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커플링 주의
2. 오글 터짐 주의
3. 망상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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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부자연스러운 아침. 아니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기에 더욱 평소와는 다른 위화감이 느껴진다. 분명 나의 아침은 6시부터 울리는 시끄러운 알람을 듣고 깨어나 옆에 있는 사내놈을 한번 흔들어주고는 주방으로 향하는, 그런 생활을 해왔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왠지 평소보다 잠을 많이 잔 느낌이었고, 성가신 알람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오늘이 늦잠을 잘 수 있는 휴일이냐? 아니, 그것 역시 아니었다. 오늘은 분명 출근일이다. 나는 살며시 눈을 뜨고 나의 오른편을 돌아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평소대로라면 내가 깨어있을 때 세상 모르고 별나라에 가 있을 그 남자가 없다.
"하아..."
여러 생각이 스쳐지나갔지만 역시나 결론은 하나다.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주방으로 향했다. 아마 그 남자는 아직 내가 깨어났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겠지. 문을 나와 주방에 가까워질 수 록 색다른 음식의 향기가 느껴진다. 그 냄새가 무엇인지 확실해 졌을때, 너무나도 예상했던 모습을 하고 있는 그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험악한 표정으로 앞치마를 한체 냄비가 놓여진 가스레인지 앞에서서 요리를 하고있다. 내가 바로 옆까지 왔는데도 눈치 채지 못할 만큼 집중하고 있다.
"헤에... 스타 라이트 파스타? 이런 것도 할 줄 알아?"
"훗, 나를 뭘로 보고. 오늘을 위해 보름 전 부터 연습했... 다핡?!"
황급히 옆을 돌아보고 놀라는 남자. 바보같이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여주는 이 남자의 이름은 시지마 호쿠토. LDS 엑시즈 클래스 수석 졸업생이자, 천문학자이자, 놀랍게도 나의 남편. 놀라는 얼굴 표정이 너무나 바보 같아서 살짝 웃음이 나왔다. 이 얼굴은 언제봐도 질리지 않는다니까.
"오? 그래? 왜 연습했는데? 요리에 관심있었어?"
"아,아니, 그런건 아니고..."
"그럼 왜? 왜 갑자기 이런 요리를 하는 건대?"
"그, 그게..."
나는 이유를 알고 있으면서도 집요하게 물어본다. 역시나 당황하는 이 남자. 곤란해하는 표정은 점점 짙어진다.
"그러니까, 그게.. 너,... 그.. 너의..."
"나? 뭐?"
"그.....새.....새... "
슬슬 대답이 나올 때가 된거 같다. 자, 내가 원하는 대답을 들려줘.
"새, 새로운 취미에 도전해볼까 했지! 크하하하"
"...하아.."
나참. 역시나라면 역시나인가.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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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밤에 일하는 남편과는 달리 나의 직장은 바쁜 아침을 보낸다. 물론 본근무는 오후에 가야 시작하지만, 그전에 준비할 것 들이 산더미다. 스타 라이트 파스타의 완성도는 제법 나쁘지 않았다. 녀석 치곤 꽤 노력한 모양인데. 그 녀석이 나 몰래 낑낑거리며 칼로 야채를 썰고 파스타를 삶는 모습이 상상이 간다.
"푸흡..."
왠지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묘하게 앙증맞아서, 웃음이 나오고 만다. 하긴 아까도 보자마자 터질뻔 했지. 그 험악한 표정에 앞치마라니 완전히 코미디다. 그런 생각들을 하며 자가용에 시동을 건다.
'상으로 오늘 밤엔 좀 힘을 써 볼까...'
오늘 같은 날이지만 받기만 할 순 없다. 그러고보니 밤?
"그 녀석..."
남편의 직업은 천문학자다. 당연히 주로 활동하는 시간은 밤이고, 매일 같이 새벽을 세는게 일인 녀석이다.
<또리링->
그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뜬금없이 휴대폰이 울린다. 발신인 '호구멍충이'. 예의 그 남자다. 순간적으로 뭔가 떠올리며 메세지를 확인한다.
[오늘 저녁에 시간있어?]
'하아...'
