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센은 불공정 계약을 한 악덕고용주의 표정을 감추려고 애썼다. 가능한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려고 했지만 슬금슬금 기어올라오는 득의양양한 표정을 완전히 감출 수는 없었다. 말하자면 레이센은 영원정이라는 계급사회에서 최하층을 차지하고 있는 천민이었다. 그런데 그 아래에 층이 하나 더 생겼다.
새하얀 환자복에, 새하얀 붕대를 둘둘 말고 있는 아나타가 바로 그 층의 주인이었다. 아나타는 자신에 손에 들린 빗자루를 이해하려고 애썼다. 쉽지 않았기에 애쓰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나타가 이해했든 말든 레이센은 허리춤에 양손을 올리며 말했다.
"자, 아나타. 짐작하겠지만 이제부터 당신이 해야할 일은 청소에요. 하지만 청소라고해서 간단한 일은 아니에요. 그러니까……."
레이센은 청소를 왜 해야하는가, 그리고 왜 해야하는가, 그리고 또 왜 해야하는가, 그러니까 작은 먼지 한 톨이라도 스승님의 실험에 오차를 만들 수 있다던지 등, 왜 해야하는 가만 왜 해야되는 지 전혀 이해가 안되는 이유만으로 설명했다. 아나타는 의아해했다. 레이센은 달'토끼'인데 왜 짖고 있는 거지? '달'토끼라 그런가?
"……그러니까, 이해하셨죠?"
"예. 이해했지 말입니다."
아나타는 레이센의 명랑한 목소리가 그나마 듣기 좋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을 긴 시간동안 경청했기 때문에 힘이 빠진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레이센은 아나타에게 말했다.
"그럼 청소를 시작하세요. 어떻게 해야되는 지는 제가 잘 설명해드렸죠?"
아니지 말입니다? 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던 아나타였지만 연장전이 이어질까봐 차마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보내지는 못했다.
결국 아나타는 달랑 빗자루 하나 들고 청소를 시작했다. 어쨌든 빗자루로 할 수 있는 건 먼지나 쓰레기를 쓰는 것 밖에 없었다. 그거라도 열심히 하면 되는 거겠지. 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았다. 한 손이나 반쯤 장님인 눈은 둘째치더라도, 레이센이 뒤따라다니면서 사사건건 지적을 했기 때문이다.
"저기 먼지가 남아있잖아요?"
아나타는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게 대충 쓸면 어떡해요?"
아나타는 오른손잡이였고 그 오른손은 행방불명이었다.
"벌써부터 지치면 어떡해요? 아직 많이 남았는데."
아나타는 자신이 하는 게 재활 운동이라고 레이센의 토끼귀에 각인시켜주고 싶었다. 하지만 레이센은 계속해서 그야말로 물 만난 물고기 마냥 온힘을 다해 아나타를 지적했다. 아나타가 듣기에 그 지적은 반쯤 사실과 논리가 결여된 반쯤 개소리였다. 그래서 아나타는 레이센의 말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대신 레이센이 짖는 소리를 지저귀는 소리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나아진 건 없었지만 포기하고 그러려니 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귀를 막아버리는 것이었지만 그건 무리였다.
"집중은 하고 있는 거에요? 청소가 얼마나 중요한 거인……."
레이센의 지저귀는 소리에 쫓겨 정신없이 쓸고 다니던 아나타의 빗자루가 어느 탁상의 다리를 치고 지나갔다. 우연히도 탁상다리는 접이식이었고, 우연스럽게도 탁상다리가 아나타의 빗자루에 의해 접혔으며, 우연히 탁상엔 어제까지 에이린이 실험하던 것들이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탁상은 한 쪽으로 쏠렸다. 당연하지만 그 위에 있는 것들은 경사를 따라 중력에 의해 쓸려내려갔다.
"그러니까─."
레이센은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여전히 아나타를 지적하려고 했다. 그렇지만 상황을 파악한 아나타는 아차했다. 하지만 어떻게 대응하기도 전에 와장창, 쨍그랑, 우당탕, 끝이 났다. 아나타는, 그리고 레이센은 왠지 세상이 끝난 듯한 받았다.
* * *
요란하기 짝이 없는 소리에 에이린은 얼른 달려나왔다. 거기엔 개판오분전의 오분 일초 후의 상황이 팔쳐져 있었다. 엉망진창 어지럽혀진 실험실에 아나타와 레이센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서로를 탓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탁상 위에 올려져 있던 것들은 위험한 것들이 아니었다. 그리고 에이린에게 중요한 것들도 아니었다. 그 중요성은 레이센 정도?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에이린이 이 일을 저지른 인간과 달토끼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지 말아야할 이유기 되지 못했다. 에이린은 그런 눈초리로 자신들을 쳐다보든 말든 아나타와 레이센은 서로 티격태격거렸고, 그래서 먼저 에이린이 물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니?"
