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매너를 지키며 즐거운 식사를!=
=본 작품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 및 단체명은 실제와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모두 가공의 것임을 밝힙니다.=
-띵, 동, 띵, 동-
"네~ 이번 역은 마계 광장, 마계 광장 역입니다~"
붉은 쇼트컷, 남색의 제복을 입은 귀여운 인상의 여성 버스 가이드가 다음 도착할 장소를 안해주었다.
버스의 창밖에 보이는 것은 검붉은 하늘, 길처에 굴러다니는 뼈와 흉흉한 무기들의 파편, 그리고 시체의 잔재인 뼈다귀들.
그렇다, 이곳은 바로 악마, 귀신, 괴물, 그 모든 것이 살아 숨쉬는 지옥의 땅 '마계'.
산 자는 결코 살아서 돌아갈 수 없으며
죽은 자는 결코 다시 죽을 수 없는 특이한 법칙에 지배되고 있는 이 세계에서, 오늘도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는 나는,
치열함과 긴장감, 그리고 보다 높은 경지와 맛을 추구하는 요리를 발견하였고.
지난 내 몇년간의 이야길, 이 글에 옮겨 적고자 한다.
----제 2 회, 악마의 조리사, 마계 레스토랑의 생존과 극악미(極惡味)의 요리 편---
[마계, 마계광장 중앙, 레스토랑 유 어 데드라이징]
흉흉하고 별 볼일 없는 마계광장의 변두리. 그곳에는 마계 전체를 놓고 봐도 일류중의 초일류의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식당.
그곳이 어디냐고 물으면,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만이면 만. 단 한곳의 이름을 언급할 것임이 분명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마계에 식당이라곤 단 한곳 마계 유일의 레스토랑 유 어 데드라이징 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손님은 남녀노소, 천사 악마 드래곤 할 거 없이 누구나 받는,
거짓말 처럼 헐렁하며 때론 마계의 규칙 같이 철저하기도 한 맛의 지옥이 바로 이곳이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일개 견습 요리원이다.
-달그락, 달그락-
-웅성웅성-
고풍스러우면서도 편안한 내부 분위기완 어울리지 않는,
기괴한 생김세를 가진 마계의 손님들로 가득한 공간. 손님들의 종류는 그야말로 다양했다.
날개가 달린 손님, 뿔이 달린 손님, 팔이 4개거나 아예 없기도 하고,
입이 너무 크기도 하고 입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음식을 먹기도 하고.
마계라는 특이한 세계에 걸맞는 손님들 답게 공통점이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으나.
유일한 공통점이 있다면 단 하나, 바로 이 곳의 요리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이렇게나 좋아하는 요리를 만드는 장소인 주방에선.
"3번 테이블의 요리가 비었잖나! 코스 담당! 빨리 안 움직여!"
"이런 셰이프 스네치 같은 자식! 너 같이 느려 터진 놈은 내 가계의 기생충이나 다름없어! 가서 당장 머리나 식히고 와!"
"잘 들어! 네가 만든 요리는 레오 위저드 같이 쓸때없이 겉멋만 잔뜩 들은 허풍쟁이 같은 요리다! 알아들어! 당장 다시 해! 이 얼간이! 머저리! 그레이트 모스 같은 자식!"
뜨거운 공기, 가득찬 수분, 그리고 온갖 욕설이 난무하는 주방 내부.
그곳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외팔의 요리인, 인상 만큼이나 입도 험한 '악마의 조리사'였다.
그는 바로 이 레스토랑의 총 지배자이자 현장 작업 총 책임자, 거기에 수석 셰프라는 자리를 모두 도맡고 있다.
그야말로 그 자신이 이 레스토랑의 얼굴이자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난 마계에서 그의 요리를 맛보고 감동에 빠져 당장 제자로 받아들여 달라고 사정했고.
접시 닦이가 부족했는데 잘됐군, 이라며 그는 나를 채용, 반년 동안 접시닦이며 주방 준비같은 허드렛일을 하면서도 열심히 돕고 있었다.
