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팬픽은 유희왕 아크파이브 37화 이후 내용의 IF 스토리입니다. 원작과는 관련없을지도 모릅니다.
※ 37화 이전 내용을 모르시는 분들에게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천장이 있는 위를 바라보면서, 내 머리를 받치는 배게, 내 몸을 감싼 이불, 내가 누워있는 두툼한 요를 느꼈다. 이런 것들을 느낄 수 있다는 걸 깨달으면서 내가 살아있구나 생각했다.
내가 여기 있는 지금이 꿈이 아닐까.
*
침대에 누워있던 소년이 일어났다. 소년은 문을 바라봤다. 바람이 부는 창문으로 시선을 옮겼다. 창틀에 기대있는 누군가가 있었다. 그를 보고서 소년은 몸이 굳었다. 그는 소년 쪽을 보지도 않고 창에 기대있는 채로,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
라고 말했다. 소년은 여전히 몸이 굳어있는 채였다. 말없이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유토는 어디에 있지?”
굳어있는 몸이 풀렸다. 소년은 숨을 몰아쉬었다. 소년도 그도 말이 없었다. 돌연 그가 한숨을 쉬었다. 기대고 있던 걸 풀고 곧바로 열려있던 창문 밖으로 사라졌다. 그가 나가는 것과 동시에 방문이 열렸다. 방에 들어온 사람은 방금 전까지 있었던 그를 못 봤는지, 열려있는 창문을 보고 의아함을 내뱉었다. 그녀가 방에 남아있는 소년에게 물었다.
“유우야, 왜 창문을 열어났니?”
“...조금 더워서요.”
유우야가 열어놓은 건 아니었지만, 그랬다. 그녀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별 말이 없는 것이 방금 전의 사람은 멀리 가버린 것 같다. 그녀가 창문을 닫았다. 그녀가 한 지점을 보고 모래바람이 들어왔는가 보다 중얼거렸다. 유우야는 그녀의 말을 정정해주지 않았다. 그녀가 방 밖에 나갔다 들어와 가져온 빗자루로 그곳을 쓸었다. 다시 들고 나가면서 그녀는 아침을 먹으러 내려오라고 전했다. 유우야가 움직이기 시작한 건 그녀가 나간 후였다.
유우야가 앉아있던 침대 건너편에는 책상이 하나 있었다. 책상 위에는 빨간 듀얼디스크와 뒤집힌 카드 한 장. 책상 쪽으로 가서 뒷면 카드를 뒤집었다. 검은색 바탕에 4개의 별. 원래 유우야에게 이런 종류의 카드는 없었다. 아까의 그 청년이 찾던 ‘유토’에게서 받은 이 카드의 이름은.
“[다크 리벨리온 엑시즈 드래곤].”
이 카드의 원래 주인을 찾아다니던 그가 이 카드를 회수하지 않았다는 건, 뒤집혀 있었던 이 카드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유토와 마지막까지 있었던 유우야에게 물어보기만 했다는 것이고. 듀얼디스크의 엑스트라 존에 그 카드를 넣었다.
듀얼디스크에서 덱을 빼서 카드 몇 장을 손에 쥐었다. 확인해보는 듯 하다 바로 다시 덱에 끼워 넣었다.
유우야는 방 안을 두리번거렸다. 방 모서리 한편에 곱게 개어진 옷가지와 그 위에 올려진 목걸이가 있었다. 유우야는 목걸이를 잡았다. 그걸 추처럼 흔들었다. 목걸이가 푸른 궤적을 그리는 걸 쳐다봤다. 유우야의 입술이 달싹거리다가 말았다. 흔들던 것을 멈추고 옷가지를 집어 들었다. 하얀 교복 외투를 제외하고 갈아입었다. 남은 옷을 들고 있다가 옷소매에 손을 밀어 넣었다. 한쪽을 다 넣었다가 다시 뺐다. 망토처럼 들리고 나가려다가 멈췄다. 책상에 놓인 듀얼디스크를 주머니에 넣고, 목걸이를 차고 나갔다.
방 밖을 나서니 아래와 이어진 철봉이 바로 앞에 있었다. 유우야는 그 철봉을 바로 타지 않았다. 유우야가 철봉이 아닌 다른 곳을 쳐다봤다. 철봉보다는 멀리 계단이 있었다. 한참동안 계단을 봤다. 철봉을 타고 아래로 미끄러졌다.
