
“집에 가야하는데에...”
“이 상태로 어딜 가. 그냥 있어.”
“네에?”
“뭐 들은거야...”
레이무는 잠시 말이 없더니,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해는 이미 저물고, 하늘은 점점 탁한 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오늘, 여기서 자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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