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매너를 지키며 즐거운 식사를!=
=본 작품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 및 단체명은 실제와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모두 가공의 것임을 밝힙니다.=
검과 화살, 마법이 난무하는 전장.
"전군! 돌겨어어어어어어억!!"
우렁찬 소리와 함께 전사들은 돌진한다.
상대 병사들은 돌격병들 앞에 선봉으로 서서 우렁차게 소리치며 돌격해오는 저 늠름한 금발 전사의 외침에 놀라
전열을 흐트러뜨리고 만다.
그리고, 이것은 곧 패배로 직결된다.
"우와아아아아아!!!"
"받아라아아!"
엄청난 소리들이 겹친다.
검과 갑옷들이 부딪히며 덜그럭 거리는 철음들이 울리며 전장은 한층 격렬해진다.
이 피와 죽음이 난무하는 현장은 그야말로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공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이런 아비규환의 현장 속에서.. 삶을 이어가고자 하는 요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제 1 회, 취사 대장, 전장과 현지 조달의 요리 편---
[롱고스 왕국 주둔 캠프]
격렬한 돌격전이 끝나고, 저희 제작진은 롱고스 왕국의 주둔지로 향했습니다.
왕국의 병사들은 격렬한 전투를 마치고 모두 기진맥진한 상태로 휴식을 취하고 있군요.
다들 전투의 피로와 상처가 겹쳐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지 못할 법한 모습입니다,
롱고스 왕국의 병대는 용맹무쌍하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만.
그들 역시, 전투의 피로조차 극복할순 없는 모양입니다.
그러던 와중, 그런 이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려 하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냄새를 쫒아 주둔지의 취사장으로 향했습니다.
취사장에는 금색 단발에 근엄한 얼굴, 콧잔등에 X자 흉터가 있는 남자가 앞치마를 매고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저 사람은 다름아닌 어제 돌격전을 지휘했던 선봉 대장.
롱고스 왕국 돌격대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손꼽히는, 돌격전에선 둘째가라면 서러울 백전연마의 전사로 유명한 그.
그런 전사가 앞치마를 메고 취사 준비를 하다니, 우리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당황했습니다만, 저희는 다가가기로 했습니다.
Q."대장님이 직접 요리하시는 겁니까?"
A."그렇습니다, 허허허, 지친 병사들을 움직이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Q."대장님 역시 돌격전에 참가하셨을 텐데.. 피로하지 않으신가요?"
A."피곤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저 보다 애써준 병사들을 위해서라면, 별 수 없죠,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니까요.. 게다가 저 말고도 취사병들도 있습니다, 저 혼자 고생하는 건 아니지요."
취사 대장님은 멋쩍은 듯, 익숙하면 그럭저럭 할만합니다, 라고 호탕하게 웃으며 철냄비들을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커다란 냄비를 이곳 저곳에 쌓아놓고는 취사병들과 취사 대장이 능숙한 솜씨들로 야체들을 썰기 시작하는 군요.
아무래도 오늘 요리는 롱고스 왕국의 전통 요리중 하나인 모우얀의 카레인 모양입니다.
만들기 쉽고 간단하며 맛있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인기가 많은 카레.
하지만.. 그 양이 무려 한 왕국의 군대급이 되면 만드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한 사람에 한 그릇씩 먹는다고 쳐도 그 양이 무려 300인분 이상.
어중간한 식당이 하루에 판다고 쳐도 다 못 팔것 같은 양을 만든다고 생각하니 제 눈 앞이 아찔해지는군요.
게다가 처절한 전투 이후에도 이러한 가혹한 취사환경, 과로로 쓰러지지 않으면 다행일 지경인데, 걱정입니다.
그런데 문득, 야체를 썰어 냄비에 넣던 취사 대장이, 갑자기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Q."어디로 가시는 건가요?"
A."아무래도 재료가 좀 모자란 것 같아서요, 조금 조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한 그가 향한 곳은 다름아닌 이동식 축사.
이동식 축사라곤 해도 울타리에 줄로 묶어놓은 것에 지나지 않지만,
평온히 잡초를 뜯고 있던 EM 래비시 홀스 1체를 끌어오기 시작했습니다.
Q."이 말은 뭐죠?"
A."EM 래비시 홀스입니다, 롱고스 왕국 근방의 숲에서 서식하던 녀석이죠, 기마대로부터의 증정품이지만요."
Q."설마 이걸 카레에 넣는 건가요?"
A."그렇습니다, 래비시 홀스의 고기는 당근과도 같은 베타카로틴이 다중으로 함유되어 있어 병사들의 피로 회복에 이만한 게 없습니다. 마지막 남은 한 필이지만요."
취사 대장은 망설임 없이 자신의 검을 뽑고 래비시 홀스의 목을 칩니다.
주방에서나 흔히 보던 당근이 2등분 되는 것 같이 혐오스러운 붉은 액체가 흐르는 일 없이, 래비시 홀스는 그 목숨을 다합니다.
그리고는 숙연하게도 고개를 숙이고는 두 손을 모아 레비시 홀스의 명복을 빌어줍니다.
Q."기도.. 하시는 건가요?"
A."왕국의 병사들을 위해서라곤 하지만, 이 녀석 역시 살아있던 생명, 먹을 때는 항상 이런 식으로 쓰러져간 생명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남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생과 사의 경계선에 선 전장속.