아래에 닿으니 바로 부엌에 있는 그녀가 보였다. 막 완성됐는지 팬케이크를 들고 식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팬케이크를 내려놓은 그녀가 유우야를 발견했다. 이리로 오라고 손짓했다. 식탁에는 그녀가 방금 내려놓은 것 외에 하나가 더 있었다.
유우야는 바로 식탁에 앉지 않고 머뭇거렸다. 그녀는 다시 오라고 손짓했다. 유우야가 식탁에 앉았다. 유우야가 앉은 걸 확인하고 그녀도 앉았다. 그녀는 손에 턱을 괴었다. 작게 웃으며 유우야에게 무슨 고민이 있냐고 물었다. 유우야는 팬케이크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말에 한 발짝 늦게 반응하고, 아니라고 답했다.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고.”
그녀는 유우야에게 팬케이크를 먹으라고 재촉했다. 유우야는 그릇 옆에 놓은 포크를 들었다.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유우야가 자신 몫을 다 먹을 때까지, 다른 팬케이크를 누가 먹는 일은 없었다. 여전히 남아있는 팬케이크를 보며 유우야가 물었다.
“안 드세요?”
“후훗, 저건 소라 거란다.”
원래 소라가 이 시간대쯤에 와서 먹고 가니 미리 만들어놨지. 갑자기 배고프다고 올지 모를 일이잖니. 입을 손으로 가려 웃었다.
유우야는 눈을 깜박거렸다. 고개를 숙였다. 바닥을 쳐다보는데, 밖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유우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움직이려는 유우야를 막았다. 그녀는 접시를 싱크대에 가져다놓고 현관으로 향했다.
“요코 아주머니, 저에요. 유즈.”
요코가 문을 열었다. 푸른 눈에 분홍색 양갈래 머리, 특이한 팔찌를 차고 있는 소녀. 유즈가 들어가도 되냐고 물었다. 요코는 들어와도 된다고 말했다. 그녀가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왔다. 두리번두리번하다 부엌 쪽에서 오도카니 있는 유우야를 발견했다. 반색했다.
“유즈, 유우야 만나러 온 거구나?”
“어제 갑자기 쓰러졌으니까, 걱정돼서요.”
“있지, 유우야. 어제 유즈가 쓰러진 널 업어서 데려왔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제가 어떻게 거기서 여기까지 유우야를 업고 와요!”
유즈가 주먹을 꽉 지며 요코를 향해 외쳤다. 당황스러운 듯 양 뺨이 붉어졌다. 그럼 공주님안기? 아주머니―! 농담이야, 농담. 요코는 너스레를 떨며 유즈를 놀렸다.
후후, 간식 가져올 테니까 유우야 방에 둘이 올라가 있으련? 하며 요코가 부엌으로 갔다. 유즈는 붉어진 자신의 볼을 감추려는 듯 손으로 뺨을 가렸다.
“내, 내가 유우야를 발견한건 맞는데, 데려온 건 곤겐자카가 도와준 거야.”
알았어하고 유우야가 말하고, 조금 뜸을 들이더니 고마워라고 말했다. 조금 붉은 기가 가신 볼이 다시 붉어졌다. 유즈가 유우야의 팔을 콱 잡았다. 유즈가 방으로 끌고 갔다. 유우야는 저항 없이 끌려갔다. 유우야는 유즈의 뒷통수를 바라봤다. 시선이 느껴질 텐데, 유즈는 쭉 나아가 방에 도착했다. 방은 아까 유우야가 나간 그대로였다.
유즈가 먼저 방 한가운데에 앉았고, 유우야가 따라서 그 옆에 앉았다. 유즈가 유우야에게 조금 떨어져 앉아달라고 말했다. 너무 가깝다는 게 그 이유였다. 유우야는 원래부터 좀 떨어져 앉았지만, 조금 더 떨어져 앉았다. 시간이 지나서 진정됐는지 얼굴을 가리던 손을 내리고, 유우야랑 마주 앉았다.
“유우야,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
유우야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생각 중인 듯 가만히 있었다. 유즈는 계속 말을 이었다.
“어제 내가 중앙 공원으로 갔을 때 팔찌가 빛났었어.”
유토를 만난 거지? 그녀가 물었다. ‘유토’에 유우야가 움찔했다. 유우야의 입술이 열리려다가 닫혔다. 유즈는 자신의 추측과 그 이유를 계속 말했다.
