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싸늘하지만 상쾌한 아침공기가 폐부를 감도는 것이 느껴지자, 사나에는 잠에서 일어났다. 꼭 붙어있던 스와코를 잠시 밀어내고, 사나에는 쭈욱 기지개를 펴고 근육의 피로감을 날려보냈다. 스와코는 세상모르게 자고 있었다. 이렇게 귀엽게 자고 있는 소녀의 모습을 보면 그녀가 정말로 신화시대의 여신이 맞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오늘은 마을에라도 잠깐 갔다올까...”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오늘 할 일을 대충 머릿속에 그려본다. 그럼 두 분 점심 차려드리고 레이무 씨한테 가자. 대충 머릿속을 정리한 사나에는, 마구 일어난 머리를 긁적거렸다. 벽에 걸어놓은 앞치마를 두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일단 아침, 아침...”
부엌으로 들어온 사나에는 남아있는 재료를 보고는 오늘은 정말 장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남아있는 밥을 데우기 위해 조금씩 퍼담았다.
“저번에 받았던 버섯도 남아있으니까... 오늘은 버섯 된장국으로.”
듣는 이 없는 부엌에서 중얼거리며 사나에는 물을 끓이며 두부를 꺼내 썰기 시작했다. 다른 반찬은 뭘 해야 할까 생각하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레이무 씨는 대체 뭘 드시는 걸까?”
레이무의 부엌에 갔을 때도 차를 찾는데 정신이 팔려 미처 확인하지 못했고, 그녀를 만나러 가면 그녀는 항상 청소를 하거나, 해바라기를 하며 졸고 있거나, 차를 마시고 있거나, 빈 새전함을 보며 뚱하게 서있는 것이 전부였다.
“으으. 궁금하지만 그건 나중에.”
물이 조금씩 끓어오르자 사나에는 궁금증을 뒤로하고 썰어놓았던 두부 외의 것들을 집어넣고는, 물이 제대로 끓기를 기다려 된장을 풀어넣었다. 조금씩 완성되어가는 된장국의 향기가 부엌을 가득 채울 즈음, 부엌의 문을 열리며 카나코가 걸어들어왔다.
“잘 잤니, 사나에.”
그렇게 말하는 카나코의 표정은 그렇게 좋아보이지 않았다. 사나에가 그 표정을 보고는 물었다.
“카나코 님 혹시 밤에 못 주무신거에요?”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됐어.”
그렇게 말하는 카나코는 사나에의 등 뒤로 성큼 다가와 그녀를 힘껏 안았다.
“으으응~ 그래도 이렇게 앞치마 두르고 있는 귀여운 사나에를 보니 피로가 사르르 녹아버리는구나.”
“아핫, 간지러워요, 카나코 님!”
등 뒤의 카나코에게서 나오는 아침 공기의 냄새와 시원함을 느끼며, 사나에는 웃으며 말했다.
“스와코는 아직 자니?”
“네. 아직 다 하려면 좀 걸릴테니 천천히 깨워 드리려구요.”
“사나에도 고생이 많구나.”
카나코가 갑자기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나에는 고개를 돌려 카나코의 표정을 바라보진 않았지만, 꽤 슬퍼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에이, 괜찮아요. 바깥에 있을 때 친구들도 전학가고 못보고 그랬는데요. 뭘.”
대답하는 사나에의 말은 전부 진심은 아니었다. 하지만 거짓도 아니었다.
“그래...”
등 뒤로 느껴지는, 조금씩 멀어져가는 발소리와 함께, 카나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나...”
“카나코 님도 참. 그런 말씀 하지마시고 좋은 일만 생각해요. 좋은 일만. 마을의 케이네 씨도 얼마나 좋은 분인지 아세요?”
카나코는 대답하지 않았다. 굳이 대답할 필요도 없었다. 국은 이제 다 끓어가고 있었다.
