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모코우 누님은 정말로 오지 않을 생각이세요?"
"누님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지?"
"뭘 새삼스럽게. 할머니라고 불리는 것보단 낫잖아요."
청년이 능글맞게 웃어보이자 모코우는 한숨을 쉬고 싶은 기분을 느꼈다.
"아무리 그래도 할머니라고 불릴 분들은 따로 있지. 어쨌든 연회엔 가지 않을 거야"
모코우가 단호히 말하자 청년은 아쉬움을 역력히 드러냈다.
몇 년에 한 번, 마을 서당의 선생님인 케이네와 그녀의 제자들이 모여 크게 벌이는 연회가 있다. 인간이면서 요괴이기도 한 케이네는 인간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 살 수 있으며 그 덕분에 그녀의 제자도 적지 않았다. 언젠가 그 제자들이 스승의 은혜에 보답해 연회를 열었고 언젠부턴가 그 연회는 큰 행사가 되었다. 어린 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케이네의 제자들이 벌이는 축제.
당연히 모코우와 동행하고 있는 청년 또한 케이네의 제자 중 한 명이었다. 그 청년은 케이네와는 마을에서 살고 있었지만 어릴 적부터 케이너의 서당에 다녔다. 그러한 그 청년이 모코우와 함께 가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이 걷고 있는 길은 한적했지만 언제 요괴가 나타나 습격할 지 모른다. 그래서 요괴의 습격으로부터 보호해주기 위해 모코우가 동행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최근 들어 마을 사람들의 실종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래도 모코우 누님이 찾아오면 반가워할 얼굴들이 많을텐데요?"
청년이 포기하지 않고 다시 묻자 모코우는 한숨을 쉬었다.
"가끔 서당에서 만나니까 상관없어."
사실 모코우도 연회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과거에 몇 번 연회에 참여해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연회는 케이네와 그녀의 제자들을 위한 것이었고, 모코우 자신이 끼어들 자리는 없었다. 그때마다 모코우는 섭섭함과 외로움을 느꼈다. 혼자서 겉도는 느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느낌. 케이네와 다른 한 명을 만난 이후로 그런 감정을 느껴본 적은 거의 없었다.
더 이상 외로운 건 싫어. 차라리 하루종일 잠이나 잘 거야. 어린애의 투정 같은 생각이었지만 실천해본 결과 모코우는 그게 낫다는 걸 깨달았다. 오늘만해도 만약 마을 사람들의 실종 사건 때문에 떠들석하지만 않았어도 발뻗고 잠이나 자고 있었을 것이다.
그 후 청년은 몇번이나 모코우한테 같이 연회에 가자고 요구했지만 모코우는 살벌한 미소와 함께 거절했다. 그리고 어느새 둘은 마을 입구 앞에 도착했다.
"그럼 잘 가."
모코우는 짧은 작별 인사와 함께 몸을 돌렸다. 얼마나 빨리 마을에서 멀어지고 싶었을까. 얼마나 빨리 몸을 돌렸길래 휙 소리가 나며 그녀의 하얀 장발이 휘날렸다. 그리고 찰나의 지체도 없이 걸어가기 시작했다.
"모코우 누님! 그리울 거에요!"
청년은 방정맞게 양손을 머리 위로 들어 휘저었다. 하지만 모코우는 돌아보지도 않고 계속해서 걸어갔다. 주위에 아무도 없었지만 외로움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혼자서 있는 건 익숙했다.
'날 알아주지 않은 게 싫을 뿐이지.'
주위에 누군가가 있더라도 그 누군가가 그녀를 알아주지 않는 것. 그것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혼자 상념에 젖어 아랑곳없이 걷다보니 모코우는 뒤를 돌아봐도 마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 궁상은 이 정도로 해두고... 이제부터 뭐하지?"
원래였으면 잠이나 잤을테지만 오늘따라 잠도 오지 않았다.
"카구야나 찾아갈까?"
자신의 영원한 인생을 지탱해줄 수 있는 자. 호라이산 카구야. 항상 그녀를 떠올리면 분노부터 시작해 갖가지, 오만가지 감정이 다 떠오르지만 길고도 긴 인생에 그런 실감나는 감정은 매우 중요했다.
카구야를 찾아간다. 매력적인 선택이긴 했다. 가서 뭘할건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가서 할 일은 단 하나. 복수라는 명칭의 피 튀기는 싸움이다. 하지만 오늘 같은 날, 그러니까 케이네를 위한 연회날, 그런 짓은 하기 싫었다. 케이네는 자신이 카구야와 싸우는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모르겠다. 우선 집으로 돌아가야지."
길거리에 가만히 멈춰서서 고민해도 생각나는 건 없었다. 집에 가서 드러누워 뭐할건지 고민하며 시간을 날리는 것도 좋은 생각이었다.
폐가에 가까운 모코우의 집은 케이네가 있는 마을에서 좀 떨어진 미혹의 죽림에 있다. 미혹의 죽림엔 미혹의 죽림의 특산물인 죽순을 캐러오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미혹의 죽림이 그러한 명칭으로 불리는 이유는 그 명칭에서 드러난다. 아쉽게도 죽순을 캐러온 사람, 아니면 그냥 어쩌다 온 사람은 미혹의 죽림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모코우가 집으로 돌아가던 중 대나무 사이에서 발견한 청년도 그러한 경우임에 틀림 없었다. 미혹의 죽림에서 길을 잃어 당황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사람은 익숙했다. 하지만 그 청년은 분명 앞서 말한 사람에 포함됬지만 익숙하지는 않았다.
