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판타지 세계관을 지향하는 작품 중에서, 캐릭터의 이름에 신경을 쓰지 않아 완성도를 스스로 갉아먹는 작품이 많습니다.
특히 이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경우, 다른곳에서 들은 이름 중에서 이뻐보이는 이름만 대충 모아서 등장인물로 줄줄이 등장시키는데, 이런 작업이 어설프면 위화감이 상당히 느껴지는 경우가 많죠.
문제는 대부분의 작가들이 서양이름에 익숙치못해, 어설픈 작명으로 작품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캐릭터의 이름을 지을때 참고할만한 팁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해당 작품에 등장하는 민족을 설정한다.
대략적인 민족의 특징을 잡습니다. 1국가 = 1민족으로 해도 좋고, 다민족 국가도 좋고, 공통 민족을 공유하는 여러 국가를 설정해도 좋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민족개념을 만들고, 그 민족의 개성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2. 실제로 존재하는 민족을 판타지 민족에 대입시켜 창작을 한다.
전부 대입시켜도 좋고 일부만 대입시켜도 좋습니다.
판타지 세계관은 역사적 지식없이 100% 창작하는 것은 무척 어렵습니다. 특히 자주 사용되는 중세 유럽 기반의 세계관이라면 말이죠.
(반지의 제왕으로 유명한 톨킨만 해도 상당한 역덕후였고, 정통 판타지 작가들은 대다수 역사적 지식이 풍부합니다.)
이 때문에 가장 쉽고도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은, 실제로 존재했던 민족을 판타지 민족에 대입시켜서 만드는 것입니다.
3. 해당 민족적인 특성에 따라 작명을 한다.
당연히 실제민족의 특성을 대입시켰으면, 그 민족의 고유이름을 대입시켜 작명을 하면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작가들은 역사적으로 무슨 민족이 있고 그들의 특징이 뭐였는지 알고있는 경우가 드뭅니다.
이 때문에 판타지에서 자주 쓰이는 참고할만한 민족의 특징과 실례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라틴족 -
라틴족은 주로 남유럽 이탈리아에서 살았던 민족으로, 판타지세계에선 로마시대를 자주 차용합니다.
로마시대를 대입시켜 만든 국가는 독자에게 무척 친숙하여 이런저런 설명을 할 필요성이 적고, 잘만 묘사하면 꽤나 매력적이기 때문이죠.
라틴족의 작명은 남성의 경우 -스 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여성의 경우는 -아 -나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예외가 상당히 많지만, 대충 그러한 규칙을 알면 너무 이질적인 작명은 피할 수 있죠.
대략적인 작명법은 개인이름 + 일족이름 + 가문이름 조합으로 됩니다.
중세와 달리 중간중간에 들어가는 조사가 적어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 카이사르 가문의 율리우스 일족의 가이우스
푸블리우스 코르넬리우스 스키피오 : 스키피오 가문의 코르넬리우스 일족의 푸블리우스
창작물 중에서 대표적인 작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워해머 40K
주로 인류제국의 인물들이 라틴식 작명에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이름들은 전형적인 라틴식 작명입니다.
다만 비 라틴식 작명도 있습니다.
대부분 기독교 천사이름을 딴 듯한 작명입니다.
일반적으로 로마시대 전기는 다신교이기 때문에, 이런 중세 기독교적인 이름이 나올 수 없습니다.
하지만 워해머 40k는 특유의 종교적이고 광신적인 분위기 덕분에, 이러한 이름이 라틴 이름에 자연스럽게 잘 섞여있죠.
이런 이름을 추가할땐 기독교화 된 후기 로마시대를 참고로 할여 세계관을 만들때 사용하면 좋습니다.
