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포칼립스 RPG의 전설, 진여신전생의 PS판과 동시발매 공략본 스티븐 리포트 I
FC판 초대 여신전생부터 작금의 페르소나 시리즈까지, 여신전생 시리즈를 사반세기 동안 추적해온 올드팬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진여신전생의 시발점, SFC로 발매된 진여신전생의 PS1 이식판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초대 진여신전생은 FC로 발매된 '디지털 데빌 스토리 여신전생 II'의 리부트적인 작품입니다. 그래서 게임 속의 타이틀 표기가 "SHIN(新) DIGITAL DEVIL STORY = 真・女神転生" 으로 나오는 것이죠. 그래서 디지털 데빌 스토리의 이니셜인 DDS가 표기되는 작품들은 초대 디지털 데빌 스토리의 정통성을 잇고 있는, 소위 '본가' 계열이라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커버 이미지를 보면 진여신전생 시리즈의 모든 사건의 발단인 DDS-NET의 로고가 보입니다. 저 로고가 가지는 의미가 상당히 큰데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저 로고가 찍혀 나오는 게임은 본가였습니다.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말해서 진여신전생, 진여신전생II, 진여신전생IF, 진여신전생 데빌서머너, 데빌서머너 소울해커즈가 본가였죠.
PS판 리메이크가 결정되었을때 SFC의 카트리지 용량 제약으로 인해 넣을 수 없었던 여러 악마들과 비주얼씬을 포함해서 나온 PC엔진판 혹은 메가CD판을 기반으로한 완전판이 될 거라는 희망에 차 있었으나 정작 발매된 본작은 이런 추가 요소가 전혀 없고 그래픽과 편의성만 좋아진, 그저 SFC판의 충실한 이식작이었습니다. 변명인지 모르겠지만 프로듀서인 오카다 코지는 원작을 그대로 살리면서 가지고 놀기 편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고 하네요.
수집 목적으로 게임을 구입하는 사람도 아니고 구입하면 반드시 엔딩을 본다는 각오로 임하기 때문에
소장용 밀봉 게임따윈 없고 보존 상태도 대부분 별로이나 진여신전생 시리즈는 특히 애착을 가진 시리즈라서 다른 게임들에 비하면 보존상태가 우수합니다.
90년대 후반에 아틀러스에서 진여신전생을 테마로 한 트레이딩 카드 사업을 대대적으로 했었는데 게임 속에는 레어(?) 카드를 동봉해서 팔았습니다. 좋은 상술이었죠.
저는 카오스 히어로가 들어있었습니다. (럭키!) 진여신전생에서 최고의 인기 캐릭터죠.
카오스 히어로의 모티브는 이 게임의 디자이너이자 세계관 설정 및 시나리오를 담당한 이토 류타로입니다. 진여신전생 시리즈의 아버지 같은 인물이죠.
카오스 히어로는 자존감은 하늘을 찌르나 그에 따른 열등감 속에 허우적대는 캐릭터로, 드래곤볼로 치면 베지터 같은 캐릭터입니다.
"악몽... 아니 좋은 꿈이었다..."는 그의 대사는 많은 팬들의 가슴 속에 남아있는 명대사이지요.
PS판 진여신전생의 소개 영상입니다. 스포일러가 많으니 띠엄띠엄 보세요.
PS판 진여신전생과 동시 발매된 공략본인 '진여신전생 캐릭터 프로파일 스티븐 리포트 I'입니다.
띠지를 벗겨보니 스티븐이 숨어있군요. 스티븐은 단지 DDS-NET에서의 필명일 뿐이고 사실 그의 정체는 FC판 초대 여신전생의 주인공이자, 이자나기의 전생체, 그리고 악마소환 프로그램을 개발해낸 나카지마 아케미로 추정되는 인물이죠.(이토 류타로의 인터뷰에서...) 실제로 캐릭터 디자인이 많이 닮았습니다.
FC판 초대 여신전생 세계관에서도 그랬지만 진여신전생 세계관에서도 사실 천하의 죽일놈으로 민폐의 스케일이 우주급인 녀석이지요. 악마소환 프로그램을 건네주지만 꼬박꼬박 소환비는 챙겨가는 매우 얍삽한 놈입니다.
"악마 대출해드립니다! 악마와 싸워나가기 위해서 악마의 힘을 이용하는 겁니다! 설치비는 무료입니다. 일단 한번 다운받아서 써보시라니까요! 악마를 이 세계로 불러낸 장본인이 저니까 믿고 쓰셔도 좋습니다. 수수료는 약간의 마카로 모시겠습니다. 유지비는 마그네타이트로 본인 부담입니다."
동시발매된 공략본이어서인지 공략본으로서는 그다지 충실하지 못합니다. 나중에 나온 퍼펙트 가이드 시리즈가 있는데 공략을 원하시면 그쪽을 추천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는 그쪽에는 없는 장점이 있습니다.
