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 어라? 왜 방에 나밖에 없지?"
일어나 보니 타카와 브리츠는 나가고 없었다.
"아차, 그러고 보니 둘 다 새벽부터 폐품 사러 시장에 간댔지. 녀석들이 잔뜩 사 오기를 기대해야 하나…."
며칠 후에 정크 D휠 컨테스트가 열리기 때문에 우리는 지난 주부터 '별먼지 4총사' 수리점 문을 닫고 D휠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시티와 새틀라이트가 갈라진 뒤부터 열렸던 이 대회는 다이달로스 브릿지가 만들어진 이후에도 새틀라이트 사람들의 추억을 기리기 위해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네오 도미노 시티 외부에서도 사람들이 줄줄이 참가하기 시작해서 우리들도 꽤나 놀랐다. 유세이랑 WRGP에서 만났던 팀 태양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후도 유세이를 아느냐'며 요란을 떨던 모습이 어찌나 씁쓸하던지.
원래 고철더미 속에서 살던 테츠조 할아버지나 WRGP 이후 유명세를 타서 돈을 짭짤하게 벌어들인 팀 태양에 비하면 우리들은 그저 수리점 하나로 간간히 먹고 살 돈만 벌어먹는 수준이라 그런지 고철 수집이 힘들다. 그마저도 사들인 폐품의 대부분을 수리에 쓰기 때문에 정신을 차려 보면 폐품 빈털털이가 되어 있다. 새 D휠을 사서 부숴버리면 되지 않느냐고? 안 그래도 내가 2년 전에 그 방법을 써 봤지만 바로 티가 나서 대회장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거기다 우시오에 이어서 친구들에게도 하루종일 잔소리를 듣기까지…. 생각하기도 싫어!
원래는 내가 디자인을 맡고 너브가 설계를 하면 타카와 브리츠가 설계도를 보고 D휠을 제작하는 식이지만, 나도 얼마 전부터 기술을 배우면서 다른 작업에도 참가하고 있다. 디자인이 의외로 중요했던 게, 지난 번 대회의 우승자는 고철 할리 데이비슨 을 만든 테츠조 할아버지였지만 디자인 점수 만점을 받았는데도 이후 할리 데이비슨 사에서 고소장이 날아와 시상이 취소되는 해프닝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독창적이되, 닮지 않게. 디자인을 하면 할 수록 디자인이란 게 정말 어렵다는 걸 느낀다.
그러고 보니 유세이가 우리 곁에 있었을 때만 해도 우리는 할 일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저 유세이가 시키는 대로 재료를 가져오고 조립을 도우면 그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4년 전에 만들었던 그 하얀 D휠은 유세이가 1주일만에 뚝딱 설계해버린 작품이었으니까. 유세이가 떠난 뒤부터 우리는 비로소 우리 스스로 D휠을 만들기 시작한 셈이다. 나중에 잭에게 사과를 받아냈다지만 그 멋진 D휠을 잭에게 빼앗긴 일은 지금도 억울하다. '아, 유세이…. 오랜만에 불러 보는 이름이네. 잠시만, 이 소리는…?'
"- 모여든 소원이 새로이 빛나는 별이 되나니, 빛을 비추는 길이 되어라! 싱크로 소환! 비상해라! 스타더스트 드래곤! "
"뭔가 익숙한 소리가 들렸는데, 너브 너 지금 뭐 보고 있어?"
"아, TV에서 다큐 틀어주길래. 유세이 녀석 얘기라 오랜만에 그리워서."
"아…. 나도 같이 보자!"
그렇게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우리는 다큐멘터리가 끝난 지 한참 뒤에도 유세이 얘기를 나눴다. 거기에 나갔던 친구들이 끼어들면서 오늘의 작업은 물거품이 된 채 밤이 깊어갔다.
"듀엣! "
유세이가 전설적인 듀얼 갱, 팀 새티스팩션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새틀라이트를 정복한 것이 5년 전. 그 직후 팀이 해산되고 키류가 죽으면서 유세이는 아무 말 없이 우리 곁에 나타났다. D휠 제작에서 늘 선두 작업을 맡았던 것도, 불량배들에게 얻어맞기 직전의 우리를 구해준 것도 유세이였다. 유세이가 우리 곁에 있었을 때 분명 우리는 가장 빛나고 있었다.
" -그러나 그들의 꿈이었던 D휠이 완성된 다음 날, 잭 아틀라스가 유세이 일행의 D휠과 스타더스트 드래곤을 훔쳐 시티로 도주했다. "
그리고 우리들이 만든 D휠을 잭이 훔쳐 달아난 것이 4년 전의 일이다.