덤으로, 등장하는 용어도 라틴어를 참고하여 만들면 더욱 있어보이는(!)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워해머 40k에서 행성 방어군을 아스트라 밀리타룸(Astra Militarum)이라고 부른다던가, 엘더스크롤에서 황제 근위대를 '페니투스 오큘라투스(Penitus Oculatus:빈틈없는 눈)'라고 부르는 식으로 말이죠. 다만, 라틴어 정보는 상당히 찾기 힘든 편이라, 작가로서 자료수집에 노력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라틴족을 기반으로 하여 민족을 창작할때 넣을 수 있는 개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장점 : 엄격한 군율, 거대한 제국, 관용적, 다민족주의, 부유함, 이성적, 애국심 등
단점 : 퇴폐적, 독재적, 사치와 향락, 주변국 탄압, 교활함, 기만적, 높은 자존심 등
- 프랑크족 -
프랑크족은 크게 보면 중세의 서유럽인 전체를 일컫는 말이고, 작게보면 프랑스 지방의 민족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지역은 고대시대에 켈트족(갈리아인)이 살았지만, 로마의 라틴족이 밀고 올라오면서 점점 로마화 되었고, 게르만족까지 유입되어 민족적으론 매우 다민족적입니다. 하지만 문화적으로 매우 독특한 성향을 보이게 되죠.
중세의 프랑스는 평야가 많아 말의 사육이 쉬워 기병이 무척 발달하였고, 덕분에 기사(Knight)가 유럽에서 가장 발달한 국가입니다. 덕분에 기사문학이라던가 기사도 같은 것도 많이 흥한 곳이죠. 이 때문에, 중세유럽 세계관으로 무척 적당한 곳이지만, 국내작가들은 프랑스식 작명에 무척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의외로 보기 힘든 배경이기도 합니다...
이 배경으로 이름을 지을땐 프랑스 이름으로 지으면 됩니다. 문제는 지명이나 관직에서 영어식 표현이 들어가면 모조리 프랑스식 표현으로 바꾸는게 좋기 때문에, 의외로 만들기 힘들다는 거....
보통 초기, 중기, 후기가 많이 느낌이 다른데, 초기 프랑크족은 주로 샤를마뉴 시대의 질박한 전사적인 이미지, 중기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기사도 문학에서의 이미지, 후기는 기사가 쇠퇴한 이후의 베르사유 궁전으로 대표되는 귀족적인 이미지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일반적으로 판타지에서 많이 차용하는 이미지는 중기나 후기가 됩니다.
제로의 사역마
작품 스토리 자체는 하렘물이지만, 세계관 설정에서 무척 노력한 흔적이 보여 개인적으로 양판, 겜판보다는 고평가하는 작품입니다.
등장하는 여주인공의 이름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루이즈 프랑소와즈 르 블랑 드 라 발리에르
대충 덜 중요한 중간이름 같은 걸 쳐내면 루이즈 드 라 발리에르가 기본적인 이름이 되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드' 입니다.
이것은 '~의(=of)' 라는 뜻인데, 일반적으로 귀족에게만 붙는 작명법으로 '이름 + ~의 + 영지이름' 으로 이름을 짓게 되죠.
즉, '라 발리에르' 라는 영지를 가진 귀족가문의 '루이즈' 라는 이름이 됩니다. 중간이름이나 이런건 항렬, 직위 등등이 섞여 들어가므로 매우 복잡해지지만 기본 패턴은 위와 같습니다.
평민이라면 성이 없습니다. 작품에 따라 성을 넣어도 되긴 하는데, 이 경우 '드'가 들어가면 안되고 성도 영지 이름이 되면 안됩니다.
만약 평민이 작품내에서 작위를 받고 영지를 얻게 되면 '이름+ 드 + 영지' 식으로 호칭이 바뀌게 됩니다.
(귀족인데도 영지이름이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들어, 아서왕 신화의 란슬롯의 프랑스식 풀네임은 랜슬롯 드 락(Lake)인데 직역하면 '호수의 랜슬롯'이라는 뜻이죠. 판타지적인 이름을 만들때 이런 작명도 괜찮습니다.)
이름짓는 법은 프랑스식 작명에다 영지명이나 관직명을 프랑스식 명칭으로 추가하면 좀 더 완성도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제로의 사역마에서 기사를 '슈발리에'라고 부르는데, 이건 기사(knight)의 영어명칭인 쉬발리(Chivalry)를 프랑스식으로 읽은거 뿐입니다.
단지 그 뿐인데도 '나이트(knight)'나 '쉬발리(Chivalry)'라고 부르는 것보다 위화감이 적고 잘 어울리죠.
제로의 사역마에서 등장하는 이름에서 루이즈, 앙리에타, 몽모랑쉬, 기쉬 등의 명칭은 모두 프랑스식 작명입니다.