“나랑 유토가 있었을 때 유우야, 네가 오면 팔찌가 빛나면서 유토가 사라진다고 얘기했었지. 다른 때 그런 적은 없었으니까 이번에도 그랬을 거야.”
“유토는....”
유우야의 눈이 둘 곳을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렸다. 유즈가 유우야의 손을 잡았다. 유우야의 흔들리는 눈동자에 시선을 맞췄다. 네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 유우야는 시선을 피했다. 그녀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웃었다.
“미안, 말하고 싶지 않다면 말하지 않아도 돼.”
심각한 사람에게 억지로 캐물을 마음은 없어. 유즈는 시선을 거두고 뒤로 돌았다.
“기다릴 테니까, 말하고 싶을 때 말해줘.”
유우야는 입술을 깨물었다.
갑자기 유즈가 벌떡 일어났다. 손으로 창문을 가리켰다. 바깥에서 누가 창문유리에 붙어있었다. 곱슬끼 있는 다홍빛 머리카락에 검은색 리본이 달린 카츄사를 쓰고, 동그랗게 부푼 드레스를 입은 작은 소녀. 소녀는 손을 망원경처럼 만들어 방 안을 보고 있었다. 유즈가 자신을 가리키자 신발을 밖에 벗어두고, 창문을 열어 껑충 넘어왔다.
“미에루? 미에루가 어째서 여기에...”
“다알링~!”
미에루는 빠르게 유즈를 지나쳐 뛰어올랐다. 착지지점에는 유우야가 있었다. 유우야는 눈을 크게 떴다. 미에루가 자기 위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미에루는 머리에 유우야의 가슴팍쯤에 떨어졌다. 유우야는 미에루를 몸으로 받았고, 바닥에 쓰러졌다. 배 부분을 정통으로 맞았는지 유우야가 인상을 찌푸렸다. 소리 없는 아우성이 느껴진다.
미에루는 방싯 웃으며 유우야에게 볼을 비비댔다. 미에루가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하자, 유즈가 미에루를 잡아 힘으로 떼어냈다. 유우야에게 떨어지자 미에루가 볼을 부풀렸다. 유즈의 손에 잡힌 채 버둥거리지만 제자리걸음이었다. 미에루가 떨어져 유우야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충격이 큰지 배 쪽을 잡았다.
“미에루, 무슨 일이야?”
“수정 구슬로 달링을 봤어!”
미에루는 수정으로 만든 사과를 둘에게 보여줬다. 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웠다. 유우야를 봤다는 게 무슨 소리인지 유즈가 추가설명을 요구했다. 미에루는 주먹을 쥐고 머리에 대었다. 앞으로 까딱, 뒤로 까딱. 고민하는 양 제스처를 보였다. 이유가 생각난 듯 ‘아!’하고 외쳤다.
“미에루는 평소대로 점을 치고 있었는데, 달링이 보였어.”
설마, 여기서 끝? 유즈는 유우야가 보였다고 바로 뛰어온 것이냐고 물었다. 미에루는 고개를 젓고 하던 말을 계속 했다.
“미에루는 점술계의 NO. 1 듀얼리스트. 이 수정 구슬로 과거나 미래를 볼 수 있어. 오늘은 달링이 보여서 다른 때보다 집중했지. 이미지가 더 잘 보이니까.”
유즈는 미에루를 잡고 있던 힘을 풀고 말에 집중했다. 미에루가 바닥에 내려앉았다. 미에루는 양손으로 수정 사과를 세게 잡았다.
“달링만 있던 게 아니었어. 검은 연기 같은 용이 달링을 감쌌는데, 용이랑 같이 달링이 사라졌어.”
“과거나 미래를 볼 수 있다고 했지. 그럼 그 점은 과거를 뜻하는 거야?”
듣고 있던 유우야가 별안간 끼어들어 물었다. 미에루는 그건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주변에 시간대를 가르쳐주는 표지라도 있으면 모를까, 배경자체가 없어서 해석하기 어렵다는 게 미에루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전에도 말했다시피, 용은 불안정함을 상징해. 용만 사라지면 괜찮지만, 달링을 삼키고 사라졌어. 분명 좋은 뜻은 아닐 거야.”
