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더위도 이제 사라진 하쿠레이 신사.
코치야 사나에는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하쿠레이 레이무의 발밑에 쓰러져있었다.
“…… 너도 이제 슬슬 질릴 때도 되지 않았니?”
불제봉을 살랑살랑 흔들며 레이무가 말했다. 그러나 사나에는 웃는 얼굴로 싱글거렸다.
“에헤헤, 또 졌네요.”
벌써 몇십 번째다.
여름부터 시작된 사나에의 도전은 계속되었고 그 결과는 항상 오늘과 다를바 없었다. 최근에는 그녀가 이길 생각도 없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발전이 없었다.
“너도 참 띨띨하구나. 어떻게 발전이 없니 너는.”
바닥의 사나에를 본채만채 하며 그녀가 말했다. 사나에는 여전히 한없이 바보같은 얼굴로 연신 웃고만 있었다.
“그런가요. 이히.“
계절이 바뀔때까지 계속된 이 대결을 레이무로서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다. 대련이라는 ‘노력’ 따위는 그녀에게 있을 수 없는 단어였고, 되려 매일 이렇게 탄막을 흩뿌려대니 참배객이 줄어드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찌보면 그녀의 생각은 전적으로 옳았다. 0명의 비율이 30%로 줄어봤자, 똑같은 0이니까. 단순한 셈으로 치자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귀찮아. 졌으면 어서 빨리 가버려.”
레이무는 피곤하다는 듯 몸을 배배꼬며 무관심하게 말했다. 사나에는 웃는 얼굴로 먼지를 털고있었다.
“벌써요? 전 아직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사나에가 아쉬운 듯, 레이무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아아아, 귀찮다고. 이렇게 네 응석 받아주는 것만해도 고맙게 생각하면 안되겠니. 이렇게 한 번 뛰고 나면 먹는 밥이 더 많아져서 싫어. 피곤해서 잠도 안오고.”
불제봉을 회회 저으며 말하는 레이무의 말투에는 약간의 짜증이 담겨있었다.
“네에…….”
몸을 일으키다말고 사나에는 그런 레이무의 등을 한 번 바라보았다. 그녀는 사나에에게는 그 어떤 신경도 쓰지 않는 듯, 단 한번도 돌아보지 않고 신사를 향해 걸어갔다. 사나에는 뭐라 말하려 했지만 이내 그만두고는, 그 발소리를 들으라는 듯이 터벅, 터벅. 날지도 않고 신사의 계단을 차례대로 밟아내려갔다.
신사에 돌아온 사나에는 먼지투성이의 옷을 갈아입지도 않고는 자기 방에 틀어박혀 이리저리 뒹굴거리기 시작했다. 최근 그녀가 하는 일이라고는 신사의 일을 제외하면 오늘처럼 레이무와 대결하러 가는 것이 전부였다. 그녀가 한창 열을 올려 하던 요괴 퇴치도 접어둔 채로.
“사나에에……. 왔어? 나 배고파.”
스와코가 눈을 비비적거리며 방문을 열었다. 돌이켜보니, 항상 그녀가 돌아온 시간은 저녁 시간을 넘긴 적이 없었다.
“네에-! 카나코님은 아직 안오셨죠?”
사나에는 벌떡 일어나 스와코를 데리고 주방으로 향했다.
“저기 사나에, 다 좋은데…….”
스와코는 사나에에게 어깨를 잡혀 떠밀려가면서 그녀의 옷매무새를 유심히 관찰했다.
“……. 나 기다릴테니까 씻고 밥 하면 안돼?”
먼지가 군데군데 묻고 전신의 땀도 채 마르지 않은 사나에를 보고, 스와코는 솔직한 감상으로 말했다.
“삼학년 B반의 사나에 씨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자아이였답니다~”
욕실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는 사나에의 목소리를 들으며, 스와코는 최근 사나에가 이상함을 느꼈다. 처음 환상향에 왔을 때 그 과한 자기과신도 드러나지 않았고, 요괴퇴치라며 이리저리 쏘다니며 요괴들을 습격하는 일도 없었다. 처음 그녀는 환상향에 그녀가 적응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왔어 사나에~ 밥은 아직이야? 나 배고파.”
잠시 생각하던 와중 카나코의 목소리가 그녀의 주의를 흩뜨렸다.
“그 말은 내가 몇 분전에 했어.”
“그래? 상관 없잖아. 환상향엔 상표권같은건 없으니까.”
“어른의 사정 같은거야.”
“어머, 아이같은 몸으로 그런 말 하니까 귀엽네.”
의미없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둘은 사나에의 노랫소리를 듣고 있었다. 사나에가 최근 이상하다는 것은, 카나코와 스와코 모두 동의했다.
“이상하지. 학교 다닐때도 저정도로 들뜬 적 없는데.”
“그건 아냐. 너무 웃고 다녀서 스마일페이스증후군인줄 알 정도였으니까.”
스와코가 카나코의 기억을 정정하며 말했다. 카나코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입에서 물을 흘리듯이 말했다.
“요괴들 괴롭히는것도 안하고.”
“저번 이변때 못나가서 그런 거 아냐?”
“그런데 저렇게 기분이 좋다고?”
“으으.”
스와코가 더욱 모르겠다는 듯 모자를 푹 눌러쓰며 신음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사나에의 변화는 확실히 긍정적이었지만, 이유도 모르고 아이가 저렇게 변해버리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아, 그것도 그렇고. 또 있다.”
결정적인게 생각났다는 듯 스와코가 큰 동작을 취하며 말했다.
“요즘 사나에, 뭔가 맹해.”
“……? 항상 그랬잖아?”
환상향에 온 이후로 사나에가 펼친 기행들을 곱씹으며, 카나코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아냐. 항상 말 안해도 밥을 하던 애가 부를때까지 방 안에 누워서 맨날 웃고만 있고, 집에 들어오면 옷도 안 갈아입고 씻지도 않는다니까.”
“그건 좀 멀리 나갔네…….”
항상 이상한 행동을 하면서도, 신사에 돌아오면 언제나 착실하고 성실한 아이였다. 특히나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사나에가 씻지도 않을 정도라면 확실히 이상했다.
“… 사춘기라도 왔다던가.”
“요즘 여자애들은 그 때가 되면 유난히 깔끔떨고 꾸미는데.”
또 하나의 가설 폐기.
신화시대부터 살아온 그녀들도 어린 소녀의 머릿속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둘은 곧 몸에 전해져오는 공복감에, 일단 밥이라도 먹고 생각하기로 타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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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엉
이거 몇편까지 늘일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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