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팬픽의 소재는 이 게시판의 한 갤러분이 번역하신 단편만화 2편에서 따와서 살을 좀 많이 붙였습니다.
링크는 여기이니 혹시 궁금하신 분은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http://gaia.ruliweb.com/gaia/do/ruliweb/family/3512/read?articleId=2345612&objCate1=866&bbsId=G006&searchKey=daumname&itemId=546&sortKey=depth&searchValue=%25EB%258D%2594%25EC%258A%25A4%25ED%258B%25B0+%25EB%25A1%259C%25EB%25B8%258C
※ 지난 줄거리
- 쿠로사키 슌이 벌인 말도 안되는 짓(?)을 막고자 얼떨결에 루리에게 고백하긴 했지만,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아서,
멍때리고 있는 유토는 학생회 일에 집중도 제대로..에이 쓰기 귀찮네요. 어쨌든 학생회 회의가 계속됩니다.
- 본편과 달리 메인이 되는 사건의 순서는 사와타리의 사고 -> 아카바 레이지의 사고 -> 쿠로사키 슌의 사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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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회 실, 학생회 정기 회의일
“ 그럼 이제 환경미화부 안건 보고해도 되는거지? 안건의 내용이 뭐야?”
환경미화부 소속의 코우츠 마스미가 안건이 적힌 종이를 보며 입을 열었다.
- 코우츠 마스미 : 똑부러지고 기가 센 환경미화부 소속의 2학년 생. 사와타리와 같은 반이지만 썩 사이는 좋지 않다.
“ 네. 저희 환경미화부에서 올린 안건은 그러니까....(숨을 고르고) 그 저번의....너무나 어이없고 한심하게 짝이없는....”
“ 저기...무슨 기분인지는 알겠는데 너무 사적인 감정을 담지 않는게;;”
유우야가 애써 웃으면서 마스미를 달랬다.
“ 한심하니까 그렇죠. 그게 뭐하는 짓이야. 같은반이라지만.”
“ 그래도말야, 지금까지 다친 사람 중에서 가장 양호한 사람이 사와타리라고? 전교회장님하고 쿠로사키 슌 선배는
중상이야. 병원에 두 달은 넘게 입원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와타리 정도야.”
“ ......뭐 그 일은 한참 지났으니 계속 얘기하죠. 옥상의 난간 부실과 관련해서 저희 환경미화부에서는 사고 후에
각 학년의 계단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 반의 환경미화부 소속 학생들에게 계단 점검을 부탁했습니다.
혹시 계단의 난간이 흔들리거나, 난간의 턱이 부실하다던가, 난간을 지탱하고 있는 바닥에 균열이 있거나
부서지지 않는지, 그 점검의 결과를 정리해 학생회에 보고하겠습니다."
“ 역시 철저해. 마스미 다운데?”
“ 우선 음악실과 과학실로 향하는 3층, 4층 우측 복도의 계단 난간이 많이 흔들린다는 얘기가 들어왔습니다.
아직 옥상 난간의 보수가 들어가지 않은걸로 알고 있는데, 보수작업이 진행되면 음악실과 과학실로 향하는
계단 난간도 교체 공사를 진행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입니다.”
“ 그쪽 계단 난간이 위험하다는거지? 알겠어. 유토. 4층 음악실로 가는 계단과 3층 과학실로 가는 계단의 보수공사도....
저기 유토, 유토?”
유우야가 대답을 하지 않는 유토에게 여러 번 말을 걸었다. 그제서야 멍하니 있던 유토가 대답했다.
“ 응? 아, 방금 뭐라고...”
“ 보수공사. 방금 마스미가 하는 말 들었지? 그거 부탁한다고.”
“ 알겠어. 그러니까 옥상 난간 보수공사는...”
“ 이런이런, 아까부터 제대로 안 듣고 있었구나? 옥상 보수공사 얘기가 아니었는데.”
데니스의 말에 유토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 방금까지 환경미화부 안건을 얘기하고 있었어. 옥상 보수공사 건 얘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 뒤로 미뤄놨었거든.”
“ 아.....마스미, 미안해.”
“ 아냐 괜찮아. 네가 왜 그러는지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고.”