다소 독특한 복장 때문이었다. 상의는 카구야와 함께 살고 있는 달토끼, 레이센 우돈게인 이나바와 유사했다. 색감을 달랐지만 안에 흰 옷을 입고 목에 넥타이를 매고 다시 겉옷으로 검은 옷. 분명 비슷했다. 하지만 하의는 남자인지라 치마 대신 검은 바지를 입고 있었다.
모코우는 청년의 정체도 궁금하기도 했고 길도 알려줄 겸 청년에게 다가갔다.
"어이, 길을 잃은 거야?"
그제서야 허둥지둥하던 청년은 모코우를 발견했다. 청년은 모코우를 돌아보고 살았다는 표정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그것도 잠시 오히려 모코우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모코우가 보기에 매우 어설픈 자세로.
"다가오지 마! 당신은 누구야?"
"이봐, 난 널 도와주려고 하는 거라고."
"그게 정말이야?"
청년은 경계를 살짝 풀었다. 모코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습을 보아하니 죽순을 캐러온 거 같진 않은데 어느 마을에서 왔어?"
"죽순? 어느 마을? 그게 무슨 소리야? 그리고 여긴 어디지?"
청년은 하나도 모르겠다는 얼굴로 반문했다. 그걸로 모코우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옷차림에서부터 의심스러웠지만 여기가 어딘지 모르는 것을 보아하니 바깥에서 온 게 분명했다. 아주 가끔 우연이나 틈새 요괴의 장난으로 인간이 환상향으로 들어오는 일이 있다. 바로 눈 앞의 청년처럼.
모코우는 청년에게 여기가 환상향이라는 곳이라는 것부터 시작해 바깥으로 돌아가려면 하쿠레이 신사라는 곳으로 찾아가면 된다는 것까지 대충 설명해주었다. 청년은 모조리는 아니지만 대충 이해했다는 얼굴로, 그리고 여전히 반쯤 경계하는 얼굴로 말했다.
"그래서 하쿠레이 신사로 가려면 어디로 가면 돼?"
"음... 그건 내가 안내해주지. 하쿠레이 신사까지 가는 길엔 요괴가 자주 보이거든. 거기다가 요즘 마을 사람들이 실종되는 일도 빈번..."
"요괴라고?"
모코우는 그것도 모르냐는 듯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곧 이 청년이 외래인이라는 걸 기억해냈다. 일일이 설명해주는 것도 귀찮아진 그녀는 다시 대충 설명해주었다.
"인간을 식사 삼아 먹고 다니는 놈들이라고 있어."
"그럼 당신은... 요괴 퇴치사 같은 거야?"
"뭐... 그렇다고 해두지."
모코우가 긍정하자 청년은 미심쩍은 눈으로 쳐다보았다.
"대답은 여기까지하고 하쿠레이 신사로 안내해줄게. 나머지는 거기가서 무녀한테 물어봐."
청년이 뭐라 말할 틈도 없이 모코우는 몸을 돌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청년은 한숨을 쉬더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모코우를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다만, 그 속도가 조금 빨랐다.
모코우와 청년 사이의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다. 모코우를 따라 잡은 청년은 모코우의 어깨를 잡으며 그녀를 불러세웠다. 모코우는 귀찮아하며 청년을 돌아보았다.
"뭐……."
퍼억!
둔탁한 타격음이 울려퍼졌다. 모코우의 복부에 청년의 주먹이 박혔다. 모코우가 돌아보는 순간 청년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모코우의 복부에 주먹을 찔러넣은 것이다. 모코우의 눈은 크게 떠진 채로 초점을 잃어버렸다. 각혈? 위액? 그런 걸 토할 여유도 되지 않았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한 일격이었다. 청년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모코우를 쳐다보더니 주먹을 빼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순간 모코우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화르르륵!
모코우는 청년을 향해 손가락을 용조(龍爪)의 형태로 굽히더니 팔을 휘둘렀다. 그녀의 팔이 지나간 자리에는 화염이 피어올랐다.
"어떻게 살아있지?"
재주 좋게 모코우의 팔이 휘둘러지기도 전에 먼저 몸을 빼 거리를 벌린 청년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모코우의 초점은 사라졌고, 심장박동은 멈춰섰다. 하지만 지금 모코우는 분명 살아서 움직이고 있다. 아파보이지만 초점도 돌아와있고, 심장도 뛰고 있다.
모코우는 각혈을 뱉고 청년을 위협적인 눈으로 노려보았다.
"아쉽게도 죽을 형편이 되지 않아서 말이야."
모코우는 독기 어린 말투로 대답해주는 한편 머릿 속으로 청년에 대해 생각했다. 요괴인걸까? 그렇다면 아까 그건 연기? 청년이 정말 환상들이 한 것인지 아닌지 조차 불확실하지만…… 그와중에 정확한 건 있다. 청년은 자신을 죽이려고 했고, 실제로 죽였으며, 그 결과 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 제압할 수 있으면 제압하고, 그렇지 않으면 죽인다.
모코우를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청년도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청년은 모코우를 향해 뛰어갔고, 동시에 모코우는 청년을 향해 횡으로 팔을 휘둘렀다. 불꽃이 팔을 따라 궤적을 그리더니, 불새가 되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그것이 다였다. 청년은 불꽃을 뚫고,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모코우의 앞에 도달했다.
촤악!
모코우는 사방으로 흩어지는 핏방울을 보며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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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물이었던 것 같지만 모코땅은 죽여봐야 제맛! 가볍게 2뎃(1뎃 - 배빵, 2뎃 - 불명)하고 시작합니다.
알바도 짤렸으니 빠른 연재를 해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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