다만, 작품 내에서 여러 민족이 등장하는터라, 타바사, 퀴르케, 티파니아 같은 이름은 다른 민족식의 작명입니다.
프랑크족을 기반으로 창작한 민족에게 넣을 수 있는 개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장점 : 기사도, 용맹함, 로맨스, 예술적, 탐미적, 명예심, 문학적 등
단점 : 사치와 향락, 극단적 개인주의, 고압적, 감정적, 타문화 무시 등
- 게르만족, 노르만족(고대) -
게르만족은 라인강 동부 독일지역에 살던 토착민족이고, 노르만족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사는 바이킹들입니다.
고대와 중세와 근세 이미지가 전혀 다른데, 주로 고대 게르만, 노르만족은 전형적인 야만족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됩니다.
(물론 홀랑벗고 동물가족만 뒤집어쓰거나 한 것보단 발달되어, 사슬갑옷을 입을 정도로 잘 무장되긴 했지만 말이죠...)
보통 야만족을 묘사할때 참고하면 좋은데, 매우 용맹하고 명예로운 전투를 좋아하는 반면, 예술과 문학에는 완전 문외한에 가깝습니다.
이들의 작명법은 통일되어 있지 않아 만들기 어려운 편이므로 실존인물의 이름을 참고하면 좋습니다.
게르만족 : 가이세릭, 리키메르, 아스파르, 스틸리코...
노르만족 : 라그나르, 울라프, 에릭, 크누트....
창작물 중에서 이런 이미지를 사용한 것 중에 대표적인 것은 앨더스크롤 시리즈입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노르드족이 게르만+노르만의 성격을 띄고 있죠.
노르드족은 금발에 하얀피부를 가진 용맹한 전사로, 특이하게도 이름 뒤에 별명을 붙이는 식으로 이름이 만들어집니다.
토브욘 새터실드 : 양손무기로 방패를 파괴하는 토브욘
갈마 스톤피스트 : 주먹이 돌처럼 단단한 갈마
이런식으로 비문명화된 민족은 별명을 적절히 활용하여, 어울리는 작명을 할 수 있습니다.
- 게르만족 (중세) -
중세 게르만족은 기독교를 받아들인 이후 완전히 다른 성향의 민족이 됩니다.
이전의 고대 게르만족이 다신교를 믿는 야만적인 전사였다면, 기독교를 받아들인 이후의 중세 게르만족은 매우 봉건화된 기사중심의 문화를 가지게 되죠.
프랑크족과의 차이점은 프랑스의 프랑크족은 기사도와 서사시 같은 문학과 예술적인 면이 발달하였고, 독일의 게르만족은 좀 더 금욕적이고 질박한 측면이 부각됩니다. 소위 말하는 '독일인' 이란 이미지가 이때 생겨나게 되죠. (금욕적, 근면함, 배타적, 말수적음 등... 물론 선입견이 많습니다. ;;)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프랑스 지방은 대체로 풍요롭고 날씨도 좋아 예술과 문화가 발달하기 좋은 환경이었던 반면, 독일 지방은 척박하고 날씨도 굳은 편이라 금욕적이고 근면한 인간상이 필요한 지방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가까운 나라임에도 프랑스와 독일은 매우 차이나는 성향을 보이게 됩니다.
이러한 이미지를 따온 작품 중에 유명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은하영웅전설
은하영웅전설에서 주로 제국군에 해당되는 인물은 모두 게르만식 작명법을 따르고 있습니다.
고대 게르만의 작명법과 다르게, 일반적인 중세유럽 국가와 흡사한 작명법을 가지게 됩니다.
대표적인 인물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죠.
루돌프 폰 골덴바움 : 골덴바움 왕조의 루돌프 1세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 로엔그람 왕조의 라인하르트 1세
눈치빠른 분은 아시겠지만, 게르만식 귀족 작명법에서 '폰'은 프랑크식 귀족 작명법의 '드'와 동일한 역할을 합니다.
즉,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의 뜻은 '로엔그람 영지의 라인하르트' 라는 뜻의 이름이 되죠.
작품내에서 라인하르트의 풀네임이 '라인하르트 폰 뮈젤' 에서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으로 바뀌게 되는데, 이는 출세해서 영지가 바뀌기 때문입니다.