“ 환경미화부에서 조사했는데 옥상 보수공사 시작할 때 과학실, 음악실로 올라가는 계단 난간도 안전하지가 않다고 했어. 그래서 옥상 난간을 교체할 때 같이 보수공사를 진행 하기로 했어. 네가 보수공사쪽 담당하고 있으니까 너한테 물어본거였는데, 내가 괜히 말 걸었네. 괜찮아?”
“ 아, 이제 괜찮아. 계속 해. 나 신경쓰지 말고. 집중해서 들을테니까.”
“ 유토. 계속 멍하니 있지 말고 루리하고 직접 얘기해보는게 어때? 서로 대화를 해야 서운한거나 오해하고 있는 걸
풀 수 있는거야.”
데니스가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요 근래에, 유토는 루리와 만나지 않았다. 아니 서로 피하고 있었다. 루리가 오빠도 유토도 꼴도 보기 싫으니까 눈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던 말 했던 그 날부터, 슌에게 문병을 가는 시간도 엇갈리고 있었다. 서로 피하고 있기 때문에 병문안 시간이 겹치지 않았던거지만. 데니스의 말에 유리는 심드렁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정적이 흐르고 있는데 진동이 울리자, 유우야가 D-패드를 보았다.
“ 어 유즈다. (문자를 보며)유즈 지금 궁도부 부실에 와있는데 루리 연습하고 있다고 하는데?
데니스 말대로 루리한테 가 보는게 어때?”
“ 헤에~아까 볼일 있다고 가본 게 루리한테 간 거였구나? 하긴. 친구니까.”
“ 루리? 오늘 궁도부 연습일 아닌데.”
“ 연습하러 나왔나보지. 대회 얼마 안남았잖아? 유토. 그냥 가. 계속 여기에 있어도 네가 일에 집중 못할 거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알고있어. 계속 멍하니 있는 것도 걱정되고. 저번 일 때문에 마음고생하는거 다 알고 있으니까
빠져도 돼. 정기회의가 아니더라도 보수공사 일은 따로 진행해도 되는거니까, 학생회 인력들도 많고.”
“ 미안해 정말. 나 때문에....”
“ 괜찮아. 다들 괜찮은거지?”
“ 응 괜찮아.”
“ 그럼 유토 다음에 봐-”
“ 잘가-”
학생회 멤버들의 배웅을 받으며 유토는 가방을 들고 서둘러 학생회실을 나왔다. 유토가 나가고 난 후, 소라가 입을 열었다.
“ (사탕을 물고) 나 한 가지 궁금한게 있는데.”
“ 뭔데 소라?”
“ 그 사와타리 선배가 옥상 난간에서 미끄러져서 다친거. 왜 다친거야? 같은 반 마스미 선배는 알지 않아?”
“ 아니 전혀. 그냥 다쳤다고만 들어서.”
그러고보니, 사와타리가 왜 다쳤는지 정확히 이유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평소의 촐싹거리고 가벼운 성격의 사와타리니까 옥상에서 쌩쑈한다고 난리치다가 뭐가 잘못되서 넘어졌겠지-라고 아는게 대부분이었다. 옥상 난간이 부실하다는 것도 사와타리의 희생(?) 덕분에 알려졌기 때문에 사와타리가 다친 일은 학교와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공헌한거라는 말도 나왔었다. 어쨌든, 선도부에서 옥상 출입 금지 공고를 붙인 이후로 옥상에 가는 사람은 없었다. 마스미가 뭔가 생각났는지 입을 열었다.
“ 아 맞다. 세레나? 너 거기 있었다며.”
“ 응. 맞아.”
“ 세레나가 거기에 있었다고? 그러면 유리하고 데니스는 알지 않아? 그 쪽 CCTV도 보고 있을 거 아냐.”
“ 우리가 늘 CCTV만 보고 사는것도 아니라서 전부 다 체크할 수는 없거든. 나하고 유리도 몰라.”
“ 그런데 왜 거기에 있었어?”
“ 사와타리가 불러냈으니까. 내 사물함에 옥상으로 올라오라고 쪽지를 꽂아놨더라고. 그래서 올라갔는데?”
학생회 멤버들의 눈이 커졌다. 사와타리가 불러내?
“ 사와타리가 불러냈다고?”
“ 왜 불러냈는데?”
