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천년여우 여우비' 로 알려진 분이지만, 사실 단편애니계에서 많은 작품을 내셨던 이성강 감독님의 작품입니다.
요새 갑자기 극장용이 끌려서 마침 가지고 있던 DVD로 보았습니다. DVD를 오래 전에 구해다만 놓고 한번도 감상을 안 하고 있었네요.
평범한 회사원인 김남우. 그런 그에게 어릴 적 친한 친구였던 준호가 찾아옵니다.
준호는 남우에게 줄 것이 있다면서 무엇인가를 건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과거로 시점이 넘어갑니다.
어린 시절의 남우. 바닷가의 작은 어촌에 사는 남우는 그저그런 평범한 아이입니다.
어느 날 남우는 문방구에서 이상한 상(像)을 품은 구슬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이 구슬을 바로 사는 것은 아니고, 나중에 준호를 통해 남우 손에 들어오게 됩니다.
남우는 바다가 그대로 눈에 들어오는, 작은 횟집에서 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도둑고양이 '요'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남우의 아버지는 어부였는데 남우가 어렸을 때 풍랑을 만나서 바다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남우와 준호는 어렸을 때부터 매우 친했습니다.
매일 등대 쪽에 나가서 바닷속에서 놀다 나오는 게 둘의 일과입니다.
하지만 준호는 아버지의 뜻 때문에 여름방학이 되면 서울로 올라가야만 합니다.
친구들을 놔두고 혼자서 서울로 가는 게 결코 좋을 리가 없습니다.
어느 날, 사라져버린 요를 찾기 위해 등대 위로 올라간 남우는 등대에서 별안간 번쩍하고 빛이 나더니 환상 속 세계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 마리를 만납니다.
남우를 쫒아서 등대로 올라온 준호의 눈에 띈 것은 바로 남우가 문방구에서 눈여겨 본 구슬.
남우는 준호에게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지만 준호는 믿지 않습니다.
은근슬쩍 남우를 좋아하는 숙이. 준호는 숙이를 계속 괴롭히지만 사실 준호가 숙이에게 마음이 있습니다.
어부아저씨 경민. 경민은 남편을 잃고 홀로 사는 남우 어머니(효진)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남우네 집 수리도 해 주고 남우를 위해 서커스도 보여 주고 합니다.
남우가 잠결에 한번 더 환상세계로 다녀온 이후, 등대가 곧 철거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더는 늦을 수 없다고 느낀 남우는 여름방학이 되기 며칠 전 어느 밤에 준호를 데리고 등대로 올라갑니다.
이번엔 준호와 같이 환상세계로 들어온 남우.
"생각이 안 나. 널 만나면 할 말이 있었는데. 정말 이상한 일이야. 널 만나면 뭔가 할 말이 많을 것 같았는데….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 등대가 사라지면 모든 게 끝나는 걸까? 내가 있는 곳에선… 이렇게 같이 있다는 거… 넌 왜 다른 걸까? 그래서 같이 있을 수도 없고… 하긴, 모든 게 다 그래. 하지만 그래도 모두들 너무 빨리 내 곁을 떠나. 아빠도 그렇고, 준호도…."
거기서 마리를 다시 만납니다.
사실 이 작품에서 마리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마리라는 이름도 남우 입에서 아무렇게나 튀어나온 말이었습니다.
근데 사실 이 '마리' 라는 이름은 동물을 세는 단위인 마리에서 따 온 것이라고 합니다.
('머리' 라는 말에서 유래하여) 사람과 동물을 가리지 않고 통칭하는 표현으로서, 일체의 편견을 벗어난 사랑을 통칭하는 그런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하네요.
선장인 준호의 아버지가 오징어잡이배를 이끌고 출항하려고 합니다.
준호는 지난밤 꿈자리가 뒤숭숭했다며 아버지를 말리지만
경민도 이번 출항에 선원으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경민은 남우에게 돌아오면 꼭 공연에 데려다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러나 준호 아버지와 경민이 탄 배는 그날 밤 거센 풍랑을 만납니다.
뱃사람들이 걱정되는 남우와 준호.
그들은 자신들이 구슬의 힘으로 환상세계로 들어갈 때 등대에서 섬광이 비치는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 빛으로 오징어잡이배를 구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아직 철거되지 않은 등대로 향합니다.
그리고 마리가 남우에게 손을 건네는데….
과연 뱃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직접 확인하세요.
시간이 흘러 어쨌든 때가 되고.
준호는 서울로 향하게 됩니다.
