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다가오는 마을의 거리는 추운 날씨에도 북적거렸다. 서로에게 잘보이기 위해 가장 아끼는 옷을 입은 연인, 사이좋게 떠들며 걸어가는 소년소녀들…….
금을 녹인 듯한 화려한 머리카락을 가진 단발의 소녀가 그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녀 옆에는 귀여운 인형 하나가 따라다니고 있었다. 소녀는 두꺼운 외투에 목도리까지 껴입었지만 몸은 떨리고 있었다.
호- 호-
이런 추위에 어떤 이유에서인지 장갑을 끼지 않은 손을 입김으로 녹이기 시작했다. 하얀 입김은 잠시 그녀의 시야를 가리더니 이내 공중으로 산산이 흩뿌려졌다. 그녀의 눈에 무리지어 다니는 사람들이 보였다.
“쳇.”
어딘지 쓸쓸함이 묻어있는 한 마디를, 씹던 껌을 뱉듯이 중얼거렸다.
“어이, 아가씨, 혼자 왔어?”
자신을 부르는듯한 소리에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다. 한눈에 보기에도 불량해보이는 남성 몇 명이 무리를 지어 그녀 뒤에 따라붙어있었다. 그녀는 이내 고개를 돌려 가던길로 되돌아가려고 했으나 그들은 그녀를 다시 불러세웠다.
“얼굴을 보니 더 미인이네. 아가씨, 우리랑 같이 즐거운 연말 보내지 않을래?”
“헤헤헤헤”
한 명이 건네는 저속한 농담에 패거리들 역시 저속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저만치로 걸어가고 있었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그 눈발을 정면으로 헤치며 걸어나갔다. 갑자기 누군가가 그녀의 어깨를 잡아 홱 돌렸다. 아까의 그 불량배들이었다.
“아가씨 너무하네. 우리같은 남자는 상대 못해주겠다 이거야?”
그렇게 말하며 불량배는 그녀를 인적이 드문 구석으로 무표정한 그녀의 팔을 쥐고 강제로 끌고갔다. 그녀는 감정이 없는 듯한 싸늘한 눈으로 불량배들을 바라보았다.
“이래서 마을의 촌것들은 천박하다니까…….”
“뭐, 뭐?”
한 불량배가 실실거리던 웃음을 거두고 그녀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그 주먹이 그녀에게 닿기도 전에 멈춰섰다. 밤공기에 무언가가 반짝거렸다. 그녀의 손이 까딱, 움직이더니 불량배의 팔이 통째로 잘려나갔다. 비명을 지를새도 없이, 불량배는 새하얀 눈밭에 피를 뿌리며 떨어지는 자신의 팔을 바라보았다. 고통을 느끼면서 그는 차가운 바닥의 온도를 느끼지도 못하는듯 연신 바닥에 굴러댔다. 그 와중에 그가 본 피가 튄 그녀의 얼굴에는, 길바닥보다도 차가운 표정이 서려있었다. 그리고 그 표정에 잠깐의 조소를 머금으며, 그녀는 혼란해진 골목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괘, 괜찮냐? 야!”
“아마 의원에 가면 붙일 수 있을거야. 피 흘리지 않게 조심해.”
저런 쓰레기들에게도 동료, 라는 것이 있다는 것인가. 그녀의 싸늘한 표정이 일그러졌다. 쓸쓸한 표정이었다. 눈은 더욱 더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 그녀의 상기된 뺨에 눈송이가 내렸다. 눈송이는 금새 녹아,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눈이 너무나도 시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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