“ 음 그러니까...”
세레나가 지난번의 일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세레나의 이야기가 시작되자 많이 불쾌한지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짓고있던 유리는 모두가 팝콘을 먹으며 얘기에 빠져드는 동안 휙 하고 나가버렸다.
# 약 보름 전. 옥상
끼이익-하며 옥상으로 향하는 문이 열렸다. 문을 열고 나온 세레나는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놀라 눈이 살짝 커졌다. 그리고 곧, 세레나의 시선은 어떤 사람에게로 향했다. 세레나가 입을 열었다.
“ 네 녀석이냐? 옥상으로 나를 불러낸건?”
세레나가 보고있던 사람은 옥상 난간에 서서 으스대면서 온갖 폼을 잡고 있는 사와타리였다. 사와타리는 세레나를 보며 허리를 숙여 정중히 인사했다.
“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레이디 세레나.”
“ 뭐???? 레이디? 그건 또 뭐야?”
“ 자, 우선 여기에 앉으시죠.”
사와타리의 똘마니들, 평소에 사와타리와 붙어다니는 세 학생들이 얼떨떨해 있는 세레나를 정중한 태도로 테이블로 안내했다. 테이블에는 장식이 들어간 레이스 보자기가 덮여있었고, 그 위에는 붉은 장미꽃을 꽂아둔 화병이 가운데에 놓여있었다. 테이블 위에 차려진 각종 디저트들을 보고 세레나의 눈이 커졌다. 핫케이크, 티라미스, 마카롱, 미니 롤케이크, 슈크림, 에클레어 등 등등 온갖 종류의 디저트들이 예쁜 접시에 쫙 깔려있었다. 테이블에 앉은 세레나의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 (당황하며)이 이건....”
“ 마음에 드십니까? 세레나 아가씨?”
“ 아니 그.....”
세레나가 이리 저리 둘러보았다. 언제부터 준비한건지 모르지만 옥상에는 난간에 알록달록한 리본, 풍선, 꽃장식들이 걸려있었다. 간이 테이블이나 차려져있는 디저트들을 보건데, 꽤 시간을 들여서 준비한 것 같았다.
“ 이것들은 뭐야, 대체 왜 나를 여기에...”
“ 세레나, 당신을 위해 준비했으니 마음껏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 나를...위해서?”
“ 자, 준비됐지? 그럼 시작할게- 음악 큐!”
똘마니 한명이 핸드폰에 블루투스 스피커를 연결했다. 핸드폰을 조물딱 거리자 스피커에서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다. 사물함에 남긴 누군가의 쪽지를 보고 옥상에 올라왔던 세레나는 자기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금 이 광경들이 무슨일인가....싶었다. 입가에 크림이 묻는것도 모를 정도로 열심히 디저트를 먹고 있던 세레나는 사와타리가 아까전부터 등 뒤로 감춘 손에서, 커다란 장미 꽃다발을 꺼내는 것을 보았다. 세레나의 얼굴이 약간 빨개졌다.
“ 그건.....꽃다발?”
“ 세레나, 당신에게 드리는겁니다.”
옥상의 끝자락에서부터 세레나가 앉아서 디저트를 먹고 있는 테이블까지 쫙 깔려있는 레드 카펫. 이것 역시 사와타리의 똘마니들이 준비한 것이었다. 묘하게 능글거리던 사와타리는 꽃다발을 조심스럽게 들고 옥상의 난간에서.......잠시 후, 우당탕탕하는 소리가 들렸다.
# 그 날, 유리의 아지트
너구리 얼굴이 그려진 안대를 쓰고 소파에 누워 잠을 자고 있던 유리는 갑자기 깨어났다. 눈을 가리고 있던 안대를 치우고 유리는 잠에서 막 깬 얼굴로 시계를 보았다. 잠을 꽤 오래 잤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시간은 많이 지나지 않았다. 고작해야 30분.
“ 하암 아직 졸린데....갑자기 깨버렸어.”
