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에에...”
인간마을에 자주 들리는 것도 아닌데다, 무언가를 먹으러 오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사나에가 본 가게의 풍경은 색다른 느낌이었다. 현대에는 식당과 술집이 따로 나눠져 있는 느낌이라면, 환상향은 그 구분이 모호한 듯했다.
“술집은 처음인데에...”
조심조심 난생 처음 느껴보는 색다른 분위기에, 사나에는 신기하게 가게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여~ 사나에 낭자~ 여기있네 여기~”
마미조가 사나에를 보고 손을 흔들며 그녀를 불렀다. 그녀가 앉은 자리에는 이미 한 상을 해치운 듯, 메뚜기 떼가 지나간 듯 휑하니 접시만 남은 채였다.
“엉? 빨리 왔네.”
이미 한 상을 다 해치운 레이무는 차까지 한 잔 들이키고 있는 상태. 마미조는 멋쩍은 듯 웃으며 사나에에게 말했다.
“레이무 낭자가 그렇게 한사코 먹고싶다고 해서 말이제. 그래도 중요한 술은 안 뜯었으니, 거짓말한건 아닌긴가?”
“아뇨, 아뇨. 상관없어요. 헤헤.”
당연하다는 듯이 빈 자리 중에서 레이무의 옆자리를 꿰차 앉으며 사나에가 말했다.
“흐흥,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마.”
그런 그녀를 흥미롭다는 듯이 바라보며 마미조가 대답했다. 장발의 훤칠한 모습을 한 마미조는, 성가신 복장으로 몸을 꽁꽁 싸매고 있는데도 원래의 모습과는 다르게 농염한 색기가 흘러나왔다.
“그나저나 마미조 씨는 웬일로 술을 다 사주시는거에요?”
점원이 가져온 차를 받아 홀짝 마시며 사나에가 물었다.
“말했잖는감.”
마미조도 어느새 찻잔을 들고 편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연장자가 아랫사람에게 술을 사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도리인기라. 물론 내는 요괴다보니 돈이 어디서 솟아나는 게 아니라 자주는 못사줬네만...”
“그러게. 나도 이제 여러 녀석들한테 얻어먹으러 다녀야겠어.”
차의 김 너머로 레이무가 말했다.
“그라믄 일단 사나에 낭자도 왔으니께 슬슬 안주를 시키는게 좋겠구만. 여그, 여그 주문 있는디-”
잠시 후.
차려져 있던 상이 치워지고, 먹음직스러운 양꼬치가 접시에 가득 담겨 나왔다. 신기한 것을 보는 듯 사나에가 물었다.
“와아~ 환상향에도 양이 있어요?”
“그라믄 있고말고. 환상향이라고 다 잊혀진 존재만 있는건 아니니께. 그카믄 너무 재미없지 않겠나? 낭자만해도 오늘 고기 싸들고가지 않았는감?”
“에, 그렇게 말하면 할 말 없지만요.”
그렇게 말하며 레이무와 사나에는 한 입씩 베어먹고는 잠시 행복감에 잠긴 얼굴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말했다.
“맛있어!‘
“맛있어요!”
마미조가 기쁜 웃음을 지으며 자신도 양꼬치를 하나 잡아들며 말했다.
“여그는 쬐까 별미니까 말이제. 요괴들은 죄다 생으로 먹는걸 좋아하니 이렇게 맛있는 건 여그나 저어기 홍마관 정도에서나 먹을 정도여.”
그녀도 한 입 베어먹더니 만족스러운 얼굴로 말을 이었다.
“것보다 이 맛은 먹어도 먹어도 질리질 않는구마-”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는 예의 술병을 꺼내며 점원을 불렀다.
“여그 청주 한 병, 아니 두 병만 주소.”
술잔과 술병을 받아들고는 그녀는 우선 주문한 청주의 뚜껑을 열더니,
“암만 그래도 술을 가져왔는디 술을 안 시키는건 가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 말이여...”
그렇게 말하고는 레이무에게 잔 하나를 갖다주더니 따라주고, 사나에에게도 잔을 내밀었다.
“탄막싸움보다는 이리 만나는 것도 때로는 좋지 않은감?”
마미조가 씨익 웃어보였다. 사나에도 그 웃음에 편안함을 느끼고는, 두 손으로 잔을 받아 술을 받았다.
“자 자, 한잔 혀. 이야그는 술 좀 들어가서 해도 괜찮으니께 말이지.”
한 잔. 그리고 두 잔. 연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느낌 덕분일까. 안주 덕분일까. 그렇게 못 마시던 술을 사나에는 냉큼냉큼 받아 마셨다.
“그러니까 요즘은 너무 힘들다니까. 딱히 이변이랄 것도 없고, 너무 평화로워서 사람들이 안 찾아와서 뭐라도 일어나면 좋을 정도야~”
“하쿠레이의 무녀라는 처자가 할 말은 아닌 것 같구마.”
“그런가. 하지만 무녀도 사람이라 먹고는 살아야하거든.”
이미 주문한 청주의 한 병은 이미 비워져있었고, 벌써 두 병째를 개봉해 마시고 있었다. 사나에는 분위기 덕분인지 딱히 취기가 오르는 것 같지도 않았다.
“역시 좀 답답하네. 난 잠시 바람이라도 쐴테니까 너희들끼리 잠깐 마시고 있어.”
레이무가 일어서 기지개를 하며 자리를 떴다.
‘저렇게 대놓고 기지개 하면 겨드랑이 다 보이는데...’
그런 레이무의 팔 쪽을 유심히 관찰하며 사나에가 생각했다. 그리고 홀짝.
“흐음, 사나에 낭자는 어때, 요즘 살만한감?”
“네?”
