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1. 팬픽의 소재는 이 게시판의 한 갤러분이 번역하신 단편만화 2편에서 따와서 살을 좀 많이 붙였습니다.
링크는 여기이니 혹시 궁금하신 분은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2. 프롤로그 링크
# 같은 시각, 유리의 아지트
데니스가 린의 교내 안내방송을 듣고는 막 웃음을 터트렸다.
학생회에서 쓰지 않는 부실 하나를 개조해서 사용하는 유리의 아지트에는 정보 수집 및 분석(좋은 말로 표현하면 이렇다는 거고 실제는 도청, 해킹, 영상조작 등 등 온갖 범죄를 저지르기 위한 장비였다.)을 위한 고성능의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전자 기기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꽃무늬로 장식된 고급스러운 찻잔에 찻잎을 넣고 있던 유리는 막 전기포트에서 물이 끓어오르면서 알림 소리가 들리자, 코드를 뽑고 전기포트의 물을 찻잔에 따랐다.
요 근래 이유는 모르겠지만 유리의 기분이 매우 안 좋았기 때문에(데니스는 여러 번 유리에게 물어봤지만 유리는 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오늘 따라 기분이 좋아 보이는 유리를 보며 데니스는 유리의 성격 상 오늘 뭔가 다른 의미에서 재밌는 일이 벌어질 것 같다고 확신했다. 왜냐하면 오늘 내내 유리가 묘한 미소를 띠고 있었기 때문이다.
차를 타고 있는 유리는 금방이라도 웃음을 터트리고 싶지만 애써 참고 있는지 입가가 씰룩거리고 있었다.
“ 정말 오후 4시에 아카바 레이지가 공개 연설을 할 모양이네. 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학생들을 불러모으는거지?”
“ 내용 따위엔 관심 없습니다. 그저 오후 4시에 전교회장의 공개 연설이 있다, 그 정도를 파악하는게
학생회에서의 나의 일이지.”
유리가 티스푼을 넣어 잔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뜨거운 물에서 흘러나오는 김, 그리고 찻잎에서 우러나오는 향이
아지트에 서서히 퍼져나갔다. 유리의 아지트에는 커피, 녹차, 레몬티 말고도 유리의 기호에 맞는 각종 가격대의
차와 커피가 진열되어 있었고, 고급스러운 찻잔들이 찬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 유리 : 학생회 부원 중 한 명. 성격상 학생회에 자주 얼굴을 비치는 편이 아니지만 학생회의 뒤에서 암약(暗躍)하면서
학교 운영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 관리하고 있다. 통칭 차가운 미소의 책사. 데니스와 매우 친한 사이
- 데니스 : 학생회 부원은 아니지만 유리를 대신해 참석하는 경우가 많아서 학생회 부원에 준하는 취급을 받고있다. 유리와 친하기 때문에 유리를 도와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유리는 우아하게 차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까의 방송 때문인지 슬슬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모여들면서
시끄러워지고 있었다.
“ 슬슬 시간이 돼서 그런가 다들 모이고 있는데.....아까부터 궁금한 건데, 저 에어매트는 왜 설치한걸까?”
“ 오늘 유우야가 말했어. 아카바 레이지가 이상한 행동을 하면 연단에서 밀어버릴거라고.”
“ 너는 거기에 찬성했고?”
“ (차를 마시며)찬성이라....좀 다른 말로 하면, ‘암묵적 동의’라고 하지. 사실 그동안 유우야도
참을 만큼 참아왔던 건 사실이니까. 그걸 부정할 수는 없잖아?”
“ 그런데 그렇게 한다고 치면 에어매트 설치 위치가 틀린 것 같은데? 연단하고 멀잖아.”
데니스의 지적대로 추락을 대비한답시고 설치한 에어매트는 엉뚱한 곳에 있었다.
“ 정말 이 일 괜찮은거야? 저 에어매트 설치하는데 오래 걸려서 지금 와서 위치를 옮길 시간이 없어.”
“ 에어매트가 엉뚱한 곳에 설치된 건 분명 학생회의 누군가가 실수한거겠지. 그 녀석이 누군지는 뻔해.
대충 어떻게 된 건지 상황은 그려지거든. 그렇지만 나하고는 상관 없는일이야. 내 할 일은 전혀 다른 거니까
관여할 건 없어. 나머지는 유우야를 비롯한 다른 멤버들의 몫.”
