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OST가 나왔더라고요.
대부분이 음악감독 고경천 씨 곡인데 특이하게도 주인공 경천이가 고경천 씨를 모델로 만들어진 캐릭터라고 하더라고요.
솔직하게 말해서 그렇게 닮은 것 같지는 않지만…
오늘은 드디어 대망의 그것, 장형윤 감독님 단편의 결정체인 2007년작 '무림일검의 사생활'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것도 몇해 전에 간단하게 올린 적은 있는데 한번 더 합니다.
지금이 아니면 안돼 DVD에도 수록되어 있긴 하지만, 2011년에 KBS독립영화관에서 방영했던 걸 녹화해둔 게 더 화질이 좋아서 그걸로 합니다.
작품이 30분짜리라 글이 많이 깁니다. 원래 길게 하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제목.
진영영은 검을 잘 다루어 강호에서 '무림제일검'으로 불리는 사나이입니다.
어렸을 적부터 검술에 모든 것을 걸고, 최고가 되기 위해 아무도 믿지 않았으며 감정을 절제하는 법을 배웠다고 합니다.
그러나 진영영에게도 최후가 찾아왔으니…
다른 고수와 싸우다 방심하여 죽음을 맞게 된 것입니다.
그는 죽어가면서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절대 부서지지 않을 강철로 된 몸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세월 뒤 현대의 서울
한 거리에 자판기가 있습니다.
응? 뒤에서 손이?!
그렇습니다.
강철로 된 몸으로 환생하고 싶어했던 진영영은 정말로 강철로 된 커피자판기로 환생하게 된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날 밤, 길을 나서려는데
전원코드가!
읏사!
변신버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으로도 변할 수 있네요.
진영영은 지금도 자객에게 쫒기는 신세입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자객들이 나타납니다.
"나는 억조창생을 구하는 명계의 주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일월신의 오래 된 계약으로 명하노니, 바람과 같이 어둠을 가르는 빛의 검이여!"
"나와라 청랑검!!!!"
'편지'부터 주인공 목소리는 계속 일반인이자 장형윤 감독님의 지인인 이진석 씨가 맡고 계십니다.
훈련받지 않은 목소리다 보니 이런 장면에서는 약점을 드러내는데, 낮은 녹음 음질과 합쳐지면서 묘하게 웃기게 들립니다.
어느 새 자객들에게 둘러쌓인 진영영
싸우기 시작합니다.
한편, 대학생 혜미는 얼마전부터 자주 가던 분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내가 꼭 번개 치는 날의 피뢰침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피뢰침과 같이 쉽게 상처받는다. 피뢰침은 번개를 맞고도 아래로 흘려보내지만 나는 아픈 느낌을 땅으로 흘려보낼 수 있을까?"
어느 새 자객들을 모두 물리친 진영영 앞에 고양이가 나타납니다.
갑자기 칼을 떨구고 다가가더니
뭐하냐 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영영은 인간의 모습으로 오래 있지를 못 합니다.
늦은 밤, 혜미가 술에 취했는지 갈짓자 걸음으로 걸어옵니다.
그런데 하필 자판기 상태인 진영영과 마주칩니다.
어… 어떡하지?
재빨리 그냥 자판기인 척 하지만 하필 길막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술을 마시면 동정심이 강해져서 모든 게 외로워 보인다는 혜미는 길 한복판에 놓인 자판기를 리어카로 끌고갑니다.
"강호의 고수도 납치를 당할 때가 있다."
결국 진영영을 집까지 끌고 온 혜미
다른 잡동사니들도 비슷한 사연으로 끌려온 건가 봅니다.
그렇게 혜미와 같이 자는데…
위험하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문 열렸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날, 술이 깬 혜미는 필름이 끊긴 건지 왜 자판기가 자기 집에 있는지 기억하지 못 합니다.
그래서 그냥 자기가 일하는 분식집 앞에 갖다 놓습니다.
커피도 한 잔 뽑아 마시고…
진영영은 점점 고양이가 좋아지기 시작하나 봅니다.
한편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는 혜미
공부를 마치고 밤 알바를 하러 오는데 버스 유리창에 계속 머리를 찧습니다.
"버스를 타고 나면 머리가 아프다. 공부를 많이 해서 그런가?"
혜미가 일을 하러 분식집에 들어가자마자 진영영은 뒤에 숨겨 뒀던 양동이를 들고 어딘가로 갑니다.
길고양이들한테 먹이를 주러 나온 거군요.
"혜미를 만난 이후로 이상하게 동물들이 좋아진다. 강호에서 누군가에게 애정을 갖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어느 날, 자판기가 사라졌습니다.
요새 외계에서 온 고수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는 진영영
책을 읽으러 잠깐 공원에 나온 거였군요.
외계고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 뒤에 혜미가!
어?!
;;;;;;;;;;;;;;;
너 여기서 뭐하냐?
