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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닮은 얼굴로 루리와 같은 말을 하는 그 녀석.
“선풍의 헬 다이브 슬래셔!”
하얀 용의 일격에 다크 리벨리온이 맞섰지만, 쓰러졌다. 다크 리벨리온이 쓰러지는 순간 속삭였다. 그 전까지 카드화 외의 죽음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상한 일이다. 하늘에서부터 내리꽂는 하얀 용. 다크 리벨리온을 박살낸 그 용은 그대로 돌진했다. 그 공격이 닿기 전에 유우야를 밀쳤다.
강한 충격이 주변을 뒤흔들었다. 먼지가 걷히자 유우야가 다가왔고 다크 리벨리온이 채근했다.
너라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루리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너라면.
# 아침에 일어나서
분명 그랬을 터인데 나는 살아있었다.
‘이건, 도대체...’
무슨 일이지? 평범한 가정집의 모습. 하지만 낯선 풍경. 무언가 일이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지금이 무슨 상황인지 파악해야 한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고개를 돌렸다. 낯선 곳에 익숙한 사람이 있었다. 슌이었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
그의 이름을 부르려던 찰나였다.
“유토는 어디에 있지?”
나는 여기에 있어. 입안에만 머물고 나오지 않는 말이었다. 내게서 나를 찾는 슌을 보고 직감했다. 그렇다면 지금 내 모습은? 나는 누구지? 아니, 그 전에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슌에게 밝혀야 하나? 말하는 건 둘째 치고 믿어줄까도 의문이다. 믿어주더라도 나는 지금....
죽었다는 걸 말해야 하는가? 아니라면 그 무엇으로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할까.
돌연 슌이 한숨을 쉬더니 열려있던 창문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와 동시에 다른 사람이 들어왔다. 누구지? 그녀는 다행히도 방금 나간 사람을 못 본 모양이었다. 창문을 보고 의아한 듯 한 마디를 내뱉는다. 내가 지금 누구의 모습인지 알 수 있을 한 마디를.
“유우야, 왜 창문을 열어놨니?”
유우야였다. 나는 지금 유우야의 몸으로 서있었다. 설마 내가 유우야의 몸을 빼앗은 건가? 당황스러워서 창문 얘기는 얼버무렸다. 그녀는 쉽게 납득하고 나갔다. 아침밥을 먹으러 나오라는 말을 남기면서.
어쩌지, 지금 이 상황을 누구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유우야가 아니에요? 유우야의 모습을 하고 이런 말을 한들 누가 믿어줄까. 그렇다면 유우야인 척을 해야 할까. 언제까지? 유우야를 잘 모르거니와 지금 이 상태가 언제까지 갈지도 알 수 없었다. 총체적 난국이다.
잠깐, 그럼 유우야는 어떻게 된 거지? 가장 중요한 건 유우야가 어디로 갔느냐다. 내 몸은 사라졌으니 유우야랑 몸이 뒤바뀐 건 아니었다. 다크 리벨리온의 의지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아, 그 카드라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라. 멀리 갈 것도 없이 책상 위에 뒷면으로 놓인 카드가 있었다. 다크 리벨리온이길 빌며 뒤집었다.
[다크 리벨리온 엑시즈 드래곤]. 잡고 있으면 뭐라도 들릴 것 같았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입으로도 소리 내어 불러봤지만 카드는 반응이 없었다. 그대로였다. 카드에서 눈을 떼니 듀얼디스크가 보였다. 혹시 하는 마음에 덱을 꺼냈다. [EM], [마술사], [오드아이즈]. 다른 건 다크 리벨리온 하나뿐이었다. 듀얼디스크의 엑스트라 존에 다크 리벨리온을 집어넣었다. 막막했다.
좋아, 차분히 생각하자. 나는 죽었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유우야 대신에 몸을 차지하고 있는 상태. 손을 쥐었다 폈다. 문제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거다. 지금 내 상황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려고 해도 나 자신부터 알 수 없으니 납득시키기가 어렵다.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상관없지만, 지금 내 수중에 해결책은 없다.
