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애니갤러리 이야기 참 오랜만에 하네요.
2012년 들어서 독립애니메이션쪽에 관심을 많이 못 준 것도 있고, 일정관계상 이 프로그램 시청 자체를 거의 못했던 것도 있었고…
작년에 국내외 독립 애니메이션 관련 상을 이 작품이 휩쓰는 걸 보고 언젠가 한번 봐야겠구나 생각했는데 그렇게 오래 지나지 않아서 해주기에 한번 봤습니다.
(다시보기 없어요~)
작년 언젠가부터 진행이 최혜림 아나운서로 바뀌었습니다.
일단 처음에 작품 제작과정 설명부터 하고 시작합니다. SBS애니갤러리에서 보통은 그냥 작품만 보여주고 땡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번 작품은 좀 특수해서 사람들이 궁금해할거 같아서 일부러 넣어준 것 같습니다.
오목어를 만드신 김진만 감독님.
15fps군요
그러니까 국수로 만든 스크린 위에서 캐릭터가 움직여야 할 만큼 손을 움직인 다음 그 시간을 재는 겁니다.
재미있는 강의였습니다. 애니메이터 하시는 분들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작년에 나온 따끈따끈한 신작입니다.
작은 연못에서 외롭게 살고 있던 '오목어'.
(딱히 정해진 캐릭터 이름은 없지만 편의상 오목어로 칭하겠습니다.)
어느 날, 연못에 뭔가가 떨어집니다.
올챙이가 깨어나네요.
올챙이들은 오목어와 놀다가 이윽고 뒷다리가 쑥~ 앞다리가 쑥~ 하고 팔딱팔딱 개구리가 되어 연못 밖으로 나갑니다.
마지막 개구리가 이런 말을 합니다.
"어른이 되려면 물 밖으로 나가야 돼!"
오목어도 물 밖으로 나가보려고 공기를 마셔보지만…
켁켁
오목어는 또다시 혼자가 됩니다.
그렇게 시간이 많이 흐릅니다.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와서 일어난 홍수 때문에 오목어는 연못 밖으로 쓸려나갑니다.
어떤 넓은 공간으로 오게 된 오목어.
거기서 한 물고기를 만납니다.
"여기는 위험한 곳이야. 아무 데나 돌아다니면 안돼!"
"여기가 어딘데요?"
"여기는 강어귀야. 수많은 물고기가 살고 있지.
나같은 친구 뺴곤 모두가 적이야."
"친구 아니면 다 적이에요?"
"물론이지! 모든 건 둘로 나뉘어 있어. 삶과 죽음, 먹이와 천적, 빛과 어둠.
특히 어둠은 아주 나쁜 거야. 어둠 속에선 먹이를 찾을 수 없거든."
"지금 너에겐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어. 물 밖에 있는 빛만이 그 어둠을 씻어줄 수 있단다."
"물 밖이요?"
이 대사가 참 묘한게, 오목어는 말 그대로 화면으로부터 음각이기 때문에 당연히 몸 위쪽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교묘한 표현이죠.
"영혼만이 물 밖으로 갈 수 있지. 내가 기꺼이 도와주마!"
음흉한 속내 보소
!!!!!!!!!!!!!!!!!!!!!!!!!!!!!!!!!!!!!!!!!!!!!!!!!!!
"이 악마야! 내 친구를 내놔!"
"어디 물벼룩만한 녀석이… 바다에 다녀온 사이 세상 많이 변했군!"
"바다?!!!"
녀석은 세상의 끝을 보고 싶어서 수 개월 동안 바다를 여행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계속 앞으로 헤엄쳐 나갔음에도 처음 출발했던 이곳으로 다시 되돌아와 버렸다는군요.
"이 세상은 둥글었던 거지."
동요 패러디 보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 밖 세상으로 가는 방법을 아느냐는 오목어의 질문에 큰 물고기는 위로 가면 갈매기들이 도와줄 거라고 말하고 음흉한 미소를 짓습니다.
수면에 가까이 다가가자 갈매기들이 다른 물고기들을 채가는 것을 보고 본능적으로 통수를 직감한 오목어는 다시 물 깊숙한 곳으로 들어와 가까스로 갈매기를 피합니다.
이 X같은 세상 믿을 놈 하나도 없구나…
이윽고 자기들이 물 속 세상을 연구하는 학자라고 주장하는 물고기들을 만나 물 밖 세상에 대해 물어봅니다.
첫번째 물고기는 물 속 세상을 1차원, 2차원, 3차원 개념을 가지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물 밖 세상이 몇 차원이냐고 묻는 오목어의 질문에는 제대로 답하지 못합니다.
두번째 물고기는 모든 물질이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물질은 순환한다는 이론을 가지고 물 속 세상을 설명합니다.
그럼 물 밖은 어떻냐는 오목어의 질문에 물고기가 내뱉는 거품이 모여 생긴 허공이라고 대답합니다.
세번째 물고기가
"거짓말! 난 물 밖에 직접 가봤다고!"
"정말 가봤어요?!!"
