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신에바2(게임) 텍스트랑 리뷰 내용에 다른 부분이 있는 건 뭐죠?”
시작하기 전에, 유사 질문이 자꾸 오고 있어 이 리뷰에서 공식 설정으로 자주 언급하고 있는, ‘게임 설정 텍스트’에 대해 잠깐 짚고 갑니다. 게임 ‘신에바2’의 텍스트에 안노가 참여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원작과 100% 연계 설정으로 보는 것은 곤란합니다. 프롤로그에 추가한 바와 같이, 게임 텍스트는 이 리뷰에서 다루는 공식 설정 중 네 번째 위치에 있으며, 그 이유는 특정 부분에서 원작 설정과 어긋나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바로 리뷰 초반에 다룬 ‘인류 보완 계획’ 파트입니다. ‘신에바2’는 제레의 인류 보완 계획을 원작과 전혀 다른 노선으로 잡고 있습니다. 굳이 여기서 간단히 설명하자면, 게임 속 제레는 롱기누스의 창을 없애고 에반게리온과 동화, ‘제레 멤버만 한정’하여 신이 되는 것을 원합니다. 때문에 설정 텍스트 역시 해당 부분은 게임 내용에 맞춰 작성된 것입니다. 허나 제가 다루는 것은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게임 설정과 어긋나는 부분은 철저히 애니메이션 기반으로만 적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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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시엘이 남기고 간 귀중한 코어 샘플
신지와 그 친구들이 일본에서 열심히 사도와 싸우는 동안, 네르프 미국 지부에서는 에반게리온 3호기와 4호기를 건조하고 있었다. 두 기체는 ‘한 가지’만 빼면 도색만 다른 세트 기체인데, 그 ‘한 가지’란 S2 기관으로, 4호기는 에바 최초의 S2 기관 탑재 예정 모델이었다. S2 기관은 아담과 사도의 코어 속에만 존재하는 생명의 열매인데,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4호기의 S2 기관은, 5화 초반에 나오는 샴시엘의 코어를 연구를 통해 복원한 것이라 한다. 그러나 연구가 어설펐던 탓일까, 코어 설치 테스트 도중 S2 기관이 자폭, 4호기는 물론 네르프 네바다 지부가 통째로 증발한다. 미니 세컨드 임팩트라고나 할까.
미국 네바다 지부 증발!
이 불의(?)의 사고에 겁을 먹은 미국은 즉시 3호기를 네르프 본부로 옮긴다. 이에 본부는 3호기의 기동 실험을 갖게 되고, 기체의 파일럿으로 스즈하라 토우지가 지정된다. 사도에 감염된 3호기의 기구한 운명은 다들 잘 알고 있을 테니, 여기선 3호기의 코어 얘기를 좀 하자. 3호기의 코어 안에는 누가 있을까? 작중에서 따로 언급된 부분은 없으나, 토우지의 어머니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그 근거를 찾기 위해 우선 토우지가 소속된 2-A반에 대해 알아보겠다.
현재 신지가 다니고 있는, 제3도쿄 시립 제1중학교 2학년 A반은 아주 특별한 반이다. ‘마르두크(Marduk) 기관’에 의해, 반 전원이 예비 파일럿 후보로 등록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즉, 에바 3호기에 탑승하게 되는 포스 칠드런은 필연적으로 이 2-A반 안에서 선발된다. 그러니까 애초에 3호기의 파일럿은 ‘2-A반의 누군가’이며, 다만 토우지가 그 중에서 거르고 걸러 선택된 것이다.
명탐정 스파이 카지
그런데 잠깐, 마르두크 기관은 대체 뭐 하는 곳일까? 마르두크 기관은 표면적으로는 에반게리온 파일럿에 적합한 아이를 뽑기 위한 일종의 협회이다. 그러나 15화에서 카지의 조사에 의해 드러난 바와 같이, 실제로는 108개의 유령 기업으로 구성된, 존재도 하지 않는 기관이었다. 결국, 마르두크는 네르프가 에바 파일럿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드러날 수 있는 문제를 감추기 위한 위장 기관인 것이다. 즉, 에바 파일럿을 선택하는 방법은 사회에 공개할 경우 큰 파장을 일으킬 정도로 ‘부적절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소리가 되겠다.