그러한 나날을 보내던 중, 기어코 사건이 하나 터지고 말았다.
"아직도 이곳에서 장사하고 있단 말인가!"
가게 안으로 들어온 악마의 군단.
그들은 이 마계를 주름잡는 천하의 대왕, '전율의 흉황 제네시스 데몬'군의 일원들이었다.
그들은 항상 마계의 질서를 유지한다는 명목 하에, 제네시스 데몬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을 마계에서 몰아내는
이른바 '깡패같은' 짓을 일삼고 다니는 무리들이다.
그런 불합리하고도 비참한 일들이 벌어진다고 해도 누구에게 하소연 할 수도 없다.
왜냐면 마계라는 곳은 그야말로 약육강식이 강요되는 장소.
약한 자는, 패배자에게 구원의 손길 따윈 내려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러한 약한 자들을 만들어내는 데몬군의 일원들에겐 그 누구도 거역하지 못하고 패배자가 되어 터전을 잃게 된다.
이번엔, 우리가 그 타겟이 된 것인가!? 라며 벌벌 떨었다만..
"뭔데 내 가게에서 소란질이지?"
주방에서 사태를 지켜보고 있던 가게의 주인, 악마의 조리사.. 바로 그가 나서면서 사태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당신이 그 유명한 악마의 조리사인가?"
악마의 왈패들 사이를 해치고 걸어나온 것은 우리의 배 이상가는 덩치를 가진 2M급의 장신 전사.
'데몬 솔저'.
그는 군단의 선봉장으로서 엄청난 무훈을 쌓았다고 전해지는 전사.
당연히도 그가 나온 것 만으로도 우리같은 일개 요리인들은 그저 벌벌 떨 수 밖에 없는 노릇.
하지만, 이 가게의 주인은 절대로 굽히지 않았다.
"그래 맞다만, 그래서 뭐? 밥 먹으러 온 거 아니면 당장 꺼져, 딴 손님들에게 방해돼."
"마계의 지배자, 제네시스 데몬님의 칙령으로 찾아왔다, 이 레스토랑은 오늘 부로 문을 닫아주셔야 겠어."
"누구 멋대로 문을 닫으라 마라 X랄이야? 돌았냐?"
"제네시스 데몬님의 칙령은 이 마계의 일원이라면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다, 그분은 마계의 법칙이자 전부니까."
"그딴거 알게뭐야, 여긴 내 식당이고 내 지옥이다, 내가 주인이고 내가 신이나 마찬가지인데, 누구 멋대로 발을 빼라 마라야? 개소리 집어 치우고 당장 꺼져!"
평소에도 입이 험한 그는 단 한치도 굽히지 않고 데몬 솔저의 말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런 그의 태도에 하는 수 없다는 듯, 데몬 솔저는 등에 짊어진, 자신의 키와 거진 동급의 검을 빼들었다.
아무래도 실력 행사를 하려는 모양이다.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 아니, 되려 이렇게 나오는 걸 기대하고 있었지."
"뭔 개소리야?"
"당신은 일전에, 마계 최강의 이름을 떨치던 버서크 데드 드래곤을 토벌한 적이 있다고 하더군, 그 '오른팔'을 희생해서 말이야."
"아 그거? 손님한테 팔아치울 고기가 부족해서 뭔가 팔 게 없나 싶어서 처 잡았는데, 먹어보니 너무 질기더라고."
"훗, 소문은 사실인 것 같군.. 그렇다면 상대로선 부족함이 없지!"
검을 빼든 데몬 솔저는 자세를 잡고 자신의 투기를 한껏 높이며 그와 대치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자세도 취하지 않고는 그저 데몬 솔저를 응시할 뿐, 싸우는 자세를 취하지도, 방어의 태세를 굳히지도 않았다.
"뭐지? 그게 당신의 자세인가?"
"뭔 개소리야, 내가 뭣 때문에 자세를 취해야 하는 건데?"
