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라킬 재주행 하니 이거 누가 가이낙스 출신들 아니랄까봐 요소요소에 흥미로울만한 것들을 잘 갈아넣었네요.
그중 어머니인 라교여사와 장녀 사츠키의 대결구도가 꽤 재미난 해석이 가능하겠더군요.
가마고오리의 사츠키와의 만남 회상을 보면 이때 사츠키의 야망에 "어머니 타도"가 포함되 있음을 알수 있습니다.
8화의 내용.
그리고 구세대와 신세대의 권력다툼으로 볼수있는 어머니와 딸의 싸움.
이걸 좀 확대해석을 해 보자면 "제정일치"시대와 "제정분리"시대의 투쟁으로도 볼수 있습니다.
구세대 라교는 정치와 종교를 한손에 쥔 고대의 절대권력자이고 아랫세대인 사츠키는 이후에
등장하는 제정분리형 전제군주인 것이죠.
먼저 라교여사의 옷에 대한 이념을 봅시다.
몇화드라...?
"그래. 모든것의 시작. 원초 생명섬유다.
우주를 떠돌던 이 빛나는 실뭉치가 지구에 도달했을 때,
인류는 옷에 봉사하는 존재가 될 것임이 숙명으로 정해진 거다."
수메르 신화에선 인간이란 신에게 봉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개 노예란 내용이 나옵니다.
13화였나. 본사 정례회의땐 옷은 원죄란 말도 합니다.
에바때의 제레 기믹인가?
이때의 대사도 옮겨와 보면,
"옷이란 죄.
인간은 금단의 지혜의 열매를 먹고 알몸임을
창피하게 여겨 무화과잎으로 국부를 가렸다.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의지를 가진 순간부터 죄란
이름의 옷을 입을 운명에 처한 것이다.
- 중략[세계 90%점유율 어쩌고~]
우리만이 인간의 죄를 알며 옷을위한 옷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 이어서 사츠키
"옷이란 세계. 하늘과 땅과 인간을 감싸고 모든걸 뒤덮으려는 거대한 의지."
- 라교
"그것이 커버즈의 의지."
그럼 이번엔 사츠키의 옷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요.
2화.
"이 나라는 학생에게 군복을 입혀 교육할 것을 선택한 국가다.
그렇다면 우리 혼노지 학원은 교복을 전투복으로 삼겠다.
옷을 입은 돼지들을 지배할 상징으로 삼을것이다."
자연적인 실뭉치가 보이는 라교의 실궁전과
인공적인 사츠키의 재봉공장이 대사와 함께 대비됩니다.
라교에게 생명섬유는 궁전에 모셔져야할 신성한 존재이고
사츠키에겐 기계로 재봉되어야 하는 한낱 도구인 것.
3화에서 쥰케츠를 입을땐 옷은 입기 위해 존재한다고도 하죠.
그리고 이 대사 나오기 바로 전에 슬럼가를 비추며 민중들에
대한 사츠키의 생각이 읊어집니다.
"민중....어리석은 자들.
그들은 체제에 사육된 옷을 입은 돼지다.
나 키류인 사츠키와 혼노지 학원에 의해 통치되어야 하는 존재다.
우리야 말로 인류의 미래를 개척할 것이다."
최근 멘탈퀸, 전략과 의지의 지도자로 급부상 하는 사츠키 이지만 이 대사만 놓고 보자면 민중들을
주체적 대상이 아닌 지배할 대상으로 보는 시각은 라교여사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이제와서 악역이 될 가능성은 낮지만 이런 시각이 연기가 아닌 진심이라면 라교를 쓰러뜨린 후에도
계속해서 동생 류코와 충돌을 할겁니다.
2화가 방영된 직후 미키스키의 역사시간에 나온 히틀러 강의와 연계되 파시즘 얘기가 애갤에 올라왔었죠.
지도자로서의 민중들에 대한 시각은 연설에서 잘 드러납니다. .
17화의 라교의 연설.
스샷으로 보니까 라교를 정점으로 한 세계의 권력피라미드가 보이는군요.
