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고대~치유교단의 설립
2부, 마리아와 코스, 사냥꾼
3부, 사냥의 밤
4부, 인형과 마리아
5부, 공방의 사냥꾼
6부, 성직자 야수
7부, 개스코인 신부
8부, 구시가지
9부, 버려진 공방의 인형
10부, 숨은 거리 야하굴
11부, 교구장 아멜리아
12부, 카인허스트의 초대장
시작하기 앞서, 이 글은 어디까지나 제 추측을 풀어놓은 것임을 밝힙니다.
그러면 바로 시작해보겠습니다!
폐성 카인허스트
사냥꾼을 태운 카인허스트의 무인마차는 성으로 향했습니다. 분명 끊겼을 터인 길을 건너서 말이죠.
카인허스트 성의 위용에 압도됐던 사냥꾼은 무심코 뒤를 돌아보고는 깜짝 놀라고 맙니다. 방금까지
자신을 태워온 말들이 모두 얼어죽어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것도 한참이나 오래 전에 죽은 듯, 미라와
같은 상태였습니다.
알 수 없는 괴현상들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지만, 사냥꾼은 자신을 초대한 자를 만나기 위해 성
안으로 몸을 옮겼습니다. 성벽 내부에는 흡사 인간 곱등이와도 같은 형상에 배에는 피를 가득 채운
괴물은 마치 시체청소부인양 야지에 버려진 시체들을 파먹고 있었고, 저지대에는 팔뚝만한 벌레들이
우글대고 있었습니다.
괴물들을 물리치고 성의 내부로 들어가자, 참혹한 외부와 대비될 정도로 화려한 로비가
펼쳐졌습니다. 소문으로만 듣던 혈족들의 향락적인 문화가 사냥꾼에게 바로 와닿을 정도
였죠.
성의 여기저기에서는 유령 같은 형상의 여성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알프
레드에게서 처형단의 카인허스트 침공에 대해 들은 바 있던 사냥꾼은 이들이 처형단에게
살해당한 혈족들의 원혼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유령이 존재하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었죠.
카인허스트는 사냥꾼이 살던 세계와는 동떨어진 듯한 마치 유령의 성 같은 곳이었습니다.
성을 조사하던 사냥꾼은 익숙한 디자인의 드레스를 발견하였습니다. 카인허스트 양식으로
만들어진 이 드레스는 작부 아리안나가 입고 있던 드레스와 완전히 동일한 디자인이었습니다.
아리안나의 피가 가지고 있던 높은 치유능력에 의아해하던 사냥꾼은 여기에서 그 답을 찾은
듯 하였습니다. 작부 아리안나는 카인허스트의 혈족이었던 거죠. 하지만 그녀의 언동 등으로
봤을 때 그녀는 자신이 혈족이라는 사실에 자각이 없는 듯 하였습니다.
덤벼오는 혈족의 종복들을 처리해가며 조사를 계속해가던 사냥꾼은 혈족이 이 성안에서
어떻게 지내왔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외부에서 인간이나 야수를 잡아와
퇴폐적인 스포츠 감각으로 그들을 얼마나 아름답게 죽이고 찢어내느냐에 자긍심을 갖는
족속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내부에서 야수로 변하는 자가 생기면 그들의 종복이 은밀히
처리해온 듯 했습니다.
혈족들의 성, 카인허스트는 퇴폐와 향락으로 물든 피의 문화를 가진 곳이었습니다. 사냥꾼은
자신이 어째서 이런 혈족들에게 이끌림 같은 것을 느꼈는지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유령과 석상 같은 흡혈야수들을 뿌리치고, 사냥꾼은 마침내 성의 꼭대기에 이르렀습니다.
순교자 로가리우스
마치 왕처럼 왕관을 쓴 정체불명의 혈족 미라는 잘 움직이지 않는 몸을 이끌고
사냥꾼에게 덤벼왔고, 이에 응전하던 사냥꾼은 그 혈족이 입고 있는 옷을 보고
그만 놀라고 맙니다.
미라 같은 혈족이 입고 있던 것이 바로 처형단의 의복이었기 때문이었죠. 순간, 사냥꾼은
알프레드의 스승 로가리우스가 혈족의 성에 남고 말았다는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사냥꾼과 싸우고 있는 미라의 정체는 바로 알프레드의 스승이자 처형단의 수장인 로가
리우스 였습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는 혈족의 비술들을 쓰고 있었습니다. 이를 본
사냥꾼은 로가리우스가 이미 혈족으로 타락해버린 거라 생각했습니다.
마침내 혈족으로 변한 로가리우스를 쓰러뜨렸지만, 사냥꾼은 그 이외에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분명 사냥꾼을 초대한 자가 있었을텐데, 성의 꼭대기까지 둘러보아도 그럴만한
낌새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말 못할 정도의 미라가 됐던 로가리우스가 그를 초대
했을리도 만무했죠.
그런 생각을 하며 쓰러진 로가리우스 쪽을 보던 사냥꾼은 그가 쓰고 있던 왕관에 눈길이 갔습
니다. 그 왕관에서 어떤 마법적인 무언가를 느낀 사냥꾼은 로가리우스가 이것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는 느낌을 받고, 그것을 써보았습니다.
한차례의 눈보라가 지나가자, 왕관을 쓴 사냥꾼 앞에 환시의 마법으로 숨겨져 있던
여왕의 방이 나타났습니다. 로가리우스는 환시의 왕관을 쓴 채 여왕의 방의 입구를
지키고 있었던 거죠.