"호오? 이대로 자세를 취하지 않고 내 검에 녹이되려 한다 이건가?"
"그럴 생각 없다 이 머저리야, 내 가게에선 그 누구도 싸움박질 못해, 그건 나 자신도 마찬가지고, 게다가! 너 같이 허접스런 상대는 굳이 내가 칼을 빼들 가치도 없어!"
당돌하게도, 악마군의 최전선에 서는 전사에게 너 따윈 내가 칼로 썰지 않아도 충분하다며 도발하는 그의 모습에
데몬 솔저는 호탕하게 나온다며 크게 웃었다.
"허, 내가 당신이 토막낸 버서크 데드 드래곤 보다 못하다 그건가?"
"누가 그렇다나? 마계 투쟁의 규칙 알지? 영지에선 그 영지에 맞는 결투를 해야 한다."
"이 레스토랑이 당신의 영지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그래, 여긴 내 레스토랑이니까, 내 레스토랑에서의 결투는 당연히 손님과 나의 싸움이지, 그러므로 내 요리로 승부다."
그는 당당히도, 데몬 솔저에게 칼을 맞대는 것 대신 자신의 요리를 먹으라고 권하였다.
그것이, 그 자신만의 싸움법이라면서 말이다.
"재밌군, 자신의 요리를 먹고 판단하라 이건가? 하지만 이거 어쩌지, 그 어떤 요리를 내놓더라 할 지라도, 내가 맛 없다고 말하면 그만인 것을."
"그럴 일은 없을거다 팔푼아."
재밌다는 듯이 악마의 조리사가 내민 제안을 받아든 데몬 솔저는 그대로 레스토랑의 전망 좋은 테이블에 앉았고.
부하들 역시 그 주위 식탁에 앉아 요리를 기다렸다.
물론.. 기다리는 것은 요리가 아니라, 데몬 솔저의 지령에 맞춰 가게를 부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걸 테지만 말이다..
"뭣들 하고 있어! 당장 준비하지 않고!"
왈패 손님들의 거처는 신경쓰지 않고, 그는 주방으로 돌아가 당장 요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장, 우리들에게 어떤 요리를 만들 것인지를 알려주었다. 그가 지시한 요리는 우리들을 경악하게 만들기 충분 했지만,
그는 별로 개의치 않다는 듯이, 얼빠져 있는 우리들을 호통쳐 각성시키고는 각자 작업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자신이 직접, 요리를 접시에 담아 데몬 솔져 앞에 내밀었다.
바로,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노란색의 일면이 꺠알같이 잘 볶아진 밥 위에 올려져 있는 정통 '오믈렛'을 말이다.
"오믈렛? 하하하하! 뭘 내오나 했더니만, 마계 제일이라고 하는 악마의 조리사가 내온 요리가.. 고작 오믈렛이란 말인가? 이거야 원 웃기는 군."
뭘 자신만만하게 떠드나 했더니, 고작해야 오믈렛 하나 내놓으려고 그렇게 큰 소릴 쳤단 말인가!
라며 데몬 솔져는 그를 비웃었다.
하긴,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같이 요리한 우리조차도 제정신인가? 라며 걱정했을 정도니까.
하지만.. 그의 표정은 흔들리지 않았다.
"글쎄, 과연 그러려나?"
"뭐?"
"입은 그렇게 나불댄 주제에, 네 오른손은 벌써 스푼을 쥐고 있는데?"
"뭣!?"
그의 지적이 끝나자 마자, 데몬 솔져는 자신의 오른손을 바라봤다.
그의 말대로.. 스푼이 들려져 있는 오른손을..
"뭐.. 뭐냐? 내가 언제 식기를 집은거지?"
"냄새를 맡았을 때 부터다."
"냄새라고?"
"그래, 댁은 이미 내 오믈렛의 냄새를 맡았어, 그 시점부터 이미 얘긴 끝난거나 마찬가지."
자신만만한 태도로 그는 얘기를 계속했다.