걱정하는 타입 / 갈구하는 타입
그렇담 대체 마르두크는 무슨 조건으로 2-A반 학생들을 한 곳에 모은 것일까? 이것을 알기 위해, 우리는 우선 에바 파일럿의 조건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에바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일단 파일럿 스스로 에바에 탈 의지와 동기가 충분해야 하겠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2-A반의 특수성을 제시할 수 없다. 예컨대 켄스케의 경우, 18화에서 미사토에게 직접 파일럿이 되고 싶다고 간청할 정도로 에바에 타는 것을 원했으나 파일럿이 될 수 없었고, 정작 파일럿이 된 토우지는 오히려 에바에 타는 것을 두려워했다. 물론 단순히 ‘타고 싶다’는 것과 ‘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토우지에겐 동생을 위해 에바를 탄다는, 나름의 절실한 이유가 있었다.)은 그 경우가 매우 다르지만, 어쨌든 뭔가 더 중요한 조건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또 뭐가 있을까. 여기서 우리는 에바 파일럿과 2-A반 학생들이 모두 14살이라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혹시 14살이 아니면 에바 파일럿이 될 수 없는 것일까? 내 사견으로는, 정확히 14살일 필요는 없겠지만, 평균적인 발육이나 정신 상태 등을 고려할 때, 14살이라는 나이가 에바에 탑승하기 딱 적절한 시기가 아닐까 싶다. 또 대체로 14살이라 하면, 대개 정서적으로 예민한 사춘기인 탓에, 에바 속 정체 모를 영혼과 교감하기 좋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참 많은 주인공 세 명
게다가 14살은 아이들처럼 마냥 철이 없는 나이도 아니고, 어른들처럼 마음이 탁한 ‘처세술의 달인’도 아니다. 생각해 보자. 신지도, 레이도, 아스카도 ‘사회성’이란 단어와는 거리가 멀다. 레이는 말할 것도 없고, 신지 역시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에 익숙하지 못했다. 아스카는 겉으론 밝고 명랑하나 실은 왜곡된 프라이드로 점철된 정신 상태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 성격은 현실 사회에선 문제가 되겠지만, 한편으로는 에바를 타기 위한 ‘충분한 내적 동기’를 선사하기도 한다. 아까 켄스케 얘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사실 켄스케는 2-A반 중에선 확실히 사회성이 좋은 축에 속했다. 학급 내에서 반장을 맡은 히카리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아이들에겐 굳이 에바라는 ‘또 하나의 자신’에게 기댈 이유와 필요가 없을 것이다.
켄스케는 성격이 너무 좋아서 탈락(?)
히카리는 너무 정상적이라서 탈락(?)
결국 이런 조건들로 따지면, 2-A반 안에서도 켄스케나 히카리와 같이 적합하지 않은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이 마르두크에 의해 한 반에 모인 기준은 따로 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그 해답은, 현역 파일럿인 신지와 아스카에게 있겠다. 바로, ‘코어 속에 담긴 어머니’이다. 신지와 아스카가 에바 파일럿이 된 이유는, 그들이 잘나서가 아니라, 에바 속에 그들의 어머니가 담겼기 때문이란 사실을 잊지 말자. 결국 에바 파일럿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코어 속에 ‘파일럿과 상성이 맞는 영혼이 있느냐’는 것이다. 설정 텍스트에서도 이에 대해 ‘에바의 코어 속에는 파일럿의 모친이 있다.’고 확실히 명시하고 있으니(영호기는 따로 얘기할 것이다.), 이것은 에바 기동의 기본 메커니즘에 속하는, 하나의 확립된 전제로 수용하는 것이 옳겠다.
