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렵 취식용 BGM-영웅의 증표/몬스터 헌터 시리즈]
=테이블 매너를 지키며 즐거운 식사를!=
=본 작품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 및 단체명은 실제와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모두 가공의 것임을 밝힙니다.=
험난한 지형, 불어오는 새찬 눈보라. 엄습하는 추위.
이곳은 신조차도 얼어붙는다는 설산.
단 한 줌의 생명조차도 허락하지 않을 법한 극한의 지형.
"크루드! 버블! 놈을 찾았어!"
"트리온! 신호할게! 그 쪽으로 유인해!"
"저 놈이 라비 드래곤인가? 거 살이 통통하게 오른게 끝내주겠구만!"
겁이 없으며 명성을 날린 용사들은 크게 포효하며 산을 넘나든다.
단 하나의 목표, 이 산의 주인이라고 할 만한 거대한 존재에게 도전하기 위해서.
"꺄앗!"
"트리온! 함정 설치 했으면 빠져! 놈의 목은 내가친다!"
-쿠오오오오오!!-
"제야아아아앗!!!'
-푸훅!-
-캬아아아악!!-
그리고, 그것을 퇴치하고 먹어치우기 위해서.
그들은, 오늘도 거대한 검과, 마석이 달린 지팡이와, 함정을 만드는 손놀림과, 요리를 만드는 프라이팬을 들고.
싸워나간다.
우리들은, 삶과 가장 가까우면서도 동시에 가장 죽음에 이르기 쉬운 장소를 쫒아다니는 자들과 함께.
궁극의 맛을 표현해낼 수 있는 환상의 식재를 위한 도전, 수렵으로 이뤄지는 요리를 만나볼 수 있었다.
----제 3 회, 백 더 쿡, 드래곤 헌팅과 수렵의 요리 편----
[설산 근방, 용살 파티 베이스 캠프]
극한의 설산 지형을 내려와 눈이 많이 녹아들어 그럭저럭 지낼만한 장소에 자리잡은 베이스 캠프.
그곳에서 방금 설산에서 혈투를 벌였던,
나를 포함한 네 사람의 파티가 그동안 지긋지긋하게 머물렀던 이 설산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짐은 이게 전부야?"
"그래, 나머진 마차에 실어둬."
자기 키의 반 정도 되는 갈색 머리의 소녀와 함께 마차에 짐을 싣고 있으며 그런 와중에도
커다란 대검을 등에 매고 있는 자가 우리 파티의 리더격 인물인 '버스터 블레이더'.
그는 용을 전문적으로 사냥하는 '용살자'의 직업과 칭호를 동시에 가진 자 로서,
슬하에 두고 다니는 조그마한 반룡과 함께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드래곤을 사냥한다고 한다.
나 역시 그의 실력을 높이사서 그와 함께 다니고 있다.
물론, 내 평판이 좋지 않지만,
그는 매번 사냥하는 드래곤을 매번 똑같은 구이로만 해먹는게 질린다며 나를 흔쾌히 받아들여 주었다.
다음은 그런 버스터 블레이더와 함께, 드래곤을 사냥하는 데 이용한 함정 그물들을
마차에 실어 나르고 있는 소녀가 바로 트리온의 충혹마.
그녀는 이 설산과 아주 멀리 떨어진 밀림 속에서 살던 식인곤충 부류의 몬스터였으나,
최근, 왕국들이 연이어 발표한 숲의 불가침 조약 때문에 숲에 생명체가 찾아오질 않아 굶어죽게 생긴 나머지.
남은 자매들을 숲에 두고 홀로 숲 바깥의 세계로 나와,
이런식으로 모험자들과 함께 몬스터를 사냥, 돈이나 식량을 고향으로 전달하며 생계를 꾸리고 있다고 한다.
뭐, 내가 만드는 드래곤 요리 보단 드래곤을 해체하고 남은 부위를 팔아먹는 거에 더 관심있는 망할 꼬맹이지만 말이다.
"어디보자, 이건 쓸 수 없고.. 요건 괜찮고, 요건.. 음.."