"당신의 몸은 요리를, 식사를 원하고 있어, 그러니 자연스레 몸이 식사를 취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움직여 식기를 잡은 거야, 식사를 입 안으로 옮겨넣기 위해서 말이지."
"내가.. 이 요리를 바라고 있다고?"
"입은 몰라도, 몸은 거짓말을 못해."
"말도안돼, 내가.. 이 오믈렛의 풍취에 빠져, 무의식중에 요리를, 식사를 바라게 되었단 말인가!?"
스스로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데몬 솔져,
그 모습에 우리들은 물론이고, 그의 휘하 병사들 까지 놀람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데몬 솔져는 침을 삼켰다.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바란 요리, 그것이 대체 어떠한 맛을 지니고 있는가..
그것을 알기 위해, 그는 오른손에 쥔 스푼을 움직여 오믈렛으로 옮겼고.. 이윽고 노란색 표면과 밥을 담아..자신의 입에 넣었다.
-그러자!-
"읍! 이.. 이럴수가!?"
순간, 데몬 솔져의 입 안에서, 그리고 눈 앞에서 환상의 바다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톡톡 튀며 씹히는 밥알은 그가 빠져버린 맛의 바닷속에서 해염치는 거품!
동시에 그 톡톡 튀는 식감을 부드럽고 감칠맛 나는 노른자가 감싸주며 마치 새하얀 솜털 이불 속에 둘러쌓인 듯한 포근함의 파도!
그리고, 데몬 솔져는 누가 뺏어먹지도 않을텐데도 허겁지겁, 남은 오믈렛을 입 안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한입, 두입, 점차 그 속도는 빨라졌다.
그 모습은 걸신들린 마계의 생물이 사냥감을 물어뜯는 모양세 바로 그 자체!
마계의 전사조차, 그의 요리 앞에 굴복한 모양세를 보인 것이다!
"헉.. 헉.. 마..맛있었다.. 이럴..수가! 대체.. 이게 무슨!"
모든 오믈렛을 비우고, 데몬 솔저는 당황한 듯이 악마의 조리사를 올려다봤다.
"대체.. 이 오믈렛은 뭐지!? 내가 여태껏 먹어본 그 어떤 오믈렛보다.. 아니, 요리보다 맛있었다! 대체 이건 뭐냔 말이냐!"
"뭐긴, 그냥 단순한 오믈렛이지, 너희들 입맛과 상황에 맞췄을 뿐이지만."
"우리들.. 입맛에 맞췄다고?"
그는 천천히, 이 오믈렛의 상세한 비밀을 밝히기 시작했다.
우선 밥알, 이건 단순한 밥알이 아니라, 마계 제일의 스테미너 음식으로 소문이 자자한 '제노사이드 킹 새먼'의 알이었다.
그렇다, 그는 밥알 대신 생선알을 오믈렛에 사용한 것이다.
제노사이드 킹 새먼의 알은 영양가와 맛은 풍부하지만, 조리하기가 무척 까다로운 식품이다.
하지만, 그의 악마같은 조리스킬로 마치 밥알로 착각될 것만 같은 쫄깃한 식감을 가지게 바뀜은 물론.
그 향과 풍체 또한 여타 어느 밥요리에 뒤지지 않게 변했다.
거기에, 마계농장에서 공수해오는 꼬꼬댁 꼬꼬의 알로 부친 노란 달걀 옷.
이것엔 특별히 군사용으로도 쓰이는 활력을 불러 일으키는 스팀팩을 희석한 엑기스를 사용.
단시간 내에 부처냄으로서 부드러운 식감을 살리고, 생선알과 달걀이라는 어찌 맞물리지 않을 것만 같은 조합에 활기를 불어넣어.
데몬 솔저의 후각, 미각을 모조리 만족시킨 것이다.
"그래, 당신네들은 항상 넓디 넓은 마계를 돌아다니지. 마계의 대지를 행군한다는 건 보통 튼튼해서 가지고 되는 일도 아니야,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항상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고, 그 떄문에 스트레스가 쌓이지... 쌓인 스트레스는 몸을 해친다, 그건 백전연마의 전사라고 해도 피해갈 수 있는 화살이 아니야, 그래서, 난 그 해친 몸을 조금이라도 회복시킬 만한 요리를 내놓았다, 그 뿐이다."
