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실제 발발한 서드 임팩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이제 어느 정도 배경 설명이 되었으니 인류 보완 계획 및 서드 임팩트를 그 유형 별로 나누어 정리하고 가겠다. 여러분들의 머릿속에서 아직 찜찜하게 남아 있는 부분들을 좀 더 메꾸고 가자는 취지이다. 이것을 확실히 해 두면 에반게리온이라는 작품 이해에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내용도 많고 밀도도 높으니 주의해서 보길 바란다.
먼저 유이가 창안한, 오리지널 타입의 ‘인류 보완 계획’은 다음과 같았다. 애초에 부정한 방법으로 지구에 온 릴리스, 그리고 그 자손인 우리 인류는 본연적인 불완전성을 지니고 태어났다. 그러나 우리의 손에는 지혜와 릴리스의 원본이 있으니, 에반게리온 초호기라는 새로운 릴리스의 몸을 만들고, 그 안에서 모든 인류의 영혼을 합일하여 ‘완전성을 지닌 리린’으로 다시 태어나자는 것이었다. 이 경우 에반게리온 초호기는 다른 사도와 같이 완전한 육체와 정신을 지닌, ‘새로운 인류’의 모습인 동시에, ‘새로운 릴리스’ 그 자체로 신생하는 것이다.(극장판 데스 앤 리버스의 다른 이름이 ‘사도 신생’인 이유를 생각해 보자.)
다음으로, 인류 보완 계획이 그 목적과 조건에 따라 변형되어 에반게리온 작품 내에서 ‘서드 임팩트’로 발발하게 되는 루트는, 크게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귀여운 이미지로 인기가 높은 사도 사키엘
하나, 사도를 통한 서드 임팩트의 가능성이 있다. 사도가 아담과 접촉, 아담의 각성을 자극하여 이 별의 정식 주인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사도가 에바와는 달리 완전한 육체와 정신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인간은 자격 없이 지구에 무단 거주했다는 오명을 남기고 사멸한다. 모든 타입의 인류 보완 계획이 이를 막는 것을 전제로 두고 있다.(제레 타입 B는 예외.)
릴리스의 특이한 가면 모습, 제레의 상징, 그리고 또…?
둘, 릴리스를 통한 인류 보완의 가능성이다. 제레가 처음 계획했던 시나리오로, 롱기누스의 창을 인간이 가지고 있던 만큼, 사도 내습을 모두 막고 나면 그것을 이용해 속죄 의식을 거행하기로 했다. 이 경우 릴리스는 속죄 의식의 제물이 되고 인간은 역시 사멸한다. 다만 스스로 죄를 치르고 명예롭게 죽는 방식으로 사멸 후에 정당한 존재로의 부활이 가능하다.(고 제레는 생각했다.)
이 메커니즘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짚고 가자. 겐도우에 의해 릴리스의 정신이 레이에게 담긴 것은 일단 논외로 해도, 어쨌든 인간은 릴리스의 육체와 정신을 모두 지니고 있었다. 본래 릴리스 세트의 롱기누스의 창은 퍼스트 임팩트 때 소실되었고, 사실 그것으로 인해 인간이 이렇게 불완전한 군집 체계로 태어난 모양이지만, 어쨌든 그 대신 아담 세트 롱기누스의 창을 사용하고 있다. 적절한 타이밍을 위해, 릴리스의 육체가 완전한 상태가 되기 직전에 창을 박아 성장을 멈추게 한 상태이다.(릴리스가 완전한 육체가 아니었던 이유는 초호기 등을 만들기 위해 그 일부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다음에 확실히 언급하겠다.) 사도를 모두 무찌른 후에 창을 다시 뽑아 그것을 이용하면 ‘의식’의 준비가 완료된다.
언급할 거리가 너무 많은 탓에 일부러 피하고 있는 아야나미 레이
그런데 이 과정에서 혹자는 ‘사도가 아담에게 접촉해 아담 베이스의 서드 임팩트를 일으킬 수 있는 것과 같이, 릴리스의 정식 후손인 인간도 도구의 준비 없이 그냥 릴리스에게 직접 접촉하면 릴리스 베이스의 서드 임팩트를 일으킬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물을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간이 모종의 원인(아마 롱기누스의 창의 소실)으로 인해 하나가 아닌 군집 체계로 진화했기 때문에, 단일 개체의 인간이 릴리스에 접촉한다고 해도, 인간은 완전한 형태의 릴리스의 후손이 아니므로 임팩트 발발이 불가능한 모양이다. 게다가 제레가 원하는 방향은 ‘릴리스의 속죄’이기 때문에 릴리스 베이스의 임팩트는 그들의 입장과 일치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셋, 카오루를 통한 서드 임팩트가 있었다. 겐도우에 의해 롱기누스의 창이 소실된 직후 당황한 제레가 급조한 시나리오이다. 이 경우 사도를 통한 서드 임팩트와 같다고 볼 수 있지만, 문제의 사도가 인간이 직접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즉, 이 경우 비록 사도의 손을 빌렸지만 인간이 스스로의 의지로 자멸을 택한다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하며, 제레가 노린 것도 이것을 속죄 의식으로 대행하여 인류의 명예로운 사멸 기회를 얻는 것이었다.