너무나도 뻔하디 뻔해서 질릴 거 같은 문자였다. 설마 했는데 올해도 똑같은 페턴인가. 올해는 내가 저녁을 해주려고 했더니만. 분명 또 4번가 사거리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 같은데를 예약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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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괜히 쭈뼛쭈뼜거릴게 뻔하다. 왜냐하면 그 녀석은 스스로 일을 벌이고도 솔직하지 못한 놈이니까. 그러고는 결국에는 분위기 잡으면서 있는거 없는거 다 말하겠지. 언제나 똑같고, 언제나 뻔하다. 그 녀석은 매번 그런식이다. 양복으로 갈아 입은 후 LDS 본관 건물을 나오니 이미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졌다. 하늘에서 그 녀석이 떠오르는 북두칠성이 뚜렷이 보이는 맑은 밤하늘. 녀석이 4년째 애용하는 레스토랑은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작년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도착하니, 겉은 서양 고급 양식으로 지어진 기둥과 벽에 위아래로 긴 창문이 있는, 말 그대로 전형적인 고급 건물. 요즘엔 세련된 현대 방식을 채택하는 고급 음식점도 상당수인 가운대 집요하게 옛날 느낌을 고집하는 묘한 레스토랑. 다만 그 만큼 왠지 무게감이 있어, 자주 들어올 수 없는 장소란 것을 어필하는 듯한 분위기. 굳이 양복으로 갈아입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서 그 남자를 찾는다. 역시 평소에는 입지도 않는 양복을 차려입고 어색하게 앉아있는 험악한 사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 여기야!"
"오늘은 왠일이래, 원래 같았으면 바쁠 시간 아니야?"
자리에 앉는다. 녀석의 표정은 평소보다 굳어있고, 괜히 긴장하고 있다.
"흥, 걱정마. 휴가를 냈으니까. 자, 메뉴판이다. 난 B 코스."
"난 C코스에 론파이어 샐러드."
...그렇게 매년 보네는 뻔하디 뻔한 생일이 지나가려하고 있었다. 이대로 집에 같이 돌아가는 것으로, 우리의 특별한 날은 이전과 같이 끝이난다.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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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평소대로라면 피곤한 남편 대신 내가 운전했겠지만 오늘은 특별히 이 남자가 운전수가 되어준다. 이것도 역시나라면 역시나.
"저...저기..."
긴침묵을 깨고 그가 말을 꺼낸다. 운전대를 잡았다는 핑계로 눈을 피하면서 말을 하는 것이, 아마 그것일 것이다.
"오늘은 미..."
그리고 그가 말하려는 찰나,
"오늘은 미안했어. 딱히 특별한걸 해주지도 못하고."
"어..?"
"니가 항상 하는 말이잖아? 잊어버렸을 줄 알고"
"..."
"매년 하는 말이 똑같지. 딱히 해준 게 없어서 미안하다고. 하지만 정말 축하한다고."
그래. 이녀석은 뻔하다. 뻔하디 뻔해서 모든 행동을 예상 가능하다. 이 녀석의 일이라면 눈에 훤하다.
"..."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매년 어설프게 신경쓰면서 결국 이런것들이나 해주면서..."
항상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노력한 만큼 나오지않는다. 완벽해 보이지만 어딘가 어설프다. 그래서 뻔하다.
끼익-!
갑자기 차가 멈춰선다. 조금 놀라 돌아보니 그는 변함없이 험악한 옆얼굴을 돌리지 않는다.
"야, 왜그래?"
"...먼저 들어가."
"호쿠토?"
"..."
나는 조용히 차에서 네렸다. 집 까지는 걸어서 얼마 걸리지 않는다.
'너무 심하게 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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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한숨을 크게 쉬고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본다. 나는 결국 이런 남자다. 시지마 호쿠토. LDS 엑시즈 클래스 수석 졸업생. 완벽한 승률, 완벽한 성적, 완벽한 학위, 모든 것을 해냈지만 결국 어설프다. 최대한 노력을 해봤자 결국 이런 결과다. 그녀석에게 특별한 경험을 시켜주고 싶다고 성의를 써봤자 어설픈 나에겐 매년 똑같은 것 밖엔 떠오르지 않는다.
오른손을 양복 속주머니에 넣고 물건을 꺼낸다. 펜던트였다. 에메랄드와 별모양 장식이 박혔지만 화려한 요소를 적절히 조화시켜 크게 튀지않는 아름다움을 뽑네는 장신구. 사실 그도 나름대로 신경을 쓰고 있어서, 결혼 후 첫번째 생일에는 반지를, 두번째 생일에는 팔찌를, 세번째 생일에는 머리핀을 주었다. 그리고 오늘 네번째 생일에는 목걸이를 줄 생각이었다.
