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급격히 늘어난 실종 사건 때문에 마을의 분위기는 흉흉하기 짝이 없었다. 실종 사건은 예전에도 일어났었지만 그렇게까지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발생의 경위가 단순했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마을 밖으로 나간 사람이 요괴에게 잡아먹힌 것. 주의만하면 문제될 일은 없는 실종 사건이다. 하지만 최근에 일어나는 실종 사건은 그 수만 해도 급격히 증가했을 뿐더러, 마을 밖이 아니라 마을 안에서도 발생했다.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실종 사건의 범인은 요괴'라는 것이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기정 사실화 되어있는 마당이다. 그런데 마을 안에서 실종 사건? 마을 안에 있는 요괴는 서당의 선생님으로써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며, 마을을 보호해주는 카미시라사와 케이네 밖에 없었다.
그러던 차에 그 일이 발생했다. 카미시라사와 케이네의 제자들이 벌인 연회날, 서당의 창고에서 연회 중 실종된 사람들의 토막난 시체가 발견된 것이다.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케이네를 의심했다. 그녀에게 명확한 알리바이가 하더라도 요괴의 짓일거라며 알리바이를 무시했다. 거기다가 처음부터 케이네를 꺼려했던 퇴마사도 그걸 선동하면서부터 그녀를 믿었던 제자들조차 함부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러한 이유로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의심하고 있는 거죠."
히에다노 아큐는 무뚝뚝한 말투로 설명을 마치며 찻잔을 들어올렸다. 그녀의 마주편에 앉아있는 백발의 소녀는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른 아침, 백발의 소녀는 마을에 찾아왔다. 입구를 지키던 사람들이 그녀의 정체를 알고 그녀를 꺼려했지만, 누구든지 건들면 불태워버릴 듯한 기세를 내뿜고 있는 그녀를 막을 용기가 그들에게 없었다. 마을에 들어선 백발의 소녀는 곧바로 히에다노 가로 찾아갔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히에다노 아큐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백발의 소녀, 후지와라노 모코우가 밤새 고민해본 결과, 케이네에게 발생한 사건의 그나마 객관적인 상황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그녀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른 아침부터 그녀를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히에다노 아큐는 그녀를 모코우를 만나 모코우의 질문에 답해주기는 하되…… 어째 모코우가 이른 아침부터 찾아온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설명을 듣게 된 모코우 또한 표정이 밝지 않았다.
"하, 아무리 그래도 알리바이가 있는데……."
"알리바이라…… 그 알리바이를 조작할 수 있다면요?"
아큐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모코우의 말을 끊었다. 모코우는 정색하며 아큐를 쳐다보았다.
"그게 무슨 소리지?"
"말그대로에요. 그녀가 알리바이를 조작할 수 있다면요?"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케이네는 너의 말대로라면 케이네는 하루종일 제자들하고 연회에 참가했어. 그런데 어떻게 사람들을 몰래 납치해 죽일 수 있다는 거야?"
"간단해요. 당신도 그녀의 능력을 알고 있죠? 그녀는 역사를 먹어요. 역사를 먹어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그녀 자신의 행적을 지운다면…… 그 틈에 그런 일을 저지르는 건 쉬운 일이죠."
"……너도 케이네를 의심하는 건가?"
모코우에게서 적개심이 떠올랐다. 긍정하면 곧바로라도 그 적개심이 살의로만 바뀔 듯 했다. 그렇지만 아큐는 자기 할 말을 할 뿐이었다.
"예."
적개심이 사라졌다. 모코우는 허탈해진 사람처럼 피식 웃었다.
"그래? 그럼 케이네를 의심하지 않는 건 나뿐인가? 아니, 한 명 더 있긴 하네."
"한 명 더 있다고요?"
모코우는 케이네의 제자인 어느 청년을 떠올렸지만 굳이 그걸 아큐에게 설명해주지 않았다. 대신 아큐에게 물었다.
"케이네에게 그럴 능력이 있다고 하자. 그럼 케이네가 그런 짓을 벌인 위인이라고 생각해?"
"거기에 대해선 저도 부정적입니다. 이때까지 보아온 제가 그녀는 그 어떤 사람들보다도 인간적이었죠. 다소 예의에 중시해서 딱딱한 면이 보이기는 했지만 말이에요. 하지만……."
"하지만?"
"그건 '인간'적인 면이에요. 그렇다면 그녀의 '요괴'적인 면은 어디있죠?"
"……."
모코우는 거기에 답할 수 없었다. 케이네의 요괴적인 면? 만월이 되면 케이네는 백택으로 변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케이네는 역사서를 편찬하는 일에 집중을 해서 딱히 그녀의 요괴적인 면을 볼 수 없었다. 물론 그때마다 신경이 예민해지긴 하지만…… 거기까지 생각한 모코우는 설마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설마 케이네가 만월에 역사서를 편찬하는 작업에 집중하는 이유가…… 요괴적인 면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면? 모코우는 그럴리 없다고 생각했다.
