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의 리뷰를 쓴 지 얼마 안 지난 것 같은데 벌써 시즌2의 리뷰를 쓰는구나 하고 생각을 하다가도, 돌이켜보면 시즌1 방영시작한지 2년이 좀 넘었을 뿐이라 놀랍습니다. 이게 또봇처럼 시즌 하나의 길이가 대단히 짧은 것도 아닌데도 말입니다. 보통의 TV시리즈용 애니(22분짜리 26편 정도의...)가 다음 시즌이 나올 때까지 최소 2~3년 정도는 걸리고 심한 경우 5년정도 지나서 후속작이 나오기도 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불과 2년 사이의 기간 동안 두번째 시즌까지의 방영을 모두 마쳤습니다.
시즌2가 그렇게 빨리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당연하겠지만 반갑고 하루빨리 보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좀 다른 생각도 있었습니다. 보통 어떤 작품의 후속작을 본다고 했을 때, 지난번 작품에 비해 무엇이 달라졌는지, 부족했던 부분은 나아졌는지와 같은 것들을 보지 않습니까? 그런데 두리둥실 뭉게공항의 첫번째 시즌이 방영을 끝내고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서 시즌2가 방영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제가 시즌1에 대해서 그닥 좋게 평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과연 10개월이라는 시간이 충분한 것일까?"
더군다나 뭉게공항 시즌2부터는 작품 컨셉이 바뀐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습니다. 1년도 안 되는 기간동안 준비해서 나온 두번째 시즌이 과연 얼마나 새로운 걸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해서 솔직히 말하자면 우려스러웠습니다. 물론 후속작이 빨리 나오는 건 저도 좋긴 한데... 기왕 컨셉도 바꾸고 할 거라면 좀 더 시간을 들여서 기획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뭐 어쨌든 제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니.... 그렇게 작년 10월말 뭉게공항의 두번째 시즌이 방영을 시작했습니다. 첫번째 시즌과는 달리 토요일 오후에 해주었기 때문에 깨어 있는 상태에서 편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 시즌2의 타이틀. 솔직히 숫자 2는 그냥 대충 휘갈겨 적어놓은 것 같긴 한데...
1.
두리둥실 뭉게공항 1은 "초대형 공항인 뭉게공항에 발을 들이게 된 경비행기 윙키가 여러 비행기들을 만나서 벌이는 이야기" 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 그렇게 설명하면 작품의 본질을 일정 부분 까먹게 됩니다. 시즌1은 국내의 다른 유아용 애니메이션들과 한가지 다른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항공이라는 전문적인 소재를 활용하여 만든 이야기를 보여줌으로서 일종의 유아용 전문직 드라마같은 이야기를 보여주려 했다는 것입니다. (실제 효과는 논외로 하고.)
하지만 시즌2부터는 그랬던 작품 컨셉이 대폭 바뀌게 됩니다. 이야기는 세계일주를 하려다 실패한 주인공 윙키가 우연히 '날개학교'라는 이름의 비행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여기서 윙키가 비행학교에 들어갔다는 대목이 중요합니다. 시즌1에서 등장했던 다른 고정 캐릭터들... (비록 하고많은 게스트들 때문에 비중은 별로 없었지만...) 일리, 포스킹, 롱롱, 애니 등등은 대부분 성인이라는 설정으로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윙키 또래로 설정된 듯한 캐릭터도 몇 있었으나 윙키의 정비요원인 벤을 포함해서 몇몇은 지상차량이기 때문에 같이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었고, 그나마 비슷한 녀석이 에밀리밖에 없었습니다.
▲ 시즌2의 배경으로 '추가된' 날개학교. 배경이 완전히 바뀌는 것은 아니고, 윙키는 뭉게공항에서 일을 계속하면서도 학교에 와서 배우는, 일종의 주경야독 식으로 공부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시즌2부터 주 배경에 학교가 추가되었습니다. (당초 저는 아이러브캐릭터 같은 데 실린 내용을 보고 배경이 완전히 바뀌어서 사실상 '두리둥실 날개학교'가 되어 버릴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정작 보니까 그렇진 않더라고요.) 그러면서 썬더와 펠리코라는 비슷한 나이대의 비행기가 추가되었습니다. (캘리는 비행기도 아닌데다가 비중이 너무 적어서...) 또한 보통 유아용 애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유치원 선생님' 같은 캐릭터를 시즌1에서는 애니가 맡고 있는데, 시즌2에서는 같은 비행기인 로키 선생이 그 역할을 이어받게 되었죠. (덕분에 시즌2에서 애니의 비중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더군다나 아이들이 으레 가질 법한, 동경의 대상으로서의 영웅 역할을 하는 스카이윙이라는 녀석도 나왔습니다.
이쯤 되니 대강 감이 오는데, 가만히 살펴보면 새로이 추가된 캐릭터와 배경은 아이들이 주변에서 더 쉽게 볼 수 있는 대상입니다. 같은 또래의 친구들, 선생님,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볼 법한 영웅 캐릭터... 시즌2의 캐릭터 구성을 살펴보면 시즌1보다 아이들이 더 쉽게 자기 자신을 동일시할 수 있게끔 꾸며놨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변화가 처음에는 좀 이상하게 느껴졌었습니다. 윙키는 분명 비행을 할 줄 알고 이미 민항사 소속으로 일도 하고 있는데 그런 비행기가 다시 비행학교에 재입교하는 게 좀 이상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다는 내용이었다면 차라리 시즌1때 이런 내용이 나오고 시즌2가 지금의 시즌1과 같은 내용이었어야 논리적으로 맞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제작진도 그런 점을 미처 생각지 못하고 만들었던 시즌1에서 뭔가 문제점을 발견하고 지금의 시즌2와 같은 내용을 생각했던 것이리라 여겨 봅니다.
