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코우는 한 시도 쉬지 않고 마을을 향해 달려갔다. 뒤따라오는 청년은 매우 지쳐보였지만 그 청년도 쉴 생각은 없었다. 그만큼 사태는 심각했다. 모코우가 청년에게 케이네에게 일어난 일을 들었을 때, 반신반의했다. 연회 중에 실종된 사람들이 서당의 창고에서 토막난 채 발견됬다?
"케이네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
"하지만 문제는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에요. 모코우도 마을에 케이네 선생님을 마음에 들어하시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죠?"
청년은 지쳤을 텐데도 또박또박 말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청년의 말을 들은 모코우는 이를 악물었다. 케이네가 아무리 역사와 예절을 가르치는 서당의 선생님이라도, 마을을 지켜주는 존재라도, 요괴다. 그리고 요괴라는 이유로 케이네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그들은 대놓고 겉으로 그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예 드러내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그 사람들이 이번 기회에 케이네 선생님을 몰아내려고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선동한 모양이에요. 심지어 다른 실종 사건도 케이네 선생님이 저질렀다고…… 그래서 지금 난리도 아니에요."
"망할 자식들……!"
모코우의 입에서 거의 으르렁에 가까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모코우는 케이네를 몰아내려는 작자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케이네는 요괴임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을 위해 그들을 가르쳐주고 지켜준다! 그 은혜를 어떻게 원수로 갚을 생각을 할 수 있는가! 아무리 케이네가 요괴라 하더라도!
모코우는 분노를 참기가 힘들었다. 그녀는 마을 사람들에게 호감도, 반감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 케이네가 그들을 지켜주려고 했기 때문에 모코우 그녀도 케이네를 도와 그들을 지켜줘야겠다. 이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 만큼 그들에게 분노를 품지 않을 수 없었다.
분노가 들끓어 오를수록 모코우의 두 눈동자에는 불꽃이 이글거리는 듯 했다. 열정과 같은 불꽃이 아니라 무엇이든지 태워버릴 듯한 자비 없는 불꽃.
청년을 이끌고 마을 안에 들어선 모코우는 지체할 것 없이 서당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던 중 모코우는 자신을 흘끔흘끔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다. 그 시선이 누구의 것인지 찾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여기저기 모여서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던 사람들이 자신을 흘겨보고 있었다. 모코우는 흥하며 그 시선들을 무시했다. 얼마 안 가 모코우는 사람들이 몰려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케이네가 있는 서당이었다.
"비켜!"
사람들이 몰려들어 서당으로 들어가는 길을 막고 있었지만 모코우는 그들을 밀치고 지나갔다. 마을 사람들은 갑작스런 외침과 함께 자신들을 밀치고 지나간 모코우를 보며 술렁였다. 좋은 의미로 술렁이는 것은 아니었다.
군중을 지나친 모코우는 케이네가 삿갓을 쓰고, 도포를 입고, 한 손에 석장을 든 중년 남성과 대치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중년 남성이 누군지 알 수 없었지만 대충 뭐하는 작자인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분명 케이네를 적대하는 퇴마사가 분명했다. 그때였다.
"이 망할 요괴가!"
퇴마사가 석장으로 케이네의 머리를 후려치려고 했다. 케이네는 서글픈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케이네의 앞을 모코우가 막아섰다.
퍽!
석장은 모코우의 관자놀이에 부딪히며 피가 튀었다. 퇴마사가 흠칫하며 놀란 눈으로 석장을 거두자 모코우의 관자놀이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모코우는 이글거리는 두 눈으로 퇴마사를 노려보았다. 분노와 살의가 느껴지는 시선에 퇴마사는 살짝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갑자기 기세등등한 얼굴로 소리쳤다.
"호오, 이게 누구신가? 인간의 탈을 쓴 요괴의 절친이 아니신가?"
퇴마사는 모코우를 비웃다시피 하며 말했다.
케이네는 눈을 떴다. 그녀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부적으로 묶인 새하얀 장발이었다. 그녀는 그 머리카락이 누구의 것인지 알고 있었다.
"모코우……."
모코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케이네는 흐느끼듯이 말했다. 케이네는 당장이라도 그녀를 끌어안고 그대로 울어버리고 싶었다. 모코우는 퇴마사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지……!"
"뭐하는 짓이냐고? 죄없는 사람들을 죽이고 그 사실을 부인하려는 천인공노할 요괴를 퇴치하려고 한 짓이다!"
"뭐라고?"
모코우는 당장이라도 퇴마사를 덮칠 기세로 반문했다. 만약 퇴마사가 말이라도 잘못 꺼냈다간 모코우가 그를 죽이려고 할 지도 모를 정도로 살기등등했다. 하지만 퇴마사는 흥하며 코웃음을 치더니 당당하게 말했다.
"절친이 한 짓도 모르고 있는 건가! 너의 뒤에 서있는 요괴는 사람들을 끌고가 외딴 곳에서 죽였다! 아마 이전에 실종된 사람들은 그 요괴가 먹은 것이겠지!"
"케이네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 당신 바보 아니야? 케이네가 당신들을 지켜주려고 했던 건 잊어버린 거야?"
