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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 누나 이것 봐봐! 아하하핫!"
눈 앞에서 명랑하게 웃으며 거대한 새위에 올라타 있는 아이는 나의 동생 카무이. 그는 지금 자신의 파트너인 팔코와 동조하고있다. 서로의 힘을 합쳐 새로운 교감을 만들어내는 가스타의 능력. 그것을 나의 동생은 충실히 해낸 것이다. 힘차게 펄럭이는 팔코의 날게. 그 위에서 나를 바라보며 웃음 짓는 카무이의 모습은 매우 기뻐보였다. 그럴만도 하다. 첫 동조 성공이니까. 이것으로 그는 여엿한 가스타의 전사로서 거듭난 것이다. 분명 아버지도 기뻐하시겠지...
"어때? 나 잘했어?"
정신을 차려보니 팔코에서 네리곤 내 앞에 와있는 카무이. 가까이서 본 것은 오랫만이라 꽤 키가 큰 느낌마저 들었다. 성취감 넘치는 미소를 가득 품은체, 나에게 묻는 카무이. 그 모습을 본 순간 '지켜주고싶다' 라는 마음과 함깨 든 생각은 다름이 아니라...
질투.
그렇다. 나의 동생은 이렇게도 잘해내는 것을 어째서 나는 해내지 못할까하는 자기 비하와 동생에 대한 질투.
"누나?"
윈다도, 카무이도, 리즈도, 모두들 잘 해네는 것을 왜 나는 하지 못하는 것일까. 노력했는데도 어째서 하지 못하는 것일까. 나도 어엿한 가스타의 전사로서 전장에 나서고 싶은데 어째서 그럴 수가 없는 것일까.
"캄 누나!"
"앗,... 아... 미안. 하하 잘했어, 카무이."
나는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 카무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음 지었다. 안돼지 안돼. 동생한테 이런 감정을 느끼다니.
"히힛"
지켜주고싶다. 그도 얼마안가 이 혼란의 시대의 전장에 내던져질 것이다. 목숨이 위태롭고, 언제 무슨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세계에서, 카무이는 잘해낼 수 있을까. 아니, 분명 잘해낼것이다. 아버지의 아들이고, 나의 동생이니까. 만약 카무이가 위험하면 모두가 도와줄 것이다. 아버지도, 윈다도, 리즈도. 모두가 카무이를 지켜주고있다. 내가 없어도, 내가 전장에 나가지 못해도 분명 카무이를 지켜줄 것이다.
내가... 없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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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핫..."
갑자기 정신을 차리니 느껴진것은 전신을 달리는 고통. 마치 온몸이 녹아네리는 듯한 감각에 놀라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보이는 것은 기분나쁜 보라빛의 짙은 안개뿐이었다.
"그래... 맞아."
나는 정신을 잃었었다. 이곳은 다름아닌 안개골짜기, 나의 고향이자 모두의 터전. 나는 전장에 나간 모두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면서 이곳을 지키고있었다. 그런대 이게 무슨일일까. 갑자기 정신을 잃었던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이 안개 때문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안개 골짜기의 신풍이 울부짖고 있다. 언제나 아름다운 노랫 소리처럼 울려야할 바람 소리도 너무나도 거칠게 울부짖고 있다. 순환의 마력이 충만해야할 골짜기가 비명지르고 있다.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주저않는 다리.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가스타가 가진 순환의 힘을 쓰면, 이 불길한 안개를 겉어넬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정신을 집중했다.
"커헉..."
하지만 몸은 힘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역류한다. 입에선 핏물이 쏟아지며 온몸에 흐르는 고통은 더해진다. 이게 어찌된 것일까. 아아, 그래. 이 안개는 그저 안개가 아니다. 진작에 알아챘어야 했다. 단순한 안개로 안개골짜기가 이렇게 더렵혀질리가 없다는 것을. 이 것은 안개가 아닌 바람, 우리 가스타일족의 힘의 근원. 나의 혈액과도 같은 바람이 탁해졌으니, 몸이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의식은 불분명해져간다. 몸에 힘이 빠져나간다. 고통은 더더욱 심해지고있다.