그런데 호오마루, 사츠키와 동일한 위치구나. 안보이게 물러나 있을뿐.
하리메 누이는.....관객석의 장외쪽에서 관전중이죠. 혹시 어디 껴야할지를 모르는걸까....
"제군들에게 묻겠다.
세계란 무었인가.
세계란 옷이다.
생명섬유야 말로 세계의 지배자다.
바로나.
키류인 라교는 그 의지를 알고
그 의지를 실행한다.
혼노지 학원을 그를 위해 만들어졌다.
힘없는자는 그 주춧돌이 될 거다.
그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알아야 한다."
이렇게 쓰니까 좀 오글....
한마디로 [바. 친. 다.]
누이의 위치에서 보면 무대연단이 더 잘 보입니다.
피라미드. 그것도 중남미쪽 피라미드네요.
그리고 약속된 인신공양.....
그런 어머니한테 칼빵놓은 사츠키의 연설.
라교한테 대항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무대 위라는 장소의 특성상 관객들에게 하는 연설의 성격도 가집니다.
"인간은 옷을 위해 사는 존재가 아니다.
나 키류인 사츠키. 생명섬유 타도를 위해 일어섰다.
혼노지학원은 네놈을 쓰러뜨리기 위해 만든 내 성이다.
기억해 둬라, 키류인 라교.
네놈에게 복종하는 척 하면서 이날을 기다렸다.
공포야 말로 자유. 군림이야 말로 해방.
모순이야 말로 진리. 그것이 세계의 진실이다.
옷을 섬기는 돼지여, 그 진실에 굴복하라!"
아, 역시 오글...
한마디로 [꿇. 어. 라]가 되겠습니다.
사츠키의 첫 등장때는 "옷을 섬기는 돼지여"를 "옷을 입은 돼지들아"로 말하죠.
어느쪽이건 굴복하라는건 마찬가지네요.
재미있는건 엄마나 딸이나 역설법을 애용한다는 겁니다. 알아먹기 힘들게시리.
[역설법의 예: 소리없는 아우성. 눈뜬 장님]
두사람의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건 역시 옷입니다, 이 작품의 주요 소재니만큼.
실루엣만 봐도 알수 있는게 라교는 하늘의 새와 같은 나풀거리는 형태고 사츠키는 정돈된 제복이네요.
라교는 신권을, 사츠키는 군권이 옷 디자인에 반영된겁니다.[사실 치어리더 복장에 더 가깝지만.....]
공통점은 색상이 둘다 화이트를 베이스로 삼는단 건데.
흰색은 빛,순결,고고함,신성등을 상징하죠.
타협하지 않는 색 입니다.
라교는 머리 염색이 너무 튀어서인지 거의 순백색인 옷만을 고집하네요.
두 사람의 트레이드마크인 후광도 차이가 납니다.
사츠키의 황금색은 영원,진리, 황권[동양]을. 라교의 무지개색은 신과 인간을 잇는 사다리- 성경의 야곱의 사다리,
북유럽의 비브로스트[영화 토르에도 나옴. 비프로스트로 표기됨]- 를 의미하죠.
동양에선 이걸 옷에 색동무늬로 장식하는 풍습이 한국을 비롯해 몇몇 지역에 있는데 샤머니즘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바리데기 신화에도 무지개가 다리로 이용되는 구절이 짧게나마 나오고.
그러나 황금이 손에 잡히는 것과 달리 무지개는 허상이라 잡을수가 없습니다.
사츠키의 진리는 그래도 라교보담 인간적이란 뜻이 되겠네요.
물론 그렇다고 사츠키가 라교에 비해 아주 밝고 희망찬 체제를 내세우는건 아닙니다.
인류를 지키기 위해서라지만 무리한 독재로 혼노쵸의 그림자가 짙은게 엄연한 사실이니까요.
신권정치의 딸은 결국 아주 조금 더
나을뿐인 전제정치란 것이죠.
물론 킬라킬은 열혈물이니 이런 부분들도
결말에 다 해소될수도 있긴 합니다.
역사의 세대교체란 점에선 이정도만 해도
장족의 발전이고.....
