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르르르르르-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욕실. 욕조에 몸을 담근 사나에가 입부분을 물에 담그고 연신 숨만 불고 있었다.
“그게 아닌데에에에에!
”
자기가 생각해도 너무 뜬금없고 바보같은 대답이었다.
쥐구멍이 있다면 숨고싶은 심정이었다. 학교에서도 이런 적은 없었다.
“쥐구멍 하니까 그 생쥐가 생각나네, 이름이... 나... 나...”
잠시.
“이게 아니잖아아아아아아아!!!”
잠시 딴생각을 하다 다시 폭주하며 사나에가 좁은 욕조에서 팔다리를 펄떡거렸다. 물이 첨벙거리며 욕조 밖으로 밀려나갔다.
그녀 자신도 알고있지 못했지만, 그녀가 지금 느끼는 감정은 부끄러움과 다른 무엇이었다. 자꾸만 몸을 버둥대고 머리를 흔들어봐도, 머릿속에는 시야를 가렸던 그 사람만 생각났다.
“으으...”
사나에는 몸을 편하게 하고, 욕조에 전신을 맡기고 생각했다. 자신이 레이무에게 느끼는 감정.
‘잘 모르겠지만...’
무엇때문인지 한결 편해짐을 느끼며, 자기 얼굴에 느껴지는 감촉을 다시 느껴보려 노력했다. 그 손을 생각하며 느끼는 감각과 무언가. 사나에는 가슴이 울렁거리는 기분을 느꼈다. 가슴을 움켜쥐고 진정하려고 해도, 원인모를 울렁거림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내 가슴에 신경써 본적은 없구나.'
라고 생각하며 갑자기 든 호기심에 자기 가슴을 빤히 바라보았다. 카나코 님처럼 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스와코 님처럼 작지는 않은, 한창 생기있는 모습의, 뽀이얗고 봉긋한 자신의 가슴. 그것을 한번 움켜쥐기도 해보면서. 오묘한 기분이었다. 레이무 씨의 것은 어떤 느낌일까? 이런 생각도 해보고, 한번 보고싶기도 하다, 하는 생각도 해보며 그렇게 자신의 가슴을 꼼지락꼼지락 만지작거리길 잠시.
“사- 나- 에-!”
욕실의 문이 열리며 나체의, 굴곡없는 몸매의 소녀가 천진난만하게 웃고있었다.
“오랜만에 같이 목...?”
신이 본 것은, 미묘한 표정으로 자신의 가슴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자신의 후손의 모습이었다.
“미, 미아안. 난 그런줄도 모르고... 한창 바쁠 때 방해했네... 미, 미안...?”
뒷걸음치는 스와코와 함께, 사나에의 이성 역시 돌아왔다.
“자, 잠까...!?”
욕조에서 튀어나온 사나에는, 미끄러질수도 있다는 걸 잊고 스와코에게 달려들었다.
“사, 사나에도 이제 다 컸으니까...? 으? 에? 잠시만! 사나에! 난 잠시 받아들일 준비가...!”
“누가 들으면 오해할 말 하지마세욧!”
“그러니까 이것 좀 놓고...!”
다 자란 처녀와 소녀가 엎치락뒤치락 하며 사나에의 몸에 묻은 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사나에의 손에 잡히는 다른 사람의 맨살의 체온은, 확실히 새로웠다.
“이, 이것도 레이무 씨 정도는 아니지만 기분 좋을... 아, 아아. 이게 아니라아!”
스와코가 저항도 하지 못하는 사이, 달아나려는 그녀를 사나에의 팔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몇 세기동안 타인의 손길을 접해보지 못한 맨살이, 그 손길이 지날때마다 전해지는 짜릿한 느낌을 머릿속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그, 그만둬어어어!”
새로운 느낌도 잠시, 자신이 누군가에게 당하고 있는지 인지한 스와코는 정신을 차리고 그 손길을 뿌리치고 달아나려고 했다.
“우와아아아!”
물로 인해 미끌미끌해진 바닥을 디뎌 균형을 잃은 스와코는 그대로 사나에의 팔을 잡고 버둥거렸다. 갑작스런 힘을 받은 사나에 역시 균형을 잃고 서로 엉켜 넘어지고 말았다.
두 나체의 여자가 엉켜있는 그 모습은, 보기 흐뭇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광경이었다.
“아파...”
바닥에 아무런 완충도 없이 맨살을 부딪힌 둘은 잠시 지금의 상황을 잊고 말했다.
“너희 왜이렇게 시끄럽...”
시끄러워진 욕실을 확인하러 카나코가 걸어오는 참이었다. 신이 본 것은, 두 여성이 붉은 얼굴로, 숨을 몰아쉬며 맨몸으로 바닥에 드러누워 서로의 몸을 붙잡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
물론 그녀의 기척을 느끼고, 사나에와 스와코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멍청하게 카나코를 바라보았다.
“음... 서, 성교육? 나도 손 좀 빌려줄까?”
“아, 아니...”
스와코가 사나에의 왼팔을 잡고있던 손을 들고 가로저었다. 사나에가 어색하게 말했다.
“카, 카나코님도 같이 목욕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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