"남우야!!!! 도착하면 편지할게! 너도 꼭 답장해야돼! 나도 씩씩하게 잘 지낼거니까 너도 그래. 나 친구들 새로 안 사귀어도 외롭지 않아. 우리 계속 같이 있는 거잖아. 방학 되면 또 만날 거고. 그러니까 우리 헤어지는 거 아니잖아. 안녕, 잘 있어. 숙이야, 고마워. 안녕…."
회상을 끝내고 준호와 헤어지는 남우.
버스에 타고 준호가 건넨 상자를 열어보니 그 안엔 바로 그 때 그 구슬이 들어있었습니다.
버스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남우.
"잊지 않았어 준호야. 몇 해 전인가, 그냥 기차 타고 우리 동네에 간 적 있어. 새벽에 도착해서 혼자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 다 그대로인데도 왠지 낮설고 달라 보이는 거야. 내가 엉뚱한 동네에 온 게 아닌가 갑자기 멍해지더라. 근데, 생각해보니까 변한 건 나였어. 내가 가진 추억도 그렇게 작게 줄어들었지만, 그때… 잊지 않을거라고 누군가에게 약속했었던 것 같은데… 언제나 마음 속에 간직할 거라고…. 그게 누구였을까? 나 자신이었을까?"
우리가 어린 시절 가졌던 꿈. 하지만 자라면서 점점 희박해져 갔던 그런 꿈을 일깨워 주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그것이 남우 혼자만의 꿈일 수도 있었을 텐데 구슬과 등대라는 매개체 덕에 준호도 같은 기억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인상깊네요.
여기서 이야기하는 꿈은 소중한 날의 꿈에서 이야기하는 그 '꿈'과는 약간 다르지 않나 싶습니다. 소꿈에서의 꿈이 자신이 되고 싶어하는 것, 장래희망 그런 의미라면 마리 이야기에서의 꿈은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이나 경험 같은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소중한 날의 꿈은 '지금 힘들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꿈을 위해서 열심히 앞으로 나가라'고 말하지만 마리 이야기는 '어린 시절의 그 꿈을 기억해봐' 라고 말하고 있는 듯 합니다.
작품을 접하기 전에는 소년과 환상 속 소녀의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작중에서 마리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만나서 같이 바라보고 날아다니고 하는 것 외에는 큰 교류가 없었던 게 뜻밖이었습니다.
이성강 감독님의 후속작인 천년여우 여우비도 그렇고, 작품에 왠지 모르게 몽환적이면서도 뭔가 슬픈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현재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을 각색한 작품을 준비중이라는데 왠지 그 작품도 비슷한 분위기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요새 갑자기 극장용이 끌려서 마침 가지고 있던 DVD로 보았습니다. DVD를 오래 전에 구해다만 놓고 한번도 감상을 안 하고 있었네요.
평범한 회사원인 김남우. 그런 그에게 어릴 적 친한 친구였던 준호가 찾아옵니다.
준호는 남우에게 줄 것이 있다면서 무엇인가를 건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과거로 시점이 넘어갑니다.
어린 시절의 남우. 바닷가의 작은 어촌에 사는 남우는 그저그런 평범한 아이입니다.
어느 날 남우는 문방구에서 이상한 상(像)을 품은 구슬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이 구슬을 바로 사는 것은 아니고, 나중에 준호를 통해 남우 손에 들어오게 됩니다.
남우는 바다가 그대로 눈에 들어오는, 작은 횟집에서 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도둑고양이 '요'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남우의 아버지는 어부였는데 남우가 어렸을 때 풍랑을 만나서 바다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남우와 준호는 어렸을 때부터 매우 친했습니다.
매일 등대 쪽에 나가서 바닷속에서 놀다 나오는 게 둘의 일과입니다.
하지만 준호는 아버지의 뜻 때문에 여름방학이 되면 서울로 올라가야만 합니다.
친구들을 놔두고 혼자서 서울로 가는 게 결코 좋을 리가 없습니다.
어느 날, 사라져버린 요를 찾기 위해 등대 위로 올라간 남우는 등대에서 별안간 번쩍하고 빛이 나더니 환상 속 세계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 마리를 만납니다.
남우를 쫒아서 등대로 올라온 준호의 눈에 띈 것은 바로 남우가 문방구에서 눈여겨 본 구슬.
남우는 준호에게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지만 준호는 믿지 않습니다.
은근슬쩍 남우를 좋아하는 숙이. 준호는 숙이를 계속 괴롭히지만 사실 준호가 숙이에게 마음이 있습니다.
어부아저씨 경민. 경민은 남편을 잃고 홀로 사는 남우 어머니(효진)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남우네 집 수리도 해 주고 남우를 위해 서커스도 보여 주고 합니다.
남우가 잠결에 한번 더 환상세계로 다녀온 이후, 등대가 곧 철거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더는 늦을 수 없다고 느낀 남우는 여름방학이 되기 며칠 전 어느 밤에 준호를 데리고 등대로 올라갑니다.