여기까지인가...
전장에 나가 싸우고있을 모두가 생각난다. 아버지, 윈다, 리즈, 윈다르 아저씨.....
카무이....
'그래...'
여기서 주저 앉을 순 없다. 이 곳은 우리들의 고향, 가스타의 집. 지켜야한다. 전장에서 돌아온 그들이 쉴 곳을 보호해야한다. 그것이 전장에 나가지 못하는 내가 수행해야할 마지막 사명.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지켜내야하는 나의 각오. 온몸에 격통이 가속해도, 순환의 힘이 날 거부해도, 나는 결코 포기할 수 없다. 걸어나간다. 한발자국, 한발자국. 아마 제단으로 간다면 이 현상의 원인을 밝혀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곳은 골짜기안에서도 가장 결계가 짙은 곳. 이런 독을 쉽게 허용하지 않을 터.
"크...흐......하...."
한발자국, 한발자국. 바닥을 보며 걸어나갈때마다 떨어지는 붉은 물방울. 어디서 떨어지는 지도 알지 못한체, 나는 그저 향하고있다. 고통은 이미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감각이 마비되기 시작한다. 겨우 몸에 있는 모든 힘을 의식을 바로잡고 걸어나가는대 쓰는 것이 한계.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다.
"캬핫,.."
돌부리에 걸려버렸다. 몸이 기운다. 안되, 여기서 넘어질 순 없어. 나는 이곳을... 모두를... 지켜야해...
쓰러진 몸에서 힘이 빠진다. 두번은 일어설 수 없는 것인가... 서서히 돌아오는 고통의 감각이 정신을 엄습한다. 안돼, 안돼, 이대로는 안돼, 제발... 제발...
나는... 여기서..... 포기할 수 없어... 입에서 피를 토해도, 눈에서 끝없이 눈물을 흘리더라도, 포기할 수 없어...
하지만 몸은 말을 듣지않는다. 정말로... 끝인것인가..
그 순간, 왠지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은 여기서 쓰러질 사람이 아니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올려다본 시선안에는, 초록빛의 갑옷을 입고 바람 게비를 연상시키는 모양의 방패를 왼팔에 장착한 보석의 기사.
"나의 이름은 에메랄 전에도 몇번 만난 적이 있을 것이오. 자, 일어나시오. 여기서 죽을 순 없지않소."
에메랄은 나를 부축해 일으킨다.
"자, 여기를 빠져나가는 것이오."
빠져...나간다고?
이곳을?
"왜그러오? 캄?"
우리들의 고향을... 집을.. 터전을.... 모두의 추억이 있는 이곳을..
"캄?"
버린다고?
"나...는..."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억지로 쥐어짜 말한다.
"는... 갈 수 없어..."
"뭐시오?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
"이 곳을... 지켜야해..."
"정신 차리시오. 이 맹독의 바람은 지금 이곳 전역에 퍼졌소. 빨리 이곳을 피해 달아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오."
"안..돼.."
"캄! 고향은 일단 목숨을 건지고 나서 생각해도 되오! 목숨은 한번 버리면 돌아오지 안소!"
버린다고... 도망친다고..? 안돼... 모두가 싸우고있어.. 나혼자.. 도망칠 순 없어..
아버지..
윈다..
카무이...
"안돼!!!!"
"..."
이런 몸으로 어떻게 그런 소리를 넨 것일까. 나 자신조차 순간 놀랐지만, 투구 때문에 잘 알순없었지만 에메랄 역시 꽤 놀란 것 같았다.
"알겠소."
내 고집을 받아준 것일까. 에메랄은 더 이상 나를 끌고가지 않았다.
"어서.. 재단..으로.."
"아쉽지만 늦었소."
"에...?"
늦었다니, 무슨 뜻일까. 설마...
"안개골짜기의 제단은 이미 독에 물들었소. 지금은 이 계곡 어딜가나 똑같소."
그럴수가.... 마지막 희망이...
이젠 어찌하면 좋을까.. 결국 이렇게 죽는 것인가..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오."