덤으로, 라인하르트 누나의 풀네임은 '안네로제 폰 그뤼네발트' 인데, 동생과 성이 다른 이유는 황제의 후궁으로 출세하여 독립적인 영지를 받게 되었기 때문이죠.
반대로 귀족이 아닌 인물의 이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
볼프강 미터마이어
평민 출신이므로 '폰' 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또, 성도 영지 이름이 아닙니다.
평민인데도 성이 있는 이유는, 역사적으로 근세 이후 평민의 지위가 향상되면서, 성을 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은영전은 미래 SF 작품이므로 당연히 평민이 성을 써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다만, 자신의 작품이 중세 유럽 세계관이라면 평민에게 성이 없는 편이 어울릴수도 있습니다.
게르만족을 기반으로 창작한 민족에게 어울릴만한 개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긍정적 : 금욕적, 근면함, 전투적, 이성적, 엄격한 규율, 진지함 등...
부정적 : 배타적, 비사교적, 딱딱함, 전체주의, (지나치게) 종교적 등...
- 앵글로색슨족 -
앵글로색슨족은 영국에 유입된 앵글로족과 색슨족이 혼합되어 생겨난 민족입니다.
한마리도 게르만족 분파.... 이 때문에 여러 특성이 게르만족과 흡사하며, 몇가지 차이점을 제외하면 게르만족과 큰차이 없이 설정하면 됩니다.
일단, 앵글로색슨족 식 작명은 당연히 영어이름을 쓰면 됩니다. 무척 편하죠.
차이점은 중간에 붙는 단어는 '드'나 '폰'이 아닌 '오브(of)' 가 됩니다. 즉, 귀족의 작명은 '이름 + of + 영지명'이 됩니다.
윌리엄 I 오브 잉글랜드 : 잉글랜드의 윌리엄 1세
찰스 하워드, 퍼스트 얼 오브 노팅엄(Charles Howard, 1st Earl of Nottingham) : 노팅엄의 첫번째 백작, 찰스 하워드.
문제는 국내에서 영어이름을 번역할때 of 영지명을 생략하는 경우가 무척 많습니다.
그래서 of 명칭에 대해 어색함을 느끼는 분이 많은데, 풀네임을 기재할땐 'of 영지명'이 이름 뒤에 붙는 것이 정석입니다.
여담이지만, 앵글로색슨족을 판타지 세계에 대입할때의 문제점(?)은 우리에게 영어가 너무 친숙하다보니, 이국적인 분위기를 내고 싶을때 자연적으로 기피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예를들어 주인공의 이름이 존(John)이면 너무 흔해빠져서 감흥이 없지만, '숀(Sean: 켈트식 작명법)' 이나 '얀(Jan: 노르만식 작명법)'이면 꽤나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길 수 있죠. (물론 뜻은 세개 다 똑같습니다. --;)
앵글로색슨족은 게르만족의 분파라서 두 민족이 여러모로 흡사합니다.
차이점을 굳이 넣자면 앵글로색슨족이 독일 게르만족보다 훨씬 보수적이라는 것과 요리가 맛없다는 거 정도?
- 사라센족 -
사라센족은 북아프리카와 중동에 걸쳐 있는 민족으로, 일반적인 아랍인 이미지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까무잡잡한 피부와 긴 수염, 검은 머리칼 등이 특징으로, 무더운 사막지방에 살기 때문에 터번을 두르거나 천으로 얼굴을 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판타지 세계에선 종교적, 전투적이 되는 경우가 많고, 대체로 주인공이 속한 민족이기 보단 타민족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랍의 이름은 매우 긴 것으로 유명한데, 일반적인 작명은 '자신의이름 + 아버지이름' 으로 만들게 됩니다.
이름을 길게 쓴다면 '직위 + 자신의이름 + 아버지이름 + 가문이름(혹은 할아버지이름)' 이렇게 될 수도 있습니다.
사디 이븐 마르완
알타이어 이븐 라 아하드
여기서 '이븐(혹은 '븐')은 ~의 아들이라는 뜻이 됩니다. 즉, 사디 이븐 마르완은 마르완의 아들 사디라는 뜻이 되고, 알타이어 이븐 라 아하드는 라 아하드의 아들 알타이어가 됩니다.