기분이 나빠졌다. 그래도 깨버렸으니 다시 잠이 올 것 같지는 않아 아까까지 먹고있던 팝콘 통을 집어 팝콘을 먹기 시작 했다. 뭐하지? 과제야 순식간에 할 수 있으니 이따 하고...데니스는 마술 동아리에 가 있을 시간. 혼자 있는 유리는 뭘 할까 하다가 시간이나 때울 겸 교내 CCTV나 살짝 훑어보기로 했다. CCTV를 훑어보던 유리의 눈에 뭔가가 들어왔다. 옥상으로 계단쪽의 CCTV에 세레나가 잡혀있었다.
" 뭐지? 왜 옥상에 가지?"
세레나가 옥상의 문을 열었다. 유리는 옥상쪽의 CCTV를 살펴보다가 눈이 커졌다. 옥상 CCTV에 들어온 건 다른 반의 2학년 사와타리와 그 똘마니들, 그리고 옥상 문을 열고 나오는 세레나가 눈에 들어왔다. 작긴 하지만 CCTV에 꽃, 풍선, 디저트들이 들어왔다. 음성은 나오지 않지만 사와타리와 세레나의 행동을 보건데 무슨인지 얼추 그려졌다. 유리의 기분이 점점 뒤틀리기 시작했다.
# 옥상
" 으아아아아아악!"
사와타라가 난간의 레드카펫을 밟고 미끄러지면서, 우당탕탕하는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사와타리는 넘어지면서 난간을 붙잡았는데, 난간이 빠져버렸고 앗-하는 사이에 반동으로 몸이 쏠리면서 사와타리는 다른 난간에 머리를 박고 다리는 삐끗해 버린 채 그대로 레드카펫 위에 누워버렸다.
" 사와타리상 정신차려봐요!"
" 아 그러니까 이런 쓸데없는 짓 하지 말자고 했잖아요!"
사와타리는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고, 머리에 커다란 혹이 생겨나있었다. 그리고 사와타리가 넘어지면서 난간을 붙잡는 바람에 빠져버린 난간만 넘어진 사와타리 옆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 저기...너 괜찮냐?"
세레나가 디저트를 먹다 말고 기절한 사와타리에게 다가왔는데, 사와타리는 세레나가 말을 여러차례 걸어도 눈이 뱅글뱅글 돌고 있을 뿐 대답이 없었다.
" 어...쩌지? 많이 다친거냐?"
" 우선 병원부터 데려가야겠어요. 저 이 일 입 다물어주시겠어요?"
" 뭐? 지금거?"
" 여기는 저희가 싹 다 정리할테니까, 사와타리상이 이런 일로 다친거 아무 말도 안해주셨으면..."
" 아니 뭐.....그렇게 부탁하면 해주긴 하겠는데...."
정말 이대로 괜찮은걸까? 똘마니 하나가 여전히 정신 못차리는 사와타리를 업어갔고, 나머지 두 사람이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옥상을 치우고 있었다. 신속하게 움직인 덕분인지 옥상은 아무일 도 없었던 것 처럼 조용해졌다. 난간 하나가 빠져있는 것 빼고는. 옥상에 설치된 CCTV를 통해 그날의 일을 모두 보았던 유리의 기분이 뒤틀렸다. 그 뒤틀린 기분은 쭉 이어져, 전교회장인 아카바 레이지가 추락한 날까지 이어졌다.
# 궁도부 연습실
실망이야.
루리는 활을 당기며 지난 일의 오빠와 유토를 생각했다. 연단에 서서 말같지도 않은 해괴한 소리를 늘어놓았던 오빠나, 그걸 듣고도 그냥 멍하니 있다가 자신이 거기 있던걸 모르고 다짜고짜 좋아하는건 나라고 소리쳤던 유토나 한심하고 바보 같았다. 루리는 활 시위를 놓았다. 화살은 활 시위를 떠나 쉭쉭-바람을 가르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과녁으로 날아갔지만 평소의 루리답지 않게 화살은 과녁의 중앙을 빗겨나가 6, 7이 써져있는 숫자 라인에 꽂히고 있었다.
“ 루리, 어차피 오늘 궁도부 연습일 아니잖아. 그만하는게....”
뒤에 가만히 앉아있던 유즈가 입을 열었다.
“ 루리, 화 많이 났어?”
린이 물었다. 루리는 대답하지 않고 연신 활만 쏘아댔다. 활을 쏘아대던 루리가 멈췄다.
“ 역시 그만해야겠어. 잘 안돼.”