배경과 캐릭터의 추가 외에도 몇 가지 중요한 변화가 있는데, 시즌1에서는 비행장면이 정말 민항기같은 조심스러운 비행이었는데 시즌2에서는 공중곡예나 전투기동술 같은 급기동을 하는 장면이 많이 추가되었다는 것입니다. 바로 첫번째 에피소드부터 항공기의 움직임이나 카메라워크를 좀 더 역동적으로 보여주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것이 마지막회에서는, 시즌1시절의 제작진이었으면 생각지도 못했을 항공무장까지(파괴적인 물건은 아니었지만) 보여주기에 이르고 있습니다.
▲ 시즌2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풍경
그리고 또 한가지 다른 점은, 시즌1에서는 별다른 악당이나 대립관계 설정의 캐릭터가 없었지만, 시즌2에서는 그런 캐릭터가 추가되었다는 것입니다. 시즌1에서는 포스킹이 현란한 아가리트롤링을 보여주고 있지만 근본이 나쁜놈이라기보단 그냥 동네 입 잘 터시는 분 정도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즌2에서 추가된 썬더는 트롤링도 잘하고 도망도 잘가고 허세도 잘 부리고 못하는게 없네요. 뭉게공항 시즌2를 보면 많은 에피소드가 이런 전개를 취하고 있습니다.
썬더가 윙키 도발 → 부들부들..... 피꺼솟..... → 잡히면 죽여버리겠어! → 추격전 시작 → 사고침 → 혼남
이것은 어찌 보면 우리가 어렸을 적, 친구들끼리 이런저런 것들을 가지고 놀리고 서로 뛰어다니면서 쫒아다니고 하던 것을 떠올리게 합니다.
또 본편에서 자주 등장하는 건 아니었지만 도둑 비행기 핀치라는 악당 캐릭터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 영웅과 악당. 이것도 전작에서는 볼 수 없는 요소였습니다.
그러니까 대략 이렇습니다. 1.또래의 친구 역할 캐릭터 (그 중에 엄청난 트롤러 포함) 2. 같이 따라다니면서 비행도 가르쳐 주는 선생님 역할 캐릭터 3. 영웅 캐릭터 4. 악당 캐릭터 5. 거의 매번 쫒고 쫒기는 전개(+액션)
줄여서 보면 우리가 보통 보는 유아나 어린이 대상 애니메이션에 일반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요소들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시즌1이 앞서 말했던 것처럼 전문직 드라마같은 구성이었다면, 시즌2는 그냥 보통의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에 좀 더 비슷하게 변한 것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시즌1때는 성인 팬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어린이들보다 좀 더 성인 취향에 가까웠다고 읽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작품에서 전문적인 티가 나는 것과는 별개로 내용이 너무 잔잔해서 좀 지루하게 여겨지는 측면도 있었는데, 제작진이 그런 문제를 해결하고 한편 작품 자체를 좀 더 대상연령에 맞추기 위해서 작품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들어보면 해외(특히 유럽)은 잔잔한 내용을 선호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유아용이더라도 살짝 과격한 내용을 선호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 보자면 시즌2의 이러한 변화는 좀 더 국내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런 변화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 두 가지가 있는데, 유아용 애니메이션에서 많이 취하는 내용구성을 가짐으로서 좀 더 실수요자에게 가까이 가고 모험의 여지를 좀 줄였지만, 한편으로는 뭉게공항이라는 작품이 가지고 있던 고유의 작품색이 어느 정도 희석되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2.
뭐 여기에서 아무리 뭐라고 한들, 어차피 이 작품은 상업애니이고 저는 그냥 마니아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런 제작진의 선택을 가지고 왈가왈부하긴 힘듭니다. 작품 컨셉이 바뀌어 버린 것은 개인적으로 좀 아쉽습니다만... 하지만 한 가지, 시즌1때 그렇게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야기했고 시즌2에서도 포기할 수가 없었던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비행장면입니다. 시즌1때의 비행장면은 항공기가 실제 공중에서 기동한다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마치 몇 가지 물리법칙을 무시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 화면 속에 있는 것은 비행기가 맞는데 제가 실제로, 그리고 시뮬레이션에서 보는 비행기의 움직임과는 뭔가 묘하게 안 맞게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면서 시즌2가 나오면 다른 것은 몰라도 제발 저것만은 좀 제대로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드린 것처럼 시즌2는 불과 1년도 안 지난 시점에 방영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부분이 딱히 나아져 있을 것 같지 않았습니다. 세월이 좀 지나고 난 다음에 나오는 작품이라면 그동안 다른 작품을 하면서 경험도 쌓였을 거고 이런저런 기법의 연구개발 같은 것도 조금이나마 더 되어 있는 상태로 만들어지게 될 테지만 지금은 그걸 기대할 수 있을 만한 시간적 여유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보였으니깐요.
그리고 시즌2의 1회를 봤을 때 역시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싶었습니다. 윙키와 썬더가 공중 경주를 하는 장면에서 역동적으로 보이고 싶어서 노력한 흔적은 역력했으나, 그들의 움직임은 시즌1때와 마찬가지로 묘하게 어색했던 겁니다. 마치 초보 애니메이터가 사람 걸음걸이를 애니메이팅 해놓은 것을 보는 느낌?
그런 느낌은 2회, 3회... 계속 보면서도 달리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았고, 볼 때마다 한숨이 나왔습니다. 특히나 이번 시즌부터 그런 비행액션을 강조했기 때문에 비행장면의 결점이 더욱 두드러져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역시 10개월은 너무 짧았어." 싶었습니다.
