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혹의 죽림에 위치한 모코우의 거주지는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폐가와 큰 차이는 없었다. 비가 셀 거 같은 천장에 거미줄을 치고 모코우와 동거하고 있는 거미라든지, 바닥 구석에 자라고 있는 버섯이라든지.
하지만 케이네는 집의 비참한 상황 같은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집 만이 아니라 주위의 모든 것이 그녀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마을을 떠난 이후부터 항상 그 상태였다. 침울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걱정을 혼자 끌어안고 놓지 않으려는 모습이었다. 어쩌다보니 케이네를 자기 집으로 데려온 모코우지만 막상 데려와도 어떻게 해야될 지를 모르겠다. 위로 해준다는 것은 모코우에게 익숙하지 않았다.
"들어가자, 케이네."
케이네는 고개를 끄덕이고 모코우와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 작은 탁자 하나 없는 집 안은 초라했다. 다행히 덮고 잘 이불은 있었다. 곰팡이가 스멀스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에 모코우는 한숨을 쉬고 싶었다.
하지만 한숨을 참고 하나 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케이네를 돌아보았다.
"케이네?"
케이네는 흐릿한 눈동자로 조심스럽게 모코우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돌아보기만 할 뿐, 모코우의 대답을 기다리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코우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케이네!"
케이네는 흠칫하며 겁 먹은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여태까지 한 번도 그러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그녀에게 그런 표정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은 모습을 보는 모코우의 마음은 착잡했다. 제자를 잃어서? 케이네의 제자 중 한 명이 요괴에게 목숨을 잃은 적도 있다. 하지만 그때 케이네는 그 제자를 기릴 뿐, 이렇게까지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진 않았다. 그렇다면 어째서?
"케이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말이라도 해줘. 제발."
모코우는 반쯤 애원하는 투로 케이네에게 말했다. 그것이 케이네의 마음에 직접 전달이라도 됬는지 케이네의 눈동자에 약간이지만 초점이 돌아왔다.
"모코우……."
마을 떠난 후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케이네가 입을 열었다. 그러자 모코우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래, 케이네. 너의 입으로 듣고 싶어.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모코우는 케이네를 위로할 생각으로 그렇게 물어보았다. 하지만 그것이 실수였다. 모코우의 질문을 들은 케이네의 몸이 갑자기 떨리기 시작했다. 케이네는 양팔로 자신의 몸을 끌어안더니 털썩 주저앉았다. 그녀의 시선을 바닥을 향했다.
"내가 그런 게 아니야…… 아니, 아닐거야…… 그렇지? 모코우? 내가 그럴 리 없지?"
케이네는 고개가 꺽일 듯이 확 모코우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눈동자는 끊임없이 흔들렸다. 입술은 부들부들 떨렸다. 이마에선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상태가 다시 불안정해진 케이네를 보던 모코우는 한숨을 쉬며 천장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눈 앞을 가렸다. 막막했다. 그런 식으로 모코우가 지금 상황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동안, 케이네는 전혀 안정되지 않았다. 케이네는 계속해서 모코우를 불렀다. 마치 모코우에게 용서받기를 원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어느정도 안정된 모코우는 침착해진 얼굴로 케이네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양손을 그녀의 어깨를 올리며 자세를 낮췄다.
"케이네, 나는 너를 믿어. 하지만 지금은 아닌 거 같아. 한숨 자두는 게 어때? 그럼 진정될 거야."
다행히 케이네는 말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모코우는 재빨리 이부자리를 피고 케이네를 그 위에 눕혔다. 이불까지 덮어주고 난 다음 모코우는 불안정한 케이네의 숨이 진정될 때까지 옆에서 지켜봐주었다. 아직 잘 시간은 아니지만 정신적으로 지쳐있는 케이네는 금방 잠들었다. 그녀의 호흡이 일정해진 것을 확인한 모코우는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집 밖을 쳐다보았다.
청년이 걱정되는 눈으로 케이네를 쳐다보고 있었다. 케이네의 제자로써 케이네의 모습을 많이 보아온 그였지만 그도 케이네의 저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모코우는 발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히 걸어 집 밖으로 나왔다.
"선생님은 괜찮으신가요?"
"아니, 아무래도 충격이 큰 듯해."
모코우는 단지 충격이 큰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녀가 모르는 사정이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케이네가 저렇게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가요…… 그럼 무엇을 도와드리면 되죠?"
청년은 당장이라도 소매를 걷도 나설 듯한 태도로 말했다. 모코우는 청년의 그런 태도를 보며 의아해졌다. 마을의 다른 사람들은 케이네가 그 사건을 일으켰다고 의심했는 지 이때까지 마을을 지켜와준 케이네가 마을을 떠나는 것을 막지 않았다. 하지만 이 청년은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는 건가? 케이네의 제자라서?
"너는 케이네를 의심하지 않는 건가?"
"당연하잖요. 선생님이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죠."
청년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모코우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당연한 말에 모코우는 무언가 자신이 놓친 것의 실마리를 잡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모코우는 천천히 자신의 생각을 곱씹어보았다.
"……그런 짓을 할 리가 없다는 것은 그런 짓이 할 마음이 없다는 소리인거지?"
"네? 무슨 소리죠?"
"케이네가 그런 짓을 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이 말이야."
청년은 눈을 크게 떴다.
"모코우! 설마 선생님을 의심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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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다음화부터 진정한 스토리가 시작될 거 같군요. 케이네의 멘붕씬은 참 쓰기 힘들군요. 너무 어려워요 ㅠㅠ
그럼 좋은 새벽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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