여기서 무난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카오루는 아담의 정신일 뿐, 육체는 아담의 것이 아니다. 따라서 아담의 정식 후손이라 보기 힘든데, 어떻게 카오루와 아담의 접촉이 서드 임팩트를 이끌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겠다. 그러나 이 타브리스의 경우, 기존 사도와는 다르게 ‘진짜 아담의 정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아담의 후손이라는 자격으로 그를 ‘깨우는 것’이 아니라, 아담의 육체와 접합, 그 자체로 정식 아담으로 부활한다는 점에서 기존 사도를 통한 서드 임팩트에 비해 훨씬 더 직접적인 방법이라 볼 수 있다.
어른들 욕심의 진정한 희생양, 이카리 신지
다음으로 넷, 에바 초호기를 통한 서드 임팩트 가능성이다. 겐도우 계획의 일부이자, 타브리스의 소실 후 제레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대안이다. 제레의 입장에서는, 본래와 같이 ‘속죄 의식’을 거행하는 것은 실패했지만, 에바 초호기가 신에 가까운 형태라는 것(아래에서 다시 언급)을 고려해, 그 신에 의탁하여 속죄를 기도하자는 것이었다. 이 경우 신의 의지에 영향을 줄 겐도우의 소멸을 위해 제레는 네르프 전면 파괴라는 유혈 작전을 선행한다. 계획의 실패를 거듭한 제레는 이제 인류의 명예로운 멸망만을 목적으로 한다.(본래 제레의 순수한 목적은 인류 멸망을 막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릴리스, 그리고 아담을 품은 레이
다섯, 아담과 릴리스를 융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서드 임팩트의 가능성이 있다. 두 양립하는 우주의 존재가, 소위 말하는 ‘금지된 융합’을 한다는 것이다. 정확한 메커니즘은 불명이나 이 경우 지혜의 열매와 생명의 열매를 동시에 가진 ‘신’이 탄생하여 수행자의 의지를 반영한 인류 보완이 일어난다. 아담의 육체를 수행하는 겐도우가 노리고 있는 보완 계획이었다. 겐도우의 경우 에바 초호기를 통하되 이런 금지된 융합을 수행하여 유이와의 재회를 희망했다. 차후 밝히겠지만 이것은 유이와 릴리스를 합한 ‘레이의 존재 이유’와도 직결된다.
하지만 이 방법은 이름 그대로 ‘금지된 융합’이기 때문에, 어설프게 시도했다간 아담이든 릴리스든 모든 생명체가 멸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사도 중에서는 애초에 릴리스를 노리고 와서, 그와 접촉해 모든 생명체의 리셋을 원하는 타입도 있다.(아담 베이스의 사도가 릴리스와 접촉할 때의 결과는 작품 내에선 불명이나 후에 공식 설정으로 언급되었다.) 동시에 이것이, 겐도우가 굳이 레이를 만들고 자신의 몸 안에 태아 형태의 아담을 넣는 등의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는 데 대한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이렇게 많은 경우의 수가 있었으나 어쨌든 발발한 서드 임팩트는 하나
자, 이제 드디어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서 나타난 실제 서드 임팩트의 진상을 살피러 갈 준비가 되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도 우리의 머리를 아프게 할 새로운 문제들이 제법 나올 예정이지만, 일단 출발하자.
[에반게리온] 9. 인류 보완 계획 :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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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중간에 그만두었던 이 복잡한 내용을 잘 정리해주셨네요. 보는 사람 입장에서 참 읽기 편하게 되있어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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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노가 작품 설정에 대해 직접 언급한 부분은 그것 외엔 거의 없습니다. '카지를 죽인 사람이 미사토가 아니라 외부 사람이다'라는, 익명의 질문자에 대한 답변 외에는요. 사실 인터넷 상에 안노의 발언이라며 굉장히 많은 글들이 나오고 있지만, 그 중에서 진짜 안노가 말하거나 쓴 글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출처 없는 인터넷의 폐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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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언급할 시기가 오지 않을까, 생각은 하지만 비축분은 없으니 확답은 할 수 없겠네요. 사실 신극장판은 얘기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ㅋㅋㅋ 지금 굳이 설정을 '이렇지 않을까'라 우리가 예상해도 완결편이 나와서 뒤집으면 그만이니...당장 Q BD 정도는 제 손에 와야 어느 정도 얘기할 거리가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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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안노가 스스로 공식 사항이라고 밝힌 에바 게임 덕이 크지만, 여기 나온 대부분의 정보는 에바 속에 지나치게 묽게 희석된 설정들을 보기 좋게 꺼낸 것입니다. 은근히 시각에 따라 제법 분명하게 말하는 부분 부분들이 있습니다. 서로 보고자 하는 것이 달라 각자 작품에서 캐치하는 것이 다를 뿐이죠. 내용 파악을 목적으로 감상하면 위 내용의 상당 부분이 캐치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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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행성 1씨앗이 원칙 이긴 한데 원칙 어겼으니 멸종 해야 한다고 한적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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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행성 1씨앗이 원칙 이긴 한데 원칙 어겼으니 멸종 해야 한다고 한적 없는데;;; | 12.12.01 11: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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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원칙에서 벗어나서 사도들이 출몰하는 건 신이 만든 예정이니 그렇게 해야한다고 한것과 다름없죠 ㅋ 바로잡기 위한. | 18.04.11 15: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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