두 사람이 짐을 마차에 싣고 있는 동안,
모닥불 근처에서 드래곤이 배출해낸 마석 덩어리들을 살펴보는,
트리온보다 작은 키에 격식있어 보이는 옷과 작은 지팡이를 들고 있는 난쟁이.
'마석술사 크루드', 그는 드래곤족의 내부에서 자란다고 하는 '용의 마석'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흔히 드래곤의 보옥이라고도 하는 드래곤 전문의 마석을 탐구하기 위해, 이 파티에 참가하였다.
물론, 강력한 드래곤 상대로는 그가 발휘하는 마법이 거의 통하지 않는 일이 많기 때문에,
트리온과 함께 보조를 맡고 있지만 말이다.
아, 이런.. 내 소개를 깜빡했군.
나는 바로 배반의 요리인이란 칭호가 더 널리 알려진 떠돌이 요리사 '백 더 쿡'.
원래는 홀로 몬스터들을 사냥하며 그것들을 요리하는 것으로 새로운 출장요리 가게를 차리는 꿈을 가진 일개 요리원이었으나,
이 세계에 널리 퍼진 몬스터들은 나 홀로 사냥하는 것이 매우 벅차 간혹 이런 식으로 파티를 꾸려 함께 싸워나가 마물을 사냥해먹고 있다.
그 와중에 파티를 버리고 도망쳐서 배반의 요리인이란 불혹의 칭호가 붙었지만,
뭐 아무렴 어때.. 남들이 뭐라 부르든, 오늘 만드는 요리만 맛있으면 아무런 상관없다.
그래, 요리로 돌아가자.
오늘 내가 만들 요리는 바로 설산의 돌연변이 용, '라비 드래곤'을 이용한 스프와 로스.
우선 가지고 있던 거대한 식칼로 날개죽지를 찢어 뼈를 골라낸다.
그리고 발라낸 살들을 거대한 냄비에 향신료, 소스, 남은 산야채들과 함께 넣고 끓인다.
이때 중요한 건, 발라낸 날개뼈 중, 커다란 녀석은 잔가지를 처리하고 일부러 스프에 넣는다.
라비 드래곤의 뼈에는 철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이걸로 국물을 우려내면 뼈에서 우러난 깊은 감칠맛과 영양소를 동시에 챙길 수 있는데 어찌 함부로 버릴 수가 있단 말인가?
이제 스프 쪽은 대충 정리가 끝났으므로 로스 쪽을 준비한다.
우선, 남은 가슴살 등은 먹기 좋게 잘라낸 뒤, 나뭇가지에 엮어 모닥불 위에 보기 좋게 올려놓고 로스팅 한다.
이때, 가지고 있는 후추, 소금, 설탕을 일정 비율로 혼합해둔 특제 향신료를 골고루 뿌려준다.
향신료는 구이 요리엔 필수 중에 필수. 맛과 향을 배가시켜 준다.
이로서 오늘의 저녁 만찬, 라비 드래곤을 사용한 날개 스프와 가슴살 로스가 완성.
요리가 끝난 것을 알리기 위해, 가지고 있던 빈 냄비에 국자를 두들겼다.
그러자, 밥 시간이 됐다는 것을 눈치챈 식충이들이 모닥불 근처로 모여들었고.
우리들은 일주일 넘게 먹어보지 못한, 제대로 된 밥 다운 밥을 먹을 수 있었다.
그래, 감상도 빼놓을 수 없다.
우선은 가슴살 로스, 은은하게 올라온 불의 향기와 맛이 겹쳐진 가슴살 로스는 기름이 좔좔 흘러 쫄깃한 식감을 가져다준다.
여기에 살며시 풍겨오는 후추 내음, 아아.. 최고로군.
로스를 먹다보면 기름져서 목이 텁텁할 것 같은 입 안을 잘 끓여진 스프가 시원하게 넘겨준다.
그야말로 환상의 궁합!
파티는 배를 불린체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고, 새벽이 될 때 까지 쉬었다가 그대로 마차를 이끌고 출발했다.
