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내리쬐는 안개호숫가에 우뚝 선 홍마관.
본래 낮이라면 흡혈귀는 꺼리는 시간대였지만, 블라드 체페슈의 후예를 자처하는 홍마관의 어린 주인은 활발하게 주방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응?”
냉장고를 살피던 레밀리아 스칼렛은, 분명히 있어야할 5개의 푸딩 중 자신의 몫이 사라진 것을 보았다.
“사쿠야아아-”
홍마관의 주인으로서의 위엄있는 호출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엄마를 애타게 찾아 부르짖는 소녀의 목소리로, 그녀는 자신의 시종을 불렀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가씨?”
시간을 멈추며 달려오기라도 했는지, 이자요이 사쿠야는 굉장한 속도로 레밀리아 앞에 나타나서는, 쪼그려 앉아 손을 잡아주며 물었다.
“내 푸딩, 내 푸딩이……. 없어…….”
“…아가씨, 혹시 또 먼저 먹어버리시고 딴소리 하시는 것 아니시겠죠. 점심 전에 몰래 드신 걸로 뭐라 하지 않을테니…….”
“내가 안 먹었어! 방금까지 자다가 일어난 걸!”
사쿠야는 난감한 표정으로 생각했다. 확실히 자신의 주인의 입에서 커스타드 푸딩의 향기는 느껴지지 않았고, 그 아담한 송곳니나 그 어느 치아에도 무언가를 먹은 흔적은 없었다. 원래 그녀가 푸딩을 먹었다면 자기 몫을 주면 해결되는 것이지만…….
“이건 홍마관의 주인인 나에 대한 모독이야! 빨리 누가 훔쳐갔는지 찾으러…….”
“저, 아가씨, 푸딩은 제 것을 드릴테니 신경쓰지 않으시는 것이……. 혹시 요정 메이드가 냉장고에 넣는 도중에 잃어버린 것일수도 있으니…….”
“그럼 그 요정을 찾으란 말이야아아아!”
레밀리아는 굉장한 기세로 떼를 쓰며 쩌렁쩌렁하게 소리쳤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았다.
“그, 그럼 아가씨! 제가 가서 사오겠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그만…….”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이제는 바닥에 드러누워 떼를 쓰기 시작한 레밀리아는, 홍마관의 당주에 걸맞는, 난공불락의 여인이 되어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그것을 지켜보는 사쿠야는, 니코틴 중독과 같이 커스타드 푸딩 중독도 있음을 깨달았다.
“저……. 들어가도 괜찮은가요?”
소악마가 살며시 문을 열며 들어왔다.
“어, 보통은 주방에 들어오면서 허락같은 건 필요없지 않니?”
사쿠야가 의아한 듯 물었다.
“그게 레밀리아 님이 밖에서도 들릴정도로 크게 소리치셔서……. 또 사쿠야님이 못된 장난을 치시는게 아닌가 싶어서…….”
“아니, 그런 적은 없는데.”
사쿠야는 울고있는 자신의 주인을 외면하며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소악마는 목끝까지 올라오는 항의를 포기하고 물었다.
“그럼 레밀리아 님은 왜 저렇게 울고계신거에요?”
“아가씨의 푸딩이 사라져서…, 넌 알고있니?”
“아뇨, 파츄리님과 저는 도서관에서 따로 같이 챙겨먹으니까요. 보통 냉장고의 음식은 건드리지 않죠…….”
“그럼 역시 작은 아가씨 뿐이구나.”
“아, 다들 여기있었네! 사쿠야, 단걸 먹었더니 배고파! 먹을 것 없어?”
마침 사건의 주범이 확인사살을 하며 주방에 들어왔다.
“언니야는 왜 그렇게 울고있어? 사쿠야가 또 옷이라도 벗기려고 했어?”
“그러니까 전 그런 적이…….”
“플라아아아아아아아앙!”
레밀리아가 벌떡 일어나며 플랑드르에게 달려들었다. 플랑드르는 그런 레밀리아의 손을 가볍게 잡으며 웃었다.
“아하하, 언니야 내가 그렇게 보고싶었어? 응, 사쿠야가 괴롭혀서 무서웠지?”
“내 푸디이이이이잉!”
“응? 푸딩?”
플랑드르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아아, 푸…딩? 아하하, 미안, 언니야. 맛있어 보이길래…….”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어…… 음. 화났어?”
레밀리아는 대답하지도 않고 울고만 있다. 그 소리가 대도서관에까지 들렸는지, 이제는 파츄리까지 짜증을 내며 들어왔다.
“레미……. 조금 조용히 있을 수 없어? 독서에 집중 할 수가 없잖아.”
사쿠야는 살았다는 듯 파츄리에게 다가가 그녀의 귀에 대고 귓속말을 했다.
“……. 저거 큰일났어요…….”
“응, 무슨 일인데?”
잠시간의 설명 후, 파츄리는 어이가 없다는 듯 픽 웃었다. 그러고는 사쿠야에게 귓속말로 무언가를 말했다. 사쿠야 역시 웃으며,
“역시 파츄리님이세요.”
사쿠야는 잠시 목소리를 가다듬은 후, 레밀리아에게 말했다.
“아가씨, 계속 그렇게 우실거면 다음부터 푸딩은 디저트에서 빼도록 하겠습니다.”
“…… 응?”
레밀리아는 퉁퉁 부은 눈가를 크게 뜨고 사쿠야를 바라보았다.
“어… 어? 왜?”
“아가씨께서 계속 이러시면 홍마관의 주인이신 아가씨의 위엄이 살지 않아요. 그러니까 그 원인인 푸딩을 아예 홍마관에서 없어지게 하면 해결되겠죠?”
그렇게 말하며 사쿠야는 냉장고의 나머지 푸딩 4개를 손에 들고는, 쓰레기통으로 가져간 후 짐짓 쓰레기통에 떨어뜨리려는 듯 손을 흔들었다.
“으, 으와아아아앙! 자, 잘못했어, 사쿠야! 푸딩, 푸딩! 우와아아아앙!”
파츄리는 웃음을 참으며 들고있던 책으로 얼굴을 덮었다. 사쿠야도 얼굴을 돌려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참고있었다.
“그럼, 큽, 이제, 아, 안 우실거죠?”
“응! 플랑에게도 뭐라고 안 할게, 용서해줘 사쿠야아!”
“네, 네, 알겠어요. 그럼 푸딩은 제 걸 드릴테니 식후에 다같이 먹도록 하죠. 그럼 시간도 됐으니 점심을 준비하겠습니다.”
“저도 마침 주방에 왔으니 도울게요!”
사쿠야는 냉장고에 푸딩을 돌려놓으며 말했다. 소악마는 팔을 걷고 나섰다. 모든 사건의 원인이었던 레밀리아는 금새 해맑은 표정으로 바뀌더니, 총총걸음으로 주방에서 빠져나갔다.
홍마관의 하루는 또다시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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