뒤에 가문이름에서 '알'이 붙는 경우가 많은데 영어의 the 와 같은 용법입니다.
푸아드 이븐 마람 알 지아크 = 지아크 가문의 마람의 아들인 푸아드
나라마다 미묘하게 다른데 '이븐'이나 '알'을 빼버리고 부르는 경우도 흔합니다.
푸아드 이븐 마람 알 지아크 -> 푸아드 마람 지아크
이집트의 경우 가문명이나 할아버지명을 빼버리고 자신의 이름 + 아버지 이름으로 퉁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푸아드 이븐 마람 알 지아크 -> 푸아드 마람
가문명이 할아버지 이름을 따서 작명하는 경우, 할아버지와 아들과 손자의 성이 전부 다를 수 있습니다.
아들 : 푸아드 이븐 마람 알 지아크
아버지 : 마람 이븐 지아크 알 하산
할아버지 : 지아크 이븐 하산 알 칼리드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외에, 압둘이라는 이름에는 주의할 필요가 있는데, 압둘의 뜻은 '노예'나 '하인'이라는 뜻입니다.
즉, 압둘이라는 이름을 쓰기 위해선 뒷 부분에는 매우 존귀한 뜻(주로 종교에 관련된)이 붙어야 합니다. (마호멧이나 알라같은 것들...)
잘못 쓰면 막장 이름이 되니 주의해야 할 이름...
사실 아랍식 작명법은 저도 빠삭하게 알진 못합니다.
예외가 워낙 많고, 왕족의 이름 작명은 더욱 복잡하기 때문이죠...
대신, 감초처럼 이민족 등장인물을 넣고 싶을때 간단히 참고하시면 될 듯 합니다.
사라센족을 모티브로 민족을 창작하고 싶을때 넣을만한 개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긍정적 : 종교적, 경건함, 전투적, 상업적, 사교적, 부유함 등
부정적 : 높은 수준의 신분차별, 전제주의, 근본주의, 여성차별 등
- 이탈리아인 (중세) -
라틴족은 로마제국이 무너지면서 전혀 다른 성향으로 변화합니다.
대부분의 도시는 독립적인 도시국가로 발전하였으며, 유럽국가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봉건적 장원제가 발달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고대 라틴족의 직계후손이면서, 전혀 다른 성향의 민족으로 변화하게 되었죠. 또, 언어에서도 라틴어를 쓰지 않게 되고 이탈리아어를 쓰게 됩니다. (라틴어와 이탈리아어는 훈민정음과 현대한국어 수준으로 차이가 큽니다...) 이 때문에 라틴어 명칭은 쓰지 않는 편이 무난합니다.
이탈리아국가의 특징은 다른 중세 유럽국가보다 시민의 권한이 높았고, 도시에 따라 왕정이 아닌 공화정을 택하기도 하였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베니스로, 수장은 왕이나 대공이 아니라 선거로 선출된 도제(Duce)가 다스렸습니다. 물론, 밀라노처럼 봉건적인 대공이 통치한 도시국가도 있었습니다. 대체로, 유럽 봉건국가보다 시민의식이 높고 선진적이었으며, 봉건적인 사고보다는 합리적이고 상업적인 사고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장원이 없기 때문에 귀족의 이름에서 영지이름을 쓰는게 아니라 가문이름을 쓰게 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풀네임의 기본적인 작명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름 + 디 + 아버지 이름 + 데 + 가문이름 + 다 + 지역 이름
조반니 디 비치 데 메디치 다 피렌체 :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의 비치의 아들 조반니
줄리아노 디 로렌초 데 메디치 다 피렌체 :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의 로렌초의 아들 줄리아노
역시 눈치빠른 분은 아시겠지만 '디'는 of의 뜻이고, '데'는 from의 뜻이며, '다'는 the 의 뜻입니다.