계단을 지나 길게 이어진 석상의 방 끝에서 투구를 쓴 혈족의 여왕을 본 사냥꾼은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혈족들과의 혈투 끝에 처형단과 혈족들은 공멸에 이르고, 마지막으로 남은 처형
단의 수장 로가리우스는 이미 혈족의 피에 당해 혈족으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로가리우스는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 굴하지 않고 여왕의 방까지 이르렀으나, 그가
가지고 있던 무기로는 불사의 능력을 가진 혈족의 여왕을 죽일 수 없었습니다. 결국
그는 혈족의 여왕에게 봉인의 투구를 씌우는 것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자신이 혈족으로 변해가는 것을 자각하고 있던 그는 다른 수단을 찾기 위해 성을
빠져나갈 수도 없었습니다. 이 타락한 금기된 피를 밖으로 퍼뜨리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죠. 때문에 그는 여왕의 방 앞에 남아 그곳으로 통하는 환시의
왕관을 여왕과 함께 마지막으로 남은 혈족인 자신이 직접 쓰고 지킴으로써, 혈족의
금기된 피가 외부로 새어나가지 못하게 막고 있던 거였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 외부에서 오는 자들을 물리치고 혈족의 피를 봉인한다는 의식만이
남아버린 그는 목적을 위해 타락한 혈족의 비술까지 쓰고 있었던 거죠.
혈족의 여왕 애나리스
마침내 사냥꾼은 자신을 카인허스트 성으로 초대하였던 혈족의 여왕 애나리스를
알현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을 달빛의 사냥꾼이라고 칭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자신의 과거에 대한 단서를 여왕에게서 찾고자 하였습니다.
하지만 여왕의 언동과 구석의 책상에 놓여진 수신인이 없는 초대장을 보고, 사냥꾼은
자신이 로가리우스를 처치하기 위해 초대된 것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혈족의 여왕에게서 어떤 미묘한 이끌림을 느끼는 것 또한 사실이었죠.
허탈감을 느끼며, 사냥꾼은 알프레드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초대장을 품에 넣었습니다.
사냥꾼에게 카인허스트의 초대장을 건네받은 알프레드는 그에게 감사를 표하고
즉시 카인허스트로 떠날 채비를 하였습니다.
서두르는 알프레드에게서 광기 같은 것을 느낀 사냥꾼은, 약간의 걱정을 안고
그를 쫓아 다시 한번 카인허스트 성으로 향했습니다.
알현의 방에 도착한 사냥꾼이 본 것은 고깃조각처럼 짓이겨져 버린 애나리스의
흔적과 광소하는 알프레드의 모습이었습니다.
광기에 찬 웃음을 흘리던 알프레드는 사냥꾼을 처형단이 혈족의 여왕을 해치우는
영광의 현장의 증인으로 삼고, 순교한 스승의 명예를 마침내 지켜낸 것에 기뻐하
였습니다. 그 광기에 찬 모습에서, 사냥꾼은 오히려 그가 혈족으로 변해버린 스승의
진실을 알아버린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상황이 되었지만, 사냥꾼은 여전히 여왕이었던 파편들에서 어떤 이끌림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무심코 집어든 여왕의 살점은 아직도 살아있는 것마냥 뜨거운 기운이 남아
있었습니다.
사냥꾼은 이것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자신도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을 가방에 챙겨
넣었습니다.
현재는 타락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피의 카릴 문자 중에서 특히 서약의 의미를
가지고 있던 이 카릴 문자는 혈족의 여왕 애나리스가 금지된 무덤에서 위대한
자의 아이를 낳기 위해 준비된 존재인 투메르의 여왕 야남의 피를 훔쳐온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방식이 달랐을 뿐, 애나리스 또한 다른 비르겐워스의 학자들처럼 위대한 자로의 진화를 꿈
꾸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 방법으로 위대한 자의 아이를 품을 수 있는 투메르인의 피를
택했고, 피의 유지를 모으면서 자연스럽게 타락과 더러움의 근원인 벌레 또한 모이게 되는
사냥꾼의 피에서 이 벌레들의 집결체인 피의 타락을 뽑아내어 그것을 계속 마시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피의 아이를 품게 될 것을 노리며.
처형단의 최후
카인허스트 성에서 모습을 감춘 알프레드를 찾던 사냥꾼은 처음 만났던 처형단의
성소에서 이미 자결해있는 그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성소에 전리품인 환시의 왕관을 바치는 것으로 처형단의 영광스러운 승리를 장식한
알프레드는 마지막으로 진실을 알고 있는 자신의 죽음으로 모든 내막을 덮고자
하였습니다. 혈족이 되어 미라처럼 변해버린 스승을 발견한 그는 자신의 스승이
마지막까지 불결에 꺾이지 않는 황금의 정신을 지켜내지 못한 것을 알고 말았던
거죠.
성소에 장식된 승리의 상징과, 처형단의 영광스러운 승리를 알릴 증인인 사냥꾼을
남겨둔 채, 그는 자결로써 최후를 맞이하였습니다.
혈족과 처형단의 최후를 지켜본 사냥꾼은 한동안 망연히 서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멈춰서있을 수는 없었기에, 그는 알프레드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지금도 고동치고 있는 가방 속의 살점에 대해서는 인지하지 못한 채...
- 14부, 아미그달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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