아무리 베이스 캠프를 설치할 만한 낮은 지역이라곤 해도, 사람의 왕래가 적은 이런 곳은 어딜가나 마물의 영역이다.
제대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지만, 소풍은 집에 도착할 때 까지가 소풍이란 격언을 세기며, 우리들은 서둘러 마을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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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 거신룡의 유적]
마을에 도착하고 나서, 라비 드래곤을 해체하고 남은 고기, 뼈, 기관 등을 처분하고 난 뒤,
새로운 모험의 채비를 끝마친 다음에 파티가 목표로 한 곳은 바로 깊은 밀림 속에 자리잡은 한 유적군.
전설속의 '거신룡'이 봉인되었다고 전해지는 바로 그 거신룡의 유적이었다.
설산이 너무나도 추워서 활동하기 힘들었다면,
밀림은 그 특유의 가득 찬 꿉꿉한 습기가 우리들의 체력을 빼앗았고.
동시에, 유적의 탐색과 함정의 설치를 둔하게 만들었다.
"이런 곳에 정말로 환상의 드래곤이 있을까?"
"먼저 찾아갔던 조사대가 돌아오지도 않고 행방불명 됐다잖냐, 이곳에 도착했을 때 흔적이 있었는데, 시체 한 무더기도 없었던 걸 보면 드래곤한테 다 잡아먹혔다는 거지, 그러니까 확실하게 있을 거야."
"그런 끔찍한 소리는 제발 함정 치는데 하지 말아줄래?"
"넌 식인 곤충이란 애가 왜 이리 징그러운 거에 내성이 없어?"
"식성이랑 성향이랑은 다른 문제거든요!?"
"쉿, 조용히 해! 뭔가 온다!"
유적 곳곳에 혹시나 벌어질 전투를 대비한 對 드래곤용 함정을 파두던 와중,
용의 등장과 흐름에 민감한 버스터 블레이더가 뭔가 눈치챈 듯, 우리의 움직임을 멈추고는..
조용히 자신의 등 뒤에 맨 거검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고에에에엑!-
유적의 벽을 부수며 푸르딩딩한..
마치 슬라임 샤베트를 뭉쳐놓은 것 같이 생긴 얼빵한 얼굴의 드래곤이 나타났다.
"이 녀석은?"
"프로텍트 드래곤이야!"
드래곤의 마석을 수집하기 때문인지, 드래곤의 습성, 종류에 빠삭한 크루드가 자신이 알고 있는 종이라며 소리쳤다.
"거신룡이 아닌건가?"
"유적같이 버려진 돌더미 주위에 서식하는 중하급 드래곤이야, 아마 이 유적이 버려져서 둥지삼아 살고 있었던 모양이네."
프로텍트 드래곤,
흔히 습지등에 서식하는 중하급의 드래곤으로서,
슬라임 같이 축축한 몸체를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내구성은 뛰어나지만 그다지 공격력이 높질 않아
상급의 모험자에겐 별로 위협적이진 않은 상대라고 한다.
"쿡, 저거.. 먹을 수 있는거냐?"
그렇게 프로텍트 드래곤과 대치하고 있던 도중, 버블 녀석이 내게 저 드래곤을 먹을 수 있는 거냐며 물어왔다?
어디보자.. 흐물거리는 몸체.. 육체에서 땀 같이 흐르고 있는 건가?
그것도 아니면 몸 전체가 슬라임 같이 축축한 액체 상태인 걸까?
아무래도 젤라틴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미끌미끌한..
마치 젤리나 도토리 묵을 먹을 때 느껴지는 식감이 나올 것 같아, 요리하는 게 조금 기대되기도 했다.
"젤라틴인 거 저 피부? 음.. 액체가 좀 많을지도 모르겠는데..."
"음, 젤리로는.. 안됄까?"
"해봐야 알 것 같은데.."
"지금 요리 의논하고 있을 때야! 빨리 좀 도와!"
나와 버블이 저 말랑망랑한 녀석을 어떻게 손을 볼까.. 하며 고민하던 와중,
함정을 파고 있던 트리온과 크루드는 이미 전투에 들어간 모양이다.