반대로 이런 오컬트적인 현상에 다른 사람들이라고 뾰족한 수가 있을까. 바로 슌을 떠올렸다. 레지스탕스로서는 믿을 수 있는 동료지만, 친구로서의 그라면. 최근 한 달 간의 그의 행동들을 떠올렸다. 이래서는 얘기할 수 없어. 나랑 슌만이 알 이야기를 해도, 의심받는 상황―나에게 물어보러 왔으니 아마 용의자로 찍혔을 것이다.―이니 도리어 해코지를 했다고 보지 않을까.
‘날 증명할 수 있는 친구도, 덱도, 몸뚱이도 없이 어떻게 유우야를 찾아야 하는지.’
다른 사람이 나를 유우야라 볼 것들은 많은데, 나는 나라는 것을 증명할 수 없는 상황. 나는 오롯이 나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유우야로서 존재하고 있다. 유우야가 아니라고 말해 반감을 사는 것보다, 우선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는 게 어떨까.
몸을 확인해보니 잠옷차림이었다. 침대 옆에 곱게 개어진 옷가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옷만 놓인 게 아니라 목걸이도 올려 있었다. 처음 보는데도, 목걸이를 보니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데자뷰였다.
옷을 갈아입고 마지막에는 외투가 남았다. 자연스레 소매에 손을 밀어 넣으려다가, 유우야가 어떻게 입었는지 생각났다. 유우야처럼 교복 외투를 어깨에 둘렀다. 기억 속의 모습과 비슷한 것 같았다. 얼추 됐겠지 싶어 나가려다 듀얼디스크를 빼먹었다는 걸 깨달았다. 도로 돌아가 집어 들었다. 넣을 공간이 없나?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바지주머니에 넣었다.
문 밖으로 나가는 게 망설여졌다.
# 유즈가 오다.
“유우야,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
루리와 닮은 그녀가 물었다. ‘어제’였다던 일들을 떠올렸다.
“... 유토를 만난거지?”
그녀에게서 내가 거론됐다. 말할까? 고민하는 사이에 그녀가 말을 이었다. 왜 내가 있었다고 생각하는지 차분히 말했다. 가끔씩 ‘내’가 이상한 곳에 보내지는 이유가 팔찌 때문이라고. 이상한 일이었다.
“유토는...”
유우야인 체 말하려니 말문이 막혔다. 어째서? 예상치 못한 변수에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더군다나 말만 막힌 게 아니었다. 물에 가라앉는 느낌, 의식이 침잠하는 것 같았다. 발버둥 칠 수도 없이 꽉 잡혀서. 숨이 턱 막혀왔다.
유즈가 내 손을 잡았다. 물에 빠졌다가 건져 올려진 느낌이었다.
“미안, 말하고 싶지 않다면 말하지 않아도 돼.”
‘아니야. 말하고 싶은데.’
“기다릴 테니까, 말하고 싶을 때 말해줘.”
나는 다시 입을 떼었지만, 하려던 말은 나오지 않았다. 방금 전을 기억하고 있으니까. 왜 말할 수 없는 거지? 어째서? 입술을 짓이겼다. 유즈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뭔가를 발견했는지 시선이 내 뒤로 옮겨지더니, 벌떡 일어나 손으로 가리켰다. 그 손을 따라 뒤도니 처음 보는 소녀가 우리들을 보고 있었다. 유즈는 그 소녀를 보고 ‘미에루’라고 외쳤다. 의문을 표할 새도 없이 그 소녀가 창문을 열고 들어왔다.
“다알링~!”
그녀가 들어오자마자 내 위로 뛰어올라 내려찍기 전까지, 순식간에 이뤄진 일이었다. 부딪친 충격으로 배가 아렸다. 피할 틈도 없이 다가와 붙었다. 부담스러웠다. 유즈가 그녀를 떼어냈다. 유즈가 다시 그녀를 ‘미에루’라 불렀다. 그녀의 이름이 미에루인 듯 했다. 아, 아프다. 미에루에게 팔린 정신이 돌아오니 몸의 고통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 같다.
수정구슬, 점, 이미지. 오컬트적인 이야기였다. 잠시만, 그렇다면.