계속되는 아나타의 변명에 지쳐있던 레이센은 짜증을 내며 소리쳤다.
"그러니까 제가 한 게 아니라……."
레이센은 그렇게 소리치며 고개를 돌렸고, 그래서 말을 끝나기 직전에 에이린과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그리고 말을 멈췄다. 하지만 흔히 그렇듯이 이미 나온 말은 흘린 물처럼 거의 주워담는 것이 불가능했다. 에이린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미쳤니?"
사태가 나아지기는 커녕 악화일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레이센은 전심전력으로 세상이 끝나는 것─해부되거나 박제가 되어 생을 마감하는 것─을 막으려고 했다. 약간 치졸하게.
"그게 그러니까, 그러니까 스승님…… 아나타가 그랬어요!"
레이센은 아나타를 가리키며 고개를 푹 숙였다. 에이린을 보고 입을 벌린 채 굳어있던 아나타는 갑자기 지목당해 당황해버렸다.
"자…… 잠깐만요요! 그러니까 이건……."
역시나 생명의 위험을 느낀 아나타는 말을 더듬으며 우선 변명부터 생각했다. 메스로 기억상실증이 해결되는 것은 극구 사양이다!
"그러니까…… 이건 레이센이 시켰지 말입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나타의 명복을 빌던 레이센은 깜짝 놀라 아나타를 쳐다보았다. 아나타고 흘끔흘끔 레이센을 흘겨보았다.
"아니, 아나타 어찌됬든 당신이……."
"애초에 레이센이 그렇게 저한테 독촉만 하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그건 이쪽에서……."
에이린은 언제쯤이면 상황을 들을 수 있게 될까 생각하며 팔짱을 꼈다. 상황은 악화일로를 질주하는 것을 넘어 폭주하고 있었다.
* * *
다행히 어느 인간과 어느 달토끼의 삶이 끝나기 전에 상황이 악화되는 것은 멈추었다. 보다못한 에이린이 둘을 말린 것이었다. 그래서 아나타와 레이센은 벌 받는 아이들처럼 에이린 앞에 무릎 꿇고 앉아있었다.
그들을 지켜보는 에이린의 눈길은 서늘했다. 아나타와 레이센에게 악감정을 품은 것은 아니지만 단지 그들이 너무 한심해서 어쩔 수 없이 그런 눈으로 쳐다보게 되었다. 그래도 레이센은 이런 상황에 익숙한지 무릎 위에 양손을 올려놓고 바닥을 내려다보며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에 반해 아나타는 무릎 꿇은 지 얼마나 됬다고 다리를 뒤척이며 상반신을 이리저리 뒤틀고 있었다. 에이린은 그만두라고 하는 대신 그저 조용히 지켜보았다.
결국 침묵을 버티다 못한 아나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기, 에이린? 슬슬 일어나면 안될까요?"
"……."
"꽤 오래 이러고 있던 거 같은데 말이죠. 거기다가……."
사실 무릎 꿇고 버티는 것 정도야 아나타에게도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참는 것 정도야 기억이 없다고해서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거기엔 요령이 없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그저 아나타는 어서 상황을 끝내고 싶었다.
"그러니?"
에이린이 묻자 아나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린은 한숨을 쉬며 레이센을 쳐다보았다.
"레이센, 일어나거렴."
아나타는 흠칫했다. 어째서 레이센만 일어나는 거지? 그때 고개를 숙이고 있던 레이센이 슬쩍 아나타를 쳐다보았다. 레이센의 얼굴은 의기양양했다. 마치 '아나타, 바보죠? 이럴 땐 조용히 있는 게 상책이라고요!'라고 말하고 있는 듯 했다. 그렇지만 아나타가 레이센의 얼굴에서 그 뜻을 모두 읽어내기도 전에 레이센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에이린이 이어서 말했다.
"엎드려."
이번엔 레이센이 흠칫했다. 방금 전까지 의기양양하던 그녀는 멍하니 반문했다. 에이린은 두 번 말하지 않고 묵묵히 레이센을 지켜보았다. 레이센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에이린을 보다가 뒤늦게 에이린의 말을 깨닫고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황급히 엎드려 뻗쳤다.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가 혼란에 빠진 아나타는 시선을 돌려 에이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갑자기 왜……."
"레이센?"