모든 준비는 되어있었다. 굳이 밖에 나가지 않아도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조리 지켜볼 수 있도록
CCTV를 살짝 건드려서(더 정확히 말하면 해킹이었다.) 컴퓨터 모니터에 연결해두었고, 그 옆에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고성능의 이어폰도 꽂혀있었다. 그리고 팝콘이 가득 들어있는 커다란 팝콘 통. 유리가 팝콘 하나를 집어다 먹었다.
“ (와작와작)괜찮네.”
" 어째 느낌이 좀 쌔-하네."
“ 뭐가?”
“ 연설 내용 너도 모른다면서?”
“ 전교 회장의 행동은 뻔해. 시덥지 않은 연설이겠지.”
유리가 팝콘을 한 움큼 쥐어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 4시가 약간 안됐을 무렵. 많은 학생들이 연단 근처에 모여있었다.
천재적인 두뇌, 학생들의 선망을 받는 수준급의 듀얼 실력, 준수한 외모를 가진 전교 회장 아카바 레이지는
학교의 여학생들에게 매우 인기가 많았다. 거대 기업의 CEO라서 그런지 묘하게 거만하고 위압감이 느껴지는
분위기라거나(그런걸 카리스마라고도 하는 것 같지만....), 중학생 나이 대를 아득히 초월하는 언변등은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딱 하나, 부회장인 유우야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건 기이하게 짝이 없는 패션코드였다.
기괴하게 움직이는 머플러(분명히 움직일 물건이 아닌데 움직이는 건지 매번 모양이 달라졌다.), 맨발로 신는
학생용 구두, 게다가 대체 왜 그러는지 교복 바지를 두 단 이상 접고 다녀서 발목을 드러내고 다녔다.
교칙은 그렇게 강한 편은 아니었다. 다른 학교에 비하면 오히려 좀 유연한 편, 널널하다고 불릴 정도였다.
따라서 헤어스타일이나 교복 차림새는 다른 학교에 비해서 자유로운 편이었지만 학생들은 교칙을 지켜주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리해도 그 문제의 패션은 정도를 넘어섰다고 유우야는 늘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으니 신기하다고 해야할 지 이상하다고 해야 할지 알 수가....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의 어처구니 없고,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기이한 행동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시간이 다 되어가자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걸 이제야 발견하고 유우아를 비롯해 유토, 곤켄자카, 유고,
그러니까 아카바 레이지를 연단에서 밀어버리기 위해 작당모의를 했던 4명이 다시 모였다.
학생들의 눈에 띄지 않는 연단 근처의 구석에서(화단 근처의 큰 나무에 숨어) 몰래 속닥거렸다.
“ 유우야. 그만 두자. 매트가 저쪽에 있는데 불가능해.”
“ 유고 네 녀석. 사람이 말을 하면 끝까지 들었어야지! 어째 불안하다 했는데...”
유토가 최대한 목소리를 줄여 화를 내자 유고가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꿍얼꿍얼거렸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하니, 성격 급한 유고가 유우야의 말을 여러 번 듣긴 했지만 금새 잊어버리고
곤켄자카와 에어매트를 엉뚱한 곳에 설치했다. 준비가 다 되었다는 유고와 곤켄자카의 말을 믿고 나왔던 유우야가
매트가 엉뚱한 곳에 놓여있다는 걸 이제야 발견한 것이다. 설치했다는 에어매트는 저번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근처 소방서에서 소방교육을 왔을 때 에어매트를 설치한 곳과 똑같은 곳에 놓여있었다.
유우야의 말을 잊어버렸던 유고는 곤켄자카의 물음에 당황해 저번에 소방교육을 받았던 일이 생각나
그 위치를 말했고, 결과는 이렇게 되고 말았다.
“ 연단 아래에 매트를 설치해달라고 그렇게 몇 번이나 신신 당부를 했잖아! 또 잊어버린거지!”
“ 미안 헤헤헤헤;;”
“ 이렇게 된 이상 유우야, 계획은 취소하자.”
“ 그래...야겠지? 하아....생각해보니까 왜 내가 이런 일을 하자고 했는지 후회된다.
괜히 너희들만 고생시켰어. 미안해.”
“ 에어매트 일은 학생회에서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새로 에어매트를 구입했는데, 불량이 없는지
테스트해봤다고 하면 될 거야. 그리고 이제 4시야, 레이지의 연설이 시작되니까 우리도 연단 근처로 가 있어야 해.”
유토의 말에 유우야가 한숨을 쉬었다.
# 운동장
부 활동을 빠지고 중간에 나오거나, 아니면 교내에 이런 저런 일들로 남아있던 학생들이 운동장에 모였다.
전교 회장이 연설을 한다는 교내 안내방송 때문인지 모인 학생들은 꽤 많았다.