"새로운 킹! 그 이름은 후도 유세이! "
그리고 2년 전부터 유세이의 모든 톱니바퀴들이 맞물리기 시작했다. 새틀라이트를 탈출해 시티로 간 유세이는 시그너라는 운명을 깨닫고 새로운 동료들을 만난다. 새틀라이트에서 다크 시그너들이 부활하자, 유세이 일행은(유세이의 D휠을 지켜 주었던 내 친구들과 지박신 Uru를 한 번이나마 파괴했던 나를 포함해서) 다크 시그너와 필사적인 싸움을 벌여 세상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리미트 오버 액셀 싱크로-! "
그러고 보면, 유세이가 우리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한 것도 그 때였던 것 같다. 우리들의 꿈이었던 카드 '스타더스트 드래곤'을 돌려받기 위해 시티로 갔던 유세이였지만, 이후 유세이는 시티에서 만났던 동료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다크 시그너와의 싸움이 새틀라이트에서 이뤄졌는데도 정작 우리와 유세이는 자주 만날 일이 없었다. 그 뒤로도 우리들은 1년 반쯤 전에 아크 크레이들이 우리들의 집 위로 떨어지려고 할 때에도, 1년 전에 잭과 유세이가 서로의 미래를 정하기 위해 마지막 싸움을 벌일 때에도 그저 유세이를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유세이의 이름 뒤에는 늘 '유성 기어'나 유세이의 아버지, 후도 박사가 발견한 '유성 입자'가 별명처럼 따라붙는다. 유세이의 새 친구들은 유세이가 자신들의 구심점이 되어줬으니, 이 마을을 떠난 자신들을 네오 도미노 시티의 연구실 어딘가에서 기다릴 그를 유성(遊星, 행성의 다른 말)이 아닌 항성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들에게 유세이는 유성도, 항성도, 심지어 유성우도 아닌 혜성 이었다. 그는 새틀라이트 통일을 이루어 낸 팀 새티스팩션이라는 '전설'에서 내려와 우리들 사이에서 머문 뒤, 다시 한 번 네오 도미노 시티의 구원자이자 시그너라는 '전설'의 자리로 돌아간 것이다. 헬리 혜성이 저 멀리 우주로 사라졌다가 다시 태양 근처로 돌아 오는 것처럼.
가장 서글프면서도 무서운 것은, 유세이가 그렇게 우리들을 서서히 잊어가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도 가만히 지켜보지는 않을 생각이다. 그래서 우리는 유세이가 WRGP를 준비할 때부터 따로 D휠을 만들기 시작했고, 비록 지난 번에 WRGP에 나가지는 못했지만 점점 듀얼을 배워나가고 있다. 이 D휠이 언젠가는 우리를 유세이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줄 혜성탐사선이 될 거라고 생각하니 설레는 기분이 밤 내내 가라앉질 않았다. 언젠가 우리가 유세이가 서 있는 전설의 자리에 유세이와 함께 설 수 있다면, 타카, 브리츠, 너브. 그리고 나…. 래리 도우슨 이 잠시나마 그 녀석 곁에 존재했었던 적이 있었다고 다시 한 번 말해 주고 싶다.
오랜만에 일기장을 꺼내들어 이 글을 쓰게 해 준 유세이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비록 우리 최고의 친구였던 그 녀석이 우리를 잊었을 지라도, 잠시나마 그가 우리 곁에 있어 주었기에 우리들은 생애 처음으로 꿈이라는 걸 가져 볼 수 있었으니까. 그 꿈이, 잠깐 동안 모여들었던 별빛이 우주 한 구석의 소행성이었던 우리들에게 가져다 주었던 성간진…. 아니, 스타더스트 였다.
------------------------------
안녕하십니까. 5-6-7-8-9-10일까지 이어지는 빡센 일정을 소화하느라 바쁜 호리두스입니다.
2주년 기념 소설을 못 쓸 것 같다고 포기했었는데, 정작 소재를 찾으니 팬아트보다 팬픽을 먼저 끝낼 줄은 몰랐네요.
오랜만에 제가 제일 좋아했던 작품인 <유희왕 5D's>를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되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시간만 남아돈다면 이렇게 유희왕 시리즈 내에서 묻혀버린 인물들의 뒷이야기를 단편으로 써내고 싶어요.
단편 소재를 구하는 데 도움을 주셨던 유희게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IP보기클릭).***.***
너무 짧습니다. 유세이가 등장해서 래리! 를 외치는 하편이 필요합니다. (엄격 근엄 진지) 농담입니다. 정말로 써 주시면 기쁘겠지만요! 아무튼 저 넷은 정말로 비중이 뚝딱 떨어졌네요. 이름이 한참 생각이 안 나서 어라 뭐지 어디에서 등장한 녀석들이지 하고 한참 고민했습니다. 한 번 정도는 다시 나와줬어도 괜찮았을텐데 말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적절하게 좋은 재조명 단편이었습니다!
(IP보기클릭).***.***
비중이 너무 안습이었던 유세이 친구들... 카드에 옷도 내던지면서 유세이를 도우려던 진짜 사나이들인데! 생각도 못했던 소재네요 이건.잘 읽었슴다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너무 짧습니다. 유세이가 등장해서 래리! 를 외치는 하편이 필요합니다. (엄격 근엄 진지) 농담입니다. 정말로 써 주시면 기쁘겠지만요! 아무튼 저 넷은 정말로 비중이 뚝딱 떨어졌네요. 이름이 한참 생각이 안 나서 어라 뭐지 어디에서 등장한 녀석들이지 하고 한참 고민했습니다. 한 번 정도는 다시 나와줬어도 괜찮았을텐데 말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적절하게 좋은 재조명 단편이었습니다!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
비중이 너무 안습이었던 유세이 친구들... 카드에 옷도 내던지면서 유세이를 도우려던 진짜 사나이들인데! 생각도 못했던 소재네요 이건.잘 읽었슴다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