그런데 사츠키의 쥰케츠는 아무래도 애니 제작 초기엔 라교 전용으로
만들어진게 아닌가 합니다.
사츠키는 어깨뽕이 좀 과하단 생각이 드는데 라교는 각도도 적당하니
나비모양 머리와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옷의 나비실루엣이 예쁘게 나왔거든요.
부녀회 치어리더는 좀 아녔지만....
고대 제정일치때엔 승리를 기원하고 사기를 올리기 위해
춤추고 노래하는 역할이 제사장 본인이었다는게 좀 미묘하군요.
손에든 붐비나[응원수술]가 참 풍성해 보이네요.
17화에서 대문화체육대회가 시작하면서
피에로 비슷한 코스튬으로 등장한 라교는 좀 솔직히
넌센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 하필 기괴한 피에로인가, 고민했거든요.
하지만 피에로가 조커임을 생각한다면?
"Why so serious?"
아니, 이분 말고......
조커(joker)
1 농담하는 사람, 익살꾼2 《미》 (법안·약관·정관의) 모호한[의장(擬裝)] 조항
3 예기치 않은 곤란[어려움], 뜻밖의 장애
4【카드】 조커 《특별 카드;종종 으뜸패의 구실을 함》
5 《구어》 놈, 녀석(fellow);잘난 체하는 사람(wiseacre)
6 책략, 사기
일단 사전적 의미는 이렇습니다.
라교에 대입하면 3, 4, 6이 해당하겠네요.
아, 5번도 해당할려나?
옛날 대박이 난 사극 선덕여왕에서도 미실이 보여주듯 고대 제사장[무당]들은 신비감과 기적의 체험을 민중에게
보여주기 위해 마술쇼를 종종 공연했습니다.
민중들은 이게 트릭임을 모르지만요. 바로 책략과 사기입니다.
물론 라교는 트릭이 아닌 실제의 이능력으로 갖가지 마술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을 조종하는 마리오네트쇼.
신체절단, 신체관통쇼.
라교가 실제로 신= 생명섬유의 권능을 일부 부여받은 신의 대리인인건 맞습니다.
그래서 권력을 찬탈하는 입장인 사츠키는 "이건 다 거짓말이에요!"를 외치는 대신
더 전략적인 정치수법 "스캔들"을 터트립니다.
교활할 정도로 잘 마련된 공중파 생방중인 무대에서.
스캔들 내용인 즉슨.
라교는 인간이 아닌 괴물이며 방금 경험했듯
인간들을 생명섬유의 먹이로
바치려는 인간의 배신자라고.
"이게 생명섬유의 정체다.
이 싸움을 본 자는 리복스사의 옷을 불태워라. 그것이 인간의 자유를 위해서다!"
라고 박력있게 연출되긴 했지만 저 이후로 라교 스타디움에서 사람들이 옷을 벗는다든가 하는 장면은 안나옵니다.
나이가 어린 만칸쇼쿠가의 막내만이 처음부터 탈의상태였을 뿐.
꽤 능동적으로 보이던 만칸쇼쿠 가족 조차도 방금 고치에 같혔다 풀려나고 눈앞에서 인외마경이 벌어지는데
거기에 대한 판단은 않고 먹을것에만 관심을 보입니다. 얌전히 앉아있는 사람들도 있고.
단순히 진실을 보여주고 공포조성을 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말을 들어먹는게 아니란 거죠.
외계인 이야기는 센케츠와 대화를 하는 류코조차도 쉽게
믿질 못하는데 말입니다.
오사카 전에서 사츠키는 사람들은 돈이 아닌 공포에 지배된다며
호언장담을 하고 실제로 그동한 혼노지학원과 혼노초를 공포의
철권통치로 지배해왔습니다.
이런게 자신의 상관이자 부모인 제사장과의 권력투쟁에서도 통할거라 생각한거.
철권체제에 눌려 무기력한 관중과. 잿밥에만 관심 있는 관중들.
이들은 방금 고치가 되었다 풀려났어도.
그게 뭐였는지를 모릅니다.....