"물론이지. 지난 여름의 일이었어. 지렁이 한 마리가 춤을 추며 날 유혹하는 거야. 유혹에 넘어가는 순간! 내 몸이 물 밖으로 끌려올라가지 않겠어? 몸을 흔들어서 간신히 빠져나왔지만 대신 앞니를 잃었지."
낚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에도 오목어는 물 밖 세상이 어떻냐고 물어보는데 세번째 물고기는 춤추는 지렁이를 찾아가 보라고 이야기해 줍니다.
춤추는 지렁이(????)를 찾아낸 오목어.
"춤추는 지렁아. 혹시 물 밖 세상에 대해 알고있니?"
"난 수많은 물고기를 물 밖으로 보내주지."
이 대사 듣자마자 빵 터졌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물 밖은 어떻게 올라갈 수 있지?"
"그건 말이지…"
덥석!
끌려올라갑니다.
오목어는 울어버립니다.
하지만 또 다른 춤추는 지렁이가 나타납니다.
"지렁아! 그럼 어떡해야되니?!!"
"넌 누구니?"
"물 밖으로 가는 방법말이야."
"이거나 물어봐."
진짜 웃음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또!
결국 참다못한 오목어는 직접 물 밖을 보기 위해 뛰어오릅니다.
물 밖 풍경도 국수로 만들었네요.
그렇게 뛰어오르기만을 몇 차례.
?!!!!
거북이 등껍질에 부딛혔습니다.
"당신은 누군가요? 물 속에 있는 것도 아니고, 물 밖에 있는 것도 아니고."
"바깥 세상에 관심 있니?"
도에 관심있습니까?로 들리는 건 착각?!!
"물 밖은 이곳보다 더 자유로운 것 같아요."
"내가 재미있는 비밀을 이야기해 주지. 예전에 난 지금처럼 물 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어. 그때! 무언가 보이기 시작했지."
"물 속 세상이 파동으로 보이기 시작한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린 정해진 선율에 따라 움직이는 거야. 그냥 정해진 운명을 따라 살지."
대관절 무슨 소린지 이해하시기 어렵지 않으리라 봅니다. 힌트를 드리자면 저 '손'
"난 내 의지로 뛰어올랐어요!"
"여기 물과 밖의 경계에서는 너의 운명을 볼 수 있다."
거북의 말대로 수면에 눈을 댄 오목어.
콘티(맞나요?)가 보입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게 뭐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손가락을 열심히 피합니다.
손가락이 있는 쪽을 향해 뛰어오르는 순간!!!!!!!
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목어가 죽었슴다
진짜 저 엔딩크레딧과 함께 나오는 마지막 시퀀스에서 웃음을 참을수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은 제작비화입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SBS애니갤러리에서 이런게 자주 나오는 건 아니고 특별한 작품 관련해서만 나옵니다.
세상에…
처음 알았습니다. 국수 길이가 제각각이라니…
국수요리 하다 보면 겪는 상황이죠.
감독님 필모그래피. 저는 이 4 작품 모두 봤습니다. 오늘 해준 오목어까지 포함해서 모두 SBS애니갤러리를 통해서였다고 기억합니다.
두번째 작품 Ideal.
세번째 작품 White Daydream.
이건 고등학생이 시험지 가지고 종이모형을 해서 만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더라구요.
아는 분들 중에 오목어를 보셨던 분들도 모두 극찬해 주셔서 언젠가 보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마침 적절한 시기에 해줘서 잘 봤습니다.
김진만 감독님이 만드신, 국수를 이용한 또 다른 작품인 '볼록이 이야기'(> SBS 애니갤러리 제 164회 - 우측통행 / 볼록이 이야기) 에서 보여줬던, '다름'에 대한 차별과 화합을 이야기했던 주제를 생각해서 오목어도 비슷한 내용이 아닐까 싶었는데 허를 찔린 느낌입니다.
인생의 많은 단면을 담고 있지만 결코 어둡지 않고 오히려 해학적이고, 작품 밖 세계와 작품 속 세계가 이어지는 방식에서 보여지는 재치는 정말 참신했다고 생각합니다. 국수를 이용해서 만든 애니메이션이라는 장점을 최대한으로 활용했다는 게 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마지막에 오목어의 최후는 주인공 물고기가 겪는 최후라는 점에서 왠지 이대희 감독님의 '파닥파닥'을 생각나게 하는군요.
김진만 감독님의 다음 작품들도 기대가 됩니다.
SV-001/R의 극장용/독립애니메이션/기타 애니메이션 글
> 초음이의 풀잎학교 3, 4화 - 민지야 학교 가자 / 우리들의 텃밭
> 초음이의 풀잎학교 5, 6화 - 소원 나무 / 날아라, 천우야
> 셀마의 단백질 커피 - WANTED / 무림일검의 사생활 / 사랑은 단백질 (BGM)
> SBS 애니갤러리 제 162회 - 아빠가 필요해 / 천년기린
> SBS 애니갤러리 제 163회 - 그들의 바다 / 절연주의사항
> SBS 애니갤러리 제 164회 - 우측통행 / 볼록이 이야기
> SBS 애니갤러리 제 186회 - 순수한 기쁨
> SBS 애니갤러리 제 232회 - 오목어 / Ideal / White Daydream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