"칫, 하는 수 없구만! 내가 놈의 주위를 끌게! 그 사이에!"
"놈의 목은.. 내가 친다!"
버블과 양 갈래로 흩어져 프로텍트 드래곤을 가운데에 두고 서로 식칼과 거검으로 녀석을 베어넘겼다.
놈에게서 베어진 부분은 마치 물이 튀듯, 바닥에 흩뿌려졌고.
녀석은 고통을 느끼며 주위의 사물들을 닥치는대로 부수고, 이윽고 그것들을 자신의 몸에 부착하면서 반격하기 시작했다.
"음? 참격이 얕아졌다?"
"놈은 근방의 돌맹이와 몬스터의 시체로 갑옷을 만드는 특성이 있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표피가 단단해질 거라고!"
"그런 건 좀 빨리 말했어야지!"
"귀찮게 한 방에 안 베이다니..짜증나게.. 반룡!"
크루드의 말처럼 거검과 식칼이 제대로 안 듣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녀석의 표피에 붙어버린 일시적인 갑옷 탓이겠지.
자신의 검이 시원스레 드래곤을 벨 수 없단 것에 짜증을 내기 시작한 저 다혈질 용살자는 데리고 다니는 귀엽고 하얀 용을 불렀고.
그의 반룡은 입에 뭉특하고 날이 커다란 검을 물어 그에게 건네주었다.
"무기를 바꾸는거야?"
"놈 같이 쓸때없이 단단한 놈한텐.. 바로 이 '암드 버스터'다."
검을 바꿔든 버스터 블레이더는 그대로 녀석의 품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는 놈의 갑옷이 가장 많이 붙은 등을 노려 그대로..
"데야아아아아앗!!"
-콰앙!-
크게 내려쳤고,
검이 내려쳐진 충격과 동시에 놈의 표피에 붙은 유사 갑옷이 단박에 사방으로 부숴지며 흩어졌다.
"우왁! 놈의 갑옷이 다 부숴졌어!?"
"암드 버스터는 이런 식으로 베는 게 아니라 때려 부수는 데 특화된 파괴검이니까.. 이대로 구살한다!"
베어서 안 죽으면 때려서 죽인다!
그런 발상으로 한참을 씨름하던 우리는 약 5분 정도의 시간 동안 녀석과 전투한 끝에 프로텍트 드래곤을 바닥에 눕혀버릴 수 있었다.
"후.. 됐다."
"거 참 난폭하게 수렵하네.."
"이제 됐어, 어서 먹자."
"먹을 생각 밖에 없는거야!?"
무슨 그런 당연한 소리를.
용살자는 용을 사냥하는 게 당연하다면, 요리사는 전리품을 먹을 생각밖에 안 하는 것이 상식.
쓰러진 프로텍트 드래곤의 살집을 식칼로 갈라본다.
예상대로의 끈적거리지만 액체라기 보단 물렁거리는 살덩어리다.. 이건.. 젤라틴이라기 보단.. 그래! 콜라겐!
흔히 족발, 돼지 껍데기에 붙어있는 그것이다!
이거라면.. 입에 넣었을 때, 예상 이상의 쫀득함이 기대된다.
그렇다면 굽는 것 보단 삶는 것이 더 맛있을 지도 모른다.
녀석의 등껍질은 딱딱해서 먹을 수 없을 것 같으니, 이대로 배와 팔 다리만 잘라, 특제 소스와 함께 푹 재워두면
엄청나게 맛있는 드래곤 찜이 될 게 분명..
나는 군침을 삼키고, 녀석을 해체하려던 그때..
"잠깐만! 기다려봐!"
"왜그래? 설마 이제와서 안 먹겠단 이야긴.."
"그런 게 아니라고! 저기! 유적의 동상 부분을 봐!"
"?"
트리온이 손가락으로 유적 중앙의 동상을 가르키자, 우린 그곳으로 시선을 집중했다.
그리고.. 떨렸다, 동상이, 마치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듯이.. 격하게!
그것과 동시에!