끌려옴ㅋ
그런데 얼룩말 목마의 눈동자가 움직입니다!
혜미에게 계속 끌려가던 진영영
저… 저거!!!!!!!!
차?!
혜미야 이것좀 빌려줘
헐
날아오는 차를 베어버렸습니다.
누군가가 맹렬히 달려옵니다.
또 진영영을 노리는 자객인가 봅니다.
공격을 피해 옥상으로 올라옵니다.
혜미야 잠깐 여기 있어.
나와라 청랑검!
검이 이런 데서도 막 나오는군요.
착!
아까 그 얼룩말이잖아?!
이 녀석의 정체는 강호의 또 다른 고수 중 한 명인 '독고구패'입니다.
얘는 저렇게 얼룩말 목마로 환생했나 봅니다.
일기토
샥!
얼룩말 주금ㅠ
진영영이 다시 혜미에게 돌아왔을 때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아까 그 자판기가 맞는지 보려고 하는 건지 진영영의 얼굴을 이리저리 만져보는 혜미.
"어?! 밀크커피다."
커피가 왜 나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나 봐. 자판기야."
혜미와 함께 있을 때면 인간 상태에서도 커피가 나오게 되었다는 진영영
하루는 계속 밖에 서서 일하는 진영영이 힘들지 말라고 안에 화분을 넣어 둡니다.
그런데 나비가 자꾸 꼬여서 신경이 쓰이나 봅니다.
문을 열고 화분을 꺼내려는데 손이 안 닿네요.
데체 꽃밭엔 왜 간 걸까요?
어느날 밤, 혜미가 공부를 마치고 알바를 하러 가려는데 차가 끊기고 말았습니다.
오늘따라 늦는 혜미가 걱정이 된 진영영은 혜미를 찾으러 갑니다.
어?!
나 타고 갈래?
혜미가 위에 올라탑니다.
"가랏! 경공술!"
경공술로 하늘을 날기 시작하는 진영영
그리고 음악이 나옵니다. Not For Sale의 ☆☆(이별)
"안녕" 하고 난 길을 가다 뒤돌아봤어
아직까지 너 걸어가고 있는 나를 보고 있을까
달이 떠올라 하늘에 이렇게 많은 별을 만들어 내고 있어
수없이 많은 밝은 하얀 빛들을
가장 아름다운 별을
가져다 줄거야 전해 줄거야
기다려 줄래 조금 늦더라도
너도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날 안아줘
사랑해
우와!!
음악을 듣자면서 MP3를 꺼냅니다.
몰입…
요새 같으면 그냥 전화를 꺼내겠지만 이 작품이 2007년작이다 보니 아이팟 스타일의 MP3가 나오네요.
세월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대목입니다.
날아오는 풍선도 잡고
어느덧 겨울이 되었습니다.
데이트라도 나온 것 같은 두 사람.
혜미가 묻습니다.
"얼마나 벌었어?"
"오늘은 수입이 별로 없네."
"커피전문점 때문에 장사가 잘 안돼."
저때 당시는 건설교통부였죠. 지금은 국토해양부로 바뀌었지만…
혜미가 진영영의 손을 볼에 대더니 손이 차다고 합니다.
손이 따뜻해지라고 잡고 가다가 주머니에 넣습니다.
이 장면만 보면 영락없는 보통 커플이네요.
그날 돌아오는 길에 혜미는 또 버스에서 머리를 찧습니다.
그러다가 그 반동으로 진영영 쪽으로…
어느 새 진영영의 집까지 왔습니다.
자판기 무사가 집도 있어?! 하고 놀라는 것도 잠시, 진영영이 잠깐 안에 들렀다 가라고 하니까 혜미는 뻔한 것 같다며 그냥 가버립니다.
이녀석이 순진한 얼굴이랑 말투로 무슨 수작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잠시 뒤 다시 오더니 키스만 하고 갈 거라고 합니다.
매우 어색해진 분위기…
왜 이런 부분을 클로즈업하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영아!
쪽!
어어… 어어어…
다시 자판기로 변해버린 진영영
히익!
히잉 몰라잉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대로 창밖으로 뛰어내리더니 경공술로 도망갑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쟤 무림고수 맞나요? 너무 순수하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시후 돌아와 보니 혜미가 침대에 계속 앉아 있습니다.
더더욱 어색해진 분위기
그 와중에 커피를 뽑는 혜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도 은근 골때리는 애네요.
영영에게 가방에 있던 빵도 줍니다.
그날 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상상에 맡깁니다.
"나는 전에도 늘 혼자였고 지금은 커피자판기이기 때문에 내게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무림 고수인 나는 수입도 별로 없고 적도 많다. 혜미와의 관계가 더 깊어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빨래와 밥을 해 놓고 그녀의 곁을 떠나려고 마음먹었다."