“ 루리, 간식 가져왔으니까 이거 먹으면서 얘기하자. 아까 유고한테 사오라고 시켰더니 쏜살같이 다녀오더라고.”
린이 예쁘게 포장되어 있는 상자를 보여주었다. 루리가 유토, 오빠와 같이 가기로 했던 디저트가게의 디저트들이었다.
유즈와 린, 루리는 궁도부 연습실의 휴게실에 둘러앉아 디저트들을 먹고있었다. 루리가 말 없이 먹기만 하자 유즈와 린이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유즈가 입을 열었다.
“ 루리, 저...유토하고 얘기를 해보는게 어때?”
“ 사실 말야. 내가 유토였어도 충격 많이 받았을거야. 네 오빠가 그럴거라는건 너도 몰랐던거잖아.”
“ 루리 그만 화 풀어. 유토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뭐 슌 선배의 행동은 나도 이해가 안가지만 말야.”
“ 우리 화제를 좀 돌리는게 어때? 있잖아 저번에 전교 회장님이 세레나한테 좋아한다고 고백한거 어떻게 생각해?”
루리는 그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린이 사온 디저트를 마구 먹어대고 있었다. 오빠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벌인건지 모르겠다, 유토는 학생회 일만 열심히 하고 주변 돌아가는건 잘 모르는 둔탱이라는 둥 그동안 쌓여 있던 슌과 유토에 대한 불만을 쉴 새 없이 늘어놓았다. 그래도 중간에 린과 유즈가 화제를 돌렸기 때문인지, 단 것을 많이 먹은 것 덕분인지 루리의 기분은 많이 가라앉았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다. 아카바 레이지 회장이 세레나에게 고백했지만 세레나가 별로 관심이 없는 건 세레나가 아카바 레이지를 좋아한다고 말한 의미는 단순히 듀얼 상대로써 마음에 드는 것일 뿐이라는 등 요즘 일어난 일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특히 루리는 그 사건 이후 린이 유고를 어떻게 교육시켰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주의깊게 들었다.
# 궁도부 연습실 앞
유즈와 린이 막 문을 열고 나오는데, 문 앞에 서있는 유토와 마주쳤다.
“ 어 유토?”
“ 린 쉿-(손가락을 입에 대며)”
“ 아....(작은 목소리로) 루리 만나러 온거지?”
“ 루리는 저 안에서 연습하고 있어. 기분 좀 괜찮아 진 것 같은데 들어가 봐.”
“ 아냐, 루리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게.”
“ 그래? 루리도 조금만 더 연습하고 간다고 했으니까 조금만 기다리면 될거야. 그럼 안녕-”
린과 유즈가 손을 흔들고 가버렸다. 유토는 궁도부 연습실의 문 옆에 서서 조용히 루리를 기다렸다. 한 30분 정도가 지났을까. 루리가 문을 열고 나왔다. 그런데 문 앞에는 가방을 쥐고있는 유토가 서있었다.
“ 유토? 오늘 학생회 정기회의 있잖아. 왜 여기에...”
“ 학생회 일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집중도 안되고 그래서 그냥 나왔어. 오늘 궁도부 연습 없는 날인데 왜 나왔어?”
“ 대회가 얼마 안남았으니까 연습하려고.”
“ 저 혹시.....시간 괜찮으면, 슌 병문안 같이 갈래? 계속 따로따로 갔잖아.”
“ 오빠 병문안 같이 가자고?”
“ 응. 병문안 가는 김에 어, 저번에 가기로 했다가 못 갔던 디저트 가게 들려서 간식도 사가고, 저.....루리, 괜찮지?”
유토가 루리의 얼굴을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루리는 유토의 물음에 말을 하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서 정적이 흘렀다. 유토가 입을 열었다.
“ 루리, 그러니까....혹시 네가 싫으면....”
“ 응 괜찮아. 연습 그만 하고 돌아가려는 길이었으니까....”
“ 그래? 그러면 가방 줘. 들어줄게.”
루리는 망설이다가, 보조가방을 내밀었다. 유토는 언제나처럼 루리의 보조가방을 들어주었다.