“ 무슨 연설?”
“ 요즘 아무 일 없잖아.”
“ 아냐. 얼마전에 옥상에서 누가 다쳤잖아. 그것 때문에 그러는거겠지.”
“ 그런가?”
“ 아니면 우리 학교 체육부가 조만간 체육대회에 참가하는 것 때문이라던가....”
“ 대회 아직 멀었잖아.”
“ 대회 나가는 거 때문이라면 격려연설이겠지.”
“ 어? 저거 에어매트 맞지? 저번에 소방교육 왔을 때 썼던거.”
“ 그럼 오늘 또 소방교육하는건가?”
“ 아니지 이 바보야. 그건 끝났잖아.”
“그럼 저게 왜 있는데?”
학생들은 연설의 내용을 둘러싸고 온갖 추측을 벌이면서도, 왜 놓여있는지 알 수 없는 에어매트를 가리키며
웅성거리고 있었다. 시간이 되자 유우야가 보조 연단으로 올라왔다.
“ 음 어....음음. 잠시 후 전교 회장 아카바 레이지의 연설이 있으니 학생 여러분 모두 조용히 해주세요.”
떠들어대던 학생들이 조용해졌고, 아카바 레이지가 저 멀리서 나타나는 걸 본 유우야가 보조연단에서 내려왔다.
아카바 레이지는 오늘도 기이한 차림새로 연단위로 올라왔다. 유우야는 오늘도 역시나 그러면 그렇지-라며
연단 근처로 내려와 학생회 멤버들과 모여 아카바 레이지를 바라보았다. 레이지는 연단의 마이크로 다가갔다.
“ 안내 방송을 듣고 모여 준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오늘 공개 연설을 하는 이유는 우선,
학교의 모든 학생들도 대충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얼마 전 옥상에서 한 학생이 다친 일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다친 학생은 우리 레오 코퍼레이션과 연계된 병원에서 치료 받고 있다.
치료비는 학교의 예산으로 지원할 것을 약속하며, 전교 회장으로써 이번 일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겠다.”
아카바 레이지가 고개를 숙여 정중히 인사했다. 아지트의 데니스, 차를 마시고 있는 유리는 덤덤히 연설 내용을
듣고 있었다. 자기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지(뭐 이미 꼴을 보아하니 틀린 것 같지만) 유리는 따분하다는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보며 재미없다고 궁시렁거렸다.
“ 두 번째는 현재 두 달 앞으로 다가와 있는 마이아미시 주최 시내 중학교 체육대회 관련이다.
지금 연습에 매진하고 있는 운동부 학생들을 격려 할 겸 학교 운동부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위한 행사를
조만간 추진할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학생회를 중심으로 추진할 예정이니
관련 행사에 관심이 있거나 의견이 있는 사람은 언제든지 학생회나 나에게 연락해주길 바란다.”
유우야는 일거리가 더 늘어났다며 한숨을 쉬었다. 곤켄자카는 격려의 의미로 유우야의 어깨를 탁탁 두드려주었다.
그래도 연설은 무난한 편이었기 때문에 유우야의 분노가 어느 정도 가라앉고 있었다. 그런데....
“ 그리고 마지막으로.....선도부의 세레나, 너를 좋아한다!”
평범하게 진행되던 연설의 마지막. 아카바 레이지의 입에서 전혀 예상치도 못한 말이 나왔다.
연단 근처에 있던 유우야를 비롯한 학생회 멤버들이 충격을 받은 건 물론이고, 운동장에서 연설을 듣고 있던
나머지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학생들의 수군거림과 함께 여학생들의 탄식이 터져 나왔다.
“ 말도 안돼!” / “ 으아아아 싫어!” / " 회장님!!!!!!!!!!"
“ 세레나? 선도부의 세레나를 말하는거야?”
“ 우와--------”
“ 전교 회장님이 좋아하는 사람이 선도부의 여장부 세레나라고?”
" 이게 대체 무슨일이야?"
팝콘을 먹던 유리의 손에서 팝콘이 굴러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학교는 혼돈에 빠져들어갔다.
- 아무래도 내용을 줄여야겠어요. 이거 너무 길어지는데...에필로그까지 해서 5~6편으로 최대한 줄여보겠습니다.
- 계속 언급되고 있는 옥상 사고는 꽤 중요합니다. 진상은 마지막 부분에 나옵니다.
- 오타나 글 읽으면서 이상한 점이 있으면 바로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수정을 하긴 했는데 오타가 있을 수도 있어요. 왜 수정을 해도 오타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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