풀네임이 번거롭기 때문에 이탈리아에선 복잡한거 다 쳐내고 이름 + 중간이름, 혹은 이름+ 가문이름, 혹은 이름+ 지역 이름 으로 퉁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레오나르도 디 서 피에로 다 빈치 -> 레오나르도 다 빈치
로데리크 랸솔 이 데 보르자 -> 로데리크 보르자
미켈란젤로 디 로도비코 부오나로티 시모니 ->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중간이름이 들어가는 경우 규칙이 괴랄한데....그냥 참고용으로만 알아두시길 바랍니다. ;;
장남의 경우 중간이름은 할아버지의 이름을 씁니다.
차남의 경우 중간이름을 외할아버지의 이름을 씁니다.
장녀의 경우 중간이름을 할머니의 이름을 씁니다.
차녀의 경우 중간이름을 외할머니의 이름을 씁니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식 작명의 경우 형제자매도 중간이름이 전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창작물에서 대표적인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새신 크리드 2
이탈리아 피렌체, 베니스, 로마 등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이탈리아식 작명이 많이 등장합니다.
에지오 아디토레 디 피렌체 : 피렌체의 아디토레 가문의 에지오
프란체스코 데 파찌 : 파찌 가문의 프란체스코
보시면 아시겠지만 풀네임 쓰는 경우 잘 없습니다. 아무래도 게임이니만큼 유저가 외우기 힘든 이름을 간략화하려는 경향도 있고, 실제로 이탈리아인들은 다른 지방에 비해 풀네임에 연연하지 않은경향도 있어서 그런듯 합니다.
이탈리아인을 모티브로 만들때 넣을만한 개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긍정적 : 상업적, 개방적, 합리적, 예술적, 종교적, 해양활동, 여성의 사회활동 등
부정적 : 계산적, 교활함, 금전제일주의, 배신, 극단적 개인주의 등
- 북아메리카 원주민 -
북아메리카 원주민은 인디언이라고도 잘 알려진 아메리카 토착민족입니다.
중남미 인디언과 많은 차이를 보이는 편으로, 농경도 하긴 했지만 주로 수렵으로 생존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거대국가가 발전하지 못하고 부족 단위로 쪼개쳐서 생활하였으며(거대국가 탄생에는 농업생산력이 필수적), 추장(치프:Chief)이라 불리는 우두머리가 부족을 통치하였습니다. 다만 추장은 역할마다 배정되어 전투를 지휘하는 자는 전투 추장(워 치프: War Chief)이라는 식으로 역할이 나뉘어져 있으며, 최고 우두머리는 대추장이라 불렸지만 유럽의 왕이나 황제와 다르게 전제적인 통치를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작명법은 흔히 알려진 별명식 작명법입니다.
타탕카 이요탕카(원주민어의 뜻 : 휴식을 취하는 황소) -> 시팅 불(Sitting Bull: '앉아있는 소'라는 뜻의 영어 이름)
타슝카 위트코(원주민어의 뜻 : 성이 난 말) ->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 : '미친 말' 이라는 듯의 영어 이름)
쉽게 말하자면 원주민어의 이름이 있지만, 유럽인들이 발음하기 어렵자 비슷한 뜻을 가진 자기네 단어로 번역해서 부른 것입니다.
여기에 한글 번역까지 더해지면 '늑대와 춤을' 같은 것이 이름이 되는 것이죠.
유명한 인물은 따로이 별명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고야슬레이(하품하는 사람) -> 헤로니모 (멕시코인이 부르던 별명) -> 제로니모 (멕시코인의 별명을 미국식으로 부른 발음)
판타지 세계에선 덜 문명화된 민족의 이름을 지을때 많이 쓰입니다.
물론 작가 입장에서 원주민 발음으로 이름을 짓는건 무리가 있으니, 주로 앞부분은 생략하고 뒷부분의 별명 식의 작명을 택하는 경우가 많죠.
워크래프트에서 타우렌 종족이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특성과 비슷하여 작명법도 비슷합니다.
블러드후프(Bloodhoof) : 피발굽
블랙혼 (Blackhorn) : 검은뿔
그림토템 (Grimtotem) : 섬뜩한 토템
위에 게르만, 노르만족 작명법에서 설명한 것 처럼, 이름과 성을 조합할때 성 부분을 이런 식의 별명으로 넣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외에 엘더스크롤의 아르고니안 종족이 이런 작명법을 택하고 있습니다.