레이센은 엎드려 뻗친 상태에서 고개만 돌려 아나타에게 눈빛으로 '제발 좀 닥쳐주세요!'라고 말한 다음 재빨리 대답했다.
"네!"
"머리 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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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임 잘못 둔 레병장님
본격 레병장님 머리 박는 소설 이제 시작합니다
새하얀 환자복에, 새하얀 붕대를 둘둘 말고 있는 아나타가 바로 그 층의 주인이었다. 아나타는 자신에 손에 들린 빗자루를 이해하려고 애썼다. 쉽지 않았기에 애쓰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나타가 이해했든 말든 레이센은 허리춤에 양손을 올리며 말했다.
"자, 아나타. 짐작하겠지만 이제부터 당신이 해야할 일은 청소에요. 하지만 청소라고해서 간단한 일은 아니에요. 그러니까……."
레이센은 청소를 왜 해야하는가, 그리고 왜 해야하는가, 그리고 또 왜 해야하는가, 그러니까 작은 먼지 한 톨이라도 스승님의 실험에 오차를 만들 수 있다던지 등, 왜 해야하는 가만 왜 해야되는 지 전혀 이해가 안되는 이유만으로 설명했다. 아나타는 의아해했다. 레이센은 달'토끼'인데 왜 짖고 있는 거지? '달'토끼라 그런가?
"……그러니까, 이해하셨죠?"
"예. 이해했지 말입니다."
아나타는 레이센의 명랑한 목소리가 그나마 듣기 좋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을 긴 시간동안 경청했기 때문에 힘이 빠진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레이센은 아나타에게 말했다.
"그럼 청소를 시작하세요. 어떻게 해야되는 지는 제가 잘 설명해드렸죠?"
아니지 말입니다? 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던 아나타였지만 연장전이 이어질까봐 차마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보내지는 못했다.
결국 아나타는 달랑 빗자루 하나 들고 청소를 시작했다. 어쨌든 빗자루로 할 수 있는 건 먼지나 쓰레기를 쓰는 것 밖에 없었다. 그거라도 열심히 하면 되는 거겠지. 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았다. 한 손이나 반쯤 장님인 눈은 둘째치더라도, 레이센이 뒤따라다니면서 사사건건 지적을 했기 때문이다.
"저기 먼지가 남아있잖아요?"
아나타는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게 대충 쓸면 어떡해요?"
아나타는 오른손잡이였고 그 오른손은 행방불명이었다.
"벌써부터 지치면 어떡해요? 아직 많이 남았는데."
아나타는 자신이 하는 게 재활 운동이라고 레이센의 토끼귀에 각인시켜주고 싶었다. 하지만 레이센은 계속해서 그야말로 물 만난 물고기 마냥 온힘을 다해 아나타를 지적했다. 아나타가 듣기에 그 지적은 반쯤 사실과 논리가 결여된 반쯤 개소리였다. 그래서 아나타는 레이센의 말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대신 레이센이 짖는 소리를 지저귀는 소리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나아진 건 없었지만 포기하고 그러려니 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귀를 막아버리는 것이었지만 그건 무리였다.
"집중은 하고 있는 거에요? 청소가 얼마나 중요한 거인……."
레이센의 지저귀는 소리에 쫓겨 정신없이 쓸고 다니던 아나타의 빗자루가 어느 탁상의 다리를 치고 지나갔다. 우연히도 탁상다리는 접이식이었고, 우연스럽게도 탁상다리가 아나타의 빗자루에 의해 접혔으며, 우연히 탁상엔 어제까지 에이린이 실험하던 것들이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탁상은 한 쪽으로 쏠렸다. 당연하지만 그 위에 있는 것들은 경사를 따라 중력에 의해 쓸려내려갔다.
"그러니까─."
레이센은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여전히 아나타를 지적하려고 했다. 그렇지만 상황을 파악한 아나타는 아차했다. 하지만 어떻게 대응하기도 전에 와장창, 쨍그랑, 우당탕, 끝이 났다. 아나타는, 그리고 레이센은 왠지 세상이 끝난 듯한 받았다.
* * *
요란하기 짝이 없는 소리에 에이린은 얼른 달려나왔다. 거기엔 개판오분전의 오분 일초 후의 상황이 팔쳐져 있었다. 엉망진창 어지럽혀진 실험실에 아나타와 레이센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서로를 탓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탁상 위에 올려져 있던 것들은 위험한 것들이 아니었다. 그리고 에이린에게 중요한 것들도 아니었다. 그 중요성은 레이센 정도?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에이린이 이 일을 저지른 인간과 달토끼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지 말아야할 이유기 되지 못했다. 에이린은 그런 눈초리로 자신들을 쳐다보든 말든 아나타와 레이센은 서로 티격태격거렸고, 그래서 먼저 에이린이 물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니?"