이번엔 준호와 같이 환상세계로 들어온 남우.
"생각이 안 나. 널 만나면 할 말이 있었는데. 정말 이상한 일이야. 널 만나면 뭔가 할 말이 많을 것 같았는데….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 등대가 사라지면 모든 게 끝나는 걸까? 내가 있는 곳에선… 이렇게 같이 있다는 거… 넌 왜 다른 걸까? 그래서 같이 있을 수도 없고… 하긴, 모든 게 다 그래. 하지만 그래도 모두들 너무 빨리 내 곁을 떠나. 아빠도 그렇고, 준호도…."
거기서 마리를 다시 만납니다.
사실 이 작품에서 마리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마리라는 이름도 남우 입에서 아무렇게나 튀어나온 말이었습니다.
근데 사실 이 '마리' 라는 이름은 동물을 세는 단위인 마리에서 따 온 것이라고 합니다.
('머리' 라는 말에서 유래하여) 사람과 동물을 가리지 않고 통칭하는 표현으로서, 일체의 편견을 벗어난 사랑을 통칭하는 그런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하네요.
선장인 준호의 아버지가 오징어잡이배를 이끌고 출항하려고 합니다.
준호는 지난밤 꿈자리가 뒤숭숭했다며 아버지를 말리지만
경민도 이번 출항에 선원으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경민은 남우에게 돌아오면 꼭 공연에 데려다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러나 준호 아버지와 경민이 탄 배는 그날 밤 거센 풍랑을 만납니다.
뱃사람들이 걱정되는 남우와 준호.
그들은 자신들이 구슬의 힘으로 환상세계로 들어갈 때 등대에서 섬광이 비치는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 빛으로 오징어잡이배를 구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아직 철거되지 않은 등대로 향합니다.
그리고 마리가 남우에게 손을 건네는데….
과연 뱃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직접 확인하세요.
시간이 흘러 어쨌든 때가 되고.
준호는 서울로 향하게 됩니다.
"남우야!!!! 도착하면 편지할게! 너도 꼭 답장해야돼! 나도 씩씩하게 잘 지낼거니까 너도 그래. 나 친구들 새로 안 사귀어도 외롭지 않아. 우리 계속 같이 있는 거잖아. 방학 되면 또 만날 거고. 그러니까 우리 헤어지는 거 아니잖아. 안녕, 잘 있어. 숙이야, 고마워. 안녕…."
회상을 끝내고 준호와 헤어지는 남우.
버스에 타고 준호가 건넨 상자를 열어보니 그 안엔 바로 그 때 그 구슬이 들어있었습니다.
버스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남우.
"잊지 않았어 준호야. 몇 해 전인가, 그냥 기차 타고 우리 동네에 간 적 있어. 새벽에 도착해서 혼자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 다 그대로인데도 왠지 낮설고 달라 보이는 거야. 내가 엉뚱한 동네에 온 게 아닌가 갑자기 멍해지더라. 근데, 생각해보니까 변한 건 나였어. 내가 가진 추억도 그렇게 작게 줄어들었지만, 그때… 잊지 않을거라고 누군가에게 약속했었던 것 같은데… 언제나 마음 속에 간직할 거라고…. 그게 누구였을까? 나 자신이었을까?"
우리가 어린 시절 가졌던 꿈. 하지만 자라면서 점점 희박해져 갔던 그런 꿈을 일깨워 주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그것이 남우 혼자만의 꿈일 수도 있었을 텐데 구슬과 등대라는 매개체 덕에 준호도 같은 기억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인상깊네요.
여기서 이야기하는 꿈은 소중한 날의 꿈에서 이야기하는 그 '꿈'과는 약간 다르지 않나 싶습니다. 소꿈에서의 꿈이 자신이 되고 싶어하는 것, 장래희망 그런 의미라면 마리 이야기에서의 꿈은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이나 경험 같은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소중한 날의 꿈은 '지금 힘들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꿈을 위해서 열심히 앞으로 나가라'고 말하지만 마리 이야기는 '어린 시절의 그 꿈을 기억해봐' 라고 말하고 있는 듯 합니다.
작품을 접하기 전에는 소년과 환상 속 소녀의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작중에서 마리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만나서 같이 바라보고 날아다니고 하는 것 외에는 큰 교류가 없었던 게 뜻밖이었습니다.
이성강 감독님의 후속작인 천년여우 여우비도 그렇고, 작품에 왠지 모르게 몽환적이면서도 뭔가 슬픈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현재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을 각색한 작품을 준비중이라는데 왠지 그 작품도 비슷한 분위기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IP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