-
“다녀오겠습니다~”
해가 떠오른 이후의 가을공기는 쾌적함 그 자체였지만 역시 산 위의 공기는 차가웠다. 뭐라도 입고 나올걸 그랬나 생각하면서 하늘을 나는 사나에는, 자신이 팔을 다 드러낸 무녀복을 입고 있다는 것조차 딱히 인식하지 못할만큼 환상향의 생활에 적응해있었다.
“으흐으응~ 응?”
하늘을 날아가던 사나에의 눈에 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자신보다 조금 작은 체구. 그리고 촌스러운 우산을 쓰고 있는...
“에, 에에에에!”
타타라 코가사는 사나에를 보자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잔뜩 힘이 들어간 자세로 우산을 앞으로 펼치며.
“... 뭐 하시는거에요...?”
“에?”
자신을 보며 깜짝 놀라는 눈앞의 요괴를 보고 사나에가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코가사는 그 태도에 잠시 긴장이 풀린 탓인지, 우산을 다시 올려썼다.
‘어, 어라...? 오늘은 안 때리네...?’
자기가 못 본 사이에 머리라도 다친 걸까, 예전에 봤던 흉폭한 무녀와는 다르게 지금의 무녀는 아무 악의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쨌든 사나에가 자신에게 딱히 해를 가할 것 같진 않겠다고 판단한 듯 표정이 밝아지며 말을 건넸다.
“오늘은 어디 가기라도 하나봐... 요?”
그래도 본능적으로 당하던 시절의 기억이 나오는지, 코가사는 평소에 하던 반말 뒤에 조심스레 존댓말을 덧붙였다.
“아, 오늘은 마을에 먹을거리라도 사러가고 있었어요.”
“헤에...”
“그런데 츠쿠모가미 씨는 요즘 통 뵙기 어렵네요?”
“으음... 요즘은 절에 있다보니까요.”
사실 그 전부터 묘렌사 주변에 머물렀지만, 특히 이 산에 나타나지 않는 것은 사나에 때문이었다. 그렇게 대답하고 싶었지만, 코가사는 차마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러고보니 제가 있는 절, 사나에 씨가 모시는 분들이 도와준 곳이네요.”
“그랬죠 참. 그래도 그때는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좀 재밌었어요.”
아무리 순해져도 역시 예전의 습관은 남아있었는지, 예전의 이변을 ‘재미있다’ 정도로 표현하는 사나에를 보고, 코가사는 그녀에게 잠시 두려움을 느꼈지만 애써 신경쓰려 하지 않았다. 할 만한 이야기가 다 끝나자, 서로는 한번도 제대로 이야기해본 적 없는 상대라, 코가사는 뭐라 말을 붙일 화제도 찾지 못하고 잠시 멍하니 서있었다. 그러길 잠시, 코가사가 먼저 용기를 내어 물었다.
“저, 저기, 요즘은 바쁜가봐요?”
“네? 아, 저 그게, 별로... 바쁘지는...”
요즘 하는 일이라면 당연히 레이무를 보러 가는 일이었다. 바쁘지 않을리 없었다. 어떻게든 레이무가 이어져있는 화제에 얼굴을 붉히며, 사나에는 대답했다. 그 모습을 보며 코가사는, 생각없이 한 마디를 내뱉었다.
“그래요? 오늘 보니 좀 예뻐진 것 같아서...”
“에? 그렇게 보이나요?”
사나에가 눈을 초롱초롱하게 밝히며 물었다. 코가사는 이런 반응이 꽤 의외였다. 무섭기만 한 사람인줄 알았는데, 꽤 귀여운 구석도 있구나 생각했다.
“네, 에, 네. 성숙미라고 해야하나? 그런 느낌?”
자기가 하는 말이 뭔지도 모르는 채, 우산을 빙빙 돌리며 말하는 새, 사나에는 그 칭찬을 달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고마워요, 츠쿠모가미 씨! 덕분에 힘이 났어요!”
그렇게 두 손으로 코가사의 한 손을 부여잡고 위아래로 흔들더니, 그녀는 인사도 꾸벅 하고는 다시 마을쪽으로 날아갔다. 코가사는 잠시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는 채, 그녀가 날아간 방향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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