"하, 그거야말로 바보 같은 생각이군! 저 요괴가 우리를 지켜주었다고? 그건 단지 자신의 먹잇감을 다른 요괴에게 뺏기는 것을 막으려고 한 행동이었을 뿐이지! 우리 인간들을 위해서 지켜줬다고 생각하는 건가?"
모코우는 이를 뿌득 갈았다. 그러자 퇴마사는 더욱 의기양양해졌다. 마치 자신이 정의라도 되는 마냥 더욱 당당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가 한 행동을 본 사람이 있지."
"그게 누군데! 데려와봐!"
"아쉽게도 데려오지는 못하겠군. 하지만 누군지는 말해줄 수 있지. 저 요괴의 제자였던 아이라는 소녀다. 그녀의 부모님은 며칠 전에 실종됐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그녀는 말을 잃었지. 그리고 오늘. 저 요괴가 창고에서 그를 헤치려고 하려는 광경이 발견됬고 다행히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소녀는 지금 말 뿐만이 아니라 마음까지 잃었다!"
"아니야, 그건……!"
케이네는 황급히 변명하려고 했지만 모코우가 갑자기 팔을 들어 그녀의 말을 막았다. 모코우는 예전에 겪어보았기 때문에 알고 있었다. 이러한 선동에 어설픈 변명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 만도 못하다. 케이네의 변명보다 좀 더 확실한 변명 혹은 증거가 필요하다. 분노에 불타오르면서 한 편 냉정해진 머리로 모코우는 생각하고 생각했다. 그때 뒤늦게 모코우를 데리고온 청년이 군중을 뚫고 왔다.
"그건 오해에요!"
청년은 다짜고짜 퇴마사에게 소리쳤다. 퇴마사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고개를 돌려 청년을 쳐다보았다.
"너는……."
"제가 보았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보았어요! 케이네 선생님은 아이를 헤치려던 게 아니에요!"
"큭! 그럼 그 창고 안에 있던 시체는……."
"그 시체는 아무리봐도 오늘 살해당한 사람들의 시체에요. 그런데 케이네 선생님은 하루종일 저희와 함께 있었어요. 케이네 선생님에게 그런 잔악무도한 짓을 저지를 시간은 없었어요."
군중들 중 몇몇이 청년의 말에 동의했다. 퇴마사 주춤하자 청년은 갑자기 입꼬리를 올리더니 그를 향해 말했다.
"근데 퇴마사 씨, 당신은 범인을 잡을 생각이 하나도 없는 거 아니에요? 단지 케이네 선생님을 어떻게 해볼 생각만 하고 있는 거 같은데? 그런 태도는 유족들에게 크나큰 실례가 아닐지?"
퇴마사는 청년에게 욕지거리를 내뱉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그는 침을 꿀꺽 삼키는 것으로 대신하고 석장으로 땅을 내리쳤다.
쿵!
"그래. 그런 명확한 증거가 있다면 내가 오해했다는 것은 인정하지. 하지만 저 요괴는 자신의 영역에서 마을 사람들이 잔학무도한 살인범에게 습격당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런 요괴에게 이 마을에 있을 자격이 있을까?"
"그건……."
청년은 뭐라 말을 해야될 지 몰랐다. 이 퇴마사 양반. 이렇게까지 집요할 줄은…….
청년과 퇴마사의 대화를 잠자코 지켜보고 있던 모코우가 팔짱을 끼더니 타오르는 대신 차가워진 눈동자로 퇴마사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그래? 그럼 내가 케이네를 데려가지. 그러면 된거지?"
"모코우!"
케이네와 청년이 동시에 모코우를 불렀다. 하지만 모코우는 그 둘을 무시하고 퇴마사의 대답을 기다렸다. 퇴마사는 눈을 부릅뜨더니 모코우에게 말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면!"
"아니. 케이네가 마을을 떠나도 마을 안에서 실종 사건이나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 다시 돌아오는 걸로."
"흥! 그녀가 떠난다면 그럴 일은 없을 거다!"
"그 자부심이 깨질 날이 기대되는 군. 만약 그 날이 오면 곱게 넘어가지 않을테니 그렇게 알아두라고. 그럼……."
모코우는 케이네의 손을 잡고 퇴마사를 비웃듯이 말했다.
"케이네의 도움 없이 한 번 잘 살아보라고."
케이네는 서당을 떠나는 것을 망설였지만 군중들 사이에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오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푹 숙였다. 모코우는 그런 그녀를 데리고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막 자리를 뜨기 직전 모코우는 생각났다는 듯이 청년을 보고 말했다.
"넌?"
"모코우 혼자 케이네 선생님 돌볼 자신 없죠?"
"……따라오려면 따라와."
모코우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를 벗어났다. 청년은 다른 케이네의 제자들에게 걱정의 눈빛을 받았지만 청년은 괜찮다는 얼굴로 그들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모코우를 뒤따라갔다.. 그 날, 카미시라사와 케이네는 마을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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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사 기분 나빠. 어떻게 이승에서 증발시켜줄지 고민 중입니다.
대놓고 떡밥을 뿌리는 맛에 소설을 씁니다. 헠헠.
이제 진정한 백합물이 시작됩니다. 신혼(?)집에서 펼쳐지는 모코우와 케이네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 다음 화를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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