거기에 덧붙여. 먹는 사람의 영양소 까지 신경써주면서 말이다.
"하..하하하.. 천하의 데몬 솔저도 악마의 조리사를 이길 순 없었군, 이 요리를 먹고나니, 난 이 레스토랑을 해할 생각이 완전히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데몬 솔저는 시원스럽게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너무나도 깔끔한 선언에 부하들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되려 자신들도 그 요리를 맛보고 싶다며 졸라댔다.
물론, 자신의 식당에 찾아온 자식들을 굶길 순 없는 노릇이지, 라며 그는 당초에 준비한 대로 군단의 머릿수에 맞춰
만들어 둔 오믈렛들을 그들에게 내놓았고. 병사들은 하나같이 황홀한 표정을 하며 오믈렛을 입에 옮겨넣었다.
그렇게 악마군은 한 명도 빠짐없이 오믈렛이 담긴 접시를 비워냈고.
데몬 솔저는 숙연한 표정으로 그에게 경의를 표하며 물러났다.
"하지만, 기억해두시게 셰프, 제네시스 데몬님은 이 레스토랑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계시다는 것을."
"알게뭐냐, 다 먹었으면 빨리 꺼져."
"훗.. 그러도록 하지."
"아, 잠깐만."
"?"
"오믈렛 값은 내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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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악마군 소동이 끝나고 난 다음 어느날,
산 넘어 산, 병사 다음은 왕이라더니.
일전에 데몬 솔저가 이끌고 온 군단과는 비교도 안돼는 규모의 군단,
거기에 덧붙여 그들을 통솔하는 최강의 존재, 이 마계의 지배자.
풍채가 왠만한 산 보다 거대한 악마들의 왕, '제네시스 데몬'이 직접, 이 레스토랑 앞에 행차했다.
="컬컬컬, 그대가 바로.. 악마의 조리사..로군, 내 부하로부터, 이야긴 많이 들었다."=
"이 쓸때없이 커다란 자식은 또 뭐야? 뭔 일로 찾아왔는데?"
"이 놈이 무례하도다! 감히 제네시스 데몬님의 앞에서!"
="컬컬, 됐다, 참거라 데몬의 장성이야.. 데몬 솔저도 경고했을 테지, 네 가게는 내 지배도와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말살하러 찾아온 것이다."=
"그런 주제에 친절하게 나불대기만 하는 건 뭔데?"
="나 역시 마계의 지배자임과 동시에 마계의 주인, 일전, 솔저가 그러했던 것 처럼, 그대의 요리로 승부를 보고싶다."=
"요컨데, 내 요리를 먹고 결정하겠다는 거냐? 거 쓸때없는 짓을 하는구만."
쓸때없이 돌려말하기는, 그는 침을 뱉으며 짜증을 표했으나,
제네시스 대문은 관대하게도 그의 모습을 보며 컬컬대기만 했다.
"좋다, 너 따위한테 어울리는 요리를 만들어주지, 내 가게에 찾아온 이상 네 놈도 손님이니 말이다."
="기대되는 군, 허나.. 기억해두거라 악마의 조리사여, 이 몸은 마계의 지배자, 이 마계 곳곳의 모든 것을 알고 있으나, 이 몸을 만족시켰던 요리는 찾을 수 없었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네 놈은 잘 알겠지?"=
"만족? 시덥잖은 소릴 하는군, 내 레스토랑에 찾아온 이상, 그 어느 누구도 배고픈 체 나갈 수 없다!"
="좋겠지, 내놔라, 네 요리를!"=
그 말을 끝내고, 그는 우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레스토랑의 조리장에선 제네시스 데몬을 위한 식사를 만들수가 없다.