"알 수 없어요. 당사자인 그녀만이 알 뿐이죠."
"……."
모코우는 반론하고 싶었다. 하지만 반론할 말이 없었다. 모코우가 아는 케이네는 그런 일을 할 리가 없다. 하지만 모코우가 모르는 케이네가 그랬다고 한다면? 모코우는 케이네를 모두 다 안다고 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함부로 부정할 수 없었다.
그때였다.
"이 놈, 후지와라노 모코우! 여기에 왔다는 소리를 들었다! 어서 나오거라!"
걸걸한 중년 남성의 외침이 들려왔다. 히에다노 아큐는 골치 아프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럴 줄 알았다는 기색이 그녀에게 엿보였다.
모코우는 자신을 부르는 외침을 듣자마자 기분이 나빠지는 것을 느꼈다. 왜냐하면 그 외침의 주인은 케이네를 쫓아보낸 장본인이나 다름 없는 어느 퇴마사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모코우는 당장이라도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려 했지만 아큐가 그녀를 제지했다.
"일어나실 필요는 없어요. 저도 시끄러운 건 싫으니까."
아큐는 그렇게 말하고 하인을 시켜 퇴마사를 불러오라고 했다. 퇴마사는 전날에 보았던 복장 그대로 방으로 찾아왔다. 퇴마사는 우선 아큐에게 예를 표하며 정중히 인사하더니 모코우에게 성큼성큼 걸어와 적당한 곳에 석장을 내려놓고 앉았다. 그리고 퇴마사가 앉자 아큐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여긴 저의 집이고, 당신 둘은 손님입니다. 그러니 손님의 예를 지켜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한 마디로 정도 이상 싸우지 말란 소리였다. 퇴마사는 모코우를 적당히 노려보다가 입을 열었다.
"요괴의 친우 놈. 마을엔, 그리고 이 고귀한 히에다노 가에는 무슨 일이지?"
"알 필요 없어. 그러는 너야말로 나에겐 무슨 일이지?"
"흥. 요괴의 친우 놈이 마을에서 무엇을 꾸미는 줄 알고 당당하게 마을을 활보하게 둘 줄 아느냐?"
"아아, 그러셔? 마을을 위해서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진짜 '범인'을 찾는 게 나을텐데?"
소모적인 대화가 둘 사이에서 오고 갔다. 아큐는 그 둘을 보자 이마가 지끈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상황을 호전시켜야 될 필요성을 느낀 아큐는 퇴마사에게 물었다.
"퇴마사님, 이제부터 어쩌실 생각이죠?"
"이 요괴의 친우 놈이 마을에 있는 동안 감시역으로 붙어다닐 생각입니다, 아가씨."
퇴마사는 불 같은 성미를 용케 잠재우고 정중히 말했다. 모코우는 닭살이 돋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우선 퇴마사를 무시하고 아큐를 쳐다보았다.
"……아까 이야기 이어서 하지. 하지만 다른 요괴가 그랬을 수도 있잖아?"
"하, 아가씨와 무슨 이야기를 하나 했더니 아가씨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일 생각이었나보군?"
퇴마사는 전생에 모코우라도 원수를 진 것처럼 모코우의 말에 토를 달았다. 아큐도 이정도 되자 참을 수 없었는지 퇴마사를 찌릿 노려보았다. 그러자 퇴마사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아차했다.
"그랬을 수도 있죠. 하지만……."
아큐는 뒷말을 흘렸다. 모코우의 말대로 다른 요괴가 마을에 들어와 그런 짓을 벌였을 수도 있다. 서당의 선생님인 케이네가 난데없이 자신의 제자들을 토막냈다고 하는 것보다 현실성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절대적인 이유가 있었다. 아큐는 퇴마사에게 시선을 보냈다.
"퇴마사님. 그 날 당시에 다른 요괴가 마을에 있었나요?"
"그 날 당시라면…… 어제를 말씀하시는 거겠죠. 그 날 마을에 있는 요괴라고는 케이네 그 놈이 전부였습니다."
"아시겠죠, 모코우?"
모코우는 이를 부득 갈았다. 퇴마사가 케이네를 믿지 못하는 것처럼, 모코우도 퇴마사를 믿을 수 없었다. 선입견에 의한 그릇된 판단이었다. 모코우는 퇴마사를 향해 비웃듯이 말했다.
"당신이 약해빠져서 못 알아차린 게 아니고?"
"흥, 내가 약해빠졌을 수도 있지. 하지만 마을에 있는 모든 퇴마사들이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요괴가 한 짓이 아니라면? 인간이 한 짓일 수도 있잖아?"
