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학자의 수기 8 (民族学者の手記 八)
산속의 신사에서 발견한 고문서에는
이 산에서 일어난 재앙에 대한 기술이 있다.
산에서 흐르는 물이 더럽혀져, 검은 물로 변한다.
검은 물은 폭포가 되어 흐르고, 연못으로 모인다.
검은 안개가 되어 산을 감싼다.
안개를 통해 햇빛은 하루 종일 석양과 같이 붉게 흐려진다.
현세와 은세(죽음의 세계)의 경계가 애매해지면서
검은 안개 속에서 섞인다.
지금, 이 산에서는 물이 탁해지지도 않았고,
안개가 검게 변하지도 않았다.
이 재앙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었을까.
단순히 경고를 위해서 만들어진 구전일지도 모른다.
만약에,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었다고 한다면,
그 재앙은 어떻게 진정이 된 것일까.
갑자기 산울림이 일어나, 검은 그림자가 산을 덮은듯이
보였다던가, 강의 물이 긴 흑발과 같이 변한것을 봤다던가,
검은 물이 산 길을 따라 흐르는 것을 봤다던가 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진위는 확실하지 않다.
지금도 이 산의 물은 맑게 유지되고 있다
그것은 오래된 구전을 들은 자가 본 환상일지도 모른다.
아소우 쿠니히코의 기록 1 (麻生邦彦の記録 一)
서양의 사후 사진은, 죽은 자를 치장시켜 찍는 것이다.
서민에게 있어서 고가인 사진은 죽은 뒤에나 찍을 수 있는
것이었다고 한다.
내가 사진기를 만들어, 애도 사진을 찍으려고 생각한 데에는
이 사후 사진을 보고 나서 였다.
사후 사진에는, 단순히 눈 앞의 풍경을
기록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담겨져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것은 죽음이나 영혼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찍어 낸다는 것이다.
나는 자신이 추구하는 사진기의 제작에 몰두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를 찍어내는 사진기.
겨우 시제품이 완성되어, 애도 사진을
찍기 시작하니, 많은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러 지방을 돌며, 애도 사진을 찍었다.
애도사진을 찍을 때 마다, 그 영혼을 영구적으로
현세에 머무르게 해주었다며, 감사를 받았다.
히카미 산기슭, 타마이, 아이카와, 카타세 부근에서
특히 기뻐했다.
[상자에 들어간 분]과 똑같이 되었다고.
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사진기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이것은 아직 보이는 빛만을 찍어내는 것에 불과하다.
보이지 않는 부분,[그림자] 까지도, 눈에 보이는 듯
찍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보이지 않는 세계가 존재하는 것을
증명 할 수 있다.
시라기쿠의 수기 1 (白菊の手記 一)
7살까지는 신에게 속한 아이.
7살까지는 태어나지 않은 것과 같아.
7살이 지나면 인간이 되버려
그러니까, 나는 기둥이 될거야.
7살이 되기 전에.
기둥이 되면 영원히 살수 있대.
오래 살 수 없는 내가
산에서 영구꽃이 될거야.
이걸로 나는 영원히 죽지 않아.
그렇다는건 나는, 영원히 혼자?
루이의 수첩 5 (累の手帳 五)
선생님은 그때도 와 주었다.
그러니까 다시 와 주실거야.
기다리고 있어.
계속 기다리고 있어.
나는 기다리는 것 밖에 할 수 없으니까.
사카키의 메모 1 (榊のメモ 一)
여기가 어디인지,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겠다.
녀석에게 전화를 건 것은 기억하고 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 때, 녀석이 막아주었더라면,
나는 여기에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제 곧 의식이 시작된다.
나는 곧 끝난다.
사카키의 메모 2 (榊のメモ 二 )
두려움에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가지 안으면 안된다.
그녀를 선택했으니까,
같이 끝나지 않으면...
그녀는 계속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구겨진 메모 (潰されたメモ)
그 사진을 본 순간부터, 끝나있었다.
이제 도망칠수도 없다.
외로워보이는 표정에 넋을 잃었을 때,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을 때에
이미 부부의 연은 맺어져 있었다.
마음이 움직이면 끝이다.
유혼의 상대로 선택한 것이 되어 버린다.
이제 가지 않으면 안된다.
그녀는 계속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녀가 기다리고 있는 장소는 이 앞에 있다.
하지만, 그녀가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니다.
그런 느낌이 든다.
피로 물든 수기 2(血塗れた手記 二)
이 산은 끝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니까, 그대들도 함께 데려가겠다.
두고 가지 않도록.
남겨두지 않도록.
불지기 마음가짐의 서(火継守心得ノ書)
제사 불을 꺼뜨려서는 안된다.
제사 불은, 물을 정화하고, 어둠을 쫓는다.
제사 불을 꺼뜨려서는 안된다.
제사 불만이 요미를 제거하고
제사 불을 찾는 자 만이
검은 연못에 다가갈 수 있다.
제사 불을 이어가야 한다.
불꽃은 건네졌다.
신부 선택의 서 (花嫁選ビノ書)
유혼의 신랑은 산 밖에서 맞이할 수 있다.
신랑은 영구꽃의 모습을 그린 에마를 보고
상대를 선택하고, 마음에 드는 자를 말한다.
무스비메(하얀옷 할멈)는 신랑이 선택한 영구꽃을
귀환시켜 유혼의 방에서 두 사람을 만나게 한다.
함께 큰상자(柩籠)에 들어가, 함게 끝나는 상대에게
선택받는 것을 영구꽃들은 계속 기다린다.
스스로가 선택할 수 없는 상대를
오로지 계속 기다린다.
그것은 영구꽃의 마지막 바램.
유혼 성취의 서 (幽婚成就ノ書)
선택된 신부는 유혼의 방에서
신랑과 마주한다.
요미에 젖어 검게 물든 모습을 신부를 보고
신랑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둘은 맺어져 유혼이 성취된다.
신랑의 마음이 변해 유혼이 틀어지면,
남자는 혼자서 다른 상자(匪)에 넣어진다.
신부는 혼자서 큰상자(柩籠)로 돌아가
다시 선택되기를 기다린다.
신랑의 서 (花婿ノ書 )
유혼을 끝낸 신랑의 혼은
기둥이 된 신부와 맺어져, 함께 큰상자(柩籠)에 들어가
더 강한 기둥이 되어 오래 살게 된다.
유혼을 성공하여 혼이 없는
신랑의 몸은 기곡에 모셔진다.
유혼에 실패해 마음이 흐트러진 남자의 혼은
기곡의 무연총에 모셔진다.
무연총: 애도해 줄 사람이 없는 죽은 사람을 위한 무덤.
껍데기는 혼자 상자(匪)에 넣어져서
타이나이동굴 바닥에 매장된다.
※오스마시: 신사에서 제사 일에 사용하는 맑은 물
검은 상자(匪)의 서 (黒キ匪ノ書)
상자(匪)는 무녀를 요미로부터 지킨다.
요미로 만든 묵을 바르고
안에는 요미를 채워서
무녀를 넣고 뚜꺼을 닫는다.
상자(匪)에 들어가는 무녀는 기둥이 되고
요미를 진정시켜 오스마시를 지킨다.
검은 상자(匪)에 의해 기둥은 녹지않고,
물 속에서 계속 남아있을 수 있다.
닫은 뚜껑은 기둥이 소멸될 때까지 열리지 않는다.
그것을 열수 있는 것은
상자(匪)에 들어가는 자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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