▲ 비행장면에서 항공기 움직임의 퀄리티가 회를 거듭할수록 나아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선회장면이 그런데, 위는 1회, 아래는 25회에서 캡쳐한 것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1회에서는 급선회할 때 뱅크각(항공기를 좌우로 기울인 각도)를 적게 주고 선회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급선회를 하기 위해서는 항공기를 더 크게 기울여야만 합니다. 그런데 25회에서는 좀 더 자연스럽게 선회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어느 시점 이후부터는 비행장면을 딱히 기대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요. 희한하게도 점점 변화가 일어나더라고요. 몇 회 쯤이었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데 어느 편의 비행장면은 보고 나니 '어 그런대로 괜찮네?' 싶은 겁니다. 윙키와 썬더는 급선회를 하기 위해 뱅크각을 크게 주기 시작했고, 에밀리가 어느 지점 상공을 빙빙 돌면서 지상을 비추는 장면도 많이 자연스러워져 있었던 겁니다. 움직임 자체뿐만 아니라 카메라워크도 회가 거듭할수록 조금씩, 아주 조금씩 변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마지막회에서는 그런대로 만족스러운 비행장면을 보여주게 되었습니다. 비록 스카이윙의 그 희한한 기동은 여전히 좀 마음에 걸리지만 적어도 주인공이 보여주는 기동은 꽤 자연스럽게 변해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비행장면 퀄리티가 점점 올라가는 것은 맞지만, 같은 회차 안에서도 에피소드별로 편차가 있어서 어느 에피소드는 자연스러웠던 반면 어떤 에피소드는 이상하게 느껴진 회도 있었습니다. 또한 마지막 회 스카이윙이 보여줬던 부자연스러운 기동처럼 예외적인 상황에서의 움직임이나 수평선회가 아닌 다른 기동에 관해서는 아직 더 경험이나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시즌1에서의, 현실의 물리법칙을 묘하게 무시하는 듯한 움직임에서는 많이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제작진이 시즌2를 액션을 좀 더 강조하는 컨셉으로 만들려고 했던 게 이런 변화를 불러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시즌1때처럼 조심스러운 기동이 아닌, 더욱 역동적인 장면을 갈구하게 되면서 연구를 하다 보니 비행장면의 전반적인 퀄리티가 올라온 것으로 보입니다. 적어도 이 점에 관해서는 칭찬하고 싶습니다. 역시 경험이 많이 쌓여야 하는 건가 봅니다. 하지만 위에서도 말했듯이 아직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좀 더 공중에서의 항공기 움직임과 이를 지배하는 물리법칙, 그리고 이를 적절히 보여주는 카메라워크에 대해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작진이 매번 에어쇼 같은 데 가서 비행기 구경을 하는 건 어려울 테니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비행 시뮬레이션 같은 모의 프로그램으로 지속적인 간접경험을 하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국내에서 최근 에이스알파(http://www.acealpha.com/)라는 회사에서 비행 시뮬레이션 무료 교육을 시켜주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항공영화나 항공 애니메이션 같은 작품들에서 사용된 기법을 연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리라 생각합니다. 그 상세한 방법은 저보다도 제작진이 더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3.
시즌1의 총합 리뷰를 하면서, '하늘을 나는 느낌'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당시에는 비행장면에서의 물리적 개연성이나 카메라워크만을 염두에 두고 했었던 것 같습니다만 시즌2를 보면서 한 가지 더 추가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배경입니다. 하늘을 날 때 공중에 떠 있다는 몸의 느낌 자체만으로도 신비롭긴 하지만, 정보의 대부분을 시각에 의존하는 인간의 특성상 가장 확 와닿는 것은 바로 건물이고 산이고 강이고 하는 것들이 내 발 한참 아래에서 마치 장난감처럼 있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보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행기를 처음 타 보는 사람들은 창밖의 배경을 보고들 싶어하잖아요. 저 멀리 보이는 지평선, 끝을 알수 없이 펼쳐진 운해(雲海), 손에 잡힐 듯이 작아진 대도시...(또봇의 거기 말고!)
대한민국 공군 창설에 큰 기여를 하셨던 딘 헤스 대령님의 자서전 '신념의 조인(The Battle Hymn)' 에서는 하늘을 이런 식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오하이오 주 상공을 비행할 때 나는 때때로 창공을 바라보며, 작은 솜들이 수놓아져 있는 푸른색의 이불이 세상을 감싸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젖어들곤 했다."
그만큼 비행중에 보는 하늘과 지상의 배경이 아름답게 보인다는 뜻일 것입니다.
▲ 시즌1과 시즌2 하늘 비교. 위가 시즌1, 아래가 시즌2입니다. 시즌2에서는 하늘의 구름을 3D로 바꾸었습니다.
두리둥실 뭉게공항 시즌1의 배경은, 밋밋해 보였었습니다. 지형은 나무나 수풀, 길, 가옥 같은 것이 전혀 없고 부자연스러운 지형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상하게 보였었습니다만 하늘은 실제 사진을 파노라마식으로 늘여 놓았기 때문에 다소 자연스럽게 보였었습니다. (대신 다양성은 좀 부족했습니다.)