-콰앙!-
-쿠에에에엑!-
동상의 실루엣과 동일한 유선형과 황금빛 비늘,
거대한 날개로 자유롭게 유적 상공을 누비는 거대한 드래곤..
"황금 빛의 용!?"
"이 녀석은?"
"그래, 틀림없어, 이 녀석이 거신룡 펠그란트! 이 유적에 봉인된! 진짜 주인이야!"
크루드의 말대로, '거신룡 펠그란트'의 위용 넘치는 모습에 우리는 하나같이 전의를 상실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상대하라면 상대 못 할 것도 없지만.
함정 설치로 인해 제대로 휴식도 못 취했고, 거기에 덧붙여 프로텍트 드래곤과 전투하느라 막대한 체력을 소모.
이런 상태로 드래곤과 연전을 펼치라니.. 백전연마의 요리사인 나라고 해도 무리다.
"칫, 신성한 밥 시간때에 하필이면.."
-후웅!-
"튀어!"
그렇다면 남은 답은 단 하나.
바로 도망치는 것.
제대로 싸울 수 없는 우리들이었기에 거대한 발톱과 날개를 피해 유적 내부로 피신하며
거신룡의 공격을 유적 구조물을 방패삼아 목숨을 연명할 수 밖에 없었다.
하다못해 콜라겐 가득한 프로텍트 드래곤의 찜을 먹었다면 체력이 좀 붙었을 텐데.. 아쉽다, 무척이나 아쉽다.
빨리 해체해서 냄비에 넣고 삶았어야 했는데.. 이러다간 고기가 상할지도 몰라!
-콰앙!-
"칫, 전투는 피할 수 없을 것 같군.. 트리온! 함정 설치는?"
"다 못했지만 그나마 3구역에 쳐놨어! 하지만.. 저렇게 날아다니는 타입에겐 바닥 없는 함정은 소용이 없을거야.."
"그럼 별 수 없지.. 끈적이 함정 쪽으로 유인한다! 모두 따라와! 놈을 유인한다!"
전투를 도맡는 버스터 블레이더 녀석이 도망치는 것을 포기했다.
유적 내부로 도망친다 할 지라도, 녀석의 잠을 꺠운 우리들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맹렬히 쫒아왔으니 그럴 수 밖에 없는 노릇.
각오를 굳히고 거신룡의 목을 베는 것 밖에 살 수 있는 길은 없다고 우리 모두 그렇게 판단했다.
우선은 버스터 블레이더 녀석이 방금 든 거검, 암드 버스터를 방패 삼아 최대한 거신룡과 대적하며 시간을 벌었다.
그 시간 동안 우리들은 트리온이 사전에 설치해둔 끈적이 함정이 설치된 방으로 이동해 함정을 가동시킬 준비를 끝마치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크윽!"
"아까처럼 때려서 기절시킬 순 없는 건가?"
"지능이 상당히 높은 건지, 암드 버스터의 충격점을 벗어난 부분만 노리고 있어.. 이래선 기절시킬 수가 없어!"
"이쪽이야! 빨리 뛰어!"
트리온의 신호에 맞춰, 나와 크루드는 함정을 가리고 있던 움막 끈을 움켜쥐었다.
거신룡과 대치하고 있던 버블 녀석은 대치 상태를 풀어 급히 방으로 녀석을 유인하였고.
녀석이 방해 들어섬과 동시에, 우리는 끈을 힘껏 당겨 함정을 작동시켰다.
그러자,
-쿠에에엑!-
거신룡의 발을 지탱해주고 있던 바닥이 무너짐과 동시에,
천장에 설치해 뒀던 끈적이 액체가 동시에 덮쳐 거신룡의 움직임을 봉했다.
"됐다! 성공이야!"
"크루드! 유적 천장을 무너뜨려! 놈을 산체로 매장한다!"
"에엑!? 그치만 모처럼 만난 전설적인 용인데!?"
"사는 게 우선이지! 빨리 해!"
"알았다고!"
계속된 대치로 체력을 상당히 많이 빼앗긴 건지,
왠만해선 직접 용을 사냥하려는 버스터 블레이더가 사냥을 관두고 매장하는 것을 선택.