그 속에서 치열하게 살기 위해선, 역시나 다른 무엇인가를 희생시키지 않으면 안돼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래비시 홀스를 해체한 취사 대장과 취사병들은 그대로 고기를 깍둑썰기 시작합니다.
피로에 지친 병사들은 입을 열기도 힘든 만큼, 한 입에 들어가도록 최대한 작게, 고기를 써는 겁니다.
고기를 써는 작업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카레에 투입,
야체를 우려내면서 나오는 은은한 향, 아.. 이거 저희가 다 군침이 흐르는 군요.
그리하여 완성된 카레를 천천히, 취사병들과 함께 배부하는 취사 대장.
병사들은 허겁지겁, 받은 카레를 누가 뺏어먹을까, 눈치도 보면서 숟가락을 움직입니다.
냄비에서 떨어진지 얼마 안돼 뜨거울 텐데도, 병사들은 연신 카레를 입에 옮겨넣습니다.
그런 와중, 실례가 될진 모르지만, 한 병사를 붙들고 물었습니다.
Q."정말 맛잇게 드시네요."
A"솔직히 맛있는 느낌보단 그립다는 느낌입니다."
Q."그립다뇨?"
A."취사 대장님이 만들어주시는 카레는 마치 저희 어머니가 해준 듯한 토착적인 맛이 납니다, 아마 저희 롱고스 왕국 주변에서 흔히 잡을 수 있는 래비시 홀스를 카레에 넣으신 덕분이겠죠, 솔직히 다들 피로에 지쳐,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향과 맛이라도 고향의 맛과 비슷하게 내면 조금이라도 입에 옮길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저희 대장님은 그런 병사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꾸준히 연구,개발하시며 만든 카레를 내주고 계신 거죠."
마치 연습이라도 해온 듯한 대답이긴 하지만, 병사의 눈에서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음.. 포상휴가라도 노리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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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취사 대장.. 아니, 선봉 대장은 몇몇의 발 빠른 병사들만 데리고 진지를 빠져나와 어딘가로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걸 저희도 포착, 잽싸게 쫒아가봤습니다.
Q."어디 가시는 겁니까?"
A."어제, 보급품이 다 떨어졌다고 말씀드렸죠? 그래서, 조달하러 가는 겁니다."
Q."조달이요? 왕국으로의 보급품을 수령받으러 가시는 건가요?"
A."아뇨, 왕국은 현재 내정상 저희에게 보급품을 제때 줄 수 있을 만한 상황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현지 조달 합니다."
씁쓸한 현실에도 익숙하다는 듯, 선봉 대장은 굳은 표정으로 별동대를 움직입니다.
그렇게 한 참을 숲을 해치고 안개를 뚫었을 무렵, 숲에 나 있는 험난한 길 사이로 마차들이 지나가고 있는게 보입니다!
Q."저 마차들은?"
A."저희 적국이자 지금 전쟁중인 파랑스 제국의 보급부대입니다, 일전에 정보상에게 산 정보대로 이 길을 사용해서 보급품을 나르고 있었군요."
Q."저들이 나르고 있는 걸 뺏는 겁니까?"
A."병법의 기본중의 기본인 보급 현지조달 방식이죠, 거기다, 적의 것을 뺏으면 적의 배도 굶주리게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책략입니다."
그렇게 선봉 대장은 싱긋 웃고는 한 번 한숨을 내쉬고, 표정을 진지하게 바꿉니다.
아, 이건 습격의 준비를 끝마친 모양이군요.
"지금이다! 돌격하라!"
"와아아아아아!"
선봉 대장의 매서운 외침과 함께 보급로 사방에 잠복하고 있던 별동대가 일제히 튀어나왔습니다.
그 움직임에 당황한 적측 보급부대는 대처가 늦어 반격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하나 하나 쓰러져갔습니다.
"빈 마차는 탈취했으면 빨리 이탈해라! 서둘러라!"
그렇게 신속한 움직임으로, 보급품이 실린 마차들을 5개 정도 탈취한 별동대는 잽싸게 이탈하기 시작했습니다.
Q."마차는 더 많았는데 왜 5개 밖에 뺏지 않으신 겁니까?"
A."적의 보급품을 다 뺏어버리면 저희가 빨리 벗어나는 데 짐이 많아 이동력이 떨어지고, 동시에 적측에 지켜야할 대상을 주지 않아 필사적으로 추적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적당히 뺏는 것도 하나의 전술이라는 거죠."
그야말로 적자생존의 대가.. 보급품을 뺏는 것 뿐만 아니라, 안전하고도 신속하게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도
이미 계획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Q."대단하시네요."
A."대단할 게 있나요, 이런 건 익숙해져서도, 원래 벌어져서도 안돼는 일입니다.. 원래라면 병사들은 자신들의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평화로운 생활을 보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죠.. 정말이지 빌어먹을 세상입니다."
그는 측은한 표정으로 마차를 이끌고 주둔지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앞치마를 메고 다음 취사를 준비합니다.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병사들의 엄마 대신으로,
오늘도 취사 대장은 자신의 땀을 흘려, 전쟁이 끝나고 하루 빨리 집으로 돌아가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도록..
그들을 굶기지 않기 위해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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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 퀴즈
이 팬픽에 등장한 카드는 총 몇장일까요?
네, 이런 빌어먹을 3부작의 첫 타자, 취사 대장 편이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2편도 대충 이런 다큐멘터리 같이 진행될 것 같습니다.. 재밌을지 없을지는.. 독자들에게 맡기는 수 밖에 없습니다!(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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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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