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의 파편: 라스트 워드 4(Ghost Flagment: The Last Word 4)
그리고.
팔라몬은 잿더미가 되었다.
난 힘없는 어린 아이에 불과했다. 내 얼굴은 검댕과 콧물, 슬픔으로 범벅이 됐다.
내 친구이자 우리의 수호자, 팔라몬의 구원자인 자렌(Jaren)이 언제나 우릴 지켜줄 것이라, 또한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 지레짐작하고 있었다.
멍청한 생각이었다.
자렌은 3일 전 용감하고 실력 좋은 사냥꾼 몇을 이끌고 떠났다. 팔라몬을 습격한 폴른 도적떼를 추적하기 위해서였다.
다음 날, 어느 방랑자-후술할 이형의 존재-가 도착했다. 말수가 적은 남자였다. 숙소를 구하고, 우리의 환대를 받았다.
자렌이 처음 팔라몬에 도착했을 때처럼, 나는 그에게 큰 흥미를 느꼈다. 그러나 자렌과는 달리, 방랑자는 싸늘했다. 거리를 좁히기 힘들었다. 정신적으로 상처 입은 사람처럼 보였다.
물론 나는 그가 두렵지 않았다. 이 시점까지는. 난 우리를 위협하는 지구상의 괴물들이 모두 인간처럼 생긴 줄 알았던 꼬마에 불과했으니까. 실제로 팔 네 개가 달린, 더 끔찍한 놈들도 있다는 건 나중에 알게 되었다.
방랑자는 정중했지만 엄숙한 분위기가 있었다. 난 그가 슬픔에 잠긴, 망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실제 그러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땐 미처 몰랐던 것이다. 자렌이 처음 나타났을 때처럼, 아버지는 내가 방랑자에게 다가가지 못하게 했다.
팔라몬이 몰락했기에,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지만.
실루엣이 비치고, 공포가 나를 사로잡았다. 형상을 이룬 어둠이 내 앞에 우뚝 서 있었다. 나를 꿰뚫어보듯 응시하고 있었다. 그가 미소를 짓자, 무릎에서 절로 힘이 빠져나갔다.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하지만 그는 금세 등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소년도 공포와 슬픔에 잠겨 일어나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폐허가 된 고향을 등졌다. 그 이후 나는 지금껏 그를 추적하고 있다.
현재.
태양이 높이 떠오르고, 우리는 숨죽이며 서 있었다. 몇 초간의 시간이 몇 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는 이질적이었다.
지금의 그는 사람을 짓이기면서도 양심의 가책 한 점 느끼지 못하는 존재처럼 보였다. 가슴 속에 들끓는 불덩이를 삼키고 그를 노려보았다.
이형의 존재가 입을 열었다.
“오랜만.”
대답하지 않았다.
“그 총잡이 놈의 애총, 잘 받았나?”
나는 허리춤에 매달린 총의 반질반질하게 닳은 공이를 어루만지며 침묵했다.
“내가 주는 선물이야.”
끓어오르는 불덩이가 가슴 한가운데 걸린다. 자렌 워드가 죽던 그 날부터 몇 번의 계절을 반복하는 동안 난 스스로를 겁쟁이라 자책했다.
하지만 지금은 공포는 온데간데없고, 나의 빛이 응집된 불덩이만을 느낀다.
이형의 존재가 묻는다.
“더 할 말은 없나?”
계속해서 내게 뭔가 대답을 요구한다.
“내가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그가 저지른 악행에 대한 심판을 앞둔 상황에서도 그 자의 말투는 태연작약했다.
“네가 겁에 질려 무릎 꿇었을 때를 몇 번이고 회상했지.”
내가 모든 것을 잃고, 모든 이가 고통스러워하는 기억 사이에 활보하는 어두운 실루엣과 약하고 겁먹은 꼬마의 모습이 끼어들었다.
불덩이가 내 몸을 태울 듯이 끓어오른다.
이형의 존재가 계속 입을 연다.
“하지만 결국 여기까지 왔군. 이제 진짜 최후를 맞을 때야….”
놈의 혓바닥이 음절 사이로 미끄러지자, 내 오른손은 마치 스스로 의지를 가진 것처럼 움직였다. 반사신경과 의도가 분노 속에서 하나가 되고, 복수심과 강대한 힘이 끓어올라 놈의 최후를 갈구했다.
어깨를 지나, 팔을 거쳐, 손가락이 내 세 번째 아버지의 핸드캐논 방아쇠를 당긴다. 움직임은 차례대로 전달되어, 목표를 향해 폭음을 흩뿌렸다.
단 두 발, 분노의 빛으로 감싸인 두 발의 총알.
이형의 존재는 쓰러졌다.
그의 주검으로 발을 옮겼다. 이제 더 이상 곪아버린 광기가 형상화된 듯 돋아난 저주받은 가시(Thorn)를 들 수 없을 것이다.
너무나 많은 죽음을 불러 온 그 주검을 내려다보았다. 내 총은 여전히 춤추는 듯한 불꽃으로 감싸여 있었다. 문득 슬픔이 밀려왔다.
내 지난날의 추억이 머리를 스친다. 팔라몬과, 자렌 워드의 추억이.
주검의 미간에 총을 조준하며, 나는 내 스승이자 구원자, 아버지이자 친구였던 이에게 마지막 추도사를 바쳤다.
“네 놈의 최후다…. 내가 아니라.(Yours... Not mine.)”
자렌의 총이자, 나의 총을 굳게 움켜잡으며, 소음 투성이의 유언을 집행할 허락을 구했다.
따끈따끈한 테이큰 킹 신작인 라스트 워드 4편입니다. 순수하게 영어 텍스트만 보고 번역한 것이어서 엄청난 양의 오역이 숨어 있습니다.
골든건 두 방이면 드레겐 요르도 사망입니다. 건슬링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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