크루드에게 천장을 부술 것을 지시했고.
크루드는 지시대로 천장을 부술 법한 불의 마법을 영창해, 천장을 향해 쏘아올렸다.
작아보이던 마법의 불길은 천장과 부딪히더니 밝은 불빛을 내뿜음과 동시에 폭발했고.
-쿠에에에엑!-
이윽고 유적의 천장과 함께 끈적한 함정에 빠져 움직이지 못할 거신룡은 유적 천장과 함께 묻혀 버렸다.
"휴우.. 어떻게 되는 줄 알았네.."
"그래, 언니들한테 돈을 송금하기 전에 죽을 순 없는 노릇이지."
"나 같은 방랑자는 몰라도, 너희 같은 라이센서들은 죽어도 교회 같은 곳에서 소생받으면 되잖아?"
"그거 몰라? 왕국 출신 아니면 라이센스 받기 힘들다고."
"이봐."
"정말인가? 음.. 왕국도 참 쫀쫀하게 변했군."
"이봐."
"그렇다니까, 하여간에 쫌생이들 같아서는.."
"다들 그만!"
"왜그래?"
"조용히 해봐.."
"?"
"뭔가.. 들리고 있어."
...................
"피해!!"
-콰아아앙!-
촉이 날카로운 버블 녀석의 구호 덕분에, 우리는 사방으로 흩어졌고, 그와 동시에
유적의 바닥위로 거신룡의 발톱이 튀어나왔다.
녀석은 그 끈적한 함정+무너지는 천장 속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빠져나와 다시 우리를 습격하는 것이었다.
"말도안돼! 바닥을 뚫고 나왔단 말이야!?"
"역시 거신룡이라 들을 만 하구만.."
"반료오오옹! 드래곤 버스터다!"
-뀨웅!-
매장도 실패했다면 이젠 정말 죽든 살든 싸우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완전히 전망 없는 상황은 아니다. 거신룡도 함정과 천장의 이중세례 때문인지 체력이 많이 빠진듯 씩씩거렸다.
이 기세라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버블 녀석은 새 검을 쥐여들고 놈과 대치했고. 우리들 역시 각자의 무기를 빼들어 거신룡과 대치, 전투를 시작했다.
"그 가느다란 걸로 싸우게?"
"암드론 놈의 비늘을 벨 수가 없어, 하지만, 용의 비늘을 전문적으로 벨 수 있는 주술적 코팅이 마쳐진 이 드래곤 버스터라면 얘기는 틀리지!"
"자기 검 자랑은 그만두고 좀 도와!"
이 자식들아.. 내가 아무리 최고의 요리사라고 할 지라도, 식칼로 드래곤과 힘겨루기 하고 있으면.. 팔에 힘 빠진다고!!
"데야아아앗!"
-킹!-
"칫! 얕았어!"
나와 트리온이 거신룡의 발을 묶고있는 사이, 버스터 블레이더가 자랑의 검으로 용의 목을 올려쳤지만.
검이 베어들어가는 동안 거신룡이 목을 크게 틀어 완전히 베는 것에는 실패.
얕은 상처를 내는 덴 성공했지만, 그 정도 가지곤 드래곤을 죽이기에는 턱 없이 부족했다.
"큭, 체력이 떨어진 탓인가.. 올려배는 힘이 부족했어.. 이대론 놈의 목을 벨 수가 없다."
"이제와서 그래도!"
우리들의 체력 역시 한계..
주력 공격수인 버블 녀석의 검이 체력 한계 때문에 무뎌진 이상, 승산이 적었다.
하지만..
"놈의 상처에 내가 식칼을 꽂겠어... 놈의 상처가 벌어지면 그때를 노려."
여기선, 누가 한명 희생을 각오해서라도.. 놈을 잡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버블 녀석 다음으로 전투력이 그나마 나은 내가 나설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거신룡이라고 할 법한 저 풍체, 군데군데 알맞게 근육진 살덩어리들을 구워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그것을 맛보기 전엔 절대로 죽을 수 없으니 말이다.