뭣보다 조리기구 하나 하나가 그의 사이즈완 걸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그와 같은 특제 사이즈 손님들에게 제공할 법한 요리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거대한 요리기구들을 창고에서 빼내기 시작해.
레스토랑 바깥에 설치, 그대로 조리를 시작했다.
분명 레스토랑 요리를 만드는데도 거대한 축제음식, 혹은 아웃도어 요리를 만드는 것 같은 기괴한 환경속에서
땀을, 체력을 쏟아가며 굽고, 찌고, 자르고, 손님의 혀를 만족시키기 위한 최상의 요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약 30분 후, 제네시스 데몬만을 위한 특제 요리가 완성되어 거대한 접시에 담겨져 나왔다.
="이건..?"=
"뭐야, 마계의 지배자란 양반이 햄버거도 모르냐? 네 사이즈로 특별 제작한 헝그리 버거다, 맛있게 처먹으라고."
그가 내놓은 것은 다름아닌 마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간단 요리, '헝그리 버거'였다.
단, 기존의 헝그리 버거와 차이점이 있다면, 제네시스 데몬의 입에 들어가기 걸맞은 특대 사이즈라는 것이다.
"이 놈! 불경하도다! 감히 제네시스 데몬님에게 이런 저급한 요리를!"
"저급? 너 지금 저급이라고 했냐! 이런 번개 처맞고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도 시원찮을 자식아!"
"읏?!"
데몬의 장성이 항의하자, 그는 매섭게 장성을 째려보며 역설했다.
"감히 내 앞에서 요리사도 아닌 네가 내 앞에서 요리의 급을 논하는 게냐!? 이 반푼이 악마가!?"
"뭐..뭐라!?"
"인간계, 천계, 마계, 그 어느곳 할 것 없이 요리에 급 따윈 없다! 그 어떤 요리도 만들기에 따라, 먹는 사람에 따라, 그 날의 기분에 따라 맛이 달라지고! 만족도가 달라지는 법! 요리엔 맛의 차이는 있을 지언정 급수에 다른 차이 따윈 존재치 않아! 세상 그 어느 요리던지 고귀하고 정통하다! 그건 신조차 바꿀 수 없는 요리의 진리다 이 해충아!"
장성은 그 일갈을 받고 위축된 듯, 아무런 말도 이어가지 못했다.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시식시간.
제네시스 데몬은 검을 들고 있는 한 손을 내버려두고, 다른 한쪽 손으로 햄버거를 집어 자신의 입에 옮겨넣었다.
-그 순간!-
="이.. 이 것은!!!!!!!!!!!!!!!!!!!!!!!!!!!!!!!!!!!!!!!!!!!!!!!"=
그의 눈 앞에, 우주가 펼쳐졌다.
그렇다, 이것은 맛의 소우주!
한 입 뿐만이 아니다, 먹으면 먹을 수록! 다른 맛이! 극상의 맛이 퍼져나갔다!
그럴 것이다! 왜냐면 거대한 햄버거 패티, 것도 통짜로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다른 고기들을 마계 제일의
숯인 대목탄 18을 이용해 훈연, 차 가공이 끝난 고기들을 마디마디 새롭게 구워내 환상적인 고기 패티로 만들어 냈으니까!
씹는 부위, 입에 넣어놓는 부분마다 맛이 틀려지는 것은 당연지사!
거기에 야체로 쓰인 것은 1등급 야체들인 킬러 토마토! 스플릿 데먼 로즈의 잎사귀! 그리고 당근인!
이러한 1등급 야체들을 듬뿍 넣어 영양소를 파괴시키지도 않고, 동시에 고기의 씹는 맛에 겹쳐지도록 절묘하게 배치,
아삭한 식감을 살려 한층 씹는 맛을 강화해내는 것에 성공.
그야말로 햄버거의 우주 속에서, 그는 맛의 빅뱅을 겪은 것이다!
="실로.. 놀랍도다! 그동안 먹어온 마계 음식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대체.. 무슨 수를 쓴 거냐?"=
햄버거를 모두 털어넣은 제네시스 데몬이 놀란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그는 우쭐한 표정을 하고는 대답했다.
