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청해치의 유지를 이어받은 해치는 어둠의 마물을 퇴치하고 서울의 수호수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해치의 새로운 일터(?)가 왠지 시즌 2를 위한 포석이라고 믿고 싶어지는군요.
이하는 총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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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25일부터 방영을 시작해서 2011년 1월 30일에 종영한 '내 친구 해치'…….
서울시의 상징 캐릭터인 '해치' 를 홍보하기 위해 제작되었으며, 2009년 9월 15일 한국언론재단에서 열린 해치 TV애니메이션 공모 프리젠테이션에서 SBS는 프라임 시청시간대인 일요일 오전 7시에 방영하겠다는 안을 들고 나와 방영사로 선정이 되었고, SBS콘첸츠허브와 동우애니메이션이 제작하기에 이릅니다.
인기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에게 주제가를 부르게 하는 등(이것은 해치보다 세 달여 전부터 방영을 시작한 쥬로링 동물탐정의 주제가를 f(x)가 불렀던 것에 뒤이은 것이어서 놀랍게 비쳐졌습니다.)처음에는 홍보를 위해 많이 노력하는 듯 했습니다.
내 친구 해치는 애니메이션 자체만 놓고 보면, 너무나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현대의 한국사람이 쉽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것은 검정고무신을 봐온 사람들이 한국애니에 대해 비판하는 것처럼 어른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과거의 추억거리 나열도 아니었고(소중한 날의 꿈도 이런 비판을 받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사실 소꿈의 진정한 주제는 추억거리가 아닌데…….), 쥬로링 동물탐정 같은 한일합작 작품들에서 보여지는 국적불명의 가상적인 세계관도 아니었습니다.
해치는 현대 한국의 서울시가 배경(내 친구 해치가 서울시 홍보용으로 기획된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 주목합시다.)이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서새봄, 박버들, 서여름… 같은 캐릭터들은 모두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청소년들입니다. 그 안에는 지하철을 타고 서울시를 누비며, 우리 눈에 익숙한 서울시 랜드마크들이 나오고, 어린이가 휴대전화를 으레 가지고 다니고 한강변에 놀러 다니고 하는 한국 사람(정확히는 서울 사람)의 생활 양식이 그대로 나옵니다.
외국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그 외국 작품들 속에서 한글이 나오고, 한국인이 나오면 이슈화시키기를 좋아합니다. 뭐 외국에서 우리 이야기를 하면 눈을 돌려 보고 귀기울여 듣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그런 사람들이 한국애니메이션 발전 어쩌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어쩌면 그들이 궁극적으로 바라고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을 우리가 만든 애니메이션으로 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점에서 내 친구 해치는 정말 수작입니다.
내 친구 해치와 꽤나 비슷해서 이상하리만치 떠오르는 작품이 바로 NEW 아기공룡 둘리입니다. 모두들 다 너무나 잘 아는 김수정 화백의 만화를 원작으로 했으며(참고로 이것은 88년, 89년에 만들어진 둘리 애니메이션이 아닙니다!) 직접 감독까지 맡았는데, 이 작품 역시 현대 한국의 서울을 배경으로 했고(둘리가 쌍문동에 사니까 당연하겠지요) 이상한 괴생명체(둘리, 또치, 도우너. 내 친구 해치에서는 해치와 삐치.)가 일반 가정집에 들러붙어서 사는 내용이 들어가 있고, 그런 와중에 각종 모험을 하며, 심지어는 제작사가 동우애니메이션이고 SBS에서 방영했다는 것까지 똑같습니다.
