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쓰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연회장 사이로 희미하게 퍼져나가는 비릿한 피 냄새. 케이네가 냄새에 대해 골똘히 생각했다. 하지만 명확히 생각나는 건 없었다. 누가 다치거나 베인 것일까? 그때였다.
"선생님, 선생님!"
어린 제자가 케이네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케이네는 제자에게 물었다.
"왜 그러니?"
"선생님, 엄마 아빠 보셨나요?"
어린 제자의 부모 또한 케이네의 제자였기에 케이네는 그 둘을 알고 있다. 그리고 아까 아침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연회가 시작된 이후로는 어디에 있는 지는 모른다. 그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연회는 크고, 연회에 참여한 사람이 모두 어디에 있는 지 아는 것이 가능할 리가 없다.
케이네는 고개를 저으며 제자의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아니. 다른 사람들에게는 물어봤니?"
"네. 아이(あい)랑 있는 걸 보았다는데, 아이도 안 보여요. 힝. 엄마 아빠는 어딜 간거야."
어린 제자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것을 본 케이네는 어린 제자와 부모가 떨어진 지 시간이 꽤 지났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케이네는 무릎을 굽혀 자세를 낮춘 다음 어린 제자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같이 찾아볼까?"
어린 제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케이네와 어린 제자는 연회장을 돌아다니며 사람들─대다수가 케이네의 제자지만─에게 행방을 물어보았다. 하지만 보았다는 이야기만 들릴 뿐 어딨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케이네는 그 생각을 철회해야했다. 하지만 문제는 제자의 부모를 찾는 것만이 다가 아니었다. 케이네가 적당한 곳에 어린 제자와 함께 앉아 울려고 하는 어린 제자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을 때, 다른 제자가 그녀를 찾아왔다.
"케이네 선생님! 제 형 어딨는지 알고 계세요? 아까 선생님 만나러 가신다고 했는데……."
케이네는 의아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그 제자의 형제는 본 적이 없었다. 거기다가 그 제자도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케이네는 문뜩 요즘 실종 사건이 빈번해졌다는 일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건 마을 밖의 일……이었던가? 케이네는 이때까지 그 실종 사건이 요괴의 짓이라고 단정짓고 마을 밖에서 일어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마을 밖으로 나서는 것을 주의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실종 사건이 마을 안에서 일어났다고 하면? 바로 지금처럼?
긴장했기 때문인지 감각이 더욱 예민해진 케이네는 혈향이 아까보다 짙어졌다는 걸 깨달았다. 그 혈향을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되지 않는다. 불길함. 벌어질 수 있는 가장 불길한 사태가 케이네의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잠시만 기다리렴."
케이네는 제자들에게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혈향이 느껴지는 방향을 향해 뛰어갔다. 이미 인간은 맡을 수 없는 미미한 혈향이 연회장이 가득찬 뒤지만 바람이 부는 방향을 생각하면 혈향이 어디서 퍼져오는 지 짐작할 수는 있었다. 몇 번의 헤맴 끝에 케이네는 혈향이 어디서 퍼져나오는 지 찾아낼 수 있었다.
케이네는 서당의 뒤편에 있는 창고와 거리를 두고 멈춰섰다. 그 곳은 좁기도하고 서당을 가로지르지 않고는 갈 수 없는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연회장으로 사용되지 않았다. 바로 그 곳에 있는 창고의 문틈 사이로 혈향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케이네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창고로 다가갔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갈 때마다 혈향이 짙어졌다. 그리고 불길한 생각도 점점 심해져갔다. 그리고 문 앞에 도달했다.
케이네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충분히 준비됬다고 생각한 그녀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창고는 어둡지 않았다.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햇빛이 창고 안을 비추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케이네는 경악했다.
말그대로 지옥의 문을 연거나 다름 없었다. 문을 열자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혈향이 퍼져왔다. 그리고 그럴 수 밖에 없었다. 한 소녀가 서있는 창고 안엔 인간이었던 걸로 가득차 있었다. 머리를 제외한 모든 신체 부위가 수북히 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신체 부위는 모두 조각나 있었다. 손가락은 마디마디마다 잘려 있었고, 팔뚝은 채를 썬 거 같았다. 그리고 그 신체 조각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예리한 걸로 베어낸 듯 생생한 단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근육, 핏줄, 신경, 뼈. 인체 내부가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그 광경을 보면 될 것이다. 비위를 감당할 수만 있다면.
케이네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온몸이 자기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하지만 이성적인 면은 케이네에게 그 참혹한 광경을 직시하라고 속삭였다. 인간의 단면 사이로 혈액과 골수가 실시간으로 흘러나오는 것을 흘려보는 한편 케이네는 유일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머리들을 쳐다보았다. 모두 알고 있었다. 모두 그녀의 제자였다. 놀란 채로 죽은 듯 눈을 부릅뜨고 있는 제자들의 머리들이 무성의하게 쌓여있는 걸 보니 케이네는 구역질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창고 안에서 창문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을 한몸에 받고 있던 소녀는 문이 열리자 고개를 돌려 케이네를 쳐다보았다. 그 소녀는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 듯 그 어떤 감정도 생각도 읽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어린 아이라 그럴까? 인간 같지 않은 무표정한 얼굴이 케이네와 마주쳤다.
"아이야…… 어떻게…… 된거니……?"
케이네는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며 소녀, 아이에게 물었다. 소녀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해주지 않았다. 대신 그 소녀는 차근차근 말했다.
"선생님은 인간이 아니죠?"
지금 상황과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명확한 발음이었다. 케이네는 무슨 소리냐고 물으려고 했다. 하지만 입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소녀는 다시 케이네를 향해 물었다.
"선생님은 요괴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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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력이 안좋으면 발생하는 좋은 사태. 잔인한 묘사를 하려고해도 필력이 딸려 잔인한 묘사가 불가능 - 수위 걱정할 필요가 없음. 데헷.
다시 말하지만 이 팬팩은 모코케네 백합물 + 환상들이물입니다. 데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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