계속되는 아나타의 변명에 지쳐있던 레이센은 짜증을 내며 소리쳤다.
"그러니까 제가 한 게 아니라……."
레이센은 그렇게 소리치며 고개를 돌렸고, 그래서 말을 끝나기 직전에 에이린과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그리고 말을 멈췄다. 하지만 흔히 그렇듯이 이미 나온 말은 흘린 물처럼 거의 주워담는 것이 불가능했다. 에이린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미쳤니?"
사태가 나아지기는 커녕 악화일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레이센은 전심전력으로 세상이 끝나는 것─해부되거나 박제가 되어 생을 마감하는 것─을 막으려고 했다. 약간 치졸하게.
"그게 그러니까, 그러니까 스승님…… 아나타가 그랬어요!"
레이센은 아나타를 가리키며 고개를 푹 숙였다. 에이린을 보고 입을 벌린 채 굳어있던 아나타는 갑자기 지목당해 당황해버렸다.
"자…… 잠깐만요요! 그러니까 이건……."
역시나 생명의 위험을 느낀 아나타는 말을 더듬으며 우선 변명부터 생각했다. 메스로 기억상실증이 해결되는 것은 극구 사양이다!
"그러니까…… 이건 레이센이 시켰지 말입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나타의 명복을 빌던 레이센은 깜짝 놀라 아나타를 쳐다보았다. 아나타고 흘끔흘끔 레이센을 흘겨보았다.
"아니, 아나타 어찌됬든 당신이……."
"애초에 레이센이 그렇게 저한테 독촉만 하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그건 이쪽에서……."
에이린은 언제쯤이면 상황을 들을 수 있게 될까 생각하며 팔짱을 꼈다. 상황은 악화일로를 질주하는 것을 넘어 폭주하고 있었다.
* * *
다행히 어느 인간과 어느 달토끼의 삶이 끝나기 전에 상황이 악화되는 것은 멈추었다. 보다못한 에이린이 둘을 말린 것이었다. 그래서 아나타와 레이센은 벌 받는 아이들처럼 에이린 앞에 무릎 꿇고 앉아있었다.
그들을 지켜보는 에이린의 눈길은 서늘했다. 아나타와 레이센에게 악감정을 품은 것은 아니지만 단지 그들이 너무 한심해서 어쩔 수 없이 그런 눈으로 쳐다보게 되었다. 그래도 레이센은 이런 상황에 익숙한지 무릎 위에 양손을 올려놓고 바닥을 내려다보며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에 반해 아나타는 무릎 꿇은 지 얼마나 됬다고 다리를 뒤척이며 상반신을 이리저리 뒤틀고 있었다. 에이린은 그만두라고 하는 대신 그저 조용히 지켜보았다.
결국 침묵을 버티다 못한 아나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기, 에이린? 슬슬 일어나면 안될까요?"
"……."
"꽤 오래 이러고 있던 거 같은데 말이죠. 거기다가……."
사실 무릎 꿇고 버티는 것 정도야 아나타에게도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참는 것 정도야 기억이 없다고해서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거기엔 요령이 없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그저 아나타는 어서 상황을 끝내고 싶었다.
"그러니?"
에이린이 묻자 아나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린은 한숨을 쉬며 레이센을 쳐다보았다.
"레이센, 일어나거렴."
아나타는 흠칫했다. 어째서 레이센만 일어나는 거지? 그때 고개를 숙이고 있던 레이센이 슬쩍 아나타를 쳐다보았다. 레이센의 얼굴은 의기양양했다. 마치 '아나타, 바보죠? 이럴 땐 조용히 있는 게 상책이라고요!'라고 말하고 있는 듯 했다. 그렇지만 아나타가 레이센의 얼굴에서 그 뜻을 모두 읽어내기도 전에 레이센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에이린이 이어서 말했다.
"엎드려."
이번엔 레이센이 흠칫했다. 방금 전까지 의기양양하던 그녀는 멍하니 반문했다. 에이린은 두 번 말하지 않고 묵묵히 레이센을 지켜보았다. 레이센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에이린을 보다가 뒤늦게 에이린의 말을 깨닫고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황급히 엎드려 뻗쳤다.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가 혼란에 빠진 아나타는 시선을 돌려 에이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갑자기 왜……."
"레이센?"
레이센은 엎드려 뻗친 상태에서 고개만 돌려 아나타에게 눈빛으로 '제발 좀 닥쳐주세요!'라고 말한 다음 재빨리 대답했다.
"네!"
"머리 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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