시즌2에서 배경 부분에 보여진 큰 변화는 시즌1에서 단지 평면 사진일 뿐이었던 하늘 배경이 3D 배경으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작품의 3D 공간상에서 정말로 떠 있는 구름이 가까운 것은 가까이, 먼 것은 멀리 배치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캐릭터들이 하늘을 역동적으로 날아다니는 장면에서, 주변에 구름을 배치하면 속도감이 좀 더 있어 보이는 것을 노린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구름의 형태가 똑같은 것밖에 없었던 것과, 지평선 부근에서 하늘 색이 옅어 보이는 점이 그닥 드러나 보이지는 않았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습니다만 2D에서 3D로 바뀐 하늘 배경은 나름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지상 배경은 시즌1때에 비해 큰 차이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굳이 있다면 날개학교가 추가되었습니다 정도? 하지만 그 퀄리티 면에서는 시즌1과 달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시즌2를 보면서, 시즌1때에는 느끼지 못했던(시즌1때 없었다는 뜻이 아니라 그때 자각을 못했다는 뜻) 문제를 두 가지 발견했는데 하나는 바로 카메라의 각도에 따라 지상이 보여야 하는 각도에서도 지상이나 지평선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이것은 오히려 현실보다는 비행시뮬레이션쪽을 참고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애니메이션처럼 3D로 된 배경에 있는 물체를 가상의 카메라로 잡아서 보여 주는 비행시뮬레이션에서는 (보통 외부조망(external view)라고 부르는 시점) 카메라가 비행기 위에서 아래쪽에 있는 비행기를 비추는 시점에서도 어느 정도 각도까지는 지평선이 보이게 됩니다. 시야각(Field of Vision)에 따라 조금씩 달라보이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비행기 바로 옆에서 수평으로 비행기를 비추어도 지평선이 보이기도 하는군요. 하지만 뭉게공항에서는 비행장면에서 어떤 경우 지평선이나 지상이 보여야 할 각도에서도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때문에 마치 비행기가 아무것도 없고 단지 배경이 파란색이고 구름이 좀 떠 있는 허공을 지나다니는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두 번째는 지평선 근처의 지형이나 하늘 부분이 자연스럽지 않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높은 산 같은 데라도 올라가서 먼 곳을 바라보면, 멀리 있는 곳은 약간 흐릿하게 보이며(대기가 있기 때문에) 저 먼 곳까지 평행선을 달리며 나아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뭉게공항에서는 이따금씩 지평선이나 수평선이 나오는 배경을 보여줄 때, 구름이 지평선에 걸려 있다던가 해서 마치 지형 자체가, 천공의 섬 라퓨타 같은 작품에 나오는 날아다니는 섬처럼 공중에 붕 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줍니다. 이것은 모든 부분에서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어떤 곳은 그렇고 어떤 곳은 또 아니기도 합니다. (특히 뭉게공항처럼 자주 쓰이는 배경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 뭉게공항의 장면과 비행시뮬레이션 장면들과의 비교. 뭉게공항에서는 지평선과 지상이 보여야 하는 카메라 각도에서도 안 보이게 나오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 그런데 또 어떤 부분에서는 잘 나오기도 합니다.
▲ 일부 배경에서는 구름이 지평선에 걸려 있어서 지형 전체가 공중에 붕 떠있는 것 같은 인상을 줍니다.
4.
시즌1의 이야기를 두고 가장 아쉬웠던 점은 전반적으로 밋밋하고 지루하게 느껴졌던 것과, 일회성 조연 캐릭터가 너무 많이 등장해서 정작 고정 캐릭터의 비중이 적어졌던 점, 그리고 회당 상영시간이 짧다는 점이었습니다.
시즌2를 보면서 참으로 다행하다고 여겼던 점 중 하나가 시즌2는 보면서 적어도 지루하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보고 있으면 꽤나 흥미진진했고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하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갈등구조가 극에 도입된 것이 주효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또한 고정 캐릭터의 비중이 커졌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물론 시즌2의 고정캐릭터는 날개학교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시즌1의 포스킹이나 일리, 롱롱 같은 비행기들은 결국 여전히 빛을 못 봤지만, 그래도 시즌1때의 떡밥을 회수한다던가(롱롱의 우주왕복선 친구 에피) 해서 조금씩이라도 이전의 고정 캐릭터들을 챙겨주려는 것은 좋았습니다. 물론 시즌2에서도 게스트 비행기들은 조금씩 나오지만 시즌1때처럼 남발되어서 새로운 주연들의 자리를 파먹는 것 같은 느낌은 전혀 없었습니다.
▲ 이름만 들으면 P-47 썬더볼트가 생각나는 녀석이지만 베이스 기체는 P-51 무스탕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랜딩기어가 세발자전거식이고, 라디에이터의나 주날개 위치, 카울링 모양 등이 살짝 달라서 무스탕 전투기 원본과 그닥 비슷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시즌2에서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는 누구니누구니해도 바로 썬더인데, 사사건건 윙키와 대립하지요. 아마 뭉게공항 시즌2 에피소드 내용 중 상당수가 윙키와 썬더의 대립과 관련되어 있을 겁니다. 저는 시즌2 방영 전에 썬더가 윙키의 라이벌격으로 나온다고 해서 에밀리를 사이에 놓고 싸우는 전개를 기대했는데 아니었네요;;;
아무튼 꽤 많은 내용에 썬더가 연관되어 있다 보니까 이번에는 새로 추가된 캐릭터들의 비중 사이에서 차등이 생기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캘리는 차량이니까 그러려니 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펠리코의 비중이 초반에 예상했던 것보다 적어서 아쉬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날개학교에서 비행술을 배우지만 한편으로는 영상이나 사진촬영에 관심을 두고 있던 펠리코. 초반에 펠리코가 뭔가 촬영하기를 좋아하는 컨셉으로 나왔을 때 이건 분명히 펠리코를 두고 진로나 꿈 같은 것에 관해서 가르침을 주는 비중있는 에피소드가 나올 복선이라고 여겼는데, 그 이후에 그냥 별 비중은 없고 가끔씩 이상한 소리나 해대는 녀석으로 굳어져 버리고 말았더라고요. 펠리코가 주역으로 나왔던 에피소드조차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일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 옆에다가 고물 엔진을 달고 빠르게 날아다니다가 사고가 나는 그런.... 아무튼 너무 아쉬웠습니다.
▲ 펠리코는 개인적으로 너무 아쉬운 녀석이었습니다.