“... 달링이 사라졌어.”
“과거나 미래를 볼 수 있다고 했지. 그럼 그 점은 과거를 뜻하는 거야?”
알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여기서 사정이라도 더 말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보이지 않는 재갈, 이상한 일에 이상한 금제 같은 게 걸려있는 것이 갑갑했다. 미에루는 이어 자신의 해석을 말했다. 그 말 중 검은 용이 걸렸다. 이 사태가 된 건 다크 리벨리온도 관련이 있는 걸까. 하지만 반응이 없었는데. 제자리걸음이다.
미에루가 뭔가 떠오른 듯 ‘이거다!’고 외쳤다. 치마의 안주머니에서 작은 물체를 꺼냈다. 인형이었다. 유즈가 옆에서 유우야와 닮았다고 말했다. 인형은 정말 유우야의 특징만을 뽑아 축소시켜놓은 모양이었다. 미에루는 그 인형이 ‘유우야’를 지켜줄 거라면서, 자신이 직접 만들었다고 으스댔다.
미에루에게 받은 인형을 눈높이에 둬 관찰했다. 닮은 건가? 잘 모르겠다. 어제 처음 만났으니까. 긍정도 부정도 하기 어려웠다. 아, 처음 만난 사이에 왜 내가 유우야를 찾으려고 하는 걸까.
‘루리.’ 닮은 사람일뿐인 유즈를 보면서 그녀가 떠올랐다. 루리와 같은 말을 외치던 유우야의 말 때문이었다. 깜박깜박. 눈꺼풀에 가려졌다 다시 봐도 루리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유즈를 쳐다봤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유즈도 시선을 맞춰 마주본다. ‘왜?’라는 눈치다.
갑작스레 열리는 문에 모두의 눈이 문으로 모였다. 유우야의 어머니가 있었다. 의외의 선객―미에루를 말하는 것이다.―에 놀란 눈치다. 미에루가 먼저 유즈에게 누구냐고 묻고 어머니라는 답이 돌아왔다.
“너는 누구니?”
“호츈 미에루! 달링의 새끼손가락이 되고 싶은 여자입니다!”
“새끼손가락?”
새끼손가락이라는 말을 들은 그녀가 장난스레 웃으며 유즈에게 농담을 던졌다. 짓궂게 유즈를 놀리다가 갑자기 내 볼을 당겼다. 어?
“날씨도 좋은데, 숙녀분들 데리고 공원이라도 다녀오렴?”
물론 간식 먼저 먹고. 알겠지, 유우야? 라며 대답을 종용하는데,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내 반응에 만족했는지 웃으면서 잘 놀다가라는 말을 남기며 나갔다. 유즈와 미에루는 공원에 간다는 것에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오늘 날씨가 좋다더니, 사소한 이야깃거리가 나오다가 걸즈토크. 그리고 갑작스레 인형으로 다시 주제가 옮겨갔다. 미에루가 인형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면서 붉은 실을 가져왔다. 인형 고리에 실을 넣어 내 팔에 묶었다.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거나 하면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하면서. 당연히 유즈가 ‘미에루도 주머니에 넣고 다녔잖아.’ 지적했다.
미에루의 작은 손이 내 손목 위를 오가는 게 보였다. 어느 샌가 실이 매듭지어졌다.
간식을 다 먹었을 때, 미에루가 빨리 가자며 재촉했다. 팔을 잡아당겨 끌고 갔다. 저항할 구실도 없어 순순히 끌려갔다. 간식이 있던 접시는 내버려둔 채 밖으로 나섰다.
이럴 때가 아닌데. 이끌려진 손에 걸린 인형이 눈에 띈다. 유우야는 어떻게 하지. 생각에 빠져있다 앞서 걷던 미에루가 날 돌아보며 걷고 있었다.
“그렇게 가면 앞에 부딪칠 거야.”
자신이 뒤돌아보며 걷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는지 허둥지둥, 손을 휘젓다가 뒤로 엎어졌다. 유즈가 괜찮냐고 물으며 넘어진 미에루를 바로 일으켜 세웠다. 미에루가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나는데, ‘앗!’하고 말했다.
