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앗! 라이즈 팔콘!!"
슌의 외침을 따라, 정말 일반적인 새의 모습을 한 라이즈 팔콘이 전신에 불을 휘감으며 하늘로 치솟아올랐다.
"모든 적을 찢어발겨라!! Brave Claw Revolution!!!"
불에 휘감긴 라이즈 팔콘은, 용맹하게 건틀릿 슈터를 향해 돌격한다. 멀리서 듀얼을 구경하던 루리가, 큰 목소리로 소리친다.
"오빠 잠깐 효과 안썼잖아!"
"나닛!?"
건틀릿 슈터가 라이즈 팔콘의 뺨을 후려친다. 라이즈 팔콘의 눈에 X자가 그려지고, 저 멀리 하늘로 날라가버린다. 2300 대미지를 받은 슌은 어째서인지 공중에서 덤블링을 하며 바닥에 쓰러진다.
[쿠로사키 슌 : LP 0]
루리가 얼굴을 양손으로 가리며 한숨을 쉬었다. 루리 옆에 앉아있던 유토는 웃으며 슌에게 말했다.
"슌! 개그도 좋지만, 동생이 부끄러워 하고 있잖아?"
"듀얼리스트로서의 뜨거운 개그 본능을 주체할 수 없어!!"
슌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상한 포즈를 잡았다. 슌의 상대는 황당한 듯 웃으며 슌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슌은 가볍게 그와 악수했다. 남자는 다른 듀얼리스트를 찾으러 떠났다. 유토가 슌을 바라보며 말했다.
"루리, 가끔은 오빠 때문에 부끄럽지?"
"무슨 소리야..."
루리가 절망적인 어조로 대답했다.
"24시간 쪽팔려..."
"하하하! 그래도 뭐, 저게 슌의 특성인걸."
유토가 팔짱을 끼고 말을 이었다.
"슌은 누구보다도 아이를 사랑하고, 듀얼을 그 누구보다도 즐기는 사람이야. 그게 저 녀석의 천성이라고."
"그런 천성 필요 없는걸..."
"그래도 저 천성 덕분에, 엄청 유명해졌잖아? 대활약 프로 개그리스트...라던가."
"너 지금 나 놀리는 거지?"
루리가 빠른 속도로 유토의 왼쪽 뺨을 꼬집었다.
"아아악!! 아파 아파!! 용서해줘, 용서해줘!!! 아니 그치만 너도 좋아하고 있잖아?!"
"오버레이 유닛을 하나 써서 추가 공격!!"
이번엔 유토의 오른쪽 뺨을 함께 꼬집었다. 유토가 울먹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아아악!!"
"이제 그만해, 루리!!"
슌이 묘하게 여성스러운 자세로 달려와 루리의 팔을 붙잡았다. 루리는 유토의 뺨을 놓지 않고, 슌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HA☆NA★SE!!"
"이미 유토의 라이프는 0이야! 이미 승부는 났다고!!"
"쳇...!"
루리가 손을 놓았다. 유토는 눈에 한가득 고인 눈물을 닦고, 뺨을 어루만졌다. 루리는 손을 털다가, 슌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빠, 점점 부끄러워지니까 이상한 대사 하게 하지 말아줘..."
"장단 맞춘 건 넌데..."
"아직 나에겐 공격 권리가 남아있─"
"히이익!!"
자신의 뺨을 붙잡으려는 루리의 손동작을 보자마자, 슌은 매와 같은 속도로 도망쳤다. 뺨에서 손을 땐 유토는, 고개를 푹 숙이고 부끄러워하는 루리의 등을 토닥여줬다.
"오빠...듀얼을 즐기는 건 좋지만, 주변 시선에 신경 조금만 써주면 안될까..."
"그치만 저 밝은 성격이 슌의 장점인걸."
슌은 어느샌가 다른 소년과 듀얼을 시작하고 있었다. 루리는 고개를 들어 슌을 바라봤다. 슌은 여전히 바보 같은 연기를 곁들인 듀얼을 하고 있었다. 루리는 절망 섞인 한숨을 내뱉었만, 왠지 모를 웃음도 함께 나왔다.
"슌은 누구보다도 듀얼을 순수하게 즐기는 사람이야. 승리와 패배의 개념도 뛰어넘어서, 듀얼 자체를 즐기는..."
"...뭐...그건 나도 인정해. 하지만..."
중기왕 드보드 자크가 오버레이 유닛을 하나 집어삼키고, 효과를 발동한다. 슌의 덱에서 3장이 묘지로 보내진다. 그리고 그 중에 몬스터 카드, RR - 배니싱 레이니어스가 있었기 때문에, 추가 효과에 의해 슌의 라이즈 팔콘이 파괴된다.