▲ 벤은 시즌2 들어서 캐릭터 변화가 가장 심한 녀석이었는데, 심지어 담당 성우까지 바뀌어 버렸습니다. (어떻게 보면 엄청난 캐붕) 시즌1에서 보여주었던 동생뻘 윙키를 잘 보살펴 주는 형(ANG?) 같은 이미지에서, 기계에 관심이 많고 (여자보다) 책 읽는 걸 좋아하는 항덕후로 바뀌었습니다. 마치 제 자신을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묘하네요.
기존 캐릭터들 중에서는 벤의 변화가 눈에 띄었습니다. 시즌1에서 벤은 자상하고 속 깊고 윙키를 남몰래 짝사랑하는 옆집 형처럼 보였는데, 시즌2에서는 그냥 윙키 또래의 친구, 그리고 항덕으로 변했습니다. (심지어 성우도 바뀌었습니다. 이제 이 작품에서 에밀리, 애니, 벤이 같은 성우.) 시즌2의 벤은 윙키보다 기계나 항공기 자체에 관해 더 관심이 많은 것처럼 보입니다. 어쩌면 보니타나 자기를 짝사랑하는 캘리보다도, 비행기 백과사전이나 어디선가 가져온 고물 무전기 같은 것에 더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시즌2의 벤이 비행기 기종 같은 것도 알아맞히곤 하는 걸 보면서 "저거 나 아냐?" 싶은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실제로 그렇다면 참 놀랍긴 한데 그럴 리는 없을 것 같고요. 아마 자기 일에 정말로 열정적인 사람들을 가지고 만들었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에밀리는 시즌1에서는 비중에 그닥 크지 않았던 느낌이었는데 시즌2에서는 비중이 꽤 늘어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아주 큰 정도는 아니고 그냥 적절한 조연 정도로 나오고 있습니다. 시즌2의 에밀리를 생각해 보면 항법을 제대로 구사할 줄 모른다고 나왔던 게 기억이 나는데, 그렇다면 그동안 이상한 장소들은 어떻게 찾아다녔던 건지 궁금해지네요.
아무튼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시즌2에서는 이렇게 캐릭터 나름대로의 느낌을 정리할 수 있을 정도로 주요 캐릭터의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시즌1을 보고 나서 일리나 롱롱이 어떤 녀석이었는지 이야기해보라고 하면 쉽지가 않았었죠. 그렇게 주요 캐릭터가 더 부각되게 된 것은 좋은데, 아쉬운 점이 있다면 캐릭터의 성숙이 잘 그려지지는 않는 것 같다라는 점입니다. 썬더의 경우 속도를 중요시하고 허세가 심한 녀석으로 나오는데, 저는 녀석이 회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성장하면서 변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마지막까지 윙키한테 트롤링을 거는 걸 보면 말입니다. 무림일검의 사생활에서 사람 상태의 진영영에게서 커피가 나오는 걸 본 혜미가 "사람은 역시 쉽게 변하지 않나봐." 라고 했던 것처럼 비행기도 쉽게 변하지 않는 걸까요? 그래도 저는 중간중간 썬더가 여러 가지 작은 깨달음들을 조금씩 얻어 가는 걸 보면서 마지막에는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 날개학교의 선생 로키. 괴짜 선생이라는 설정인데 제가 보기엔 별로 안 그런 것 같은데요.
▲ 그래도 시즌1에서 나왔던 캐릭터들도 버리지 않았고, 심지어 시즌1때 뿌린 떡밥을 회수하는 모습까지 보여줬습니다.
썬더라면 정신적 성숙이 필요한 경우였겠지만 윙키나 에밀리의 경우는 그런 면보다는 비행술에 대해 배울 점이 더 많았을 것입니다. 윙키의 경우 세계일주 비행을 시도하다가 실패해서 날개학교에 입학하게 되었고, 에밀리의 경우 입학 사유는 분명치 않지만 날개학교를 다니면서 자기가 잘 하지 못했던 부분을 익히게 되었으니깐요. 사실 단일 에피소드에서는 누구가 무슨 기술을 새로 배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라는 내용이 나오지만, 그 이후 에피소드에서 그때 배운 기술을 이용해 이전에 할 수 없었던 걸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는 내용이 나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에밀리가 항법에 관해서 배우는 에피소드는 있었지만 나중에 그것을 사용하는 것을 짤막하게라도 보여주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라도 보여줘서 "그동안 날개학교를 다니면서 이만큼 배웠습니다." 하고 보여 줬다면 좋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윙키 같은 경우도 여러 가지 비행술을 배웠지만 정확히 로키에게서 무엇을 배웠고 나중에 배운 것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몇몇 에피소드를 제외하고 분명하지 않습니다. 펌랜딩 같은 기술에 관한 에피소드는 기억나는데 그 외에 대부분은 기초비행체조라는 이상한 동작 하는 장면밖에 기억이 안 나네요.
그래서인지 주요 캐릭터 전부가 날개학교라는 학교에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딱히 기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성장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 마지막회에서 뭔가 큰일을 해내긴 했지만 그래도 별로 성숙해진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 건 왜일까요?
내용의 측면에서 좀 더 이야기하자면, 에피소드들 가운데 조금씩 비슷한 내용이 있었다는 점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를테면, 어떤 에피소드에서 윙키가 변장한 스카이윙을 따라 섬에 갔는데 폭풍을 만나 위험에 처합니다.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비행을 잘하는 다른 비행기를 만나러 간 곳에서 폭풍을 만납니다. 또다른 에피소드에서는 어떤 공항이 폭풍우로 위험에 처합니다...
