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이름모를 나무들이 우거진 숲 속을 거닐고 있었다. 이름모를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저멀리서 들려오고 이름모를 곤충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그야말로 무지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사실을 직시하고 있는 남자는 이름모를 세계에서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얼마나 걸었는 지는 알고 있었다. 3시간 12분. 초까지는 알 수 없지만 손목시계와 전화 기능을 잃어버린 휴대 전화기가 남자에게 시간 감각은 잃지 않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래봤자 3시간 12분 동안 숲 속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은 변함없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인기척은 발견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곧 3시간 13분이 되었다.
3시간 12분은 의미 없는 시간이었지만, 3시간 13분은 그렇지 않았다. 3시간 13분 째 걸었을 때, 남자는 불빛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그만한 불빛. 운이 나쁘다면 아귀의 불빛처럼 먹잇감을 유인하는 불빛일 수도 있지만 운이 좋다면 희망의 실마리일 수도 있다. 썩은 동아줄인지 아닌 지는 우선 잡아봐야 알 수 있는 상황이다. 기약 있는 미래를 기다리느니 남자는 썩었을 지도 모르는 동아줄을 잡아보기로 했다.
남자는 불빛을 쫓아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발걸음 소리도, 숨소리도, 옷자락 소리도 그야말로 최대한 안 나도록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갔다.
3시간 14분 째, 불빛은 사라졌다.
남자는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그걸 내색하기 직전 위치는 조금 바뀌었지만 불빛이 다시 나타났다. 남자는 불빛이 다시 사라질 세라 황급히 달려갔다. 그리고 남자는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자그만한 불빛은 이름아는 곤충이었다. 무지 속에서 발견된 지식에 기뻐해야하나? 아니면 결국 3시간 15분이 의미없어졌다는 것에 슬퍼해야하나? 남자는 반딧불이가 원망스러웠지만 원망하기엔 이젠 배고픈 것도 참기 힘들어졌다. 남자의 공복 덕분에 반딧불이는 무의미한 원망을 피할 수 있었다.
남자는 반딧불이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거라도 먹을까? 아니, 그전에 반딧불이는 먹어도 되는 곤충인건가?
"당신 먹어도 되는 인간인건가?"
남자는 깜짝 놀라 뒤돌아 보았다. 희미한 월광 아래, 그리고 미세한 반딧불이의 불빛 곁에 이름모를 소녀가 서있었다.
자신의 가슴팍에도 오지 않는 작은 소녀였지만 방금전 들은 목소리가 이 소녀의 것이 맞다면? 이 소녀의 정체는 무엇일까? 야생의 식인 소녀라도 나타난 걸까? 그렇지만 야생의 소녀라기엔 너무 차림이 단정했다.
남자는 소녀를 살펴보았다. 금발을 짧게 기르고, 검은 옷을 단정하게 입고 있는 소녀였다. 인형처럼 예쁘장한 건 덤이었다. 남자는 자신이 잘못 들었을 거라 생각하고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러자 소녀가 고개를 갸웃했다.
"먹으면 안되는 건가?"
남자는 고개를 젓다 말고 놀란 표정으로 소녀를 쳐다보았다.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단정한 소녀와 '식인'이라는 개념에게선 자신과 자신이 살던 세계와 만큼의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 거리감, 혹은 괴리감이 남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남자가 당황하는 사이 소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말을 못하는 건가?"
건가 건가 하는 말투가 심히 거슬렸지만 남자는 거기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우선 상황부터 파악하고 봐야했다. 안그러면 정말 잡아먹힐 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루미아! 그만둬!"
소녀? 소년? 소녀의 것으로도, 소년의 것으로도 짐작되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남자는 그 외침에 놀라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쳐다보았다.
이름모를 어느 나무 위에 이름모를 소녀 혹은 소년이 서있었다. 그 높이만으로도 충분히 아슬아슬한데 가느다랗기 짝이 없는 나뭇가지에 서있으니 아슬아슬함은 더욱 배가 되었다. 그렇지만 소녀 혹은 소년은 계단 한 칸 내려오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뛰어내렸다. 소녀 혹은 소년의 몸에 달린 망토가 펄럭이며 낙하 속도를 줄여주었지만 그건 약간에 불과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다리가 부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속도로 떨어지던 소녀 혹은 소년은 가볍게 착지했다.