아침 요리 메뉴도 매년 바뀌긴 하지만 결국 아침에 해주는 요리, 같은 레스토랑의 저녁, 비슷한 선물...
'흐아아아아...'
한숨은 더 깊어진다. 내 자신이 한심하다. 이곳은 근처에 있는 공원. 가로등만이 쓸쓸히 빛나고 그 누구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 처량하기 그지 없는 풍경.
'슬슬 가볼까...'
사과를 하자. 내년엔 반드시 완벽한 오늘을 준비하고 마리라, 그리 결심하고 발을 옮겼다.
집 앞에 도착하니 긴장감이 머리 끝까지 차올랐다. 아니 오늘 같은날은 매년 긴장되긴 하지만 이번엔 몇배는 더 긴장됬다. 그도 그럴게 그는 특별한날에 아내를 데려다주다 도망친 것이다. 이 얼마나 한심한 남자인가. 자기 혐오감이 미친듯이 차올라 죄책감은 이내 긴장감을 가속시킨다.
그렇게 삼분 정도를 가만히 서서 고민하고 있자 갑자기 문이 열린다.
"어?"
"역시 왔구나. 지금 쯤 올 줄 알았어."
"뭐라고..?"
"너는 언제나 뻔하니까. 지금 쯤이면 딱 올 시간이 됬구나 해서 열어봤더니... 역시나네. 들어와."
"어... 어,어."
사과를 해야할 것 같지만 흐름을 잡지 못한체 아내에게 잡혀 들어간다. 그리고 질질 끌려 도착한 거실에는...
"어?"
좀 처럼 보기힘든 와인과 양주가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고, 중앙에는 정성들여 요리된 많은 가지수의 안주들이 즐비해있었다.
"이건..."
"솔직히 너한테만 모든걸 맡기긴 좀 그렇다고. 오늘 같은 날은 함꺠 즐기는 거잖아?"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아내. 하지만 오늘 같은날에 그녀에게 수고를 하게 하고싶지는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오늘은 니 생일이잖아!"
"오오, 누구 생일이라고? 오늘이 무슨날이라고?"
"크,헙! 아니.. 그게..."
"푸흡, 푸하하하하하하!"
진심으로 즐겁다는 듯이 웃는 그녀.
"하하... 흐.... 하여간 그래야 너답지."
"..어?"
"걱정마. 너는 충분히 많은걸 해줬어. 어제 새벽까지 일했는데도 아침에 요리해준거 부터, 휴가도 잘 네주지 않는 직장에서 굳이 오늘 휴가를 쓴것도 그렇고."
"화난게 아니었어?"
"화? 내가 왜? 아, 오늘도 4년째 똑같은 레스토랑에 간거? 내가 그렇게 속이 좁아 보여?"
"..."
너무나도 퉁명스럽다. 언제나 그렇다. 그녀는 언제나 직설적이고, 가시돋쳤지만, 너무나 상냥하고, 사려깊은...
'?!'
따뜻한 감촉이 느껴진다. 몸과 몸이 닿은, 아니 마음과 마음이 닿는 이 감각. 포옹-
"걱정마. 이 날을 몇년이나 똑같이 보낸다고 해도, 너가 너무나도 뻔하다고해도 상관없어. 너는 언제나 예상할 수 있어. 그래서 지루하기도 해. 하지만 그렇기에 가장 믿을 수 있어. 가장 잘 알 수 있어. 평생을 함깨할 파트너로서, 내 인생의 에이스로서. 어설프더라도, 뭔가 부족하더라도, 너는 언제나 소중하니까."
그녀는 품에 묻은 머리를 들고 나와 시선을 맞춘다.
"마스미..."
이렇게 어설픈 나를 받아주는 그녀의 이름을, 매여가는목으로 불러본다.
"자, 다시 한번. 오늘이 무슨날이라고?"
"...하아..."
역시 당해넬 수 없다. 왠지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이런식이었던 것만 같다. 생일뿐만이 아니라, 항상 내가 자기혐오에 빠져 허우적댈때 언제나 그녀는 나를 구원해주었다. 그리고 인도해주었다.
"생일 축하해, 마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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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몰라 삘받고 떠오른거 질러 버립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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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그냥 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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