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마을에서 실종된 지 한 시간이 지났을 때, 모코우는 그 어디에서도 외래인 청년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모코우는 급한 대로 미혹의 죽림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보기로 했다. 케이네가 기다리고 있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먹을 거리도 없이 빈 손으로 갈 수는 없었다. 변명하는 거야 문제가 되진 않지만 케이네를 굶길 순 없다. 그렇지만 다행히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 녀석이 있었지."
케이네의 제자인 다른 마을의 청년. 그라면 도와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모코우는 그 청년을 찾아갔다. 청년은 모코우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리고 식사 거리와 요리 도구, 음식 재료 등을 챙겨서 모코우와 함께 미혹의 죽림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가니 케이네가 평상시의 모습과 크게 다름 없는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단지, 살짝 피곤해보이기는 했다.
*
아이가 마을에서 실종된 지 한나절이 지났다. 날은 어두워졌지만 실종된 소녀, 아이나 외래인 청년에 대한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간간히 마을로 돌아가 아큐에게 물어본 결과, 외래인 청년이 마을 안에서 발견된 적은 없고, 아이가 마을 밖으로 나가는 것을 봤다는 사람이 있었다. 그것도 혼자서.
모코우는 불새들이 빛을 비추는 밤의 숲길을 걸으며 꼼꼼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딘가에 찢어진 옷자락이라도 잊지 않을까? 그런 희망을 품으며 걷고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몸이 뻐근해지는 것을 느낀 모코우는 가까운 나무에 몸을 기대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때 인간의 것이 아닌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모코우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불새들이 사방으로 뻗어나가 길을 비췄고, 모코우는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비명소리는 다시 한 번 들려왔다. 그러나 비명소리의 주인은 전과 다른 요괴 임에 틀림없었다. 모코우는 재빨리 비명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뛰쳐나갔다. 사방으로 뻗어나갔던 불새들이 다시 모코우의 주위로 몰려들더니 모코우의 뒤를 따라 쏜살같이 날아갔다. 달려가는 도중에도 비명소리는 몇 번 더 들려왔다.
밤하늘 아래, 우거진 나무들 사이에 한 명의 소녀가 서있었다. 불새들이 소녀의 주위를 날아다니며 주변을 비췄다. 소녀의 얼굴은 그녀의 머리카락에 의해 그림자져 잘 알아볼 수 없었지만 그녀의 주위는 그렇지 않았다. 수많은 요괴들이 땅바닥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요괴들의 몸은 집요할 정도로 난도질 당해있었다. 그리고 그 요괴들의 피는 사방에 튀어있었다. 그러나 소녀의 몸엔 단 한 방울도 묻지 않았다.
모코우는 그 광경을 보고 멈춰섰다. 그리고 불새들이 날아다니며 소녀의 얼굴을 비추자 모코우의 입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열렸다.
"넌 분명……."
소녀는 멀뚱멀뚱 모코우를 쳐다보았다. 모코우가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하는 사이, 난도질당해 땅바닥을 기던 요괴들 중 하나가 괴성을 지르며 소녀를 향해 몸을 던졌다. 사납고 흉측하고 날카로운 이빨들이 불새들의 불꽃에 의해 번뜩였다.
촤악!
피 튀기는 소리와 함께 요괴가 산산조각났다. 단단해보이던 이빨도 요괴의 몸체처럼 부질없이 조각나버렸다. 붉은 피와 뇌수가 사방으로 튀었다. 하지만 소녀를 향해서는 단 한 방울도 튀지 않았다.
그제서야 모코우는 모든 상황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어디까지나 겉모습은 흔한 마을의 꼬마나 다름 없는 소녀. 하지만 그 소녀의 등 뒤로는 마치 거대한 거미의 다리를 보는 듯한 무언가가 여러 개 돋아나 있었다. 갯수는 총 6개, 길이는 약 3미터. 형태는 거미의 다리 혹은 게의 다리와 비슷했고, 특징은…… 마치 구부러진 칼날을 보는 듯 했다. 밑도 끝도 없이 예리해보이는 칼날이 마치 거미의 다리 마냥 소녀의 등 뒤에 달려있던 것이다.
그 칼날들이 요괴를 조각내버린 것이다. 그리고 아마, 케이네의 제자들을 토막내버린 것이다. 왜냐하면 그 소녀는…….
"아이……."
모코우는 조심스럽게 소녀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소녀는 갑자기 발걸음을 떼더니 모코우를 향해 다가갔다. 모코우는 고민했다. 당장이라도 자리를 벗어나 이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나? 아니면……. 모코우가 고민하는 사이 소녀는 느릿해보이는 걸음으로 순식간에 모코우의 앞에 도달했다.
모코우는 그 사실을 깨닫고 흠칫했지만 그와 동시에 언젠가 느꼈던 위협감이 그녀의 몸을 자극했다.
"……!"
재빨리 모코우가 몸을 뒤로 날리지 않았다면 그녀는 어제 그랬던 것처럼 온몸이 산산조각났을 것이다. 아이의 등 뒤에 달린 칼날들이 일제히 움직여 모코우가 있던 자리를 베어버렸던 것이었다.
뚝.
무언가 방울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코우의 오른다리에 깊게 베인 상처가 나있었다. 힘줄이 끊긴 듯 했지만 모코우는 거기에 신경쓰지 않았다. 모코우의 눈엔 분노인지 희열인지 알 수 없는 불꽃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 뭐가 됐든 네가 범인이지? 그렇다면……."
모코우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다시 모코우를 향해 걸어갔다. 느린 듯 하지만 실제론 빠른 걸음으로 소녀는 거리를 좁혀갔다. 모코우는 이어서 말했다.
"……찾았다."
화아아악!
모코우의 말이 끝나는 동시에 사방을 떠돌던 불새들의 불꽃이 더욱 거칠어졌다. 모코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몸을 낮추었다. 그러자 불꽃이 솟아나 그녀의 몸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퍼제스트 바이 피닉스(Possessed by pheonix)」
그녀를 불태우던 불꽃은 모코우의 등 뒤로 집중되더니 붉게 타오르는 한 쌍의 날개가 되었다. 그 중 일부는 꼬리뼈 쪽으로 가 주작의 꼬리가 되었다. 말그대로 불사조가 그녀의 몸에 빙의한 것 같았다. 숲의 싸늘한 공기가 급격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모코우가 흘리는 피는 떨어질 새도 없이 증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코우는 희열과 살의, 그리고 만족스러움이 가득한 눈으로 소녀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소녀는 모코우의 앞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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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내려고 쓰다보니 스킵된 장면이 많아서 내용 진행이 어색해!
다음화로 1화 마무리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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