어느새 사방에 반딧불이들이 가득해져 루미아와 소녀 혹은 소년의 모습을 밝게 비추었다. 루미아는 소녀 혹은 소년을 쳐다보았다.
"어째서?"
매우 고차원적인 질문이엇다. 남자는 소녀 혹은 소년이 그 질문에 답하기 힘들어 할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녀 혹은 소년은 몇 번이나 그 질문을 들었던 것처럼 질색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상해! 왜 그렇게 인간을 먹으려고 하는 거야?"
"안되는 건가?"
"안되는 건 아니지만…… 예전엔 그렇지 않았잖아? 너희들 요즘 이상해!"
"이상한 건가?"
인간은 먹어도 되는 거구나.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며 루미아와 소녀 혹은 소년이 자신을 가운데 두고, 그리고 자신을 무시하고 진행하는 대화를 경청했다. 끼어있지만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
"그래! 그러니까 그만둬!"
"……."
루미아는 입을 다물었다. 소녀 혹은 소년도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남자도 무언가 이 침묵을 깨서는 안될 거 같다고 생각해 우선 입을 닫고 있기로 했다.
3시간 19분째, 남자의 시계에서 알람이 울렸다. 그와 동시에 루미아가 입을 열었다. 가지런히 놓여진 이빨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이빨들은 인간의 것이라고 하기엔 다소 날카로워 보였다. 남자는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인간보다는 상어의 것에 가까운 이빨이었다. 육식을 위한, 질긴 고기를 찢기 위한 포식자의 이빨.
"그런건가─?"
루미아의 말을 들으며 남자는 다행히도 상황을 이해했지만 아쉽게도 도망가야겠다는 생각은 못했다. 소녀와 포식자와의 괴리감이 그를 묶어놓았다. 소녀 혹은 소년도 사태를 깨닫고 재빨리 외쳤다.
"루미아!"
루미아는 남자를 먹었다.
*
청년, 아나타는 산 채로 씹어먹히는 듯한 고통 속에서 정신을 차렸다. 기분이 참 깨끗하지 못했지만 기분이 참 깨끗하지 못해서 기분이 참 깨끗하지 못하다는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아나타가 정신을 차리고 가장 먼저 의식적으로 취한 행동은 눈을 비빈 것이다. 마치 잠에서 막 깨어나 눈이 부신 사람처럼. 그런 아나타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던 레이센은 뭐라 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그래서 아나타는 먼저 말해주기로 했다.
"깜빡 졸았네요. 얼마나 지났죠?"
"……5초 정도요. 괜찮아요?"
몸이요? 정신이요? 아나타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레이센이 정말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기에 장난 같은 마루는 그만두기로 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고서야 대충 상황을 파악했다.
온몸을 둘둘 말고 있던 붕대가 땀인지, 피인지 모를 액체로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음…… 잠시 고민해봐야할 문제 같군요."
레이센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 말 하는 거보니 아직 괜찮은 거 같네요."
"아, 안 괜찮아요."
"거짓말."
"진짠데요……."
레이센은 아나타의 말을 무시했다.
"지금 그 상태론 걱정되서 아무 것도 못하겠네요. 그러니 식사나 하고 계세요. 스승님을 데려올 게요."
레이센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를 벗어났다. 아나타는 아무 생각 없이, 그러나 멍하지는 않게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 레이센을 불러세웠다.
"잠깐만요!"
"왜요?"
레이센은 아나타를 돌아보았다. 아나타는 크게 심호흡을 하더니 정말 중요하다는 듯이, 진지하게 말하려고 애썼다.
"밥 좀…… 먹여줄 수…… 있나요?"
"……."
"……."
어색한 침묵이 오고 갔다. 레이센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 이해하기도 싫다는 표정, 그리고 급기야 한심하다는 표정을 순차적으로 지었다. 그리고 애써 무감정하게 표정 관리하는 아나타를 보며 한숨을 쉬며 말했다.
"식사 정도는 알아서 하세요."