무슨 뜻이지..?
"나는 보석의 기사, 젬나이트 에메랄. 우리들에게는 다른 종족과 융합함으로서 새로운 힘을 끌어내는 능력이 있소. 나는 땅의 전사이면서 가스타와는 또 다른 순환의 힘의 사용자. 분명 가스타의 힘을 끌어넬수 있을 것이오. 캄, 나를 도와주겠소?"
손을 내미는 에메랄. 그래, 분명 이 방법이라면... 고향을 지켜낼 수 있을지도 몰라...
나는 에메랄이 내민 손을 맞잡았다. 에메랄의 초록빛 코어가 빛을 내기 시작한다. 짙은 안개를 가르고 비춰지는 빛은 주변을 환하게하며 새로운 창조를 알린다.
'이것이 바로... 젬 나이트의 융합...'
새로운 희망의 순간을 맞이한 것이다.
푸욱-
기분 나쁜 소리가 울렸다. 어느샌가 빛은 멎었고 주변은 다시 독의 바람에 물들었다.
'이게 무슨...'
빛을 발하던 에메랄의 코어의 가운데는 크게 갈라져있고 그 안에선 마치 연체동물의 다리와 같은 섬뜩한 무언가가 튀어나와있다. 이것은 설마...
"꺄하하하하하하하-!"
기분 나쁜 목소리가 주변을 울린다. 이 비극적인 상황이 너무나도 재밌는 오락거리인 듯한 웃음소리의 주인은, 에메랄의 뒤쪽에 나타났다.
"크...흑... .. 노엘리아.."
꺼져가는 목소리로 에메랄이 말했다.
"크후후후. 융합? 또 어떤 성가신 것이 되려고 그런걸 허용할까봐? 아쉽지만 여기까지다. 돌덩이."
사악함에 물든 그 목소리는 이미 인간의 것이라고 느끼기 힘든 번형된 소리. 그 모습 또한 이미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 몸의 대부분이 변형된 괴물이었다. 기분 나쁜 검은 갑각들이 온몸을 뒤덮은 그 모습은 흡사 마력에 압도당해 돌이킬 수 없게된 마녀의 것. 노엘리아는 촉수로 꽤뚫은 에메랄의 몸을 들어 한쪽으로 네팽게친다. 이미 힘이 빠진 듯 저항하지 못하고 무참히 쓰러지는 보석의 기사. 나는 그것을 그저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꺄하하하하하하하! 얼빠진 새놈들, 이렇게 효과가 좋을 줄이야"
노엘리아가 한쪽 발을 들고 나의 얼굴을 밟는다.
"그래, 이 독을 푼게 바로 나다. 화가 나냐? 분하냐? 나를 죽이고 싶냐? 하지만 보아하니 이미 늦은 듯 하군. 가스타의 죽음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야. 이 모든 것이 전부 그 분의 강림을 위한 초석이지! 꺄하하하하하!!! 어서 죽어라. 죽어서 양분이 되거라! 그분이 이 세계에 강림하시면 어차피 다 끝이니까!"
무슨 말을 하는 것일까.. 더 이상 인간으로서의 의식이 남아있는 것 같지 않은 노엘리아. 그 모습은 마치 악마와 같았다.
"크...흑..."
"호오? 끈질기네?"
여기서 포기할 순 없다. 나는... 나는...
"얌전히 죽어! 가스타의 뿌리를 뽑아주마 !"
노엘리아의 검은 촉수가 날아든다. 거칠게 휘둘러진 촉수에 온몸이 떨어져나갈 듯한 충격이 전해져오지만, 이미 마비된 몸에는 의미없었다. 충격의 여파로 내던져진 몸이 떨어진 곳은 에메랄이 쓰러진 곳. 그곳에서 본 에메랄의 모습에는 더 이상 생명이 남아있지 않은 듯 보였다.
'설마... 당신...'
그는 젬 나이트. 땅의 전사일지라도 그 역시 이 행성의 생물. 독의 바람이 무해하진 않았을 터. 그런대도 이런 바람을 뚫고 여기까지 달려온 것이다. 그 머나먼 길을, 우리 가스타를 위해서.