# 같은 시각, 유리의 아지트
유리는 창가에 앉아 유토와 루리가 서로 이야기 하면서 함께 교문 밖을 나가는걸 보고있었다. 문을 열고 데니스가 들어와 유리의 옆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 헤에 금방 화해했나보네. 역시 대화하는게 가장 좋은법이지.”
“ 쳇.”
“ 그래서 너는?”
“ 뭘.”
“ 아까 기분 나빠져서 학생회실에서 나온거 봤다구? 요즘 네 기분이 왜이렇게 안좋을까, 들쑥날쑥일까 궁금했는데 다 알고있었던거지? 사와타리와 세레나의 일 말야. 나야 학생회실에 끝가지 남아서 다 듣고왔지만 너는.....아마 CCTV를 통해서 다 봤겠지.”
“ 그딴 디저트 따위가 뭐라고. 유치해.”
“ 디저트 따위라니. 유리. 너 그거 알아? 너는 이렇게 세레나를 계속 신경쓰고만 있지 정말로 세레나를 위해서 해주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
데니스의 일침에 유리가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 뭐?”
“ 그렇게 신경만 쓰면서 정작 네가 세레나를 위해서 해준 건 딱히 없는 것 같은데? 옥상에 꽃 장식 해두고, 리본 걸어두고, 테이블 잘 꾸며서 그 위에 케이크나 파이같은거 사다가 잔뜩 차려놓고. 세레나의 취향에 맞든 맞지 않든 세레나에게 고백하기 위해서 그 정도 정성을 보인 사와타리에 대해서는 인정해야한다고 생각해. 물론 그 후에 사와타리는 어이없게 다쳤지만. 사와타리가 쓸데없이 허세나 부려서 다쳤다던가, 한심하고 별 볼일없는 녀석이라던가 그런것과는 다른 문제니까.”
유리는 듣는 둥 마는 둥 팝콘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 전교 회장님도 마찬가지야. 그 후에 엄청난 사태가 일어나긴 했지만 연단에서 용감하게 말하신 분이라고? 뭐 나도 지금까지도 이해가 안가지만.”
“ 그래서 뭐 어떻게 하라고.”
“ 뭔가 하고 싶은게 있다면 적어도 세레나한테 말이라도 좀 붙여보지 그래. 학생회 회의라던가 다른 곳에서 볼 때마다 으르렁 거리는게 한 두 번이 아니라는거 알만한 녀석들은 다 안다고.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으면 지금 이 상태로만 계속 남을 수 밖에 없는거라구. 만약에 네 성격에 좀 그렇다면 내가 도와줄게. 어때?”
“ 뭘 도와준다는건데?”
“ 생각할 시간 줄게. 유리 그건 네 선택이니까.”
# 약 2주 후
유토가 정신을 차리고 나서 옥상의 보수공사 및 계단 난간 보수공사는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학생회 회의에서 차라리 옥상을 리모델링해서 휴게 공간으로 만드는게 게 어떻냐는 건의가 나왔고, 이것이 받아들여져 옥상은 점심을 먹거나, 방과후에 간식을 먹는 학생들이 앉아 수다를 떨 수 있는 휴게 공간으로 변신했다. 덕분에 원래 계획했던 안전시설은 일부 취소될 수 밖에 없었고, 대신 좀 더 튼튼하고 높이가 높아진 난간이 설치되었다. 난간의 바로 앞에는 동전을 넣으면 주변 풍경을 볼 수 있는 망원경, 학생들이 앉아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피크닉 테이블들이 몇 개 생겨났다. 유우야를 비롯한 학생회 멤버들이 올라와 옥상을 살펴보았다.
“ 좋아 이정도면 어느정도 끝난걸까나.”
“ 응. 중요한건 다 끝났고 난간에 미끄럼 방지장치, 화단, 세부 장식만 추가로 설치하면 돼. 우선은 옥상의 문을 열고 나오는 바로 정면 저 위치에 시계를 설치하고...”
유토가 공사 관련 리스트를 살펴보며 말했다.
“ 화단에 심는 꽃은 환경미화부에서 정하는거지?”
“ 화단에 심을 꽃들은 미화부원들하고 얘기해서 정할 건데, 가장 무난한건 장미나 해바라기 정도려나? 아니다,
너무 큰 꽃들 말고 팬지나 사루비아 처럼 작은걸로 하는게 나을까...”