밥을 하려는데… 칼이 없네?
"나와라 청랑검!!!!"
보검을 소환해서 당근도 썰고
계란도
싹싹!
결국 집을 나선 진영영
독고구패와 마주칩니다.
잠깐만 애좀 내려 주고.
그리고 둘이 얘기를 시작합니다.
옆에 난 잡초를 뜯어먹다가
목이 막히니까 커피도 좀 마셔 가면서…
독고구패의 말로는, 얼음 속에서 몇년 간 수련한 북쪽에서 온 고수들이 진영영을 노리고 있고, 그들이 혜미를 납치해 갔다고 합니다.
특히 붉은 목도리를 한 녀석을 조심하라고 일러줍니다.
혜미가?!
결국 혜미를 구하기 위해 놈들에게 가는 진영영
"나는 강호에서 죽음이 언제나 순식간에 다가오는 것임을 몸으로 느껴 왔다. 그들을 이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나는 두려워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혜미를 구하기 위해 다시 청랑검을 들고 싸우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약속장소인 종로 거리에 다다른 진영영
뭐야 얘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북극곰 고수들에게 둘러싸입니다.
"혜미야 괜찮아?!"
"생각보다 푹신푹신해!"
혜미는 풀어줘!
가렴
흐아아압!!!
붉은 목도리!!!!!!!!!!!
하필 이럴 때 자판기로?!!!!!!
진영영이 북극곰의 일격에 당합니다.
동전이 쏟아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대로 주저앉은 진영영
커피를 뽑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냄새를 맡고 다른 곰들도 몰려옵니다.
자세가 너무 익숙한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할짝!
진영영의 정신이 대략 몽롱해지고…
"자판기야! 죽지 마ㅠㅠㅠㅠㅠㅠㅠㅠㅠ"
혜미가 진영영을 밤새서 돌보았나 봅니다. 이번에는 자면서 진영영에게 머리를 찧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계속 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 소리가 혜미가 내 마음을 두드리는 소리같이 느껴졌다."
분식집에서 마주앉은 진영영과 혜미
혜미는 이제 싸움질 같은 건 그만 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라도 하면서 착실하게 살자고 말합니다.
"언제 다시 싸움을 시작하게 될 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녀의 표정을 마음 속에 기억하자고 생각했다."
라면을 먹던 혜미가 이제 마음이 놓여서인지 갑자기 울음을 터트립니다.
그렇게 자판기 무사 진영영은 노량진 공시족이 되었다는 이야기.
끝
저에게는 이 작품이 장형윤 감독님 작품으로서는 처음이었습니다. 2008년에 디시애갤러스 갤러리에서 어떤 분이 그 무렵 개봉했던 '셀마의 단백질 커피'를 추천해 주셔서 보게 되었는데, 이게 아시다시피 김운기 감독님의 'WANTED', 이 작품, 그리고 연상호 감독님의 '사랑은 단백질'을 한데 묶어서 보여 주는 영화입니다. 예고편을 보고서는 사랑은 단백질이 가장 재미있어 보여서 보러 갔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연애담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이 작품이 가장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갔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작품을 보고 나서 든 생각은 딴판이었습니다. 세 작품 중에 무림일검의 사생활이 가장 재미있더라고요. 특히 중간에 진영영이 혜미를 태우고 서울의 밤하늘을 날아가는 장면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물론 지금 다시 돌아보면 퀄리티도 낮고 그렇지만 그때, 극장에서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는 그 장면 배경에 나오는 서울의 야경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었어요. 지금까지 수많은 한국 애니메이션과 합작 애니메이션을 보아 왔지만 저 장면이 가장 황홀한 장면으로 남았습니다. 3D와 각종 특수효과로 화려하게 연출한 장면보다도 더욱요.
게다가 장형윤 감독님 특유의 개그감각과 담백한 사랑 이야기가 조화를 이루어 저에게 사랑 이야기도 이토록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려 준 작품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느낀 게 저뿐만이 아닌 건지 장형윤 감독님이 이 작품 덕에 많이 알려져 심지어 독립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팬아트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장형윤 감독님 작품 중 최고의 아웃풋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는 아직 개봉하지는 않았으니 그건 판단을 좀 미루고요.) 그래서 한국 애니메이션에 입문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1순위로 추천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제가 이 작품을 처음 보고 난 직후에, 자판기 무사와 엉뚱한 대학생의 사랑이야기라는 소재가 너무 신기해서 이게 TV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면 참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던 게 떠오르네요. 뭐 정말로 그리 되지는 않겠지만.
이제 다음주에 '내 친구 고라니'만 하면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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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도 약을 거하게 빨았는뎈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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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대단한 작품이네요...소재와 개그가 너무 어울리는 작품...이런 작품이 나오기에 아직 우리나라 애니는 죽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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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도 약을 거하게 빨았는뎈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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