"괜찮겠어 쿡?"
"그러다가 또 배신하고 튀는 거 아니지?"
"놈을 먹어보기 전에 튈까보냐! 놈의 주위좀 돌려줘, 그 사이에 식칼을 꽂아넣을테니."
"맡긴다."
모두와 아이 컨텍트가 끝나고.
우리는 사방으로 흩어져 동시에 드래곤을 노렸다.
크루드가 가까스로 짜낸 마력으로 마법을 영창, 드래곤 주위에 조그마한 번개들을 만들어 주위를 분산시켰고.
그 사이를 트리온이 파고들어 나이프로 발가락 사이 사이를 공격, 신경을 발에 쏠리게 하고.
주위와 신경이 딴데 팔린 놈의 시야 바깥에서부터 내가 침투해,
버블이 만들어냈던 목 언저리의 상처로 식칼을.. 꽂아넣었다!
-푸훅!-
-끼엑!!!-
좋아, 제대로 들어갔다.
하지만 한 번 찌른 것 가지고는 제대로 상처를 냈다고 할 수 없다.
특히 용 같이 끈질긴 생명체에 대해선 말이다.
하지만, 찔러버린 이상, 이 쪽의 승리다.
"찔렀으면!"
-꾸구구구국-
"돌-려-야-지!!!"
-끼에에에에엑!!!-
"우와.. 엄청 아프겠다..."
식칼 손잡이에 살짝 나 있는 코등이를 잡고는, 꽂혀있는 식칼과 상처를 함께 '돌려'버렸다.
식칼이 돌면서 녀석의 상처는 점차 벌어지며 선혈이 난무했고.
천하의 거신룡이라 할 지라도 내부의 상처 돌림엔 장사 없는 법.
엄청난 고통을 호소하며 소리치는 것을 버스터 블레이더는 놓치지 않았다.
"그대로 잡고 있어라 쿡! 우랴아아아아아아!!!"
-퀘에에에에엑!!!-
마무리로 내려쳐지는 무겁고도 날카로운 참격.
기분나쁜 단말마를 끝으로, 거신룡의 목은 황금빛으로 빛나던 몸체와 떨어졌다.
이로서 간신히.. 프로텍트 드래곤에 이어.. 거신룡까지 수렵할 수 있었다..
죽기 일보직전이었지만 말이다.
"하아.. 하아.. 하아.."
"아.. 지친다.."
"해낸거지.. 우리? 전설의 드래곤을.. 토벌한거지?"
"그런 것.. 같다."
"으앙.. 저승에서 언니들이 굶어 죽는 걸 기다릴 뻔 했다고.."
모두가 그로기 일보직전.
제대로된 휴식도 취하지 않고, 뱃속에 제대로 된 걸 넣은지 오래된 체, 연전을 겪으며 간신히 따낸 승리다.
파김치 처럼 늘어지는 것도 당연..
하지만,
"이럴 때가 아니지.. 빨리 요리하자."
그렇다고 해서 내가 쓰러질 순 없는 노릇.
거신룡을 잡았으니, 신선도가 떨어지기 전에 빨리 요리해야 한다.
"저 녀석, 저럴때만은 체력 넘친단 말이야."
"우리도 돕자."
드래곤의 목살 하면 단연코 스테이크다.
왕도중의 왕도, 베스트 중의 베스트, 그래, 이렇게 훌륭하게 물오른 드래곤을 사냥한 것이다.
그 승리의 만찬으론 당연히 스테이크 이상의 것은 없다.
버블 녀석이 잘라낸 목을 서서히 해체한다.
우선 비늘을 벗기고, 큼지막한 목을 베어낸다.
내부의 뼈가 있어도 상관없다, 뼈 채로 굽는다고 해도 맛있을 게 분명.
특히 이 거신룡 펠그란트의 목은 힘줄이 잔뜩 박혀있는 듯 보이면서도 살코기로 풍부하게 차 있다.
그것을 구워서 입에 넣었을 때, 엄청난 만복감이 찾아올 것은 굳이 먹어보지 않아도 확연!