하지만 내용의 재미나 공감도에 있어서는 해치가 둘리보다 더 월등한 듯 합니다. 둘리야 워낙 원작부터가 수작이긴 하지만 문제는 80년대의 아이콘을 그대로 2000년대로 끌고 들어왔다는 겁니다. 물론 지금 서울시 도로를 누비는 파란색 버스들이 나오고, 소녀시대와 원더걸스가 나오고, 마이콜이 싸이월드를 하고(제작진이 식견이 좀 더 있었으면 트위터를 넣었을 겁니다. 트위터가 국내에서 뜬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실제로 트위터는 수 년 전[NEW둘리가 나오기 훨씬 전]부터 있었습니다.)고철수가 FPS게임을 하는 장면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고길동이 LP를 수집한다던가 서커스장 같은 데서 권투대회를 치른다던가 하는 것들이 현대 한국에서 그리 공감되는 내용이라고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원작에 나름 충실하면서도 배경을 현대로 하고 싶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자잘한 구시대적 요소들을 제외하고서라도 전반적인 내용이 80년대 명랑만화의 느낌이 강했던 것입니다. 물론 대뜸 둘리의 내용이 바뀐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이상할 것 같지만 보면서 그래도 내용 구성을 달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물론 둘리는 전반적으로는 수작입니다.)
(사실, 한국애니사상 가장 어이없었던 현대화는 2009년 말 개봉한 오디션일 것입니다. 엽서에 1998년 날짜로 된 소인이 찍혀 있는데, 486같아 보이는 구형 컴퓨터에서 윈도우 XP가 실행되고 있고, TRS만한 크기의 엄청나게 큰 구식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니며, ARS로 오디션 합격 여부를 확인하는, 각종 시대배경들이 합쳐진 기괴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실 근본적인 원인은 오디션의 제작이 너무나 길어져서이지만, 제작이 길어질 때를 대비해서 일부러 배경을 7080년대로 잡은 소중한 날의 꿈의 예를 생각해 보면…….)
내용의 공감도 말고도 해치에서 보여지는 개그들 역시 너무나 재미있습니다. 해치가 서울시를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라고들 하지만 그런 불순한(?) 의도로만 평가하기에는 해치의 개그는 파괴력이 큽니다. 내 친구 해치의 내용이 전반적으로 서울시의 수호수를 맡게 된 해치가 서새봄 가족의 도움과 (해치의 전임자 겸 스승인) 청해치의 지도로 서울시를 위협하는 마물들을 퇴치하고 진정한 서울의 수호수로 거듭나게 된다는 것이지만, 실상 까놓고 보면 내 친구 해치는 엄청난 개그물입니다. 마물 퇴치는 뒷전이고 먹는 것에 열중하는 해치, 열혈 무술소녀 서새봄, 희한한 발명품으로 일을 줄이는 게 아니라 더 만드는 서여름 등등 수많은 캐릭터들이 벌이는 촌철살인의 코메디는 퇴마물이라는 해치의 본 줄거리를 무색케 할 정도입니다.
더 중요한 점은 해치에서 보여지는 개그가 일본식의 만담도, 서양식의 슬랩스틱도 아닌 우리 영화나 드라마, 시트콤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소재와 형식의 상황극이라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해치의 개그는 외국 사람이 보면 전혀 웃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한국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점 때문에 우리에게는 더욱 재미있을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물론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형식의 개그에 익숙한 사람은 재미없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 식의 굉장한 센스의 내용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줄거리를 쓴 박지연 작가(유명한 애니메이션 레카의 줄거리를 쓴 사람입니다.)님의 공이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약점은, 개그가 너무 강한 나머지 수호수로서의 해치의 역할이 많이 퇴색된 듯 하다는 겁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줄거리가 해치와 서새봄 가족의 간단한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 덕분인지 최종화 부분에 이르러서는 줄거리가 너무 급하게 전개되는 듯한 느낌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내용 중에 좀 더 단서를 많이 집어 넣고 수호수로서의 해치의 비중도 좀 높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내 친구 해치가 이토록 잘 만들어진 수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흥행에는 실패한 것 같다는 것입니다. 직접적인 지표인 시청률 자료가 없어서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내 친구 해치의 일간 검색어 순위는 비슷한 시기에 방영한 다른 인기 작품들보다 한참 뒤떨어집니다. 실제로 내 친구 해치에 대해 검색해 보면 소녀시대가 주제가를 불렀다는 것에 대해서만 나오지 실질적인 내용에 대한 리뷰는 상대적으로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이건 분명히 서울시가 지원해 준 작품인데 왜일까요?