이런 식으로 주요 갈등 요소가 비슷하다던가 해서 참신함이 떨어져보이는 에피소드들도 있었습니다만 한편으로는 하늘로 날아간 등불을 모아온다던가, 고장난 안테나를 대신해 안테나 돔을 지고 임무를 수행한다던가 하는 참신한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항공이라는 소재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개연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적절하게 만화적 상상력을 발휘했던 이야기들을 좋게 보았습니다.
▲ 개인적으로 너무 마음에 들었던 에피소드들. 17회 - 등불축제에 가다 / 24회 - 안테나가 고장났어요!!
▲ 이외에도 항공기 마개조(?)나 비행 시뮬레이터 같은 소재의 등장도 인상깊었습니다.
그런데 좋았던 이야기든 좋지 않았던 이야기든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시즌1때와 마찬가지로 역시나 너무 짧다는 것이었습니다. 7분20초가 아니라 11분이었다면 좀 더 깊이 있게 들어갈 수 있었을 이야기들이 짧은 상영시간의 한계 때문에 미처 다 보여주지 못하고 끝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에피소드당 상영시간이 길어지면 한가지 이점이 있는 것이, 지금과 같은 상영시간이라면 시즌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78개의 서로 다른 에피소드에 관한 아이디어를 생각해야 합니다만 상영시간을 11분으로 하면 52개로 줄어들게 됩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앞서 이야기했던 것과 같이 여러 에피소드에 나오는 갈등 요소가 겹칠 가능성도 더 줄어들겠죠. 만드는 사람 입장이 좀 더 편해지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에피소드 개수가 몇이건 어쨌든 만들어야 하는 총 상영시간은 변하지 않으니까) 아무튼 그렇습니다.
5.
시즌2의 본편 내용 자체에서 전문적인 부분이 줄어든 대신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코너를 통해 간단한 항공 지식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시즌1때 바랬던 것이라 이런 것을 추가한 것은 굉장히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항공이라는 분야 자체가 생소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기본 지식을 가르쳐 줄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매 회마다 다른 질문이 나오는 것은 아니고, 몇 회마다 한번씩 다른 질문과 답변으로 바꾸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질문 선정을 어떻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이것이 다음 시즌에도 이어진다면 실제로 아이들이 항공기를 두고 궁금해하는 것에 관해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질문 개수도 좀 늘려서.....
▲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코너
6.
모두 얼마 전에 등장한 '꼬마버스 타요'에 등장하는 꼬마버스 도색을 한 버스의 등장을 기억하실 겁니다. 타요가 실제 서울시를 배경으로 하고 서울시 버스를 모델로 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작품 자체가 원래 인기작이기도 했지만 타요버스 덕분에 작품이 더 널리 알려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홍보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과 현실의 묘한 콜라보로서 타요버스 사례는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에 중요한 일보 전진으로 기록되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런 시도가 앞으로도 다른 작품을 가지고도 많이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타요버스
타요버스 사례를 보면서 뭉게공항은 저렇게 할 수 없을까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국내에서 뭉게공항에 나오는 주역 캐릭터들과 같거나 비슷한 기종을 많이 운용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동차처럼 스티커를 붙이거나 할 수 없고 무조건 재도색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도 심심찮게 들어가겠죠.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비행기라는 물건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건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시내버스처럼 그냥 길 가다가도 자주 마주치곤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가끔 비행기구름을 뿌리면서 날아가는 것을 한참 아래서 지켜보거나, 자세히 보려면 에어쇼 같은 데를 굳이 찾아가야만 하는 형편인 것입니다.
두리둥실 뭉게공항이 가지는 결정적인 난점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행기라는 소재 자체가 아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좋은 소재는 처음부터 아니었던 것입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전 세계적으로도 비행기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이나 캐릭터가 그리 많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두리둥실 뭉게공항이 창사 이후 회사의 첫 자체기획 작품이었다는 제작사 DPS의 입장에서 처음부터 이런 마니악한 소재를 선택해서 대중적이어야 하는 상업 애니메이션을 만드려고 했던 것 자체가 엄청난 모험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더군다나 처음 시즌부터 만화적인 상상력을 많이 대입하기보다 고증에 신경쓰려고 했던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결과물은 둘째치고더라도)
하지만 이미 두번째 시즌까지 왔고, 오히려 쉽사리 선택하기 힘든 소재를 선택함으로서 가지게 된 입지가 있기 때문에 지금은 어떻게든 이 소재를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애니메이션과 현실의 연결을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것에 관해서 많이 생각해 봤습니다만 적어도 뭉게공항 같은 세계관에서 그런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우리나라가 미국처럼 항공선진국도 아니기 때문에 항공 관련 행사로 공감대를 얻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디즈니의 '비행기'를 자세히 보면 이런 퀄리티는 분명 항공선진국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항공과 항공기라는 것이 일반인에게 더욱 가깝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시즌2 제작에 제주항공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인지 등장한 것 같은 캐릭터 '재즈'. 하지만 일회성 출연에 그쳐 홍보효과는 미지수...
그런데 어느 에피소드에서 마치 제주항공의 도색을 연상시키는 캐릭터가 등장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두번째 시즌이 제주항공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졌기 때문에 특별출연한 것이라 보이는데 나름 괜찮은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캐릭터가 고정캐릭터가 아니고 게스트일 뿐이라 제주항공의 홍보효과가 실제로 얼마정도 되었는지의 여부는 가늠하기 어렵습니다만...