술잔을 들고 웃으며 묻는 마미조의 표정은 여전히 웃음이 가득했다. 나이 든 사람같은 말투로 나이 든 사람이 할 질문을 태연하게 하는 그녀의 모습은, 전혀 어울리지 않게 미인이었다.
물론, 그녀의 변장하지 않은 모습이었다면, 약간 어색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저야 음... 그냥 그렇죠. 마미조 씨도 바깥에서 오신지 얼마 안되셨다고 하셨죠?”
“뭐 그래도 내는 쬐까... 음... 요괴니까 말이제. 사나에 낭자보다는 낫겠지.”
그녀는 얼마 남지 않은 청주의 잔을 사나에에게 따라주며 말했다.
“아, 제가 따라드릴게요.”
“응? 딱히 나이 든 척 하고싶진 않은디, 고마우이.”
잔을 받으며 마미조가 턱을 괴고 흥미롭다는 듯 사나에를 쳐다보았다.
“왜 그러세요?”
그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사나에가 마미조에게 말했다.
“응? 아무것도 아니여. 그냥 단지 뭔가 묻고싶은게 있다 싶어서 말이제.”
잔을 다 따라 준 사나에가 손에 쥔 술병의 내용물을 찰랑, 흔들며 확인해보고는 내려놓았다.
“어떤거요?”
“어디까지나 가볍게 물어보는 것인데 말이제...”
마미조가 잔을 들며 어필했다. 사나에는 공손히 잔을 들어 짠 하고 부딪히며 술잔에 입을 가져갔다.
“낭자는 레이무 낭자에게 연심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이야기 정도여.”
“우푸풉?!”
술을 막 입에 받아 넘기려던 사나에의 입에서, 순간 술이 뿜어져나올 뻔 했다.
“무, 무, 무.”
무슨 말을 하시는 거에요. 라고 말하려고 했으나 반사적으로 삼킨 알코올이 식도를 자극해,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마미조는 약간 심술궂은 표정을 하며 그 모습을 감상하더니, 술을 들이켰다.
“너무 놀랐는감? 딱히 이렇게 놀려줄 생각은 아니였는데 말이제.”
“그...”
방금까지 먹었던 술기운이 확 올라오는 것일까, 사나에의 얼굴이 새빨개지며 말했다.
“그... 티 나요...?”
마미조가 처음으로 크게 한 번 웃었다.
“아하하! 둘이 붙어있는 걸 보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여.”
“우으...”
그녀의 웃음에 부끄러운 듯 사나에가 조심스럽게 안주를 집어들고 깨작거렸다. 마미조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와 그렇게 부끄러워하는고? 레이무 낭자 정도면 매력적이지 않는가.”
“그래도... 그... 여자가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면은...”
사나에는 속으로 생각했다. 거짓말 한 점 없는, 솔직한 감상.
“기분... 나쁘지 않을까요...?”
“기분이 나쁘다?”
마미조가 흥미로운 대답이라는 듯 잠시 웃음을 거두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웃음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기분이 나쁠 게 뭐가 있겠는감? 아.”
마미조는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 잠시 말을 끊고.
“아하, 이제 생각났구마. 사나에 낭자는 바깥에서 온 처자라는걸 말이제. 확실히 거기선 그런게 있긴 했제.”
사나에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마미조는 선생님이 학생에게 답을 가르쳐주듯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네도 말하지 않았는가? 환상향에서는 상식에 얽매여서는 안되는 거라고. 그렇게 말하고서는 이제와서 자기 마음을 숨기고 속이고 지금처럼 꽁해 있을기가?”
그녀는 뭐에 한 대 맞은 듯한 얼굴의 사나에를 뒤로하고 잔을 따랐다. 그러고는 사나에의 앞에 술병의 주둥아리를 내밀면서 말했다.
“그런 거라면 걱정 없으이 걱정말기라. 여그는 환상향 아니겠는감.”
사나에는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술잔을 들어 술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말없이 서로 술을 들이켰다. 그러고는 안주를 한입씩 먹었다. 마미조가 먼저 침묵을 깨며 물었다.
“그래서, 대답을 들려줬으면 하는디야. 사나에 낭자는, 레이무 낭자에게 생각이 있는지?”
“저, 저는...”
사나에는 뭔가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입밖에 나오지 않았다. 말하기 싫은 것보다도, 무언가가 그녀의 목을 틀어쥐고 막는 느낌이었다.
“아, 역시 바깥이 좋네~”
그 팽팽한 긴장감을 끊어버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음? 레이무 낭자 왔는감? 오래 걸리는구마.”
“잠깐 바람 쐬러 나간건데 아큐랑 코스즈를 만나서 말이지... 코스즈 녀석, 날 보자마자 당신 찾던데, 당신 또 이상한 짓 한거 아니지?”
“아, 아하하. 그럴 리가 있겠는감. 마침 이제 제대로 된 술을 뜯을 참이었네. 싸게싸게 앉그라.”
마미조가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을 하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아직도 멍한 표정의 사나에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쿡 찌르며.
“사나에 낭자, 듣고있는감?”
“아? 네? 네. 네에...”
아직도 새빨개진 얼굴로, 사나에는 멍하니 대답했다.
“뭐야, 이거먹고 취한거? 얘는 돌려보내지?”
“그럴수야 있나. 설령 보내려고 해도 사나에 낭자가 거부하겠지만.”
마미조가 쿡쿡 웃었다. 레이무는 한숨을 쉬고 말했다.
“그래, 그래. 어쨌든 그 화려해 보이는 술 맛이나 한 번 보자고.”
무표정한 얼굴로 턱을 괴며 레이무가 말했다.
이후 당연하게도, 그녀들은 이 술 외에 다른 술을 더 시키고는, 해가 질때가 되어서야 돌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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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가 아마 이것보단 재밌을거임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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