그리고 밖으로 나갔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아나타는 문이 서두르듯 닫히는 것을 보며 쓸쓸한 기분을 느꼈다. 쓸쓸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혼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아나타가 입고 있는 환자복의 오른 소매 안에 있어야할 그의 오랜 친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나타는 사라진 오른팔의 행방이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행방을 알아도 되찾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아나타는 그저 쓸쓸하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전 오른손잡이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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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가 이름의 숙명. 벌써부터 루미아한테 '먹힘'. 아, 그게 아닌가
그리고 곧 3시간 13분이 되었다.
3시간 12분은 의미 없는 시간이었지만, 3시간 13분은 그렇지 않았다. 3시간 13분 째 걸었을 때, 남자는 불빛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그만한 불빛. 운이 나쁘다면 아귀의 불빛처럼 먹잇감을 유인하는 불빛일 수도 있지만 운이 좋다면 희망의 실마리일 수도 있다. 썩은 동아줄인지 아닌 지는 우선 잡아봐야 알 수 있는 상황이다. 기약 있는 미래를 기다리느니 남자는 썩었을 지도 모르는 동아줄을 잡아보기로 했다.
남자는 불빛을 쫓아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발걸음 소리도, 숨소리도, 옷자락 소리도 그야말로 최대한 안 나도록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갔다.
3시간 14분 째, 불빛은 사라졌다.
남자는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그걸 내색하기 직전 위치는 조금 바뀌었지만 불빛이 다시 나타났다. 남자는 불빛이 다시 사라질 세라 황급히 달려갔다. 그리고 남자는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자그만한 불빛은 이름아는 곤충이었다. 무지 속에서 발견된 지식에 기뻐해야하나? 아니면 결국 3시간 15분이 의미없어졌다는 것에 슬퍼해야하나? 남자는 반딧불이가 원망스러웠지만 원망하기엔 이젠 배고픈 것도 참기 힘들어졌다. 남자의 공복 덕분에 반딧불이는 무의미한 원망을 피할 수 있었다.
남자는 반딧불이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거라도 먹을까? 아니, 그전에 반딧불이는 먹어도 되는 곤충인건가?
"당신 먹어도 되는 인간인건가?"
남자는 깜짝 놀라 뒤돌아 보았다. 희미한 월광 아래, 그리고 미세한 반딧불이의 불빛 곁에 이름모를 소녀가 서있었다.
자신의 가슴팍에도 오지 않는 작은 소녀였지만 방금전 들은 목소리가 이 소녀의 것이 맞다면? 이 소녀의 정체는 무엇일까? 야생의 식인 소녀라도 나타난 걸까? 그렇지만 야생의 소녀라기엔 너무 차림이 단정했다.
남자는 소녀를 살펴보았다. 금발을 짧게 기르고, 검은 옷을 단정하게 입고 있는 소녀였다. 인형처럼 예쁘장한 건 덤이었다. 남자는 자신이 잘못 들었을 거라 생각하고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러자 소녀가 고개를 갸웃했다.
"먹으면 안되는 건가?"
남자는 고개를 젓다 말고 놀란 표정으로 소녀를 쳐다보았다.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단정한 소녀와 '식인'이라는 개념에게선 자신과 자신이 살던 세계와 만큼의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 거리감, 혹은 괴리감이 남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남자가 당황하는 사이 소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말을 못하는 건가?"
건가 건가 하는 말투가 심히 거슬렸지만 남자는 거기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우선 상황부터 파악하고 봐야했다. 안그러면 정말 잡아먹힐 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루미아! 그만둬!"
소녀? 소년? 소녀의 것으로도, 소년의 것으로도 짐작되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남자는 그 외침에 놀라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쳐다보았다.
이름모를 어느 나무 위에 이름모를 소녀 혹은 소년이 서있었다. 그 높이만으로도 충분히 아슬아슬한데 가느다랗기 짝이 없는 나뭇가지에 서있으니 아슬아슬함은 더욱 배가 되었다. 그렇지만 소녀 혹은 소년은 계단 한 칸 내려오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뛰어내렸다. 소녀 혹은 소년의 몸에 달린 망토가 펄럭이며 낙하 속도를 줄여주었지만 그건 약간에 불과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다리가 부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속도로 떨어지던 소녀 혹은 소년은 가볍게 착지했다.
어느새 사방에 반딧불이들이 가득해져 루미아와 소녀 혹은 소년의 모습을 밝게 비추었다. 루미아는 소녀 혹은 소년을 쳐다보았다.