모코우는 이때까지 보아온 인간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퇴마사의 얼굴에 분노가 떠올랐다. 퇴마사는 석장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모코우에게 소리쳤다.
"인간이 그랬다고? 네놈은 그 참상을 인간을 저지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나! 요괴놈들이 아닌 자들이 그 죄없는 사람들을, 그 사람들의 몸을 예리하게 토막낼 수 있다고 생각하나!"
모코우는 고막이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것을 느끼고 인상을 썼다. 아큐는 퇴마사의 얼굴을 보더니 더이상 그를 제지할 마음도 나지 않았다. 퇴마사는 이어서 거의 울분에 토해내듯이 말했다.
"도대체 그 자들이 무슨 죄가 있길래 그런 식으로 죽어야만 했던 것이냐! 내가, 그리고 우리 인간들이 그들의 토막난 시체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 너희 요괴놈들은 알기나 하느냐!"
모코우는 반박하려고 했다. 하지만 어떻게 반박하려고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녀의 뇌리에 무언가 스쳐지나갔기 때문이다. 토막. 아까 이 퇴마사 놈이 뭐랬지? 예리하게 토막났다고 했던가? 갑자기 모코우의 몸이 찌릿하게 저려오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모코우는 뇌리를 스쳐지나간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경험이었다.
어제, 그녀의 몸은, 환상향 밖에서 온 인간에 의해, 토막났었다.
"생각났어."
"뭐라고?"
모코우가 갑자기 그렇게 말하자 퇴마사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모코우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퇴마사를 쏘아보았다. 그리고 당장이라도 그의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를 풍기며 입을 열었다.
"범인을 알 거 같아. 젠장, 왜 이 생각을 못했지?"
"범인을 알 거 같다고? 그건……."
퇴마사가 뭐라 말할 틈도 없이 모코우는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범인은 요괴가 아닌 인간. 하지만 너희 마을 사람들 중에는 없어."
"도대체 뭐라고……."
"잠자코 들어! 진짜 범인을 알아냈으니까! 겉모습은 10대 후반의 남성이고 흑발에…… 옷차림은…… 그래, 영원정 약사의 조수하고 비슷해…… 그리고……."
아큐는 모코우의 말을 들을 수는 있었지만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건 퇴마사도 마찬가지였다.
"외래인, 환상향 밖에서 온 놈이야."
"뭐?"
"네? 그게 무슨 소리죠?"
퇴마사와 아큐에게서 반문이 들려왔다. 하지만 모코우는 친절하게 다시 말해줄 생각은 없었다. 그녀는 아큐에게 말했다.
"아큐, 내가 말한 거 기억하고 있지? 그대로 수소문해줘. 그녀석이 진짜 범인이니까."
"잠깐, 네놈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냐! 외래인이라니? 그리고 외래인이 범인이라니? 그걸 네놈이 어떻게 아는 거지?"
"간단해. 내가 어제 그놈에게 토막나 죽었으니까."
아큐는 이해할 수 있었다. 마을 사람들 중엔 마을에 정착한 외래인이 있다. 외래인들과 마을 사람들의 교류는 적은 편이고, 덕분에 외래인에 대한 것들이 모두 밝혀진 것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제 그런 짓을 벌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들 중엔 요괴 뿐만이 아니라 외래인도 포함된다.
퇴마사도 어렴풋이 모코우가 하는 말을 이해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뭐라 말을 해야될 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모코우를 쳐다보았다. 그때였다.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큐가 들어오라고 하자 퇴마사와 비슷한 복장을 한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아큐와 퇴마사에게 인사를 올리더니 용건을 꺼냈다.
"큰일났습니다. 아이가 사라졌습니다."
"아이가 사라졌다고……?"
아이라면 케이네가 창고에서 토막난 시체들을 발견했을 때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던 소녀였다. 그녀는 그전부터 이미 가족을 잃어버리고 말을 잃은채 고아로 살아가고 있었다. 퇴마사들 중 마음 착한 이가 그녀를 데리고 살고 있었다. 하지만 어제 그 일이 발생하고 난 후, 그녀는 엄중히 보호되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단순한 이유는 그녀가 증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녀가 사라졌다?
아큐, 모코우, 그리고 퇴마사는 동시에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증거인멸.
목적은 같았지만 뒤이어진 행동은 각기 달랐다. 퇴마사는 아큐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모코우를 돌아보지도 않고 다짜고자 남자를 데리고 자리를 벗어났다. 아큐도 재빨리 하인을 불러 아까 모코우가 말한 외래인의 신상명세를 설명하면서 수소문해보라고 명령했다. 아큐는 아직까지 자리에 남아있는 모코우를 보며 그녀에게 말했다.
"모코우, 당신은 어쩔 생각이죠?"
"이 마당에 마을 밖을 찾아볼 적임자는 나밖에 없겠지?"
모코우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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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에 드디어 전투씬을 써보는 군요.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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