딴 애들은 인정한다만 쿠훌린... 너는 얘들 사이에 왜 끼어 있는 거니?
두 악마진영의 수장들. 몰라 우리 말고는 다 악마야.
본작의 특징이자 시리즈 최고의 명작으로 칭송받는 이유는 FC의 3대 RPG 명작으로 평가받았던 "디지털 데빌 스토리 여신전생II"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스토리를 확장하여 평온한 일상에서 아포칼립스(대파멸)가 일어나는 과정, 그리고 아포칼립스 이후의 이야기를 매우 생생하게 표현해냈다는 것입니다.
사실 큰틀에서 진여신전생 시리즈의 스토리는 국내에선 마징가Z로 유명한 나가이 고 화백의 두 걸작만화, <데빌맨>과 <바이올런스 잭> 그리고 재패니메이션의 신화, <아키라>를 효과적으로 버무린 작품인데, 데빌맨에서는 악마합체와 세기말 아포칼립스 테마를, 바이올런스 잭에서는 무법천지의 포스트 아포칼립스적 세계관을 그리고 AKIRA에서는 세계관과 인물 설정 가져왔습니다. 물론 텍스트로 존재하는 60년대의 종말소설들에게서도 조금씩 영향을 받았지만 말입니다. (주인공과 그의 애견 파스칼 같은 것들 말이지요)
본작에서는 OVA판 데빌맨에서, 데빌맨이 어머니를 흡수한 진멘이라는 악마와 싸우다 결국 어머니와 함께 진멘을 죽여버리는 장면이 두번째 보스인 아마노사쿠가미전(戰)에서 패러디 되었고,
진여신전생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인 폐허가 된 도시에서 "백귀야행을 이끄는 주인공"도 바로 데빌맨이 (본작에서는 루시퍼의 모티브가 된) 사탄과 벌이는 최종전쟁 장면에서 따온 것이죠.
이런거나...
이런것들 말이죠...
-진여신전생3 녹턴은 그냥 대놓고 데빌맨을 패러디한 게임이었죠. 악마와 합체한 데빌맨의 후도 아키라의 캐릭터는 그대로 녹턴의 히토슈라(국내명 인수라)에게 전해졌습니다. 그것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공략집 시리즈의 특징이라면 여러 일러스트레이터의 컬러삽화와 함께 각 캐릭터별로 짧은 소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헤로인인 유카는 카네코 카즈마의 오리지널 디자인에 비하면 너무 모에하군요.
"자, 하나님을 믿으며 다함께 카테드랄에서 천년왕국의 초석을 세웁시다."
하급전사 주제에 초기 장비로 MP5를 달고 나오는 엘리트 전사인 나를 감히...
"오자와! 너만은 반드시 죽인다! 맞고 쓰러진 지금도 MP5를 장비중이지만!"
"아수라왕님 동료마가 되어주십사 찾아왔습니다. 3초 내로 안나오시면 그냥 로우 루트 타버릴 겁니다?"
낮선 여자에게서 뱀의 기운이 느껴진다.
아포칼립스 비긴
앨리스는 모든 로리콘 아저씨들의 아이돌.
진여신전생 대파괴 이전의 대체역사 -> 진여신전생if...
진여신전생 동시간의 패러랠 월드 -> 진여신전생 데빌서머너
진여신전생 30년 후 -> 진여신전생II
뭐 이런 관계입니다.
진여신전생의 창조주로 불리는 4인의 크리이에터 중 당시 남아있었던 두 명인, 프로듀서 오카다 코지와 아트 디렉터 카네코 카즈마의 인터뷰가 실려있습니다.
진여신전생 데빌서머너를 마지막으로 게임 디자인과 세계관 설정 및 시나리오를 담당했던 이토 류타로와 작곡 및 음향효과를 맡았던 마스코 츠카사는 퇴사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진여신전생이라는 표기도 사라졌었지요. 초기의 많은 광팬들이 1996년 이후의 작품들에 심드렁한 이유가 이것입니다.
일본 내에서는 그라디우스 시리즈 이상으로 90년대의 여신전생 팬과 2000년 이후의 여신전생 팬들로 나뉘어 격론을 펼치곤 했습니다.
저는 다행히 2000년 이후에도 너무 재미있어서 25년간 이 시리즈를 즐겨올 수 있었습니다...만 저도 이토 류타로와 마스코 츠카사가 있었던 시절의 컬트적이고 시스템적으로나 난이도적으로나 경파했던 당시의 스타일을 더 선호하긴 합니다.
앞으로 소개해드릴 정통 본가 게임 네 개. 즉, 일본에서 진여신전생의 창조주라고 불리는 4명의 크리에이터들이 함께 만든 작품이지요.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