“ 유우야, 난간도 충분히 튼튼한 것 같다.”
“ 좋아. 세부 점검은 옥상 리모델링이 완전히 마무리 되고 나서 하고, 그만 내려가자.”
“ 난 좀 바람 쐬다 갈게.”
평소답지 않은 유리의 행동이었다. 아지트에 틀어박혀있기만 하는 녀석이 옥상에서 바람 쐰다고?
“ 아지트로 가는거 아니었어?”
“ 아지트에 있는것도 좀 답답하기도 하고, 가끔 이렇게 햇빛 쬐는거 나쁘지 않잖아?”
“ 그래? 별일이네.”
“ 그 말은 맞는말이야. 햇빛도 좀 쬐야 기분도 좋은거지.”
“ 유리 네 녀석 웬일?”
“ 그럴수도 있는거지. 그럼 천천히 바람 쐬다 내려와! 우리 먼저 갈게-”
학생회 멤버들이 내려갔고, 유리는 홀로 옥상에 남았다.
# 같은 시각, 교내
세레나는 동료 선도부원들과 함께 교내를 순찰하면서 옥상 출입을 금지하는 안내문을 떼는 일을 마무리 하고, 쓰레기통에 버렸다.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고 나서 서로 바이바이-하고 헤어졌다. 복도의 시계를 보았다. 3시 반, 이제 슬슬 집에 갈 시간인가. 신발을 갈아신으려고 신발장의 문을 열었다.
“ 어? 이건 뭐지?”
세레나는 신발장 안에서 카드를 하나 꺼냈다. 하트 퀸이 그려져 있는 트럼프 카드에 붙어있는 장미꽃 한 송이. 세레나가 뒤집어 보자 카드 문구에 뭔가 써있었다.
‘ 장미꽃이 붙어있는 이 카드를 보시면 옥상으로 올라와 주시겠어요?' 기다리겠습니다.'
옥상으로 올라와 달라고? 누가 보낸거지? 병원에 입원해있는 사와타리나, 전교 회장은 아닐거다. 세레나는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으로 향하는 세레나의 발걸음은 처음 쪽지를 받고 옥상으로 올라갔던 날 보다 조금 빨라져 있었다.
# 옥상
끼이익-하며 옥상으로 향하는 문이 열렸다. 문을 열고 나온 세레나는 눈 앞을 바라보았다. 보수공사가 모두 끝난 옥상은 새 단장이 되어있어 깨끗했다. 휴게 공간으로 꾸몄다는 말은 정말인지 피크닉 테이블이 몇 개 보였다. 그러나 한 달전, 옥상의 문을 열었을 때 눈에 들어왔던 꽃이나 알록달록한 풍선이나 난간에 걸려있던 리본은 보이지 않았고 디저트들도 차려져 있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 옥상에 약간 시무룩해진 세레나의 시선에 누군가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 있는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
“ 저 녀석은? 왜 여기에?”
세레나가 난간에 서서 망원경으로 전망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 네녀석이냐? 옥상으로 나를 불러낸 건?”
코인 망원경으로 주변 전망을 바라보고 있던 사람은 망원경에서 눈을 떼고 세레나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 뭐냐 더듬이 녀석. 아지트에 틀어박혀서 팝콘이나 먹고있지 않고.”
“ 난 여기에 오면 안 되는 이유라도?”
평소와 같은 세레나의 반응에 유리가 퉁명스럽게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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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필로그 : 짧은 이야기 >
# 병원
얄궂게도 평소에도 서로 으르렁 거리는 사이인 아카바 레이지와 쿠로사키 슌은 병실을 같이 쓰고 있었다. 슌이 입원하고 나서 병실을 한 차례 옮기게 되었는데 그게 하필 아카바 레이지 옆이었던 것이다. 그날부터 슌은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아카바 레이지와 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 얘기 들었다. 별 시덥지 이유로 다쳤다고 하더군.”
“ 흥. 별 시답지 않은 이유로 다친게 아니다.”
슌이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
“ 너야 말로 시덥지 않은 이유로 그 꼴이 됐더군. 하, 설마하니 내 후배 세레나가 너를 좋아할거라고는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헛물키고 있군”
" 오빠! 나 왔어!“
루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슌이 고개를 돌려보니 병실의 입구에 루리와 유토가 와있었다.