"어째서?"
매우 고차원적인 질문이엇다. 남자는 소녀 혹은 소년이 그 질문에 답하기 힘들어 할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녀 혹은 소년은 몇 번이나 그 질문을 들었던 것처럼 질색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상해! 왜 그렇게 인간을 먹으려고 하는 거야?"
"안되는 건가?"
"안되는 건 아니지만…… 예전엔 그렇지 않았잖아? 너희들 요즘 이상해!"
"이상한 건가?"
인간은 먹어도 되는 거구나.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며 루미아와 소녀 혹은 소년이 자신을 가운데 두고, 그리고 자신을 무시하고 진행하는 대화를 경청했다. 끼어있지만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
"그래! 그러니까 그만둬!"
"……."
루미아는 입을 다물었다. 소녀 혹은 소년도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남자도 무언가 이 침묵을 깨서는 안될 거 같다고 생각해 우선 입을 닫고 있기로 했다.
3시간 19분째, 남자의 시계에서 알람이 울렸다. 그와 동시에 루미아가 입을 열었다. 가지런히 놓여진 이빨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이빨들은 인간의 것이라고 하기엔 다소 날카로워 보였다. 남자는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인간보다는 상어의 것에 가까운 이빨이었다. 육식을 위한, 질긴 고기를 찢기 위한 포식자의 이빨.
"그런건가─?"
루미아의 말을 들으며 남자는 다행히도 상황을 이해했지만 아쉽게도 도망가야겠다는 생각은 못했다. 소녀와 포식자와의 괴리감이 그를 묶어놓았다. 소녀 혹은 소년도 사태를 깨닫고 재빨리 외쳤다.
"루미아!"
루미아는 남자를 먹었다.
*
청년, 아나타는 산 채로 씹어먹히는 듯한 고통 속에서 정신을 차렸다. 기분이 참 깨끗하지 못했지만 기분이 참 깨끗하지 못해서 기분이 참 깨끗하지 못하다는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아나타가 정신을 차리고 가장 먼저 의식적으로 취한 행동은 눈을 비빈 것이다. 마치 잠에서 막 깨어나 눈이 부신 사람처럼. 그런 아나타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던 레이센은 뭐라 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그래서 아나타는 먼저 말해주기로 했다.
"깜빡 졸았네요. 얼마나 지났죠?"
"……5초 정도요. 괜찮아요?"
몸이요? 정신이요? 아나타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레이센이 정말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기에 장난 같은 마루는 그만두기로 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고서야 대충 상황을 파악했다.
온몸을 둘둘 말고 있던 붕대가 땀인지, 피인지 모를 액체로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음…… 잠시 고민해봐야할 문제 같군요."
레이센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 말 하는 거보니 아직 괜찮은 거 같네요."
"아, 안 괜찮아요."
"거짓말."
"진짠데요……."
레이센은 아나타의 말을 무시했다.
"지금 그 상태론 걱정되서 아무 것도 못하겠네요. 그러니 식사나 하고 계세요. 스승님을 데려올 게요."
레이센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를 벗어났다. 아나타는 아무 생각 없이, 그러나 멍하지는 않게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 레이센을 불러세웠다.
"잠깐만요!"
"왜요?"
레이센은 아나타를 돌아보았다. 아나타는 크게 심호흡을 하더니 정말 중요하다는 듯이, 진지하게 말하려고 애썼다.
"밥 좀…… 먹여줄 수…… 있나요?"
"……."
"……."
어색한 침묵이 오고 갔다. 레이센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 이해하기도 싫다는 표정, 그리고 급기야 한심하다는 표정을 순차적으로 지었다. 그리고 애써 무감정하게 표정 관리하는 아나타를 보며 한숨을 쉬며 말했다.
"식사 정도는 알아서 하세요."
그리고 밖으로 나갔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아나타는 문이 서두르듯 닫히는 것을 보며 쓸쓸한 기분을 느꼈다. 쓸쓸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혼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아나타가 입고 있는 환자복의 오른 소매 안에 있어야할 그의 오랜 친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나타는 사라진 오른팔의 행방이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행방을 알아도 되찾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아나타는 그저 쓸쓸하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전 오른손잡이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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