와이드 아이 (Wide Eye) : 넓은 눈
스탠드 인 쉘로우즈 (Stand in Shallows) : 여울에 서다
아메리카 원주민을 모티브로 넣을때 넣을만한 특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긍정적 : 정신적, 철학적, 자연적, 평등적, 타종족에 대한 관대함 등
부정적 : 이질적, 비문명화, 탄압당함 등
- 중세 유럽의 왕의 이름 (보너스) -
왕의 풀네임을 지을때는 영지이름을 나라이름으로 바꾸면 됩니다.
윌리엄 I 오브 잉글랜드 (William I of England) : 잉글랜드왕 윌리엄 1세
루이 XVI 로이 드 프랑스 엣 드 나바르 (Louis XVI Roi de France et de Navarre) : 프랑스와 나바르의 왕 루이 16세
이런 식으로 말이죠.
제로의 사역마를 예로 들면, 작품 내에선 표현되어 있지 않지만 앙리에타의 풀네임을 앙리에타 드 트리스테인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물론 중간이름, 관직명, 영지갯수 등에 따라 한없이 늘어질 가능성은 있지만, 기본이름은 저렇게 보면 될 듯...)
왕의 이름이 겹치는 경우엔 구별하기 위해 X세라고 기재하기도 하고, 왕의 명칭 뒤에 'the 별명'을 붙여서 구별하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예) 루트비히 1세 경건왕
영어 : Louis The Pious -> 루이스 더 파이어스
독일어 : Ludwig I Der Fromme -> 루트비히 데어 프롬메
프랑스어 : Louis I Le Pieux -> 루이 르 퓨
역사적으로 쓰인 별명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대머리왕, 현명왕, 바보왕 등등... 유명한 사자왕 리차드도 '사자왕(혹은 사자심왕)'이 별명입니다.
왕의 이름은 특성상 동명이인이 굉장히 자주 나오기 때문에, 별명이 매우 흔하게 활용되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국가의 역사가 길 경우, 왕에게 별명을 붙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이부분은 굳이 해당발음으로 쓸 필요가 없으니 번역해도 무방합니다.
한국에선 루트비히 1세 경건왕이라 부르지, 루트비히 1세 데어 프롬메 라곤 안 부르죠...
다만, 별명이란건 자기가 자신을 소개할땐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둡시다. 3자가 그 인물을 칭할때 사용하는 거죠...
- 마무리 -
켈트족, 슬라브족 등을 더 넣고 싶긴 한데, 쓰다보니 점점 힘들어져서 이정도로 접겠습니다....;;
예시로 든 작품은 라노벨에서 찾고 싶어도, 제대로 구현한 라노벨은 거의 없군요. 굳이 들자면 제로의 사역마 정도....
제로의 사역마는 꽤나 세계관에 공을 들인 작품이라, 판타지 세계 설정을 라노벨에서 어떤식으로 구현하는지 참고하고 싶을때 볼만합니다.
작품내에서 등장하는 각각의 국가는 실존하는 민족에게 적절히 대입되어 만들어져 있죠. (트리스테인 = 프랑크족, 게르마니아 = 게르만족, 로말리아 = 중세 라틴족, 알비온 = 앵글로색슨족)
이 때문에 뽕발 하렘물임에도 불구하고, 어설픈 양판 겜판보다는 훨씬 완성도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제대로 된 판타지 세계관을 만들고 싶다면, 만화나 판소나 라노벨을 읽을게 아니라 역사서를 읽는게 좋습니다.
역사적 지식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공들여 세계관을 만들어도 헛점과 구멍이 드러나게 되죠...
작품에서 세계관을 설정할땐 복잡한 연대기나 서사시보단, 작품 내에서 문화적인 일관성을 유지하는게 더욱 중요합니다. 특히 중세물이라면 더더욱 말이죠...
그 중에서도 이름이 가장 기본 중의 기본으로, 독자 입장에서 작품 첫장을 펼쳤는데 형제 중 첫째 이름이 에드워드고 둘째 이름이 샤를로트고 셋째 이름이 나타샤면 걍 책을 덮게 되는겁니다...
여튼 이 글이 절대적으로 맞는건 아닙니다. 인간세상에 예외란게 워낙 많기 때문....
판타지 소설을 쓸때 기반지식이 전혀 없다면 간단히 참고하는 정도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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