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 환상광시곡 - 0. 네크로 판타지아]
한없이 떨어진다. 새카만 어둠 속을, 나는 아무런 저항없이 낙하한다. 여기는 어디인가. 나는 거기에 대한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여긴 마치 바닥이 없는 우물 같았다. 하지만 세상에 바닥이 없는 우물이 어딨지? 거기다가 나를 아래로 이끄는 건 지구의 중력이 아니었다. 지구의 중력을 본뜬 다른 힘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느긋하게 떨어지고 있을 리가 없을테니까.
낙하는 예고도 없이 갑자기 멈추었다. 여전히 새카만 어둠 속이었지만, 내 몸을 볼 수 있는 것을 보아 빛은 있었다. 그리고 눈도 있었다. 자세히는 눈들이었다.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기분 나쁜 눈동자가 사방에서 보였다. 나를 쳐다보며 조금도 깜빡거리지도 않는게, 유리병 속에 갇힌 실험쥐가 된 느낌이었다.
그래서 난 눈들을 향해 불쾌감을 숨기지 않고 표출했다.
"관음증 환자 같군, 그래?"
놀갑게도 대답소리가 들려왔다.
"새로운 세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볼 의향이 있으신가요?"
대답이 아니라 개소리였다. 하여튼 그 소리가 대답인 듯, 개 짖는 소리듯 여기서 빠져나갈 밧줄이나 다름 없었기 때문에 나는 물 속을 헤엄치듯 버둥거리며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거기엔 허리까지 오는 치렁치렁한 금발을 지닌 여자가 양산을 들고 있었다. 그녀는 오묘해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왠지 이 여자가 이 정체불명의 눈들의 주인인 것 같았다. 기분 나쁜 시선이 비슷했다. 어쨌든 간에 그녀는 겉보기엔 젊은 누님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수십년 이상의 연륜이 느껴졌다. 그 이질감이 그녀를 인간 같지 않게 느끼게 해줬다. 하긴 이런 상항에, 이런 장소에 '인간'이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만약 그녀가 '인간'이 맞다면 '인간'이란 종족은 이외로 할만할 지도?
나는 그녀가 한 질문에 친절히 답해주었다.
"당신이 이 관음증 환자 같은 눈들의 주인이야?"
뭐, 소심한 복수였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동문서답에는 동문서답이다.
"의향이 없으시다면 할 수 없죠."
그 여자는 당연히(?) 내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아니, 답하지 않는 것뿐이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녀는 추가적으로 불친절했다.
"그럼 안녕히 계세……."
"잠깐! 그 새로운 세계와 새로운 삶이란 것에 대해서 알고 싶은데?"
나는 그녀가 이걸 노리는 거라는 걸 알면서 불러세울 수 밖에 없었다. 누군지도 모를 여자에 의해서 어딘지도 알 수 없는 곳에 언제까지고 갇혀있는 것은 극히 사양이었다.
"궁금한 게 뭐죠?"
여자가 물었다.
"새로운 세계."
"가보시면 아시겠죠?"
"……새로운 삶."
"그것도 살아보시면 아시겠죠?"
뭐하나 제대로 된 답이 없다. 하지만 나는 그걸로 만족했다. 어찌됬든 대화가 이루어졌으니까.
"어때요? 관심이 있나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건넸다. 내가 그 손을 붙잡으면, 나는 아마 새로운 세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방굿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나는 검지와 중지만 피고 나머지 손가락은 접었다. 웃기지도 않은 동작이었지만, 어쨌든 나는 가위를 냈다. 나는 승자의 표정을 지으며─어쨌든 이겼다─ 여자에게 말했다.
"관심 없어."
그러자 여자는 멍하니 나를 지켜보다가 눈웃음을 지었다. 그와 동시에 나의 몸은 다시 낙하했다. 아차하는 순간에 나의 몸은 밑도 끝도 없는 우물의 바닥을 향해 떨어져 내려갔다. 순식간에 나와 그녀의 사이는 벌어졌다.
"야 이……."
깜짝 놀란 내가 뒤늦게 입을 열었을 때 그녀는 이미 손바닥만하게 보인 뒤였다. 하지만 내가 말을 멈춘 이유는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갑작스럽게 나의 시야를 밝은 빛이 점령했다. 마치 등 뒤에 태양이 떠있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 빛에 당황하며 힘들게 몸0을 돌려 아래를 쳐다보았다. 어둠과 눈만 가득한 공간에 틈새가 벌어져있었다. 바로 그 틈새에서 빛이 쏟아져 나온 것이었다. 점점 그 틈새는 커져갔다. 아니, 가까워져갔다.
"환상향은 모든 것을 받아들입니다."
나는 중력이 나를 틈새 사이로 끌어당기는 동시에 아까 들었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틈새를 지나가는 동시에 아까 보았던 그 여자의 모습과 목소리가 스쳐지나갔다.
"그것을 원치 않던 자라도 말이죠. 그래서 그건 때때로 잔혹한 이야기."
틈새를 지나친 나는 창창하게 펼쳐진 하늘과 거기에 벌어진 어두운 틈새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가감없이 떨어졌다. 온몸을 할퀴고 지나가는 칼날같이 날카로운 바람, 정신을 못차리게 하는 그 바람과의 마찰 소리, 나의 몸을 지배하는 건 이성이 아닌 공포였다. 나는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세계의 발을 디디는 대신 머리를 부딪혔다. 아프지도 않았다. 꿈인건가? 하지만 왜 이렇게 머리가 어지러운 거지? 꿈에서 깨어나는 건가? 하지만 나의 이성은 그게 아니라고 계속해서 속삭였다. 아마 그냥 너무 아파서 고통이 없는 것 같았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아프진 않아서. 결국 나는 내가 흘린 것으로 짐작되는 붉은색 웅덩이를 계속해서 바라보는 대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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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든 뭐든 유카리 누님을 빡치게 하면 아주 ㅈ되는 거야
그나저나 화수 명칭은 뭐로 할까, 동방이니 그냥 면으로 하는 게 좋을까, 그나저나 군대에서 써놓은 거 모두 올리고 복귀해야징
다음화 예고
느닷없이 새로운 세계, 환상향에 떨어진 주인공은 자신의 이름이 '아나타'라는 걸 떠올리고는 낙원화 계획을 나서는데...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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