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에는 지면의 감각을 신발 너머로 느끼며 ‘역시 걸어다니는게 좋다’라고 생각했다. 현대의 도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가진 환상향의 마을의 공기를 느끼며, 그녀는 오늘 저녁 반찬은 뭐가 좋을까, 하고 고민했다.
“... 고기.”
짤막하게 사나에가 말했다.
“역시 오늘은 고기가 좋을 것 같아.”
그렇게 작게 말하면서 그녀는 정육점으로 걸어갔다. 사람은 역시 고기를 먹어야 힘이 나지, 이렇게 생각하면서.
‘돼지고기가 좋겠지? 소고기? 닭고기? 튀겨서 먹으면 치킨이랑 비슷한 맛이겠지? 그냥 규동으로 해먹는 것도...’
보기만해도 맛있어 보이는 고기들을 보자 저녁때 먹게될 성찬들이 떠올라 더욱 신이났다.
“사나에 님은 갈수록 얼굴이 고와지셔~”
마을의 아주머니 하나가, 그렇게 말했다.
“그러게요~ 역시 젊어서 그런지~”
“사나에 님은 아직 한창때니까요~”
가게에 모인 마을의 여자들이, 사나에를 둘러싸고 그녀의 외모를 하나하나 품평하기 시작했다. 이 나이때의 주목받는 소녀들- 히에다 가의 소녀나, 어린 무녀라던가 책방의 딸 역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지만, 보통 가끔씩이나마 이렇게 밖에 얼굴을 비추는 사나에는 더욱 더 주목받았다.
여기서 반요인 카미시라사와 케이네는 이야깃상에 오르지 않는 것은 이야기하지 않도록 하자.
“아... 하하... 그런, 가요...?”
사나에는 이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바깥에서 아주머니들에게 주목을 받던 것이 떠올라, 그리움 반 부담 반의 심정이었다.
“좀 예뻐졌어요? 정말로요?”
물론 지금의 사나에에게는 그런 부담보다는 예뻐졌단 말을 듣는 것이 더 기분 좋았다. 마치 딸이 재롱을 피우듯 귀여운 척도 해보고 하면서. 잠시 후 고기를 사러 가게에 들어갔을 뿐인 사나에는, 자신감과 신남으로 무장하고서는 가게에서 걸어나왔다.
“다음은~ 야채~ 야채~”
고기가 한가득 들어있는 봉투의 묵직함을 느끼며 주변의 풍경을 관찰했다. 바깥 세계에선 TV, 인터넷에서나 볼 법한 오래된 양식의 건물들, 옛날 옷을 입은 마을사람들. 요괴가 있다는 것만 제외하면, 많은 장년층들이 꿈꾸는 전원생활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 레이무 씨?”
막 야채가게에 들어가려 한 사나에는, 멀리서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탐스러운 붉은 리본을 한 소녀를 보고는, 반갑게 소리쳤다.
“레이무 씨~ 안녕하세요~”
그 우렁찬 소리는 마을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사나에를 쳐다볼 정도였다. 레이무도 예외는 아니었다.
‘쟤 뭐 하는거야...’
천진난만하게 뛰어오는 사나에를 보면서, 레이무는 빚쟁이라도 만난 듯 한숨을 쉬었다. 그런 그녀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표정이 왜 그러세요 레이무 씨?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어요?”
“기분 나쁜 일이겠지.”
“아, 맞다.”
가끔 눈앞의 소녀의 지능이 치르노 수준으로 멍청한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안그래도 오늘도 찾아가려고 했는데, 여기서 만나네요!”
천진난만하게 말하는 사이, 그녀들 사이로 다른 목소리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이구, 이게 누구신가.”
그 목소리에 돌아본 곳에는, 장발을 하고 머리 위에 나뭇잎을 얹은 후타츠이와 마미조가 서있었다.
“오랜만이네. 너구리.”
“여전히 레이무 낭자는 거칠구마.”
마미조는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손을 살랑살랑 휘저었다. 사나에는 잠시.
“요.”
순간 외관으로는 구분하지 못한 채, 그 목소리와 말투의 주인을 떠올리고는 저도 모르게 외쳤다.
“요오오ㄱ... 읍?!”
“쉬이.”
마미조는 길다란 검지를 사나에의 입에 올리더니, 다른 한 손의 검지를 자신의 입에 올리며 웃었다.
“사나에 낭자가 뭘 말하고 싶은지는 알겠는디... 내는 딱히 인간들한테 해코지 하러 온게 아니고 그냥 둘러보러 온기라. 인간들은 생기가 넘치니 말이제~”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사나에의 입가의 손가락을 천천히 멀리했다.
“그나저나 사나에 낭자는 뭐 뱀이나 개구리라도 고아먹는감? 오랜만에 봤더니 완전 어른이구마 어른.”
“에헤헤, 좀 그렇게 보여요? 먹는건... 잠깐, 그거 상당히 질 나쁜 농담이네요...”
“아하하, 기분 나빴다면 정말 미안하게 됐네. 그래도 예뻐진건 사실이니 너무 꽁해있지 말그라.”
“그래요? 에헤헤...”
“그라고보니 요즘 사나에 낭자가 레이무 낭자한테 가서 수업을 듣는다고 들었는디...”
“저언~혀 안 늘지만.”
레이무가 맨살이 드러난 팔의 라인을 완전히 드러내며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그, 그게에에에...”
사나에가 우물쭈물하며 레이무를 바라보았다. 둘을 지켜보는 마미조는 뭔가 재밌는 생각이라도 한 듯 잠시 가만히 있다 입을 열었다.
“그러고보니 저번에 꽤 좋은 술을 선물받았는데 말인디.”
어디에서 나왔는지 척 보기에도 비싸보이는 술병이 그녀의 손에 들려있었다. 마미조가 사람좋은 웃음을 하며 말을 이었다.
“이리 만난것도 인연인디 저그 어디 가서 술이라도 한 잔 하지 않겠는감?”
“안주는?”
레이무가 재빨리 물었다.
“원래 술은 연장자가 사야하는 법이제. 술은 있으니 안주는 특별히 내가 낼테니 걱정말그라. 마침 전에 부탁받은 일로 주머니도 조금 두둑하니 말이제.”
“갈래.”
기다렸다는 듯 돌아오는 대답.
“레이무 낭자는 가고... 자네는 어쩔텐감?”
“에? 저요?”
“레이무 낭자도 간다고 하잖는감. 어차피 이렇게 된거 오늘 수업은 진행이 안될기고... 아, 그러고보니 짐이 있었제?”
손에 들린 짐을 봉투를 보고 마미조가 말했다.
“우린 저기 돌아가면 보이는 가게에서 마시고 있을테니, 낭자는 후딱 갔다오그라. 자네가 안 오믄 별로 재미 없을 것 같아니께, 술 걱정은 하지말고.”
“네, 네에.”
무심결에 대답하는 사나에를 보고서 만족한 듯한 마미조는 웃으며 레이무에게 말했다.
“그라믄 싸게싸게 가는게 좋겠제. 낮술은 낮술만의 정취가 있으니까말이제.”
“말했지만 난 돈 안 낸다.”
“그려, 그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서는 레이무 낭자의 쌈짓돈을 뺏들겠는감.”
그렇게 천천히 걸어가는 그녀들을 보며, 사나에는 이제야 생각난 듯 핫, 하며 움찔했다.
“아 맞다. 야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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