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무 씨~”
하쿠레이 레이무가 이 천진난만한 소녀에게 처음 느낀 감상은 ‘짜증나는 아이’ 였다. 뻔뻔스럽게 찾아와서 신사를 접수하겠다 선언하더니, 그 이후 자신만의 특권이라 할 수 있는 신토(神道)의 신앙을 야금야금 가져갔다. 그 이후엔 자기가 요괴퇴치를 한답시고 이리저리 날뛰질 않나.
귀찮고 성가신 아이였다.
“왔네.”
툇마루에서 한가롭게 차의 향을 느끼며, 레이무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레이무 씨 오늘도 부탁드려요! 연습!”
사나에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면서 말했다.
“오늘은 쉴래.”
홀짝, 그녀는 정좌한 채로 차를 들이켰다.
“귀찮아.”
세상이 멸망한 듯한 초탈한 표정을 한 레이무의 표정은 그 말이 참으로 한 점 거짓없다는 것을 어필했다.
“에…….”
사나에는 잠시 할 말을 잃은 듯 잠깐 서 있다가, 이내 레이무의 곁에 앉았다.
“그럼 저도 같이 이러고 있을래요. 아무 일 없이 차 마시기.”
“아무 일도 안 한다니.”
붉은 무녀는 잔에 남은 차를 마저 비워내며 말했다.
“차를 마시는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고 하는 말이니.”
“음…….”
그녀가 살던 현대에는 딱히 다도(茶道)와 같은 것이 일상적인 일이 아니었다. 물론 사나에 그녀도 무녀의 집안인 만큼 어느정도 전통문화에 대한 지식은 가지고 있었지만, 지식과 생활습관은 엄밀히 다른 것이다.
“그럼 제가 끓여올게요. 부엌에 있죠?”
사나에는 일어나 신사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그러다 발에 무언가 덜컥 걸리는 것이 있었다.
“으아아아!”
와장창!
제대로 넘어진 사나에는 그대로 탁상난로에 얼굴을 부딪혔다. 그리고 그녀의 발 밑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들었다.
“으으으음……. 레이무……. 벌써 아침이야?”
이부키 스이카가 머리를 부여잡으며 일어났다. 전날 술에 완전히 쩔었던 듯, 그녀의 옷매무새는 흐트러져 있었고 머리는 부스스. 그 아름다운 얼굴마저도 조금 부어올라 있었다.
“일어났니.”
레이무는 아무런 동요없이 자기 집 안의 취객과 넘어진 손님을 바라보았다.
“어머, 죽었니? 빨리 차가 마시고 싶은데.”
“네, 네에~”
방금 전 요란하게 넘어진 것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쌩쌩하게, 사나에는 코를 움켜쥐며 일어났다. 그리고 부엌쪽으로 걸어가며 이내 레이무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런 사나에를 보며 스이카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레이무……. 나 배고파.”
“배고프면 먹을거나 가져와. 매번 무전취식이나 하면서 말이 많네.”
“그치만 난 가져올게 없는걸…….”
“뭣하면 네가 가진 그 표주박이라도 팔아버릴까?”
“으으응, 싫어…….”
숙취에 한껏 시달리는 듯 스이카는 다시 바닥에 드러누워 앵앵거렸다. 머리가 어지러운지 고개를 뒤척이려 했지만 뿔 때문에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아아아아아, 짜증나 뿔 뿔!”
“짜증나면 뽑아. 우리 신사 방세는 그걸로 받을게.”
“시러어어어어-”
한숨을 쉬며 레이무는 한심한 오니를 바라보았다. 물론 그녀도 어제 과음한 터라 그렇게 썩 컨디션이 좋은건 아니었지만. 이 오니는 몇 백년을 살았으면서도 생긴대로 노는구나 하며 생각했다.
“그나저나 사나에는 차를 잘 끓이려나…….”
그 덤벙대는 아이가 정숙하게 차를 마신다니 생각되지 않았다. 피 빠는 꼬맹이보단 낫겠지. 하고 잠깐 홍마관의 어려보이는 주인 생각을 하며.
“차, 차, 차. 차가 어딨을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그녀는 찬장을 뒤적거렸다. 뭔가에 쫓기는 듯한 표정을 한 그녀의 머릿속에는 아프다는 생각보다는 부끄러움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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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거의 딱 한달만에 썼네 존나 토가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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