미에루는 수정 사과를 만지작거렸다. 미에루가 수정 사과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뭔가 보고 있는 걸까. 해결방법? 유즈와 유우야가 미에루에게 시선을 모으는데, 미에루가 갑자기 일어나서 ‘이거다!’하고 외쳤다. 주섬주섬 앞치마 안쪽에서 물체를 하나 꺼내는데.
“인형이네? 어, 이거...?”
“짠, 달링을 닮은 인형! 이게 달링을 지켜줄 거야!”
‘미에루가 직접 만든 거야!’하고 손은 허리에 얹고 콧바람을 불었다. 새끼손가락에 빗댈 만큼 작은 인형이었는데, 대략적으로 특징은 다 가지고 있었다. 유우야와 닮았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유우야의 바보털을 형상화한 건지 머리 위의 고리는 녹색이었다. 유우야는 미에루에게 인형을 건네받았다.
“인형이란 게 사람이랑 닮았거든. 저주인형이랑 비슷한 원리로 쓸 거지만, 달링 일부가 들어있는 인형도 아니니까 괜찮아!”
“미에루... 설마.”
“응? 아냐, 아냐!”
‘미에루는 달링이랑 항상 같이 있고 싶었을 뿐이라고!’ 도리질, 손짓, 몸짓 동원해서 부정의 의사를 표했다. 유우야는 인형 고리에 손가락을 걸어 인형을 눈높이에 두었다.
벌컥 방문이 열리며 요코가 들어온다. 한손에는 간식접시를 든 채였는데, 아들이나 아들의 소꿉친구가 아닌 의외의 인물을 보고, ‘어머, 새로운 얼굴?’이라 했다. 요코는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미에루와 마주 보도록. 미에루가 유즈에게 작게 저 사람은 누구냐고 물었다. 유즈는 바로 유우야의 어머니라고 답했다.
“너는 누구니?”
“호츈 미에루! 달링의 새끼손가락이 되고 싶은 여자입니다!”
“새끼손가락?”
미에루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요코가 그 말뜻을 깨달았는지 ‘아하’라고 말했다. 유즈, 적극적인 라이벌이 나타났구나? 분발해야겠네? 라고 요코는 으스대며 웃었다. 유즈가 ‘유우야랑은 그런 사이 아니에요!’하고 내질렀다. 요코는 가져온 접시를 바닥에 내려놓고 일어났다. 유우야는 앞에서 제 얘기가 오고가는데도 지켜보고만 있었다. 남 일인 양 관망하는 유우야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요코가 유우야의 볼을 꼬집었다. 쭈욱.
“으으....”
“유우야, 날씨도 좋은데. 숙녀분들 데리고 공원이라도 다녀오렴?”
유우야의 볼을 놓으니 살짝 붉어졌다. 요코는 하겠냐며 대답을 종용했다. 유우야는 어설프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답을 받은 요코가 만족한 듯 일어서며 즐겁게 놀다가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갔다.
“후토시 군 듀얼까지 꽤 시간이 남았으니까, 갔다 올까?”
“미에루도!”
가져온 간식을 먹으며 도란도란 얘기했다. 미에루가 중간에 인형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며 붉은 실을 가져왔다. 인형 고리에 실을 넣고 유우야 손목에 묶고선, ‘미에루가 어디서 봤는데, 이런 물건들을 주머니에 넣고 나중에 잃어버려서 찾아다니는 걸 봤어.’ 했다. 정작 본인이 주머니에 넣고 다녔었지만. 유즈가 그걸 지적했다.
어느샌가 간식이 떨어졌다.
* 후기
4부작 예정인 팬픽입니다. 시점은 1~3편(3인칭 관찰자 시점)/4편(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나뉩니다. 4편은 별개의 이야기라 보셔도 무방합니다.
3화까지 완성하고 올리려고 했는데, 2주 동안 갈아엎고 수정만 무한 반복하게 되더라고요. 만★족할 수 없어...
올리면서도 수정해야할것같은느낌이 드는 부분이 많네요. 꾹 참고 1편 먼저 올려봅니다.
2화에도 쿠로사키는 등장합니다. 3화까지 주요 갈등이 되실 분입니다. 허허. 문제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네요.
만약에 이런 일이 있었더라면~ 이라는 식이므로 본편과 다른 점이 많습니다. 주인공이 유즈에게 어제 일을 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부터 드러나죠.
이제 3편 쓰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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