일단 일차적으로는 서울시가 해치 '캐릭터' 만을 홍보하기 때문으로 보여집니다. 실제로 서울시 곳곳에서 해치 캐릭터 그림 따위를 볼 수 있으며, 캐릭터 상품 같은 것도 출시되어 판매중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캐릭터만 홍보되고 있을 뿐 애니메이션은 거의 홍보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어떤 분이 지하철 전광판에서 해치 애니메이션 홍보물을 보았다고도 하지만 그것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해치 자체가 캐릭터 홍보용 애니메이션, 즉 이 작품 자체가 일종의 수단인 상황에서 당연한 처사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식으로 묻혀 버리기엔 너무나 아까우며, 의미가 큰 작품인 것입니다.
앞서 글의 처음 부분에 SBS가 해치를 입찰받게 된 경위를 설명하였는데, 개인적으로는 일요일 오전 7시(실제로 내 친구 해치의 방영은 오전 6:55 입니다. 하지만 광고가 붙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방영은 6:50 이전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가 프라임 시간대라고 하였다는 점에 의문이 듭니다. 실질적으로 저 시간대에 기상해서 애니메이션을 틀어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는지 의문이었던 겁니다. 그런 의문은 2010년 겨울이 되어 해가 짧아지면서 더욱 커졌습니다. 물론 저도 어렸을 적 KBS에서 방영했던 디즈니 만화동산을 보려고 일찍 일어났던 기억이 있긴 하지만 그때도 방영시간이 7시까지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물론 지상파 방송에서 시리즈물 애니메이션이 일요일(TV동화 행복한 세상 같은 건 논외로 합시다.)에 방영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오랜만의 일이었기에 반갑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오전 7시가 프라임 시간대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심지어 내 친구 해치의 방영 전후에 방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시사관련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요새 시청자들은 시사프로그램 보기를 좋아하나보죠? 그것도 일요일 아침 7시에?
왠지 모르게 SBS가 사업의 입찰을 위해 서울시에게 거짓을 말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심증만 있는 것이며 확실한 증거는 하나도 없습니다. (시청률 자료가 입증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넘어가 버리기에는 상황이 너무 이상합니다.
내 친구 해치가 1~2시간만 더 늦게 방영이 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시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결국 방영시간대가 이 작품을 비운의 수작으로 만들고 말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해치와 같이 수작임에도 불구하고 방영시간대나 기타 접근성의 문제로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고 마는 작품들은 한국 애니메이션에서 그 예를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최근 작품 가운데서는 롤링스타즈가 좋은 예입니다.) 그런 작품들이 조금이라도 더 알려졌더라면 사람들의 한국애니에 대한 인식이나 입지가 조금이나마 개선되었을 텐데, 방송사가 조금만 멀리 내다보고 방영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죄다 놓치고 말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2010년 12월 31일 부로 애니메이션 방송총량제가 일부 개정·시행되어 특정 시간대에 한국 애니메이션을 방영하게 되면 50% 가산점을 인정해 줌으로서 한국애니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줄 수 있는 옵션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앞으로는 내 친구 해치와 같은 경우는 없어야겠습니다.
어딘가에 해치를 소개할 때 '한국 사람이 한국 애니메이션을 봐야 하는 이유를 가장 잘 설명해 준 작품' 내지는 '너무나도 한국적이며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기준이 될 작품' 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한국 사람으로서는) 재미있고 볼만한 작품입니다. 외국 작품을 많이 봐 온 사람들은 일본풍이 아닌 화풍부터에 거부감을 느끼게 될 지도 모르겠으나 정말로 재미있는 작품이기에 꼭 보시라고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이 작품은 http://tv.sbs.co.kr/haechi/ 에서 전편 무료로 다시보기 가능합니다.
[참고: 내 친구 해치의 완성도가 높을 수 있었던 것은 서울시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제작이 빠르게 이루어 질 수 있었던 점이 크게 작용하는 듯 합니다. 실제로 많은 수의 한국애니들이 (주로 제작비 문제로 인해) 제작발표부터 실제 출시/방영/상영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제작이 늘어지면 전체적인 완성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며, 시청자는 기다림을 참지 못하고 나가떨어지는 것입니다. 내 친구 해치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환경에서 제작될 수 있었고, 그런 환경이 작업 속도와 효율성을 향상시켰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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