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차 가져왔어요. 레이무 씨!”
“또 넘어질라. 조심해.”
괜한 말이 아니었다. 굉장히 기분이 올라서 쿵 쿵 다가오는 그녀의 모습은 당장이라도 사고를 칠 것 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에.
“내 차느으은...?”
“아, 스이카 씨도 드실래요?”
“놔 둬. 어차피 가져다 줘봐야 자기 얼굴에 쏟아서 또 소리지를게 뻔하니까.”
“으… 머리야... 내가 언제 그랬는데?”
“사흘 전에.”
“아니야.”
스이카는 마룻바닥에 얼굴을 묻고 말했다.
“정말로?”
찻잔을 집어들면서 레이무가 물었다. 스이카는 손을 높이 번쩍 들어올리며 말했다.
“응... 오니는 거짓말 안해.”
“분명 예전에도 같은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음... 이젠 아냐.”
“그래, 그래.”
레이무는 스이카에 대한 관심을 거두고 김이 올라오는 차를 코에 다가갔다. 코 끝에 느껴지는 온기와 향은 그녀의 숙취를 싹 날려버릴 듯 향기로웠다.
“근데 넌 영업 안하고 이런데 있어도 되니?”
그녀는 차를 홀짝 들이키고 말했다. 괜한 기우였다. 차는 굉장히 맛있었으니까.
“어차피 마을 분들 대부분 오실 분은 오시니까요. 큰 마을도 아니라 매일 보는 분들이고....”
“처음 우리 신사에서 행패 부릴 때보단 느긋해졌네.”
“으. 그때는...”
사나에가 싫은 기억을 떠올렸는지 주춤했다.
“그것보다 레이무 씨, 제가 끓인 차 맛은 어때요?”
눈을 반짝이며 사나에는 레이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응? 뭐... 맛있네.”
그녀의 태도에 깜짝 놀란 레이무는 잠시 주저하며 대답했다.
“정말요? 다행이다아.”
같이 차를 마시는 소녀의 얼굴은 웃음꽃이 피어 그 초록색 머리와 같이 해맑은 느낌을 주었다. 그러고보니 사나에와 이렇게 단 둘이 한가롭게 있었던 적이 있었던가?
“나도 차아아아...”
단 둘은 아니었네. 방 안에 퍼질러 누워있는 오니의 목소리를 들으며 레이무는 생각했다. 그러나 이내 움직이지 않고 다시 머리를 싸매며 누워버리는 오니를 본 레이무와 사나에는 따사로운 햇빛에 해바라기를 하며 조용히 티타임을 즐겼다. 스이카도 곧 두통을 호소하며 잠들었고, 시원한 가을공기에 내리쬐는 햇빛을 맞는 기분은 뭐라 말할수 없을 정도로 포근했다.
“조용하네.”
빈 찻잔의 주둥이의 끝자락을 손가락으로 왔다갔다 하며 레이무가 말했다.
“그러게요...”
나른함을 느끼며 사나에가 대답했다. 자신이 모시는 두 신들과 있을때도, 바깥 세계의 친구들과 있을 때도 이런 기분은 느껴본 적 없는 것 같았다.
“...야.”
잠시 생각을 그만둔 사이 레이무의 목소리가 사나에를 깨웠다.
“네?”
언제 그랬는지 그녀는 레이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왜 자꾸 내 얼굴만 보고있어, 기분나쁘게.”
사나에는 자기 앞의 소녀를, 오랜만에 한 점 한 점 관찰했다. 백옥같은 피부, 갈색 눈, 윤기있는 검은 머리카락과 그것을 강조해주는 빨간 리본...
“야.”
정신을 차려보니 사나에의 두 볼은 레이무의 손에 잡혀있었다. 그녀의 손은 부드럽고, 너무나도 따뜻했다.
“에...?”
사나에의 얼굴을 잡고있는 레이무의 손은, 오므려진 볼에 밀려 툭 튀어나온 입술을 건드리고 있었다.
“왜 자꾸 빤히 쳐다보냐니까?”
손에 잡힌 얼굴을 조물조물 만지며 레이무가 다시 한 번 물었다.
“어... 예뻐서요?”
그 말에, 레이무는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다만 자기 앞에 있는 소녀의 얼굴을 그대로 잡고있었을 뿐. 잠시 후, 그녀는 남은 한손도 사나에의 얼굴을 움켜잡으며,
“아하하, 못생겨서 예쁜 사람은 알아보네!”
그렇게 웃으며, 연신 사나에의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으우, 하지마라여...”
사나에가 할 수 있는건 작은 목소리로 항의하는 것 뿐이었다.
“그마내여어어...”
불쌍한 목소리로 호소하자, 레이무는 그제서야 얼굴에서 손을 떼었다.
“나 참... 무슨 말 하나 했더니...”
레이무는 다시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어쨌든 나도 오늘은 속이 안좋아서, 연습은 못해주겠다. 오늘은 이만 가렴.”
사나에도 별 미련이 없었던지, 그 말에 순순히 수긍했다. 그리고 가기 전 예의바른 인사와 함께, 그녀는 계단 아래로 사라졌다.
그녀가 가고난 뒤, 고요함과 오니의 잠꼬대만이 남아있었다.
“예뻐서라니... 나 참.”
레이무는 방금 그 상황을 떠올리며 사나에의 얼굴을 주물거린 손을 만지작거렸다. 그 바보의 체취가 남아있는 듯한 손을 보며 생각했다. 모든게 끝나고 나자 그녀는 이게 아닌데, 하며 후회했다. 충동적인 그녀답다면 그녀다웠지만, 그녀로서는 어쩔수 없었다.
“...못생긴게...”
코앞에서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던 소녀의 얼굴이, 숨막힐 정도로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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