스테이크는 다른 이들의 기호에 맞춰 구워야 하므로 프라이펜에 기름을 두르고 향신료를 살짝 뿌려 밑준비만 해둔 뒤,
맨 마지막에 토치 버너를 이용해 화끈하게 구워내는 것으로 마무리 해야 한다.
그렇게, 목의 해체작업이 끝났으니 다음은 놈의 머리통을 해체한다.
용의 머리는 대부분 장신구로 소모되므로 가죽과 이빨은 쓰지 않지만 혓바닥, 눈알 등의 기관을 뺀다.
드래곤 머리의 기관중, 뇌 부분에 '용설'이라는 기관이 있다.
이 기관은 특히나 식감이 특이해서, 마치 튀김이나 잘 물오른 야채를 씹는 것 같은 아삭함을 안겨다 준다.
하지만, 제때 손질하지 않으면 금방 딱딱해져 왠만한 식당에선 먹어볼 수 없다.
그렇기 떄문에 용살하고 바로 먹는 별미중의 별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별미를 오늘은 훈연으로 조리한다.
나무 꼬치에 용설을 메달아 냄비 위에 올려둔다.
물론, 살짝만 훈연할 것이기 때문에 숯은 쓰지 않는다.
기관의 손질, 스테이크의 준비를 마치고, 남은 부분의 정리를 동료들에게 부탁한 뒤,
프로텍트 드래곤을 해체하려다 만 장소로 돌아간다.
그래, 기왕 해체했는데 요걸 그냥 파리 먹이로 내버려둘 순 없지.
이미 상당히 시간이 지났지만, 잘라냈던 부위는 아직 쓸 수 있었다.
가슴, 팔 부분의 살만 베어내고 나머지는 방치한다, 어차피 더 만들 체력도 없지만.
다시 돌아와서 새로운 냄비를 꺼내 프로텍트 드래곤의 살덩어리를 삶는다.
여기에 아까 말했던 특제 소스를 투하, 거기에 어제 먹다 남은 레드 와인을 붓는다.
고기를 삶을 때 술이 들어가면 더 환상적이게 변한다는 것은 요리의 상식.
이렇게 3종의 고기 요리를 준비했으니까 나머진 야채다.
고기를 먹는데 야채가 빠져선 결단코 안됄 일, 주위에서 고블린의 비약 같은데서 흔히 쓰이는 고대 리프를 잔뜩 뜯어왔다.
이것을 살짝 대쳐 잎사귀 쌈으로 삼는다, 당연히 프로텍트 드래곤의 부위와 함께 먹을 것이다.
남은 줄기와 식료로 가져온 야채들을 씻어 샐러드로 만든다.
발사믹, 키위, 갈릭 등의 드레싱도 바로 제조해 셋팅.
냄비에서 프로텍트 드래곤의 살덩이가 보기좋게 익은 것을 확인, 꺼내서 깍둑썰어 보기 좋게 배치한다.
용설 훈연은 꼬치에서 뺴서 각각 접시에 1개씩 배분.
마무리로 준비해둔 프라이팬에 스테이크를 올려 파이어!
이것으로 오늘의 만찬, 드래곤 스테이크, 용설 훈연, 프로텍트 드래곤 수육, 거기에 만찬 샐러드가 차려졌다.
남은 건.
""""잘먹겠습니다!""""
먹어치우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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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연재 대회 팬픽 3탄입니다.
이번화도 다큐멘터리라기 보단 모험담이 됐네요.. 애초부터 이렇게 될 것 같았지만..
사전 브금에서도 느끼셨듯이 몬스터 헌터의 풍미가 좀 많이 묻어져 나오는군요.. 노린 점도 없진 않습니다만.
사실 요런 파티로 용살 모험담을 적으려 했었던 초기 기획을 살려봤습니다.
몬스터 헌터라기 보단 던전 밥이 되버린 것 같지만.. 아무렴 어때.
재밌게 읽어주시기만 해도 황송하니, 오늘도 맛있는 밥을 드시길 기원하면서~ 이만 물러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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