"당신은 항상 그 검을 한 손에서 때어놓질 않아."
"제네시스 데몬님의 검?"
"손님의 스텐스 까지 내가 나무랄 순 없는 노릇이지, 테이블 매너를 가르치는 건 조리사의 본문이 아니니까, 그렇기에 난 당신이 그런 스탠스로도 먹을 수 있는 요리를 내놨을 뿐, 요리에는 맛있는 순간이라는 게 있어, 그건 당연히 만들어진 지 얼마 안됐을 때지, 하지만, 당신은 거구인 것도 그렇고, 한 손에 쥔 검을 손에 놓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양 손을 요리를 먹는 데 쓸 수 없어 식사 속도가 느려지지, 그렇기 때문에 처음 입에 담는 요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계속 먹다보면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지나, 최적의 맛을 즐길 수가 없게 되는 법, 그래서 요리를 남기는 거고, 만족스런 식사를 할 수 없는거다."
그는 말했다.
제네시스 데몬이 매번 만족스런 식사를 할 수 없었던 것은. 그의 식사 속도 때문이었다는 것을.
그는 너무나 거대하기 떄문에 요리또한 그의 사이즈에 걸맞게 나온다.
초거대한 음식은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림과 동시에 만들기 무척이나 어렵다. 맛을 유지하기란 더더욱 힘들다.
하지만, 대다수의 요리사들은 맛을 유지하는 것 쯤은 해결할 수 있다.
허나.. 요리란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퇴색된다. 당연하다, 식품이라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식고, 물렁해지고, 상한다.
그렇기 때문에 먹을 수 있는 최적의 시간대라는 것이 존재한다.
"하지만, 한 손으로도 충분히 먹을 수 있는 햄버거라면, 얘기는 틀리지, 게다가 당신을 위해 만든 특S급 사이즈다, 포만감을 느끼고도 남을 걸?"
그렇기에 그는 제네시스 데몬의 식사 태도와 느린 속도에도 맛을 유지할 수 있는 햄버거를 내놓은 것이다.
="컬컬컬컬컬! 훌륭하다, 과연 훌륭해, 그대야 말로 진정한 마계 최고의 요리사다! 약속대로, 가게를 치우는 것은 철회하도록 하지."=
"헹! 당연하지."
="그리고 또 한 가지.. 내 왕궁으로 와주지 않겠나? 날 위해 요리를 해다오."=
"거절한다."
"뭣!? 이 놈, 감히 제네시스 데몬님의 제안을 거절하다니! 제정신이냐!?"
"잘 들어, 여긴 내 가게이자 내 지옥이다, 그런 장소를 내버려두고 나보고 딴 데서 요리하라고? 목을 내놓더라도 사양하지! 그리고 말이야! 난 출장요리라던가 전속 요리사 따윈 질색이다! 내 요리가 먹고싶다면 네 놈이 내 가게로 직접 찾아와! 알겠냐?"
="컬컬컬컬.. 좋다 마다!"=
이 사건 이후로.
그의 식당은 마계의 지배자조차 인정한 마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서 이름을 날렸다.
천계, 인계, 정령계 어느것 할 것 없이.. 그의 극악하고도 최상의 맛을 즐기러 찾아왔다.
그리고..
그 어느 누구도.. 그가 만들어낸 맛의 지옥에서 빠져나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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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연재 특별편 제 2 탄 입니다.
원래는 1편 같이 다큐멘터리로 헬스 키친같이 풀어내려 했는데..
재미가 드럽게 없어서;;; 평범한 요리만화 처럼 바꿔버렸습니다.
아무튼 3편은 수요일에 낼 수 있어야 할텐데 말이죠...
참고로 저번 화의 퀴즈 정답은 6장 이었습니다.
선봉대장, 취사대장, 보급부대, 증원, EM 래비시 홀스, 모우얀의 카레.
그럼.. 이번화는 몇장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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