“계속 누워있었으면 달링의 키스를 받을 수 있었을 텐데!”
“무슨 소리야!”
유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에 아랑곳 않고 미에루는 ‘다음에는 반드시!’ 결심을 다졌다. 둘이서 투닥투닥 다투는 모습을 보다가 공원이 보이기 시작했다. 또 다시 미에루가 손을 잡았다. 천천히 걷던 걸 속도를 냈고, 유즈도 덩달아 같이 뛰었다. 왜 갑자기 뛰는 거야―!
막 입구에 도착했을 때 누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유즈가 먼저 갸웃거리며 뒤르 돌았다. 처음 듣는 목소리인데, 이쪽을 부르는 건가? 멀리서 사람 실루엣 같은 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점점 우리 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온 건 금발 브릿지의 소년이었다.
누구였더라?
유즈와 그 소년은 아는 사이였는지 ‘사와타리’라고 불렀다. 유즈와 저 사와타리라는 소년이 마주 서있는 걸 보니 언제 본 적이 있었던가. 떠오를 것 같기도 한데. 사와타리가 갑자기 손가락 두 개를 펼쳐보였다. 자신에게 사인 받은 사람들의 수라며 자랑한다.
“두 명?”
“아냐!”
두 명이 아닌 건가? 하고 다들 의문을 품었다. 사와타리는 더 많다고 아우성쳤다. 잠시 후, 진정되었는지 사와타리는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러고 나를 척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나?
“당연히 나보단 못했겠지만, 특별히 들어주도록 하지.”
무엇을 묻는 것인지, 순간 인지하지 못했다. 지금까지의 대화를 보면 팬의 수를 말하는 건가? 공원까지 오는데 팬은커녕 다가온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없다고 답했다. 그 대답에 사와타리는 괴성을 질렀다. 본인보다 못해서 말하기 싫은 거냐는 말도 하였다.
아니라는 말을 하려는데 사와타리가 잘랐다. 말을 안으로 삼켰다.
사와타리는 ‘엔터메 듀얼리스트’를 만나러 왔다며, 유우야를 봤으니 돌아간다며 휙 돌아가 버렸다. 미에루가 사와타리를 보고 ‘한가한가봐’에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 공원에서 재회.
아이스크림을 사러간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다. 손에 걸린 인형을 바라봤다. 단서도 없고,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도 없어 머리가 아팠다. 왜 다른 사람에게 말하려고 하면 말이 막히는 걸까. 이대로 유우야 몸에 있을 생각은 없다. 이건 내 삶이 아니니까. 걱정되는 동료도 있고. 원래대로 돌릴 방법이 있을 것이다. 아침부터의 일을 곱씹었다.
일어나니 슌이 있었다. 내가 연락을 받지 않아서 찾으러 돌아다니는 거겠지. 어제 내가 유우야랑 같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온 것일 것이다.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유우야 대신에 내가 몸을 차지했고. 유우야의 어머니가 들어와서 슌은 빠르게 몸을 뺐다. 아마도 일을 크게 만들지 않으려고 빠진 거겠지. 스스로 나간 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미에루라는 그 소녀가 한 말. 검은 용이 유우야를 데리고 갔다고 했던가. 지금 이 사태와 관련 있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거기에 힌트가 있을까? 검은 용이라면 떠오르는 게 하나뿐이었다. 다크 리벨리온. 그 말을 듣기 전에 혹시나 해서 건드려 봤지만 반응이 없었다. 무슨 방법 같은 걸 찾아야 했던 걸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다가, 그 소녀가 준 인형이 의외로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만지작만지작. 그냥 보통의 유우야를 닮았을 뿐인 인형.
아침의 막혔던 말, 하고 싶었던 말을 작게 내뱉었다. 나는 유우야가 아니야. ...됐다. 차이점이라곤 이 인형 하나가 있냐, 없냐 뿐인 것 같은데. 뭔지 모르겠지만 효과가 있었다.