만칸쇼쿠가가 명랑해서가 아니라 생각해보면 당연한게 이런건
만타로 처럼 옆에서 눈으로 봐야만 알수 있는겁니다.
게다가 이 마타로 조차도 무대위 난리에 혼이 빠집니다. 상황에 대한 정보처리를 뇌가 따라가질 못하는 중이죠.
아래를 내려다 보며 이들을 대화상대가 아닌 피지배자로만 보던 사츠키로서는 미처 생각 못한 부분입니다.
억지로 끌려와 관심도 없는 지배계급을 찬양하는줄 알았더니
독립투사 강요에다 전투에 휘말려 넋이 빠진 사람들.
가마고오리가 반 강제로 마코에게 시킨 대피 지휘. 들을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먹을건 언제나 옳은법이죠.
과연 패왕 마코.
정치와 단절되고 억압받은 민중은 작은
위안거리를 따라 움직이는 법.
이제 누가 권력을 차지하던 관심이 없습니다.
생명섬유가 함유된 옷을 벗지도 않구요.
왼쪽 화면에 라교와 민중을 한 화면에 담은건
우연같지가 않군요.
라교여사는 민중들의 이런 패턴을 경험상
잘 알겁니다.
혼노쵸의 시민들을 한번 구해내 자기 힘으로 만들려한 사츠키의 계획이 실패한걸 지금 만렙 제사장이 보고 있습니다....
민중의 관심과 지지가 없는 권력투쟁은 옳고 그르고 간에 무대위의 그들만의 쇼로 전락하기 마련입니다.
특히 피로 얼룩진 쿠테타는....객석에 까지 민폐를 끼치구요.
이때 딱 맞춰 진짜 연극무대 처럼 켜지는 스포트라이트들.
결박당한 십자가에서 마술처럼 탈출하고.
사츠키의 극교복군단을 인형으로 부리는 마술을 선보이고.
목이 떨어져도 다시 붙여 부활하는 마술을 보여주고.
피날레로 반역도인 딸을 압도적인 힘으로 퇴장시키고.
결국 무대의 지배자는 처음부터 조커였던 겁니다.
원래 조명연출을 잘하는 작품이긴 하지만 이번화는 배경 자체가
스테이지라는 점을 극적으로 이용한 연출이 돋보였습니다.
고대에서 부터 심지어 지금도 반복되는 지배층의 권력게임과 그걸 객석에서 바라볼 뿐인 피지배자들.
이 대문화체육제는 은근 그걸 꼬집는 화가 아니었나 하네요.
혼노지학원의 오늘의 쿠테타는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구체제의 여왕이 너무 강했어요.
방송까지 노렸는데 생명섬유에 세뇌기능까지 있었다니.
물론 이런 해석은 저 혼자의 설레발일수도 있긴 합니다....
"어머니, 왕위를 계승중입니다."-사츠키
"어리석은!"- 호오마루
"오게 두어라. 귓방망이가 굶주렸다."- 라교
하필 정지 누른게 이게 걸렸네요.
이부분이 좀 거칠지만 작화는 쓸데없이 좋습니다.
마무리는 부활한 사츠키. 롱헤어에 센케츠라니, 진리군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랜 긴 내용이 아니었던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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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라킬은 정말 대사가 찰집니다. 글로 쓰면 오글거리는걸 멋지게 소화하는 연출과 성우열연도 대단하구요. 비슷한 생각을 하신분과 댓글을 나누게 되어 저도 기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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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같은 조명 연출이 상당히 자주 나오는 게 참 재밌죠. 마코부터 최근화의 마코를 막는 가마고오리 씬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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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같은 조명 연출이 상당히 자주 나오는 게 참 재밌죠. 마코부터 최근화의 마코를 막는 가마고오리 씬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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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평은 편협하든 어쩌든 감상하는사람 나름이고요. 님의 개나소나 어쩌구는 글쓰신분에 대한 공격성이 짙네요. 님의 인성이 보입니다 | 18.10.12 20:29 | |
(IP보기클릭)27.117.***.***
그랬나요? 그부분에서 감정적인 발언을 한것은 의도치 않게 된 발언이니 죄송합니다.. | 18.10.16 04:2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