“ 슌, 몸은 좀 어때?”
“ 거의 매일같이 병문안 오는거 지겹지도 않냐.”
“ 오빠. 우리 예전에 가기로 했던 디저트 가게 들려서 디저트 사왔는데 밖에서 먹을까? 음료수도 사왔어.
이거 요즘 잘나가는 딸기요거트쉐이크래.”
루리가 음료 3잔이 꽂혀있는 종이백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 슌, 부축해 줄 테니까 휠체어 타고 나가서 밖에서 먹자.”
“ 아 회장님 안녕하세요. 몸은 어떠세요? 저....괜찮으다면 이 디저트 좀 나눠드릴까요?”
루리가 디저트가 잔뜩 들어있는 상자를 보여주었다. 아카바 레이지가 입을 막 열려는데 슌이 레이지가 말하려는걸 가로막았다.
“ 굳이 저녀석은 루리 네가 챙기지 않아도 된다. 왜나하면 (아카바 레이지를 힐끗 보며) 저 녀석은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아. 루리 네가 주지 않아도 다른 여학생들이 문병을 와서 준다는거다. 이미 저 녀석 질릴 만큼 실컷 받았어.”
“ 아...그런가요? 그럼 실례했습니다. 오빠, 유토. 가자.”
유토가 슌이 앉아있는 휠체어를 밀면서 루리와 함께 나갔다. 병실은 썰렁해졌다.
병원 주변의 휴게 공간에서는 디저트 파티가 열렸다. 물론 이는 유토의 철저한 희생 덕분이었지만. 루리가 웃는 것을 보며 유토는 당분간 루리의 비위에 거슬리지 않게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루리가 웃으면서 슌을 가볍게 치자 슌이 컥-하는 소리를 냈다. 루리는 궁도부였지, 그래서 팔 힘이 세다는걸 유토는 다시한번 머릿속에 새겼다.
# 옥상
" 너, D-패드 줘."
세레나가 유리에게 말했다. 유리가 D-패드를 내밀었는데, 세레나가 조물딱거렸다. 유리는 세레나가 뭘 하나 싶었는데 세레나가 마침 입을 열었다.
“ 옥상에 출입을 금지한다는 교칙을 위반했으니까 더듬이 녀석, 벌점 5점이다. 여기에 기록할거야.”
“ 뭐?”
“ 옥상에 출입을 금지한다는 교칙 개정은 아직 학생회 정식 안건에 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개정이 안됐거든.
그러니까 네 녀석 벌점이라는거다.”
“ 그러면 너도 벌점인데? 옥상에 올라왔잖아?”
“ .......”
생각해보니까 그랬다. 세레나와 유리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 그렇군, (D-패드를 꺼내며) 그렇다면 나에게도 벌점을...."
" 너는 머릿속에 선도부 규칙하고 듀얼밖에 없냐. 너도 규칙을 깜빡 잊은 모양인데, 벌점 무효화 시키는거 어렵지 않아."
" 어렵지 않다고? 어떻게?"
" 내가 학생회의 정보 담당이라는거 너도 알고 있잖아? D-패드 조작하는건 기본이고 CCTV도 조작할 수 있거든."
" 하, 그럴줄 알았지. 역시 넌 음흉한 녀석이야. 그래서 마음에 안들어."
" 그래?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유리가 품속에서 뭔가를 꺼냈다. 예쁜 상자였다.
" 뭐냐 그건?"
" 궁금하면 네가 열어보는게? 자-열어봐."
유리가 상자를 내밀자, 세레나가 상자를 받아 열었다. 체리가 올라가있는 쵸코 미니케이크였다.
" 이 이건......."
" 너, 이런거 좋아하지 않아? 자아- 어떻게 할래?"
" 크윽...네 녀석...."
세레나가 당황해 하는걸 보며 유리가 능글맞게 웃어보였다.
+ 유토가 희생시킨건 자기 지갑의 돈입니다. 그리고 원래 유리와 세레나 파트의 결말은 이게 아니었는데 살짝 바꿨습니다.
+ 지금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처럼 오타나 띄어쓰기 지적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긴 팬픽은 함부로 쓰는게 아니었군요....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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