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개봉일도 잡히고 예고편도 나왔겠다, 이번에는 두리둥실 뭉게공항이랑 놓지마 정신줄 같은 건 잠시 접고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를 만드신 장형윤 감독님 작품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장형윤 감독님은 한국 애니메이션, 특히 한국 독립단편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들어본 적이 없을 수 없는 사람입니다. 2000년대 초부터 단편 작업을 시작하여 여러 작품을 발표하였고 '아빠가 필요해'와 '무림일검의 사생활'로 알려진 분입니다. 물론 수상도 많이 하셨고요.
이분이 2005년에 세운 애니메이션 제작 스튜디오가 바로 '지금이 아니면 안돼' 입니다. 이름이 상당히 특이한데 무려 풀네임까지 있습니다.
"지금 아니면 안 돼. 나중엔 너도 나도 변할 테니까. 사랑도 음악도 시도 영화도 지금이 아니면 안 돼"
개인적으로는 소중한 날의 꿈을 만든 연필로 명상하기와 함께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 스튜디오 이름 중에 가장 인상깊은 것 중 하나로 꼽고 있습니다.
스튜디오의 구성원… 왼쪽은 장형윤 감독님, 가운데는 박지연 감독님, 그리고 오른쪽은 홍덕표 감독님입니다. 박지연 감독님도 단편 애니메이션인 '도시에서 그녀가 피할 수 없는 것들', '낙타들' 과 같은 작품을 만들어 국내외적으로 주목받았던 분이시고, 홍덕표 감독님은 '사이', '남자다운 수다' 등을 만드셨는데 잠시 애니메이션계를 떠나 실사영화쪽에서 활동하시다가 현재는 연상호 감독님이 계신 스튜디오 다다쇼에서 웹툰 '발광하는 현대사'의 애니메이션화 작업을 하고 계시다고 하네요.
여담인데 업계에서 유명한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가 중에 박지연이라는 분이 계셔서 사람들이 많이 헷갈려한다고 합니다. 동종업계에서 일하는 동명이인인데다 두 사람 다 나름 이름이 알려져 있으니 헷갈릴 법도 하죠.
이 스튜디오에서 2009년까지 만든 작품들은 모두 이 DVD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저는 2011년 인디애니페스트에서 이 DVD를 구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부터 여기에 수록되어 있는 장형윤 감독님의 단편 애니메이션들 이야기를 해볼 생각입니다.
박지연 감독님, 홍덕표 감독님 작품도 있지만 곧 개봉할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때문에 쓰는 것이니 장형윤 감독님 작품만 쓰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2002년에 만들어진 '어쩌면 나는 장님인지도 모른다'
제목
천사가 추락하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도시
도시는 왠지 모르게 우울해 보입니다.
한 여자가 창 밖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남자가 길을 가다 멈춰섭니다.
남자의 눈에 펼쳐진 광경은
삭막한 도시의 모습과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해 줄지어 어디론가 가는 사람들
그리고 시체처럼 되어버린 사람들을 실어올리는 타워크레인
남자는 거리 한복판에서 마치 스스로 땅 속에 파묻혀 버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여자가 남자를 발견하고…
눈이 맞아서 데이트라도 하려는지 타워크레인 위에 올라간 둘은 도시 너머에서 불꽃놀이를 하는 것이 보입니다.
어쩌면 저 너머에 행복으로 가득 찬 세계가 있을지도 몰라!
둘은 밤새 열심히 달려 도시 너머로 갑니다.
드디어 도시 너머의 공간에 도착한 두 사람
그러나 왠지 여기에 사는 사람들도 생기가 없어 보이긴 마찬가지입니다.
남녀의 눈에는 그곳의 대관람차가 도시의 타워크레인과 겹쳐보입니다.
결국 남녀는 자신들이 있던 곳과 다르지 않음을 깨닫고 맙니다.
작품 설명을 보면, 자본주의 사회를 벗어나려 하지만 방법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몇몇 감독의 초기작이 으레 그렇듯이 이 작품도 작품 전체적으로 우울한 분위기를 띄고 있고 상징적인 표현이 사용되어 따로 설명이 없으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초기작 답게 장형윤 감독님 특유의 작품색이 크게 나타나지는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 작품인 'TEA TIME' 부터는 본격적으로 장 감독님 특유의 작품색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그건 다음에…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개봉특집 장형윤 감독님 전작 모음
◈SV-001/R의 극장용/독립애니메이션/OVA/기타 애니메이션 글
> 초음이의 풀잎학교 3, 4화 - 민지야 학교 가자 / 우리들의 텃밭
> 초음이의 풀잎학교 5, 6화 - 소원 나무 / 날아라, 천우야
> 셀마의 단백질 커피 - WANTED / 무림일검의 사생활 / 사랑은 단백질 (BGM)
> SBS 애니갤러리 제 162회 - 아빠가 필요해 / 천년기린
> SBS 애니갤러리 제 163회 - 그들의 바다 / 절연주의사항
> SBS 애니갤러리 제 164회 - 우측통행 / 볼록이 이야기
> SBS 애니갤러리 제 186회 - 순수한 기쁨
> SBS 애니갤러리 제 232회 - 오목어 / Ideal / White Day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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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아니면 안돼 DVD는 저도 갖고 있는데요, 확실히 흥미롭더군요. 국산 애니메이션이 관심에서 멀어져서 스스로 바라지도 않은 채로 '인디' 혹은 '일본 애니메이션 하청' 중 하나를 선택하여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은 정말이지 안타까운 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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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아니면 안돼 DVD는 저도 갖고 있는데요, 확실히 흥미롭더군요. 국산 애니메이션이 관심에서 멀어져서 스스로 바라지도 않은 채로 '인디' 혹은 '일본 애니메이션 하청' 중 하나를 선택하여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은 정말이지 안타까운 일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