이 인형을 준 작은 소녀를 떠올렸다. 말할 수 있다면 조금 더 쉬워지겠지. 전할 수 있다는 것에 들떠 앞을 봤다. 거짓말같이 눈앞에 바로 슌이 공사장으로 접근하는 걸 볼 수 있었다.
# 결말
“나는 유우야가 아니야.”
몸은 유우야가 맞지만.
“유우야를 찾는 걸 도와줘.”
이들에게 털어놓고 나서야 내 마음을 자각했다. 슌에게 내가 여기 있다고 말하지 못 한 이유. 걱정돼서 따라와 놓고 먼저 죽어버렸다는 소리를 한다니. 이거 최악이잖아, 정말. 정말로 혼자 남았다는 걸 알게 될 슌을 보고 싶지 않았다.
시야가 뿌옇다. 뭘 잘했다고 우는 거지. 인형을 가지고 있으면 말할 수 있다는 걸 이미 알았으면서, 말하지 않고 질질 끌었다. 눈을 깜박였다. 맑아진 시야에 보이는 건 눈물이 맺힌 그들이었다.
“도와줄게.”
그 세 명에게 둘러싸였다. 힐난하는 눈은 아니었다. 이미 알고 있었던 걸까. 유즈가 날 껴안았다. 지금이라도 말해줘서 고마워.
“나는....”
유즈가 팔로 자신의 눈물을 슥 닦더니, 내 얼굴도 닦아주었다. 여전히 한 팔로는 껴안은 채였다.
“우리 같이 방법을 찾아보자.”
나는, 정말로...
*
유즈, 곤겐자카, 미에루는 묵묵히 내 이야기들을 들어줬다. 깨어났더니 유우야였던 것, 슌과 만난 일, 추측이지만 말을 못 했던 이유, 안 했었던 이유를. 도망가다 떨어뜨려서 너덜너덜해진 인형을 보여줬다.
“아마도 이걸 가지고 있으면 말할 수 있는 것 같아.”
“그 인형이?”
“잘 모르겠다. 미안하다, 유우...”
아니, 유우야가 아니랬지. 곤겐자카가 딱히 부를 호칭을 못 정하겠는지, 말을 얼버무렸다. 그러고 보니 내 이름, 말 안 했었지.
“유토야.”
유즈와 곤겐자카가 내 이름에 반응했다. 유즈가 말해줬었나 보군. 미에루는 처음 듣는 이름인지 갸웃거렸다.
“정말, 유토야?”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유즈는 입을 가리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도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
미에루는 ‘유토라고? 알겠어.’하고 끄덕였다. 턱을 괴고 생각하는 양 자세를 취했다.
“미에루가 생각하기엔, 해결방법은 의외로 가까이 있는 것 같아.”
“뭐라고?”
미에루는 턱을 괴고 있던 걸 풀고 똑바로 눈을 마주쳤다. 인형을 쥐고 있던 손을 잡았다.
“닮은 인형은 그 사람의 분신 같은 거거든.”
“분신?”
“미에루가 의도했던 건 대신 불행해지는 액막이였지만, 인형이 대신 달링이 된 것 같아.”
“뭔가 다른 거야?”
다르지. 미에루가 말했다.
“내 점술에서는 달링이 사라졌다고 했잖아? 인형이 대신 그 공백을 메운 것 같아.”
이제는 사라진 달링을 어떻게 찾느냐겠지.
“미에루가 봤을 땐 그 목걸이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목걸이?”
“응! 그거 펜듈럼이잖아? ‘다우징’이라고 알아?”
미에루가 다우징에 대해 설명했다. 다우징의 특징 중 하나는 ‘찾는다’는 거야. 손에 쥐고 달링이 어디 있을까 물어봐.
미에루의 말대로 걸고 있던 펜듈럼 목걸이를 빼 손에 들었다. 마음에 물었다. ‘유우야는 어디에 있어?’
‘네 안에.’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다시 한 번. ‘유우야가 돌아오려면 어떻게?'. 동시에 보이는 것들이 까맣게 물들었다. 친구들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펜듈럼이 갑자기 어느 방향을 가리킨다. 보이는 것은, 유우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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