"걸렸구나! 내가 덮어둔 카드는 RUM - 데스 더블 포스!! 이걸로 나는 새틀라이트 캐논 팔콘을...핫!?"
데스 더블 포스는 전투 한정이었다.
"바보 연기는 듀얼 외적인 부분으로 하면 안될까나..."
루리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드보드 자크가 육중한 몸을 이끌고, 슌에게 맹렬한 속도로 달려간다. 슌은 드보드 자크의 몸에 부딪혀, 허공을 돌며 튕겨난다.
"루리이이이이이이이익!!!"
"왜 단말마가 내 이름인데!?"
아직 라이프가 800 남아있던 슌이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갑자기 루리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고, 경악하며 눈을 휘둥그래 떴다. 루리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덩달아 놀라, 자신의 주변을 둘러봤다. 유토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루리와 슌을 번갈아 쳐다봤다. 슌이 루리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며,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루리 공주!? 루리 공주인겁니까!? 어째서 루리 공주가 여기에!? 자력으로 마왕성에서 탈출을?!"
"공ㅈ, 마와 뭐? 어디성?"
루리는 슌의 갑작스러운 연극에 따라가지 못하고 혀가 꼬이고 말았다. 그러나 슌은 아랑곳 않고 상대 듀얼리스트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어떠냐, 기계마왕!! 공주님께선 자력으로 탈출하셨다! 너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오빠 부끄러우니까 그만!!"
루리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간신히 상황을 파악한 유토가 크게 웃은 뒤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상대방도 즐기고 있는걸."
"뭐?"
루리는 슌의 상대 듀얼리스트를 쳐다봤다. 소년은 빈 오른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사악한 웃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공주가 전기 철창을 뚫고 나간 것은 예상 외였지만, 슌 왕자! 너는 나와의 듀얼을 계속하지 않으면 안된다!!"
"큿, 할 수 없군...루리 공주! 여기서 기다리십시오!!"
슌은 다시 듀얼링을 향해 달려가 듀얼을 재개했다. 루리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오빠는 전쟁터 나가면 절대 3초 이내로 죽겠지...?"
"요란하게 노느라?"
유토가 짧게 웃음소리를 냈다. 그리고 곧장 팔짱을 끼며 덧붙였다.
"뭐 그래도,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되지 않아?"
유토는 하늘을 올려다봤고, 루리는 그런 유토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런 평화로운 세계에, 누가 전쟁을 일으키겠어?"
"...하긴, 그것도 그렇네."
루리가 살짝 웃음을 지어봤다가, 슌을 쳐다봤다.
"블레이즈 팔콘으로 다이랙트 어택!! 신뢰의 랩터즈 브레이크!!"
"크윽!!"
슌은 어떻게든 다시 듀얼의 주도권을 잡고 있었다. 루리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전쟁이 일어날 리가 없으니까, 저런 순수한 사람이 나올 수 있는 거겠지...?"
"루리, 식사 왔어..."
낯설지 않은 소녀의 목소리가 루리를 불렀다. 다시 눈을 뜬 루리의 눈 앞에는, 짙은 회색의 벽이 있었다. 웅크려 자던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옆에는 초록 단발의 소녀, 린이 자신에게 식판을 건내주고 있었다.
"...고마워..."
루리는 낮은 목소리로 말하며 식판을 받아들었다. 죽지 않을 정도로만 나온 음식을 응시하다가, 고개를 들고 철창을 바라봤다. 포크를 집어들고, 철창에 집어던졌다.
파지직!!
땡그랑-!
철창에서 전기가 흐르고, 포크가 튕겨났다. 린은 놀란 표정으로 루리를 바라봤고, 루리는 전기가 흐르는 철창을 계속 응시하고 있었다.
"...전기 철창을 자력으로 탈출...이라니...무리라고, 그런 거..."
루리는 바닥을 더듬으며 포크를 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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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썼던 엑시즈 편 과거...라는 컨셉의 왜곡[.] 소설을 조금 변경해서 썼습니다
루리가 상상 이상으로 쾌활한 성격인 것 같아서 좀 더 스트롱하게 써보고, 전기 철창에 돌 던지던 쿠로사키가 떠올라서 덤으로 끼얹었습니다
초반에 나오던 '나닛?!' 부분은 앜파 잭처럼 "시맛타!!!" 같은 걸 적으려 했지만 마침 이번 화에서 액션 카드 잘못 주운 쿠로사키의 반응이 굉장했던지라[...]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역시 전 밝은 소설 같은 건 손에 안맞는 체질인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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