그걸 가지고 생각해 보면 뭉게공항에서 무언가 작품 내용을 현실과 맞춰나가려면 등장하는 비행기 캐릭터를 현실과 맞춰 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그렇게 하고 있었긴 합니다. 시즌 1과 2를 통틀어 나오는 고정 캐릭터 중 상당수가 실제 존재하는 비행기와 차량을 모델로 만들어진 것이니깐요. 하지만 등장하는 항공기는 모두 외국산 항공기이고 딱히 제조사와의 협의 같은 것이 없이 사용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은, 우리나라에도 항공기 제조사가 있고 국내에서 개발된 항공기들이 있기 때문에 제조사와 긴밀하게 협의를 하여 제품(항공기)의 홍보와 애니메이션의 홍보를 병행하게끔 할 수 있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항공기 제조사? 바로 KAI(한국항공우주산업) 입니다. 이미 KT-1, T-50등의 우수한 군용기를 만들어 해외에 수출까지 하고 있고 최근에는 KC-100이라는 민항기도 개발을 완료하여 공군에 납품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였다고도 합니다. T-50은 이미 뭉게공항에 등장하고 있지만 조연 캐릭터에 지나지 않고 만약에 이후 시즌에 새로운 주역이 뽑힌다면 프롭기인 KT-1이나 KC-100이 적당할 겁니다. KT-1은 2000년대초부터 이미 공군에 도입되어 사용되고 있는 훈련기이지만 T-50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습니다. KC-100은 이제 막 개발이 완료되어 홍보가 필요한 시점이고요. 만약 뭉게공항과 KAI가 적절하게 콜라보를 할 수 있다면 항공산업적 측면에서나 애니메이션산업 측면에서나 굉장한 이정표 하나를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KAI의 공학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좀 지난할 것 같지만... 단순히 항공사 소속의 민항기가 일회성으로 작품에 출연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사의 최신예 제품(항공기)을 애니메이션으로 홍보한다. 멋지지 않습니까? 마치 변신자동차 또봇이 기아자동차를 홍보하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굳이 항공기 개발사가 아니라, 공군이나, 항공소년단 같은 민간단체와의 협력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위서부터 부활호, KT-1 웅비, T-50 골든이글, KC-100 나라온
두리둥실 뭉게공항 2를 보면서 기왕 컨셉이 바뀐 만큼 좀 더 인기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그렇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방영기간 동안 검색을 해보면 TV만화 일간검색어 순위에서 결코 상위권은 아니었습니다. 뮤지컬까지 나온 걸 보면 그래도 인기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 요새 애니메이션 뮤지컬이 유행인 점도 있어서 딱히 인기가 있어서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저는 시즌1을 보면서 지적했던 문제점들이 고쳐지면 좀 더 아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어떤 것은 회를 거듭할수록 고쳐진 부분도 있고 어떤 것은 그대로인 것도 있었습니다. 또한 시즌이 바뀌어 작품이 변모하면서 새롭게 생겨난 장점들도 눈에 보입니다. 시즌2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뭉게공항이 좀 더 자기 자신이 가진 특징을 독특한 방향으로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두번째 시즌은 어떻게 보면 자신만의 색다른 면을 일부 내려놓음으로서 국내의 다른 유아물 애니메이션과 비슷하게 되어 버린 면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내려놓음으로 인해 일정 부분에서는 자신만의 새로운 특색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이 현실과 최대한 비슷하게 나가는 것도 좋지만 한편으로는 좀 더 만화적 상상력을 발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쪽을 선택하건 간에 작품을 만듦에 있어서 항공과 항공기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을 그대로 그려낸다면 당연히 자세히 아는 편이 좋을 것이고,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부분에서도 현실을 바탕으로 기묘한 조합을 해서 더욱 참신한 볼거리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등불 잡아오는 에피소드 같이) 뭉게공항이 이후에도 계속 나오게 된다면 '비행기라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참신한 방법으로 볼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작품의 세번째 시즌을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아마 시즌1~시즌2와 같은 속도는 힘들 것 같습니다. 제작사인 DPS가 현재 구름빵 시즌3을 작업중이기 때문입니다. 설령 세번째 시즌이 나오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번에는 한참 뒤의 일이 될 것입니다. 그동안 DPS의 제작기술도 많이 발전하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시즌2 초반에서 저런 식으로 단순히 표정이나 몸짓을 넘어서 캐릭터의 감정을 더 확실하게 표현하는 기법이라던가, 교신장면에서 말풍선을 사용하는 연출 같은 시도가 있어 보기 좋았으나 어느 새부턴가 없어져버려서 아쉬웠습니다.
▲ 유튜브 연출이나 영화 패러디 같은 부분(여고괴담....)도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 이번 시즌에서는 외부장착물의 등장 비중이 높은 편인데, 아무래도 상품화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치 부릉부릉 브루미즈 시즌2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장착물(기억나는 것은 플로트와 기총)의 경우 좀 더 고증에 맞게 장착위치나 형상 등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헤드셋 같이 만화적 상상력을 십분 발휘한 장착물의 경우는 굉장히 좋게 생각합니다.
▲ 기어실이나 엔진 뒤편과 같이 현실에서는 힘든 구도를 보여주는 연출이 나오는 것도 좋았습니다.
▲ 뭉게공항 시즌2를 보면서 한가지 염려스러웠던 것 중 하나는, 매주 토요일 2시에 방영했던 뭉게공항2에 이어서 토요일 2시 30분에 방영했던 유후와 친구들2의 주인공 유후의 성우가 전숙경 씨로 뭉게공항의 주인공 윙키와 같은 분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작품에 같은 분이 주연으로 참여하시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그런 작품이 연달아 편성되어 방영된다는 것은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는 아이들에게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시즌2에서도 수많은 게스트 비행기들이 등장하는데, 몇몇은 시즌1때와 마찬가지로 실기를 바탕으로 조금씩 변형한 것으로 보이지만 아래쪽 3대의 경우처럼 실기를 바탕으로 했더라도 실제스케일을 따르지 않았거나, 아예 제작진이 처음부터 상상력을 동원해서 만든 것 같은 기체도 있었습니다. (주요 캐릭터 중에는 펠리코가 그런 경우입니다.) 아래쪽 두 녀석처럼 비율(스케일)이 실제적이라기보다 만화적인 녀석들은 후반에서 조금씩 등장하는데, 왠지 모르게 시즌3부터의 대대적인 컨셉 변경을 의미하는 것 같아서 실제스케일 항공기 모델링 쪽을 지지하는 저로서는 좀 불안하네요.
