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아마 제가 쓰는 것으로서는 난생 두 번째가 되는 외국 애니메이션 작품의 리뷰가 될 것입니다. 첫 번째는 중학생 때 슈렉 1편을 극장에서 보고 나서 학교 수행평가 과제 제출용으로 작성했던 것인데 지금은 찾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사실 얼마 전에 일루셔니스트도 보긴 했는데 아직도 상영중인 것 같아서 일단은 미룹니다.
잘 아는 지인이 오래 전에 이 영화를 추천해줘서 봐야지 하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한달 반쯤 전에 MBC에서 방영해줘서 보게 되었습니다.
작품은 애니메이션 형식이지만 허구의 이야기가 아닌 다큐멘터리로, 1982년 레바논 전쟁 당시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 일어난 학살 사건에 대한 기억을 쫒아가는, 당시 이스라엘군 소속으로 참전했던 영화감독 아리 폴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건의 진상은, 당시 이스라엘이 이스라엘 북부지역 안정화를 위해 레바논의 대통령으로 세우기로 했던 기독교 민병대 지도자 제마엘 바시르가 폭탄 테러로 사망하자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으로 진입하고, 바시르의 복수를 꿈꾸던 기독교계 민병대 팔랑헤당이 테러범을 색출한다는 명목으로 당시 베이루트에 있던 팔레스타인 난민촌에 들어가 민간인들을 학살한 것이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학살을 직접적으로 주도하지는 않았으나 현장 주변을 차단하고 밤중에 조명탄을 발사하는 등 사실상 방조(혹은 협조)이상의 일을 저질렀습니다.
주인공은 이날 분명 현장에 있었지만 전쟁 이후 오랜 세월이 지나고 나서는 전쟁에 대해서는 일부 장면 외에는 아무것도 기억에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깨닫게 해 준 것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대화였습니다. 친구는 가끔 꾸는 악몽이 레바논 전쟁 무렵의 경험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그날 일을 계기로 주인공은 잃어버린 전쟁에 대한 기억을 되찾기 위해 자신의 전우와 참전용사들을 비롯한 여러 사람을 찾아갑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전쟁에 대한 경험을 주고받거나 조언을 듣게 되면서 주인공은 점점 자신의 잃었던 기억을 되찾게 되고, 결국 그날 학살의 생지옥 속에 있었던 자신까지 떠올릴 수 있게 됩니다.
작품 중간 중간에 나오는 참전자들의 기억 속 전쟁의 모습이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으로 다가옵니다. 사람이 총을 맞고 피를 흘리며 고꾸라지고 건물이 무너지고 불타고 터지는 광경… 우리에게는 언론이나 영화, 게임 같은 미디어, 화면 속 모습으로나 생각될 전쟁이 등장인물들에게는 생사를 다투는 현실이었습니다. 더욱 무서운 것은 그 죽음들이 결코 극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만약에 헐리우드 영화였다면 죽어가는 전우를 붙잡고 별 쇼를 다 했을 텐데 여기에서는 완전히 일상인 것마냥 그려놔서, 그래서 오히려 전쟁의 무서움이 더 부각된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도중에 정신과 전문의가 말해준 '분열성 사건'에 대한 어느 참전 사진작가의 예는 섬뜩했습니다. 전쟁을 단지 사진으로만 바라보고 현실이 아니라 허구라고 생각하게 한다… 어쩌면 우리의 모습과 똑같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과연 우리 눈에서 카메라가 치워지면 우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마지막에 애니메이션의 화면이 실사로 바뀌는 장면에서 정신적 충격은 극에 달합니다. 아마 앞서 말한 '카메라를 치우는' 것에 비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화면에서 울부짖는 사람은 전우를 잃은 군인이 아니라 학살 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팔레스타인 여성들이었습니다.
제목이 무슨 의미인가 궁금했었는데 바시르는 정치가의 이름이고 왈츠는 작중 한 군인의 행동과 관계가 있군요. 어떤 장면에 이르게 되면 제목의 의미를 알 수 있게 됩니다. 혹자는 이 제목이 사태를 방조한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비판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보고 나서 머리가 아파오는 게 느껴집니다.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무엇을 더 쓰기도 힘듭니다.
앞으로는 비행시뮬레이션에서 격추라도 하게 되면 죄책감이 들 것 같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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