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장형윤 감독님을 만나러 가서 받아온 포스터입니다. 옆에 얼룩소로 변한 경천이와 함께 사인까지 해 주셨어요. 감사합니다!
2주 전부터 계속 장형윤 감독님의 전작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번 작품은 장형윤 감독님을 본격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어 준 작품인 2005년작 '아빠가 필요해'입니다.
보니까 옛날에 한번 한 적이 있는데 어차피 그때는 자세하게 쓰지도 않았으니 한번 더 하죠 뭐.
평화로운 한 시골 마을에 소설가 늑대가 살고 있습니다.
늑대는 작년 신인작가상을 수상하고 늑대 치고는 풍부한 문장과 사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있다는 평을 들었다고 합니다.
이번에야말로 위대한 소설을 써서 늑대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고 싶다는군요.
그런데 그렇게 늑대가 소설 쓰기에 매진하던 어느 날, 누군가가 집을 찾아옵니다.
뭐지? 택배인가?
뜬금없이 등장한 여자와 어린아이.
여자는 아이에게 이 늑대가 너희 아빠라고 이야기합니다.
네?
저기요, 전 살면서 여자 손도 한 번…
퍽!
퍽!
여자는 바로 아이를 남겨둔 채 차를 타고 떠나버립니다.
그렇게 아이와 함께 남겨진 늑대.
"이름이 뭐니?"
"영-희"
"아~ 영희구나. 영희는 몇 살이야?"
(손을 꼽아보더니)"여섯 살."
"배고파? 뭐 먹을 게 있나 보자."
냉장고 문을 여니…
저번에 뒷산에서 잡아왔다는 사슴이…
하하하 별거 아니란다.
다음날
유치원에 가게 된 영희.
인사를 하고 나가자마자
야야야 야야야 야야야야 너 이리와봐
왜요?
맞을래?
싫어요.
팔앞다리를 먹어버렸습니다.
"아빠!"
헐
다시 뱉어서
끼워줍니다.
난 괜찮아.
우린 베프라고.
또 어느 날, 누군가가 찾아옵니다.
누구세요?
이건 왠지 저번과 비슷한 전개?!
"이 늑대가 네 아빠야. 자 봐요. 긴 귀랑 꼬리가 우리 애랑 똑같이 생겼네."
저 잠깐만요.
퍽!
토끼를 남겨두고 버스를 타고 가버립니다.
또 다음에는
"아빠란다."
거북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아니에요."
늑대는(은) 공격을 회피했다!
휙!
뒤로 가더니
받아라 수리검!
"아빠!"
"이렇게 해서 영희와, 토끼와, 바다거북이와 냉장고 안에 있던 사슴과의 이상한 가족이 만들어졌다."
집안일을 하는 사슴.
아침 준비를 하는 모양인데…
전부 다 채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어떻게 먹으라고!
하룻밤은 영희가 화장실을 가겠다고 합니다.
무서우니까 노래를 불러 달라고 하는데 늑대답게 하울링을 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명한 장면이죠.
잠이 안 오는지 늑대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구멍가게에 가서 맥주와 담배를 삽니다.
영희가 오고 나서부터 한참 동안 제대로 된 글을 써 보지 못했다. 어쩌면 다시는 글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엄습해왔다. 하지만 과연 문학이 삶보다도 중요한 것일까? 지금까지 인생에서 이토록 누군가 나를 필요로 했던 적이 있었을까? 이제까지와는 다른 소설을 쓰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곳에서 영희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아 맞다 얘 소설가였지…
얼마 뒤…
늑대가 아이를 잡아먹습니다.
계속 잡아먹습니다.
데체 갑자기 왜 저러는 걸까요?
그런데 늑대가 유치원 앞에 가서 엎어지더니…
히익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고하셨어요 늑 선생님."
"아이 뭘요."
영희를 먹여살리기 위해 새 직장을 구했다는 늑대…
"아빠, 하늘이 빨개. 왜 빨개? 솜사탕은 뭘로 만들어? 솜으로 만들어?"
나는 영희의 질문에 소설을 쓸 때보다도 더 성실하게 대답해 주었다. 어쩌면 나는 영희의 진짜 아빠가 아닐까?
늑대가 영희의 솜사탕을 한입 베어뭅니다.
"아빠!"
영희야 이것 좀 보렴.
솜사탕이 꽃으로 변합니다.
그렇게 끝.
아빠가 필요해는 장형윤 감독님 작품의 중요한 특색 중 하나인 뜬금없는 개그가 제대로 드러나기 시작한 작품입니다.
내용은 전혀 개그만화가 아니고 조용한 작품인데도 허를 찌르는 개그가 일품이지요. 이런 개그는 다음 작품인 무림일검의 사생활에서 더욱 진화하게 됩니다.
한편으로는 삶에 대한 깊은 생각도 엿볼 수 있는데, 과연 살아가는 것 자체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하는 물음이지요.
이 작품을 특히 눈여겨 보셔야 하는 또다른 이유는, 바로 장형윤 감독님이 다음 장편 작품으로 생각하고 계신 것이 이 아빠가 필요해의 장편 버전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뒤에 가서 바뀔 가능성도 있지만 어떤 작품이 될 지 기대가 됩니다…
그런데 제가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얘기 처음 들은 게 2008년이었거든요.
그럼 설마 또 6년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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