"흑....흑.......으흑..."
눈물이 났다. 결국 고향을 지키지 못 했다.
누군가 손을 내밀어 줬는데도, 결국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무엇이 원인일까. 어디서부터가 이상해진 것일까.
어째서 이 세상이 이렇게 된 것일까. 어째서 인벨즈가, 바이론이, 벨즈가, 리추어가,
어째서 우리들이, 가스타가, 젬 나이트가, 라바르가, 세이크리드가, 이렇게나...
이제까지의 약한 나로 죽기 싫었다.
더 이상 집지키는 충견으로서 남기 싫었다.
그래서 고집을 피운것이다. 고향을 지켜내지 못하면, 정말로 나는 아무것도 아니게된다. 그 열등감이, 나를 몰아붙였다.
"에메랄..."
당신이 준 희망을... 결국 나는 이어가지 못했어...나는 결국.. 여기서...
"포기하면 안되."
윈다?
윈다의 목소리다. 그럴리가 없다. 그 아이는 분명 전장에서..
"맞아! 힘내 누나!"
카무이의 목소리.
"캄!"
아버지의 목소리.
"어서 일어나!"
리즈의 목소리.
이게 어떻게된 일일까... 대채...
아...
그래...
가스타의 힘은 순환과 '동조'.. 그들은 고향이 위험해졌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능력을 사용한 것이다. 여기 남은 나를 위해서...
'모두들...'
그래... 여기서 포기할 순 없다.
마지막으로 남은 희망이 있다. 파트너와 동조를 하지 못하는 나일지라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들에게 네려진 새로운 힘. 융합도, 동조도, 진화도 아닌 새로운 능력. 아직 직접 본적도, 해본적도 없지만, 분명 존재하는 그것. 가능할지도 모르고, 실패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않는다.
"누나!"
카무이의 목소리가 다시 안에서 울려퍼진다.
"누나가 전장에서 싸우지 못해도!"
나의 동생이라기엔 너무나 강인하고,
"누나는, 언제나 힘이 되주었어!"
동생이라기엔 너무 상냥하고,
"누나가 없었다면 나는 여기서 싸우지 못했을 거야. 누나가 없었다면 누구도 안심하고 이곳에 나오지 못했을 거야. 누나가 없었다면 가스타의 모두가 완전한 내일을 기대할 수 없었을 거야. 누나가 없었다면.. 누나가 없었다면..."
그래, 이젠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실패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다.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지켜넬 것이다. 고향을, 안개 골짜기를.
아니,
모두를.
지키고싶다.
가스타도, 젬 나이트도, 라바르도, 세이크리드도, 그 모두를.
이겨내고 싶다. 인벨즈도, 벨즈도, 바이론도, 그 모든 것들을.
에메랄의 코어에 손을 가져다댄다. 빛은 나지 않지만, 왠지 모를 온기가 전해져온다.
그래, 이것이 바로 새로운 힘. 너무나도 찬란한, 설명할 수 없는 명확함이 내 안에서 솟아나오는 듯한,
아아, 그래, 이것은 지키기 위한 힘. 모두를 위한 힘.
...
독의 바람은 거짓말 처럼 종적을 감췄다. 악한자의 모습은 보이지않고, 그곳에 남은 것은 그저 하나의 폭풍.
거칠면서도 온화하고, 격렬하면서도 평화로운 역설적인 경이로움을 담은 믿기힘든 하나의 마음.
모두의 격려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한계를 넘고 일어선 하나의 기적.
그래, 결국 지켜낸 것이다. 그녀는 더 이상 집지키는 충견이 아니다. 모두를 위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보호하는 고결한 기사.
그 이름은 다이가스타, 에메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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삘 받고 쓴거라 오글터집니다. 주의합시다(...)
개인적으로 가장 감명깊게 본 DT 파트라 언젠가 이렇게 스토리화 해보고싶은 마음이 컸기에 올려봅니다.
부족한 필력이지만 감상해주신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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