그렇게 놓고 보니, 별로 놀라운 우연이랄 것도 없이, 작품 내에 나오는 2-A반 학생들은 모두 어머니가 없다. 켄스케의 경우 아버지만 있고, 히카리는 부모님 없이 언니와 여동생과 함께 산다. 또 토우지 역시 여동생과 아버지, 할아버지만 있다. 결국 이 모든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다. 2학년 A반의 학생들은 모두 어머니가 없고, 그 어머니는 에반게리온을 위한 ‘예비 코어’에 희생된 상태일 것이며, 그것이 이 아이들이 한 반에 모여 위장 기관 마르두크에 의해 ‘예비 파일럿 후보’로 불리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뭔가 굉장히 무서운 이야기가 됐지만, 가만히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법도 하다. 왜 애초에 이 아이들, 딱 봐도 어느 한 명 가정 형편에 여유가 없는 아이들이 사도 요격 도시인 제3도쿄에 와서 살고 있는 것일까. 자세한 전말은 알 도리가 없지만, 내가 임의로 구상한 시나리오는 이렇다. 2-A반 학생들의 어머니는 과거 가난 등의 이유로 일정한 보수를 받고 네르프의 ‘실험’에 참여한다. 그 결과는 분명 ‘예상하지 못한 죽음’이었을 테고, 해당 가족에게는 금전적 보상이나 제3도쿄 이주권 따위가 부여되었을 것이다. 정말 잔혹한 발상이 아닐 수 없지만, 이 정도 시나리오는 되어야, 어째서 2-A반 학생들 전원이 마르두크에 의한 예비 파일럿 후보이며, 또 어떻게 임의로 선택된 파일럿에게 마침 ‘맞는 영혼’이, ‘파일럿이 14살이 되는 2015년에’, 3호기의 ‘코어 속에 존재’할 수 있었는지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리츠코 "지금 있는 후보자들 중에서…."
겐도우 "네 번째를 택한다는 건가?"
"네, 당장 코어 준비가 가능한 아이가 있습니다."
"맡기겠네."
보다 확실히 하기 위해 첨언하자면, 리츠코는 17화에서 파일럿 선택 문제와 관련, 겐도우에게 ‘당장 코어 준비가 가능한 아이가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 대사가 의미하는 것은 결국, ‘코어’와 ‘파일럿’은 동시에 고려해야 할 하나의 ‘쌍’이며 네르프에는 이미 2-A반 전원의 상성에 맞는(즉, 각자의 어머니가 담긴) ‘선택 가능한 예비 코어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리츠코가 그 중에서 적절한 코어를 하나 골라 3호기에 넣으면, 그걸로 준비 완료인 셈이다.
그러고 보면 토우지 제법 생겼다.
참고로 신에바2 게임에서는 파일럿에 따라 에바 안의 영혼과 만나는 장면(레리엘 파트)이 있다. 그 때 토우지를 조종할 경우에, 그가 만나는 것은 그의 어머니이다. 확인 사살이다.
동생 만나러 가는 자상한 오빠 토우지
마치기 전에, 3호기의 코어 속에 토우지의 동생이 있다는 주장도 있어서 반박하고 간다. ‘완본 에반게리온 해독’의 저자 키타무라 마사히로 또한 이 가설의 지지자 중 한 명인데, 그는 이 주장의 근거로, 위에서 언급한 리츠코의 대사 중 ‘당장’이, ‘최근 큰 부상을 당한 토우지의 동생’을 염두에 둔 발언이며, 실제로 사고 이후 토우지의 동생이 작품에 나온 적이 없음을 들어, 그녀가 의식을 잃었거나 2호기의 쿄코처럼 미친 상태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것은 설정의 빈 부분을 오용한 무리한 추측이 아닐 수 없으며, ‘2-A반과 마르두크 기관’이라는 중요 설정의 의미를 퇴색시키기 때문에 타당성이 부족하다. 마사히로는 또 하나의 근거로, 해당 대사의 리츠코 목소리 톤이 매우 불길한 느낌을 준다는 점도 들었는데, 글쎄다. 굳이 토우지의 동생이 아니어도 마르두크와 코어의 반인륜적인 비밀을 아는 리츠코가, 그렇담 발랄한 톤으로 저 대사를 쳤어야 하나? 그렇지 않아도 이미 네르프는 충분히 잔혹하다.
[에반게리온] 13. 위원회의 흑막, 에바 양산기/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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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들끼리 모여서 어머니 계모임해도 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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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애미없는 설정이 다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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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내시면 한정판 예약구매 하겠다에 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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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보고나니 에반게리온 파의 그 부분 설정변경은 정말 코페르니쿠스적인 변화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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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편은 모레 이 시간에 올리겠슴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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