그리고 시즌1때부터 있었던 문제인데, 주연 캐릭터들은 그럭저럭 괜찮습니다만 게스트 캐릭터의 경우 외피의 접합선이나 리벳 머리 같은 세부적인 부분이 모델링되어 있지 않고 도색이 좀 원색적이라서 실기라기보다 장난감 비행기 같은 면이 있더라고요.
요약
1. 시즌2 들어서 전문성이 느껴지는 작품이라는 점은 많이 사라지고 좀 더 일반적인 유아용 애니와 비슷하게 되었음
2. 항공기의 물리적 움직임은 회를 거듭할수록 나아졌지만 아직 충분하지는 않은 듯하고 기법에 관한 연구가 더 필요해 보임
3. 배경은 좀 바뀐 부분도 있지만 어떤 부분은 별로 나아진 것이 없어 보임. 배경의 디테일과 카메라 각도에 따른 풍경의 변화를 좀 더 연구할 필요 있음
4. 시즌1과는 달리 고정캐릭터가 묻히지는 않았다는 점은 좋았음. 다만 몇몇 캐릭터는 나름 괜찮은 설정을 가지고도 제대로 활용을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움.
5. 이야기는 지루하지 않았고 가끔 만화적 상상력을 기묘하게 덧붙인 이야기들은 매우 마음에 들었음. 하지만 몇몇 이야기들은 위험요소같은 게 겹치는 부분이 있었고 이번에도 역시나 회당 상영시간이 너무 짧아서 이야기를 좀 빨리 전개시키는 듯한 느낌이 있었음
6. 본편 끝부분에 항공지식을 설명해주는 코너를 추가한 것은 잘 함. 가능하면 항공분야에 관한 기초교육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퀄리티를 높일 수 있었으면 좋겠음
7. 작품과 현실과의 협동은 이 작품의 경우 민항사와의 협업을 보여주고 있으나 충분치는 않아 보였음. 국내 항공기 제조사나 군, 항공관련 민간단체 등과의 협력이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음.
◈ 두리둥실 뭉게공항 시즌2
> 두리둥실 뭉게공항 시즌2 첫회 - 윙키! 세계 일주를 떠나다!! / 두근두근 날개학교에 입학하다 / 뭉게공항 소개는 힘들어
> 두리둥실 뭉게공항 시즌2 2회 - 기본이 중요해 / 정비가 필요해 / 벤의 백과사전을 찾아줘~
> 두리둥실 뭉게공항 시즌2 3회 - 기다려줘요~ 스카이윙!! / 잘 들어, 펠리코!! / 잔소리는 이제 그만
> 두리둥실 뭉게공항 시즌2 4회 - 욕심쟁이 비행 / 왕자의 휴일 / 대서양 사각지대에 가다
> 두리둥실 뭉게공항 시즌2 5회 - 공중돌기는 힘들어 / 펠리코가 빨라졌어요!! / 파이팅!! 헬로
> 두리둥실 뭉게공항 시즌2 6회 - 숨은 그림 찾기 / 낮게 날면 위험해!! / 게임에 빠진 지푸
> 두리둥실 뭉게공항 시즌2 7회 - 쿤탄타 공항에 갈테야!! / 싸우면 안돼요 / 새를 쫒는 로봇새
> 두리둥실 뭉게공항 시즌2 8회 - 푸푸호수의 토라 / 밤에만 보여요 / 우리는 단짝친구
> 두리둥실 뭉게공항 시즌2 9회 - 우리도 끼워줘 / 안개 속의 마라톤 / 뭉게공항 기자가 될래요
> 두리둥실 뭉게공항 시즌2 10회 - 일리는 하늘뒤집기 선수 / 도둑 헬기 핀치 / 미끄러지지 않는 연료
> 두리둥실 뭉게공항 시즌2 11회 - 뭉게공항에 놀러 온 베비와 베베 / 태양열 비행기 소링!! / 지도가 없어도 괜찮아요?
> 두리둥실 뭉게공항 시즌2 12회 - 빠른것 보다는 정확하게!! / 맘대로 비행하면 안돼요!! / 장대넘기를 잘하는 방법
> 두리둥실 뭉게공항 시즌2 13회 - 소금사막에 가다!! / 둘만의 시간이 필요해!! / 캘리의 소원
> 두리둥실 뭉게공항 시즌2 14회 - 스타 선발 대회 / 견학생 윙스카 / 함께라면 재밌어요!!
> 두리둥실 뭉게공항 시즌2 15회 - 전설의 비행고수 / 탐험대장을 찾아서 / 장거리 비행을 떠나요!!
> 두리둥실 뭉게공항 시즌2 16회 - 따라쟁이 마임 / 맨 처음 비행기 / 달 무지개를 봤어요!!
> 두리둥실 뭉게공항 시즌2 17회 - 영웅의 바퀴? / 몰래 카메라 / 등불축제에 가다!!
> 두리둥실 뭉게공항 시즌2 18회 - 귀가 아파요!! / 슬리피는 잠꾸러기 / 돌아온 루팡
> 두리둥실 뭉게공항 시즌2 20회 - 우주에서 돌아온 친구 / 누가 이길까? / 도와줘 리판!!
> 두리둥실 뭉게공항 시즌2 22회 - 구조요청이 들어왔어요!! / 토네이도가 오고 있어요!! / 서로에게 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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